거짓되지 않은 자는 강하다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祈願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한 사람의 왕이 있었다. 이 국왕은 열렬한 불교신자였다. 국민에게 널리 장려하고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에 귀의(歸依)시켜, 계율(戒律)을 지켜 청정(淸淨)하게 자기 몸을 갖게하는 사람에게는 일체의 부역(赴役)을 면제해 주었다.
국민 속에는 왕이 삼보를 존신(尊信)하는 것을 보고, 겉으로는 삼보를 믿는 척하고 실지로는 은밀하게 사악(邪惡)한 짓들을 하는 위선(爲先)의 무리들도 적지 않았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 민심을 관찰하여 겉으로 선인(善人)을 가장하고 내면으로는 더러운 악을 품고, 부처님의 청정의 교화(敎化)에 어긋나는 자들이 있는 것을 알고 한 가지 계략(計略)을 꾸며 칙령(勅令)을 내리게 했다.
『감히 불도를 신봉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여 그 시체를 거리에 내어건다.』
포령(包領)을 보고, 위선의 무리들은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버리고, 그 본성을 나타내어 하고 싶은대로 사도(邪道)를 걸었다.
이 때에, 한 사람의 청신도(靑信徒)가 있었다. 나이는 많았지만, 진리를 사랑하는 식견과, 이것을 보는 총명함을 겸비한 사나이였다. 이번의 왕의 포령을 듣고, 슬픔과 놀라움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정도(正道)를 버리고 사도를 따른다면, 비록 제왕의 자리를 얻고, 수명이 끝없고, 부귀를 마음껏 누리고, 육근(六根)의 낙이 마음대로 된다할지언정, 나는 결코 이에 따르지 않겠다.
비록 지금 이 목숨을 잃을지라도, 부처님의 참다운 교화(敎化)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다. 아무리 세상백억(世上百億)의 교서를 외우고 몸은 하늘의 궁전에 있어 하늘의 무궁한 수명을 얻었다 하더라도, 부처님을 모르고, 불교를 들을 줄을 모른다면, 그것은 결코 나의 원하는 바가 아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얻는 자는 극형에 처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나는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그 형벌을 받자. 경문(經文)에는,
『이 세상에 삶을 얻은 모든 목숨은 스스로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의 세 길에 던져져 괴로워한다. 중국에 태어나 육근을 온전히 갖추어 불구로 태어나지 않는 것은 더욱 힘들다. 육근이 완전하고 도(道)가 있는 나라에 태어나기는 더욱 힘들다 도가 있는 나라에 태어나도 선지식(善知識)인 보살(菩薩)을 만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나아가 불경을 보고 믿는 것은 더욱 힘들다. 거기에다 심오한 가르침을 알고, 치밀한 이치를 깨달음은 더욱 힘들다. 그 위에 덕이 높은 스님을 만나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공양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더욱이 친히 부처님을 만나 뵈옵고 가르침을 받음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라고 설법하고 계신다. 이제 자신은 숙세(宿世)의 행공(行功)을 쌓아 불경을 읽고, 삼보를 신봉함을 얻었다. 이로 인해 만일에 무도한 사형을 받아 탕화(湯火)의 괴로움을 받아도. 올바른 가르침을 버리고 그 사도(邪道)에 따르지는 못한다.』
그의 신념은 왕자의 명도 이를 꺾으리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왕도 검찰의 관리에게 명하여 명령에 배반하는 자를 발견하는 대로 그를 거리에 끌어내 처형하도록 했다. 검찰의 관리는 보살이 굳은 신념을 가지고 부처님을 받들고 있고 그 성의에는 거짓이 조금도 없음을 보아 그를 잡아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를 거리에 끌고 나가 처형하라. 그리고 극비로 사람을 보내어 죽음에 임하여 그가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려라.』
라고 명하였다.
어마어마한 포리(捕吏)에 이끌리어, 삼엄(森嚴)한 형장(刑場)에 닿은 그는, 이제 막 죽음에 임하려고 하여, 종용(慫慂)한 태도로 그의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천지가 시작되고 사람이 생긴 이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은 항상 육근의 정욕 때문에, 그 행실을 어지럽힌 일은 광취(狂醉)한 자보다 더욱 심하다 부처님을 보아도 그 청명(淸明)의 교화에 이끌리는 자는 지극히 적다. 너는 다행이 불법을 신봉하고 있다.
결단코 신앙을 버려서는 안된다 불법의 깨끗한 수행을 버리고 요귀(妖鬼)의 거짓을 행하는 자는 반드시 그 나라가 망(亡)한다. 나는 오히려 몸을 버릴지언정 진(眞)을 버리지 않겠다. 지금 우리의 왕은 도(道)를 짓밟고 이(理)에 배반한다. 너는 결코 이에 따르면 안된다.』
법을 사랑하고 이에 헌신하는 신념은 용이하게 굽힐 수도 없다. 늠름한 그의 신명은, 철석과 같이 굳었다.
검찰의 관리는 즉시로 이 일의 경위를 보고했다. 왕은 신도가 참된 불도의 행자됨을 알고 크게 기뻐하여, 예를 후하게 하여 궁중으로 청해 스스로 손을 잡고 궁중에 이끌어 올린 후,
『그대야 말로 진정한 불제자이다.』
라고 말하며 그 나라 재상(宰相)으로 등용하여 정치를 위임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버린 위선(僞善)의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부역을 시켰다.
이 때문에 그 후부터는 국내에는 위선을 행하는 자가 없어졌다고 한다.
국왕은 지금의 미륵(彌勒), 청신도(靑信徒)는 석존이다.
<六度集經 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