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의경(佛說意經)
서진(西晋) 월지국삼장(月氏國三藏)축법호(竺法護)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사위성(舍衛城)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혼자 방안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 때문에 세상에 끌려가고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무엇 때문에 세상에 나고 세상에 나서는 윤회에 들어가는가.’
이에 그 비구는 오후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비구는 한쪽에 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오늘 방안에 혼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무엇 때문에 세상에 끌려가고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무엇 때문에 세상에 나고 세상에 나서는 윤회에 들어가는가.'” “장하고 장하다, 비구야. 너는 현명한 도를 가졌고 현명한 관찰을 가졌으며 좋은 변재가 있고 좋은 생각을 가졌다. 비구야, 너는 ‘무엇 때문에 세상에 끌려가고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무엇 때문에 세상에 나고 세상에 나서는 윤회에 들어가는가’라고 물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뜻[意] 때문에 세상에 끌려가고 뜻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뜻 때문에 나고 나서는 윤회에 들어가느니라.
비구야, 그것이 있어서 우리로 하여금 세상에 끌려가고 고통을 받으며, 세상에 나고 나서는 윤회에 들게 하느니라.
비구야, 거룩한 제자 무소착(無所著: 아라한)은 그가 끌고 그가 가며 그가나고 나서는 윤회에 들어간다. 비구야, 거룩한 제자 아라한은 스스로 제 뜻을 다스리고 그 뜻을 따르지 않느니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좋아하고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많이 아는 비구를 말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많이 아는 비구란 얼마나 알아야 많이 아는 비구라 하나이까. 또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를 많이 아는 비구라 하나이까?” “장하고, 장하다. 비구야, 너는 도를 가졌고 현명한 관찰을 가졌으며 좋은 변재로 훌륭한 말을 하였다. 비구야, ‘너는 세존께서는 많이 알고 많이 아는 비구를 말씀하시니, 얼마나 알아야 많이 아는 비구라 하며, 또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를 많이 아는 비구라 하나이까’라고 이렇게 물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로서 계(契)[첫째]ㆍ가(歌)[둘째]ㆍ기(記)[셋째]ㆍ게(偈)[넷째]ㆍ소인(所因)[다섯째]ㆍ법구(法句)[여섯째]ㆍ비유(譬喩)[일곱째]ㆍ소응(所應)[여덟째]ㆍ생(生)[아홉째]ㆍ방등(方等)[열째]ㆍ미증(未曾)[열한째]ㆍ법설(法說)[열두째]을 아는 이를 나는 말한다.
비구야, 선남자로서 네 글귀 게송을 내게 설명하여 그 이치를 알고 법을 알며 법을 따라 행하여 법과 함께 있으면, 그런 비구가 많이 아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많이 아는 비구를 말하느니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잘 생각하고는, “좋다” 하고 즐겨 하며 “옳다” 하였다. 그는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는 이미 법을 듣고 법을 이미 들은 비구는 지혜가 빠릅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를 ‘비구가 이미 법을 듣고는 지혜가 빠르다’고 말씀하시나이까? 여래께서는 어떤 비구를 ‘비구가 법을 듣고는 지혜가 빠르다’고 하시나이까?” “장하고, 장하다, 비구야, 너는 현명한 도를 가졌고 현명한 관찰을 가졌다. 좋은 변재로 훌륭한 말을 하였다.
비구야, 너는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가 이미 법을 듣고 이미 법을 들은 비구는 지혜가 빠릅니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를 비구가 이미 법을 듣고는 지혜가 빠르다고 말씀하시나이까’라고 이렇게 물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비구로서 ‘괴로움’이란 말을 듣고 지혜로써 그 진실을 알고 ‘괴로움의 원인’ㆍ’괴로움의 사라짐’ㆍ’괴로움이 사라져 머무르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지혜로써 그 진실을 알고 ‘괴로움의 원인’ㆍ’괴로움의 사라짐’ㆍ’괴로움이 사라져 머무르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지혜로써 그 진실을 알면 그런 비구는 ‘비구가 법을 듣고는 지혜가 빠른 비구이다. 나는 그런 비구를 비구가 이미 법을 듣고는 지혜가 빠른 비구이다’라고 말하느니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좋다” 하고 즐겨하며 “옳다” 하였다. 그리고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는 총명하고 변재가 빠르나이다.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비구란 어떤 비구를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비구’라 하시나이까? 여래께서는 어떤 비구를 ‘총명하고 지혜 있으며 변재가 빠르다’고 말씀하시나이까?” “장하고, 장하다. 비구야, 너는 현명한 도를 가졌고 현명한 관찰을 가졌으며 좋은 변재로 좋은 말을 하였다.
비구야, 너는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는 총명하고 지혜가 빠릅니다. 총명하고 변재가 빠른 비구란, 어떤 비구를 총명하고 지혜 있으며 변재가 빠른 비구라 하나이까? 여래께서는 어떤 비구를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변재가 빠른 비구라고 말씀하시나이까’라고, 이렇게 물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이른바 그 비구는 자기도 생각하지 않고 남도 생각하지 않으며, 두 가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비구는 다만 뜻[意]을 생각하고는 자기도 이익되게 하고 남도 이익되게 한다. 그는 세상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하늘과 사람을 이치로써 이익되게 한다.
비구야, 이런 비구는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비구다. 나는 이런 비구를 총명하고 변재가 있으며 지혜가 빠른 비구라고 말하느니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잘 생각하고 받들어 지니고 외워 읽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주위를 돌고는 하직하고 돌아갔다.
세존께서 이렇게 타이르셨기 때문에, 그는 고요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고요히 머물렀다.
이른바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믿고 즐겨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을 닦고 법을 보아 신통을 얻고 도를 증득하여 머물렀다. 그리하여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할일을 이미 마쳐 명색(名色)만이 있는 줄을 진실로 알았다.
그리하여 그 존자는 법을 알고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