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인선경(佛說人仙經)

불설인선경(佛說人仙經)

서천 역경 삼장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명교대사(明敎大士) 신(臣) 법현(法賢)이 조서를 받들어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함께 나제가성(那提迦城) 곤좌가(崑左迦) 정사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난(阿難)은 혼자서 한 곳에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전에 말씀하시기를, (여러 나라와 여러 성, 이를테면 앙아국(盎國)·마가타국(摩伽陀國)·가시국(迦尸國)·교살라국(憍薩羅國)·밀이사국(蜜沙國)·대역사국(大力士國)·분나국(奔拏國)·소마국(蘇摩國)·아설가국(阿說迦國)·박제국(嚩帝國)·구로국(俱嚕國)·반좌국(半左國)·박차국(嚩蹉國)·수라서나국(戍囉西那國)·야박나국(夜嚩那國)·감모야국(甘謨惹國) 등 여러 나라에서 죽은 성문(聲聞)들은 이미 죽어서 벌써 다 어느 곳에 가 태어났다)고 하셨다. 오직 저 마가타국의 여러 우두머리 되는 우바새(優娑塞)들이 다 죽어서 마가타국이 텅 비다시피 되어 사람이 없는데, 어찌하여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는 그들이 어디 가서 태어났다는 것을 말씀하시지 않으실까?’

그리고는 바로 일어나 부처님께 가서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절을 하고 나서 앞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 전에 말씀하신 여러 나라에서 죽은 성문들이 다 어떤 과보를 받아서 다른 곳에 태어났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사옵고, 나아가 그밖에 들은 여러 가지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사오며, 나아가 나제가성의 우바새가 태어난 곳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저 나제가성의 다음 500인의 우바새들 역시 이미 죽어서는 세 가지 장애를 잘 끊어서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여 났다 죽었다 하는 물결을 거슬러 일곱 번 인간에 왔다가 일곱 번 천상에 태어나서 고통의 밑바닥까지 다 없애어 틀림없이 보리(菩提)를 얻으리라 하셨고, 또 나제가성의 300인의 우바새들 역시 목숨을 마치매 그들은 세 가지 장애와 탐냄[貪]·성냄[瞋]·어리석음[癡] 등을 잘 끊어서 한 번 인간에 와서 괴로움의 밑바닥을 깨달아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으리라 하셨고, 또 저 나제가성의 250인의 우바새들은 목숨을 마치매 다섯 가지 번뇌와 따라다니는 번뇌[隨煩惱]를 끊어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여 인간에 돌아오지 않으므로 다시는 윤회하지 아니하리라고 하신 이러한 것들을 다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오직 마가타국의 여러 우두머리 우바새들이 죽은 후에 나라가 텅 비다시피 되었는데도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유독 그 우바새들이 태어난 곳을 말씀하시지 않사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시옵기 바라나이다. 마가타국의 여러 우바새들은 지금 어느 곳에 태어났사오며, 그들이 닦은 행업(行業)으로 어떤 과보를 받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또 저 마가타국의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바른 법을 알고 승가(僧伽)를 받들어서 목숨이 다하도록 생각하여 잊은 적이 없었나이다. 그가 목숨을 마친 뒤에 온 백성들이 입을 모아 왕의 덕행을 칭찬하여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우리 임금님은 바로 법왕이시다. 바라나니 이 법왕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훌륭한 복락과 행복을 누리소서.’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왕이 태어난 곳과 그가 마음속으로 바라던 바와 과위(果位)에 이르기까지를 말씀하시지 않사옵니까?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낱낱이 자세하게 가르쳐 주옵소서.”

아난은 이 말을 마치고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마가타국은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곳이라 가장 거룩하여 비할 데 없사옵니다. 이 왕은 그 나라의 왕이었으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가 태어난 곳을 말씀하여 주시옵기 바라나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아난의 청을 받으시고 잠자코 계셨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는 것을 보고 자기의 청을 받아들이신 것으로 알고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절하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이 때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시고 다음 날 새벽 걸식할 시간이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나제가성에 들어가시어 차례로 다니시며 밥을 빌어서 품찬(品饌)을 얻어 가지고 본디 처소로 돌아와서, 가사를 벗고 발을 씻고 나서 자리를 펴고 진지를 잡숫고 나서 잠깐 거닐다가 본 자리에 돌아와 아난이 물은 바를 관찰하셨다.

‘마가타국왕과 여러 우바새들이 여기서 몸을 버리고 어디 가서 태어났을까, 또 무슨 행원(行願)으로 어떤 과보를 받았을까?’

이러한 관(觀)을 하실 때에 부처님의 신통으로 허공에서 소리가 들리며 이름을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인선(人仙)이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인선이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성문들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그 때 마침 성문 대중들은 빙 둘러앉아 있었다. 아난 존자가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세존 발에 절하고 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통 때보다 훨씬 존안(尊顔)이 화열(和悅)하시옵니까?”

이 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물은 바 마가타국의 빈바사라왕과 여러 우바새들이 여기서 몸을 버리고 어디 가서 태어났으며, 무슨 행원으로 어떤 과보를 받았느냐에 대해서는 내가 그 물음에 대답할 때가 아직 안 되었으므로 세상 사람과 같음을 보여 기억만 하고 있었노라. 그 밤을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밥 먹을 때가 되어 성에 들어가 밥을 얻어 가지고 본 처소에 돌아와서 밥을 먹은 뒤에 잠깐 거닐다가 다시 본 자리에 와서 너의 물음에 대답할 때가 되었다 생각하고, 마가타국 왕과 여러 우바새들이 여기서 죽어서 다른 곳에 태어나게 된 행원과 과보가 이러한 것을 관찰할 적에 나의 신통으로 공중에서 소리가 났는데, ‘세존이시여, 저는 인선입니다. 선서시여, 저는 인선입니다’하고 외쳤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전에 이런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직 그러한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 이름을 들으니 몸의 털이 곤두섭니다.”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자, 다시 또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바로 빈바사라왕입니다. 선서시여, 저는 바로 빈바사라왕입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을 향하여 두세 번 이름과 성을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난 세상에 인선이었는데,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임금이 되어 수다원(須陀洹)의 과를 증득하였습니다. 이제 일곱 번째로 비사문 궁전에 천왕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이름을 또 인선이라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비사문천왕의 아들이 되어 능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의 미묘하고 적정하고 안락한 취지를 깨달아 알고, 다음 세상에 사다함(斯陀含)의 과를 증득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을 듣고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그대 인선이여, 매우 훌륭하고도 매우 훌륭하도다. 네가 능히 이렇게 닦아서 게으르지 아니하구나. 먼저 어느 곳에서 무슨 인연으로 수다원의 과를 얻었느냐?”

인선이 대답하였다.

“제게 별다른 인연은 없사옵고 다만 부처님의 법이 미묘하고 가장 훌륭한 줄만 알고 깊이 믿고 받들어 행하였더니, 초과(初果)를 증득하였사옵니다.”

또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국천왕(持國天王)의 명을 받잡고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의 처소에 갔었는데, 이로 말미암아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곤좌가 정사에 계실 적에 혼자 강당에서 ‘마가타국 왕과 여러 우바새들이 여기서 죽어서 어느 곳에 가서 태어났으며, 무슨 행원으로 어떤 과보를 받았는가?’하시며 이와 같은 일을 관찰하시고, 말씀하시고자 하심을 보고 알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왕 비사문 처소에서 직접 이 일을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않았나이다. 이러므로 제가 이제 이 인연으로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이 일을 말씀드리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인선아,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네가 마땅히 자세히 말하여라.”

인선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한때에 제가 듣자오니 아버지 비사문천왕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 성자(聖者)여, 마땅히 열심히 들어라. 내가 지나간 옛적에 삼십삼천의 설법하는 모임에 있을 적에 여러 하늘들이 다 모였다. 호세천(護世天)도 이 회상에 참례하여 각기 제 방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국천왕은 동방에 자리잡고 서쪽을 향해 앉았으며, 증장천왕은 남방에 자리잡고 북쪽을 향해 앉았으며, 광목천왕(廣目天王)은 서방에 자리잡고 동쪽을 향해 앉았으며, 나는 북방에 자리잡고 남쪽을 향해 앉았으며, 법을 들으려는 여러 무리들은 호세천왕 앞에 앉았었다.’

이 때에 여러 하늘들과 호세천 등이 모두 법을 듣기 위하여 이 설법회에 나왔었다. 모두 법을 듣고 본궁으로 돌아가려 할 적에 갑자기 큰 빛이 나타나서 이 법회를 비추니, 여러 하늘들의 광명이 가려져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에 제석천주(帝釋天主)가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이제 이 큰 광명이 법회를 비추어 우리 여러 하늘 광명과 색상(色相)을 가려 나타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오래지 않아서 대범천왕이 이 회중에 올 것이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범천왕이 행차하는 곳에 먼저 상서를 나타내느니라. 너희들은 본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그가 무슨 인연으로 이런 광명을 나타내는지 알아보아라.’

여러 하늘 무리들과 호세천이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명을 받고 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나아가 나타난 광명을 분명히 알고자 합니다.’

그 때에 대범천왕이 동자의 모양으로 법회에 나타나니, 머리에 상투 다섯 개가 있었는데, 빛깔과 모양이 아름답게 갖추어 있었다. 그 회중에서 곧 게송을 읊어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부처님 세존께 귀의하여라.

세간의 환히 밝은 눈이 되시도다.

미묘하고 깊은 교법 잘도 말씀하시어
고요한 그 내용을 얻게 하시네.

너희들 여러 하늘 그 무리들의
위력과 그 모양과 모든 색상(色相)은
부처님 범행(梵行) 닦아 얻어서
이로 말미암아 하늘에 난 것이네.

또다시 맑은 행 닦는 이 있어
색상과 목숨 명예 모두 갖춤은
이런 이 지혜 많은 부처님 제자
오래지 아니하여 여기에 나리.

하늘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큰 기쁨 일으켜
부처님 세존께 귀의하여서
법 가운데 묘한 법을 굳게 믿었네.

범왕이 게송으로 말할 때에
미묘한 다섯 소리 갖춰졌도다.

깊디깊은 번개 천둥 구름 속같이
듣는 이면 진실로 좋아한다네.

대범천왕이 게송을 말할 때에 다섯 가지의 묘한 음성을 갖추었다. 다섯 가지 소리는, 대범음(大梵音)과 가릉빈가음(迦陵頻伽音)과 큰 북소리와 큰 우레 소리와 애락음(愛樂音) 등이다.

또 저 범왕이 그 회중에서 동자의 형상을 변화하여 다시 큰 몸을 나타냈다. 왜 그렇게 했느냐 하면, 대범천왕은 대중들이 마음으로 즐거워함을 따라 그 몸을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나타내 보인 큰 몸에 두 가지 덕이 있으니, 훌륭한 모습을 갖추는 것과 명예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비유하면 황금이 두 가지 덕이 있으니, 이른바 빛깔과 이름인 것과 같다. 대범천왕이 대중 앞에서 두 가지 형상을 나타내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범왕이 법회에 이를 때에 회중에 있던 하늘 무리들이 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또 예의를 차리지도 않더니, 이 때에 하늘 무리들이 합장하고 서서 각기 생각하기를, ‘아아, 사바세계의 주인 되시는 대범천왕이시여, 이 회중 앞에서 나타낸 몸보다 더 큰 몸을 다시 나타내소서’ 하자, 이 때에 범왕이 하늘 무리들의 마음속을 알고 큰 몸을 변화하여 배나 더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올라가 가부좌하고 앉으니, 마치 큰 역사(力士)가 땅 위에 앉는 것 같았다. 대범천왕 역시 이와 같았다.

그 때 대범천왕이 다시 하늘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나타낸 바 큰 몸은, 이것이 4신족(神足)의 힘이니라.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다 아시고 다 보시며, 능히 말씀하시고 닦으시며, 또 능히 나타내실 수 있다. 이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성심으로 신족을 닦을 것이며, 신통을 나타내어 큰 이익을 지을지니라. 4신족이라 함은, 의욕[欲]·정근[勤]·마음[心]·지혜[慧] 등이니라.’

이 때에 하늘 무리들이 또 생각하기를, ‘아아, 대범천왕이 우리 하늘 무리들을 변화시키어 낱낱이 다 범천왕과 같이 되며, 낱낱 범천왕의 품속에 한 천왕씩 앉게 하여지이다’고 하였다. 그 때 대범천왕은 하늘 무리들의 마음을 알고 신력으로 여러 하늘의 몸을 거두어들여 변화하여 범왕의 몸으로 만들고, 각기 품속에 한 천왕씩 앉게 하여 저 하늘 무리가 생각하던 대로 다 만족시켜 큰 안락을 얻게 함이, 마치 찰제리 왕이 아버지의 관정(灌頂)을 받아 왕위(位)를 이으면 마음이 만족하여 큰 안락을 얻는 것과 같이 저 하늘 무리들도 그와 같았다.

그 때 대범천왕이 다시 하늘 무리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 여러 하늘 무리들과 호세 등은 마땅히 한마음으로 들어라. 모든 성자여, 오직 부처님 여래·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만이 4신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실 수 있으시며, 오래 닦아 익히시며 크게 변화하실 수 있으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지성스런 마음을 내어 부지런히 닦아 익혀 마음대로 변화하여 큰 이익을 지을지니라.’

이 때에 범천왕의 품속에 앉았던 여러 천왕들이 저마다 의심하기를 ‘오직 하나의 대범천왕만이 있는데 우리가 그 품속에 앉았거늘 어찌하여 말할 때엔 여러 하늘들이 다 말하고, 만일 대범천왕이 잠잠할 때엔 여러 하늘들도 또한 잠잠할까?’ 하고 이상하게 여겼다. 제석천주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대범천왕은 우리들 하늘 무리의 본디 형상을 거두어들여 하나의 큰 형상을 나타내고 우리의 품속에 앉게 하소서.’

대범천왕은 제석의 이와 같은 생각을 알고 하늘 무리들의 형상을 거두어들여 하나의 큰 형상을 나타내고, 제석의 품속에 가부좌하고 앉았다. 대범천왕이 마땅히 이와 같은 신족의 힘으로 여러 가지로 변화해 보이고는 또 여러 하늘들과 호세 등에게 말하였다.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이 4신족의 힘과 성문의 법으로 먼저 교화하여 제도한 이가 마가타국의 8만 우바새이라. 그들은 세 가지 장애를 잘 끊고 고통의 변제(邊際)까지 없애어 수다원의 과를 증득하여 천상과 인간에 일곱 번씩 가고 오나니,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난 이도 있고, 화락천(化樂天)에 난 이도 있으며, 삼십삼천에 난 이도 있고, 사왕천에 난 이도 있으며, 인간의 큰 찰제리 왕궁에 난 이도 있고, 우두머리 큰 바라문의 집에 난 이도 있고, 우두머리 큰 장자의 집에 태어난 이도 있다.’

또 하늘 무리들은 생각하기를 ‘아아, 어떻게 해야 부처님 네 분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알게 될까?’ 하였다. 다시 또 생각하기를 ‘아아, 어떻게 해야 부처님 여덟 분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알게 될까?’ 하였다. 대범천왕은 또 하늘 무리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 다시 말하기를 ‘너희들 하늘 무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네 분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기를 생각하거나 나아가 여덟 분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내가 부처님께 들으니, 두 분 부처님께서 동시에 세상에 출현하시는 일이 없다고 하셨으니, 어찌 네 분, 여덟 분 부처님께서 동시에 세상에 나오시겠느냐? 너희들은 다만 원하기를 (우리 부처님 세존의 번뇌가 없는[無漏] 몸이 수명이 길으시어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러지이다)라고 하여라.’

하늘 무리들은 또 생각하기를 ‘대범천왕이 어떻게 우리들의 마음을 낱낱이 아시는가?’라고 하며, 여러 하늘들이 놀래어 두려워하여 마음으로 근심과 번민을 품었다. 그 때에 대범천왕이 여러 하늘 무리들과 호세 등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한마음으로 들어라.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일승법(一乘法)을 말씀하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근심·슬픔·괴로움·번민 따위의 걱정을 멀리 여의어 다 깨끗이 하고 진실한 이치를 증득하게 하셨다.’

그리고는 또 말하였다.

‘세 가지의 법을 여래께서 다 아시나니, 무엇이 세 가지냐 하면, 어떤 사람이 먼저 몸의 나쁜 짓[惡業]과 뜻의 나쁜 짓을 하고는 뒤에 좋은 벗을 사귀어 묘한 법을 듣고 한마음으로 생각하여 몸의 나쁜 짓을 끊고 몸으로 착한 짓을 하며 뜻의 나쁜 짓을 끊고 뜻으로 좋은 일을 하면, 이 사람은 즐거움 가운데 즐거움을 내고, 좋은 마음 가운데 좋은 마음을 내게 되리니,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기쁜 가운데 더 기쁨을 내고, 기쁨에 다시 더 큰 기쁨을 내는 것과 같이, 저 사람의 즐거움도 또한 이와 같으니, 이것을 제1종법(種法)이라 하느니라. 다음에 어떤 사람이 먼저 5욕(慾)을 탐하여 나쁜 짓을 하다가 뒤에 착한 벗을 친하여 묘한 법을 듣고 한마음으로 생각하여 욕락을 버리고 또한 다시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며, 이 사람은 즐거움 속에 다시 즐거움을 내고 기쁨 속에 다시 기쁨을 내나니, 비유하면 사람이 기쁨 가운데 더 기쁨을 내고 기쁨이 다시 기쁨을 내는 것과 같이 이것도 또한 그러하니, 이것을 제2종법이라고 한다.

다시 어떤 사람이 좋지 못한 법도 여실히 알고 좋은 법도 여실히 알며, 더 나아가서는 고(苦)·집(集)·멸(滅)·도(道)까지 여실히 알고, 뒤에 착한 벗을 사귀어 착하지 못한 법과 착한 법으로부터 고·집·멸·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에 갑절이나 정미롭게 깨달으면 이 사람은 즐거움 속에 즐거움을 내고 기쁨 속에 기쁨을 내나니,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기쁨 속에 더 기쁨을 내고 기쁨에 다시 더 큰 기쁨을 내는 것과 같이 이것도 또한 그러하니, 이것을 제3종법이라 한다.’

대범천왕은 또 여러 하늘과 호세 등에게 말하였다.

‘성자들이여, 마땅히 한마음으로 들어라.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저 부처님 세존께서 다 아시고 보시느니라. 무엇이 네 가지냐 하면, 몸[身]·받음[受]·마음[心]·법[法]이다. 여래께서 지혜로 이 네 가지의 법을 관찰하시어 안이나 밖이나 여실히 깨달으시고 지혜가 앞에 드러나며, 닦아 익히기를 원만히 하여 보리(菩提)의 일승정법(一乘正法)을 잘 말씀하시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다 청정하게 하여 근심·슬픔·고통·번민 따위를 여의고 묘한 진리를 증득하게 하신다.’

대범천왕은 또 여러 하늘과 호세 등에게 말하였다.

‘성자들이여, 마땅히 한마음으로 들어라. 여덟 가지의 바른 길[八正道法]이 있으니,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다 아시고 보신다. 무엇이 여덟 가지냐 하면, 정견(正見)·정사유(正思惟)·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정진(正精進)·정념(正念)·정정(正定)이니라. 이러한 여덟 가지 바른 길이 곧 삼마지(三摩地)에 쓰는 법이니, 만일 이와 같이 정사유를 얻어 범행을 지녀 닦아 익혀서 원만하게 하면 범천에 나는 과보를 받는다.’

또 정어는 온갖 말을 바로 잡아 모든 형상을 원만히 하고 범행을 바로 말하며 분별하여 여실한 가르침을 나타내며, 여실한 뜻을 얻고 바른 말을 말하여 감로문(甘露門)을 열어서 일승정법을 보여 온갖 중생을 다 깨끗하게 하여 근심 ·슬픔·고통·번민 따위를 여의고 묘한 진리를 증득하게 한다.”

이 때에 인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말한 여러 가지 법들은 다 대범천왕이 제석궁에서 삼십삼천과 네 호세와 그리고 하늘 무리들을 위하여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비사문천왕이 본궁에 돌아와서 저를 위하여 말씀하신 것을 제가 다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았사온데, 여래의 큰 위력을 입고 존자 아난이, 빈바사라왕이 태어난 곳과 행원과 과보를 알고자 하므로 제가 지금 부처님께 여실히 여쭌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칭찬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가 참 잘 말하였도다.”

그 때에 인선이 이 법을 말하니, 아난 존자와 여러 회중은 이 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여 믿고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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