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강기슭을 피해서

공포의 강기슭을 피해서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서쪽에 있는 쿠센미국의 쿠시라원(園)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수행자들에게 설법하시었다.

『네 마리의 흉악한 독사를 넣은 궤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곁으로 다가온 사나이에게 말하기를,

『이 궤짝을 너에게 주겠다. 이 궤짝 속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들어있다. 너는 이 독사를 조심조심 다루어 먹을 것을 주고 더운물을 먹이고 쓰다듬어 주고 해서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 만약 소홀히 다루 어서 한 마리라도 병이 나면 너를 죽여버리겠다. 설사 죽이지는 않더라도 반은 쳐 죽이겠으니 그렇게 알고 십분 주의해야 된다. 알았지?』

갑자기 이런 말을 들은 그 사나이는 놀라서 궤짝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니까 등 뒤에서 그 사람은 또 말했다.

『다섯 사람의 원수가 칼을 빼들고 너를 쫓아가고 있다. 정신 차려서 가거라.』

사나이가 뒤를 돌아보니까 정말 다섯 사람의 원수가 칼을 휘두르며 쫓아오고 있지 않은가! 그는 네 마리의 독사에다 또 다섯 명의 원수에 쫓기면서 정신없이 뛰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사나이가 그에게 일러주었다.

『너에게는 여섯 명의 도적떼가 쫓아오고 있어서 틈만 있으면 죽이려고 하고 있다. 주의해라.』

네 마리의 독사와 다섯 명의 원수와 여섯 명의 도적떼가 그를 죽이려고 쫓아갔다. 이들에게 쫓긴 그 사나이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마을로 뛰어 들어가서 어느 빈집에 몸을 숨기고 한숨 쉬려고 집안을 둘러보니까 그 집은 낡아빠져서 당장 무너져 내릴 것 같았고, 기둥도 마루도 썩고 삭아서 형편이 없었다.

그 때 누가 그에게 충고를 했다.

『이 마을은 무인촌이다. 사람이라곤 강도들뿐이다. 여기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그들이 너를 죽일 것이다.』

그는 또다시 놀라서 그 마을을 빠져 나왔다. 정신없이 뛰어가니까 물살이 센 큰 강가에 이르게 되었다. 이 쪽 강가에는 여러 가지 무서운 것들이 있는데, 건너편 강가에는 무서운 것은 하나도 없고 선들바람이 불고 있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있다.

그러나 건너갈 다리도 없고 타고 갈 배도 안 보인다.

『나무와 풀로 뗏목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건너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나무와 풀을 주워 모아서 작은 뗏목을 만들고 손과 발로 노를 삼아 천신만고 죽을힘을 다 하여 물살을 헤치고 간신히 강을 건너, 건너편 강가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는 비로소 네 마리의 독사도 다섯 명의 원수도, 여섯 명의 도적떼도, 마을의 강도들도 쫓아올 수 없는 안락한 곳에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석존께서는 이야기를 끝마치시고 다시 이 이야기의 비유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 하시었다.

『궤짝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육체이다. 우리들의 육체는 부모의 정기(精氣)를 받아서 땅, 물, 불, 바람 의 네 가지 원소로 되어있다. 네 마리의 독사라는 것은 땅, 물, 불, 바람의 네 가지 원소를 말하는 것 이다. 이 네 가지 중에서 한 가지라도 비정상적이면 우리들은 당장 죽게된다. 만약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만한 고통을 받는다.

다섯 사람의 칼을 가진 원수라고 하는 것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오온(五蘊)을 말하는 것이다. 여섯 사람의 도적은 눈, 귀, 혀, 몸, 의(意), 육근(六根)의 애희(愛喜)를 뜻한다. 무인촌이란 육근을 비유한 것인데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육근은 실로 부스러지기 쉽고 변하기 쉬운 무상(無常)한 것이다. 무인촌의 강도들은 이 육근의 대상이 되는 색(色), 소리, 향기, 맛, 촉(觸), 법(法)을 말함인데 즉 외계물을 가르키는 것이다.

이것들은 마음에 합당한 것이나, 합당하지 않는 것이나를 막론하고 모두 육근을 해치고 만다. 물살이 세다는 것은 삼계(三界)의 망견(妄見)의 흐름 욕계(欲界)의 모든 번뇌의 흐름, 생사유전(生死流轉)의 흐름, 무명(無明)의 흐름의 네가지 급류(急流)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들은 언제나 이 세 가지 물살의 흐름에 휘말려 떠돌고 있는 것이다.

큰 강이라는 것은 욕(欲), 색(色), 무색(無色)의 삼계(三界)의 애욕이다. 무서운 것이 많은 이쪽 강가라는 것은 자기 몸에 비유한 것이다. 산들바람이 불고 꽃이 만발한 건너편 강가는 열반에 비유한 것이다. 땟목은 팔정도(八正道)를 말함이고 손과 발을 노 대신으로 강을 건넜다함은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여 수행함을 비유한 것이다.』

비유의 의미를 풀이하신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이 비유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대들은 내가 지금 이야기 한 것을 조 용한 나무 밑, 깨끗한 암자나 방, 인적이 고요한 산 속에서 풀로 자리를 마음 깊이 사유(思惟)해야 할 것이다.』

<雜阿含經第四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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