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과 목갈라나의 입멸
석존께서 마갈타국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석존은, 기원정사에서 五백인의 제자를 데리고 라에츠성의 여름 거처로 가려고 했다. 사리불도 이 여름 안거(安居)에 수행해서 사색에 몰두하려고 제자를 천二백五○인이나 수행시켰기 때문에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갈라나는 이 여름 안거가 끝나면 멀지 않아서 입멸(入滅)할 시기에 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행했던 약 二천명의 수도자는 九○일간 라에츠성의 카란다죽원에서 정숙하게 안거를 마쳤을 때, 석존은 사리불을 향해서,
『나는 지금, 등이 약간 아파서 휴식하려고 생각하는데 네가 나의 대리로 이 제자들에게 법의(法義)를 설법해주지 않겠느냐?』
라고 말씀하셨다.
『저의 마지막 설법이 되므로 미흡하나마 임무를 다하겠습니다.』
사리불은 삼가 수락했다. 석존은 불교 교단의 모든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벗고 오른쪽 어깨를 땅에 대고 휴식을 했다.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중으로 향했다.
『여러분, 저는 처음으로 세존의 문하로 들어가 四개월 동안에 四변재(弁才)를 얻어 법의를 증득(證得)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세존의 허가를 얻어 나의 이해 체득한 것을 무엇이든지 여러분들의 물음에 응해서 강설하겠습니다.
가령 四변에 대해서, 또한 四의단(意斷), 四신족(神足), 四체(諦) 등에 대해서 모두 의심스러운 데가 있으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꺼이 여러분의 질문에 답변하겠습니다. 뒤에 가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질의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리불은 이같이 대중들의 질의를 구했다.이 때에 동료인 목갈라나(大目運)는 옷을 입고 바리때를 가지고 성하로 수행(修行)을 하러 나가 있었다.
그런데 불교에 반대하는 당시의 사상가들이 목갈라나의 모습을 보고 저 멀리에 보더니 저마다,
『저기에 오는 것은 석존의 제자 중에서도 제일 높은 제자인 목갈라나이다. 그놈을 여럿이서 둘러 쌓아서 타살하도록 하자.』
이렇게 서로 주고 받더니 각자가 지팡이, 몽둥이, 돌, 기왓장 같은 것을 손에 쥐고는 목갈라나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목갈라나가 나타나자 그들은 한꺼번에 와하고 나타나서는 그를 둘러싸고 다짜고짜로 두드리고, 차고, 때리고 실컷 목갈라나를 괴롭힌 다음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런 폭도들의 습격을 받고 목갈라나는 온 몸에 심한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기력을 잃을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그는 정사로 되돌아 가려해도 한 발자국도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통력에 있어서 불제자 중에서 제 一인자라고 호칭되는 그는 그 신통력으로 정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정자에 들어가보니 사리불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므로,
『사리불, 나는 지금 성하에서 외도(外道)의 폭도에게 습격을 당하여 뼈도 살도 다 문드러져서 신체의 마디마디가 쑤셔 어떻게 할 수 없는 형편일세.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무리하게 여기까지 돌아왔네.』
이렇게 겨우 숨을 쉬면서 알렸다.
『신족(神足)이 제일이라서 큰 위력이 있는 자네가 어째서 그런 일을 당했는가, 피할 수가 없었는가?』
『그런 의심은 당연하나 저승에서 만든 중업의 응보이므로, 이것은 도저히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하튼 이 고통으로는 살아날 수가 없다고 생각되어 사실은 자네를 만나고 싶어서 무리에 무리를 겹쳐서 겨우 돌아 온 것일세.』
『신통을 얻고, 널리 법의를 이해한 수도자는 죽음의 시기가 오지 않으면 아무리 죽음을 바라도 죽는 것이 아닌데, 너는 어째서 이 세상에 머물 것을 바라지 않고 죽음을 바라는 것인가?』
『정말로 자네가 바라듯이, 또한 세존이 항상 가르치고 있는 대로, 四신통을 얻은 자는 그러한 점은 자유이다. 만일 세존이 오래 사신다면 나도 멈추겠다. 그러나 세존이 입멸하는 시기도 가까워 왔으며 모든 생물의 수명도 극히 단명하고 일찍 죽게 되며, 나는 세존이 입멸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으므로 이 신체의 고통으로 죽으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는 잠시 기다려주게, 네가 먼저 죽겠다.』
『………………』
목련은 아무 소리 없이 대답하지 않았다. 사리불은 석존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세존님, 저는 입멸하기를 원합니다. 아무쪼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
그는 재삼 석존에게 그것을 허락해 주도록 원했으나 석존은,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엄숙하게 입을 열고는,
『너는 무슨 이유로 해서 일겁(一劫)의 동안을 이 세상에서 살지 못하는 것이냐?』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세존에게서 친히 가르침을 받았으나, 현세의 사람들은 극히 단명하여 백살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생물 전체의 생명이 짧기 때문에 부처님의 수명도 역시 짧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일겁(一劫)동안 성수(聖壽)를 보존하신다면, 저도 일겁의 수명을 보존하도록 하겠습니다.』
『네가 말하는 대로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옛날 선념서원여래(善念誓願如來)라고 말씀하시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흥(出興)하셨을 때, 사람의 수명은 八만세로, 중년에서 죽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부처님은 성도(成道)하게 된 그날에 멸도(滅度)하셨다는 사실도 있는 것이다.』
『세존, 저는 항상 세존이 일겁 동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제천(諸天)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석가문불(釋迦文佛)은 나이가 이미 八○에 달해 멀지 않아서 멸도(滅度)하시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존이 입멸하시는 것을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과거 이래 부처님의 상족(上足)은 부처님의 열반에 앞서서 입멸하는 것이 고래로부터의 관습입니다. 아무쪼록 제가 멸도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진정 네가 열반을 위할 때이다.』
석존의 허가를 얻은 사리불은 즉시 부처님 앞으로 가서 정심 정의(正心正義) 사료를 통일해서, 선정에 들어가고, 제 四선부터 나와 대중을 향해서는,
『여러분, 이 선정을 사자분속 삼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석존의 발에다 예배하기를 끝내고는 다시 대중을 돌아보면서,
『여러분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중은,
『우리들은 성자의 사리를 공양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중지해 주십시요, 말아 주십시요, 여러분의 그 뜻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부처님의 출세에 만나게 된다는 것은 희유한 행복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다시 깊이 생각해서, 계행(戒行)을 잘 존수하고 고통스러운 이 세상에서 이탈 할 수 있도록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연소한 소승이 있습니다. 그가 저의 사리를 공양 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러한 사리불의 자애스러운 계법을 들은 대중은, 모두 감격스런 눈물에 젖음과 동시에 사리불이 열반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빠른 것이라고 놀랐다.
『여러분, 제가 멸도하는 것을 보고 슬퍼해서는 안됩니다. 변화해야만 하는 것을 변화시키지 않고 놓아 둘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미산왕(須彌山王)에게도 더욱 무상한 변화는 있는 것입니다. 하물며 개자(芥子)와 같은 몸으로서는 더욱 당연한 것입니다.
금강(金剛)의 몸을 가지고 계시는 부처님 조차, 이런 열반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몸에 멸도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절대로 걱정을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드리는 고언(苦言)입니다.』
오랫동안 같이 있던 동료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한 그는 즉시로 정사로 가서 자기의 옷과 바리때를 간추리고는 죽림정사를 나와 고향으로 향했다.
잠시 동안 걸식을 하면서 길을 가다 이윽고 고향인 마소우국에 도착을 했다. 그러나 이때 그는 유행병을 앓아서 몹시 괴로워했다. 그에게는 단 한사람의 제자인 킨데가 곁에 붙어서 공양과 간호에 힘쓰고 있을 뿐이었다.
이 때, 제석천왕은 사리불의 고뇌하고 있는 마음속을 통찰하고는 순간적으로 三三천에서 모습을 없애고 사리불의 정사로 내려가서 양손으로 사리불의 발을 만지면서,
『나는 제석천왕이다.』
라고, 그 본성의 이름을 댔다.
『제석천이여, 당신의 수명은 무궁하여서 무엇보다도 행복하시겠습니다.』
『저는 성자의 사리를 공양하고 싶습니다.』
『제천은 모두 청정합니다. 그 두터운 뜻은 감사하오나 저의 사리를 공양하는데는 이 제자로서 충분합니다.』
『저는 복업(福業)을 쌓고 싶어하기 때문이므로 저의 소청을 들어 주시어 사리를 공양하도록 해 주십시요.』
『………………』
사리불에게 재삼 간곡히 소청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제석천은 고통스러운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스스로 사리불을 간호했다. 한 사람의 제자인 소년 킨데와 제석천왕의 정성어린 간호 아래 사리불은 그날 밤, 조용히 멸도에 들어갔다.
그가 입멸할 때 땅이 여섯 번 진동하고, 큰 소마가 울렸으며, 하늘의 기악이 연주되고, 그의 시체 위에는 가지가지의 기묘한 하늘의 꽃이 뿌려졌으며, 전단( 檀)의 향이 뿌려졌다. 제천은 허공에서 슬피 울었고, 흐르는 눈물이 마치 봄에 가는 비가 내리는 것과 같았다.
제석천은 그 때, 모든 묘향(妙香)을 모아서 사리불에게 공양하고 그의 사리와 유물인 의발(衣鉢)을 거두어 킨데에게 건네 주면서,
『그렇게 울고만 있으면 안된다. 이것은 너의 은사의 사리와 그의 의발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세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것을 바치고 오늘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씀 드리도록 하여라. 만일 세존이 너에게 가르침을 내리거든, 봉행(奉行)을 잘 하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이같이 위로하고 가르쳤다.
『예, 여러 가지로 고맙습니다.』
이래서 킨데는 천왕에게 깊이 감사의 말을 하고 은사의 사리와 그 의발을 목에다 걸고는 아난(阿難)의 방사로 가서,
『저의 스승인 사리불은 열반에 들어 가셨습니다. 여기에 사리와 의발을 가지고 왔으니 아무쪼록 세존에게 바치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같이 청했다.
아난은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배우고, 같이 행하고, 같이 이야기 하고, 서로 위로했던 사리불의 비보를 듣고는 크게 울었다.
『그것은 정말 수고스러웠구나. 너도 함께 세존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때의 사정을 잘 말씀드리도록 하자.』
『예.』
아난은 킨데를 데리고 석존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세존, 이 킨데가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스승인 사리불의 의발을 세존께 바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리불이 열반을 취했기 때문에 저의 마음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마음이 산란해져서 분간조차 할 수 없습니다.』
『너는 무엇 때문에 그다지도 슬퍼하느냐. 사리불이 열반을 취했다는 것이 그렇게 슬프냐?』
『예, 사리불은 이 세상에 있었을 때, 교화 설법을 좋아했고, 많은 수행자들에게 교계(敎誡)를 주었고, 싫증을 모를 정도로 교화에 대해서 진실하였고, 열심이었습니다. 지금 그 크나큰 심은(深恩)을 생각하면 슬퍼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것입니다.』
『아난, 그러지 말아라. 무상한 것을 항상 있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생이 있으면 사가 있다는 것은 자연의 원칙인 것이다. 과거의 제불도 모두가 멸도하지 않았느냐? 마치 등잔의 기름이 다 떨어지면서 불도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게 슬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세는 가령 부처님, 벽지불(酸支佛), 성왕이라고 할지라도 그 누가 영세의 육체를 지속했던 사람이 있었느냐, 이 세사에서 상주하는 것은 어느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물거품이나 안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생명을 가진 것은 반드시 죽음의 종말이 있는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또한 멸하지도 않는 것이다. 너는 지금 사리불의 사리를 가지고 왔느냐?』
『예.』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 아난은 사리를 석존의 손에 건냈다. 석존은 그 사리를 손에 받아쥐고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 사리를 가리키면서,
『이것은 사리불의 사리이다. 그는 지혜 총명하고, 고재 대지(高才大智)하며, 얼마만큼의 지혜가 있는지 전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지혜를 가진자였으며, 성격이 유화해서 싸우기를 싫어했고 항상 한적한 곳을 원해서 열심히 수행에 정진했던 나의 상족(上足)이었다.』
이와 같이 사리불의 덕망을 칭찬하고, 그의 행실이 위대하였다는 것을 찬탄했다.
친구인 사리불이 멸도하였다는 비보를 듣게 된 목갈라나는 신통력으로 즉석에서 부처님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석존을 공경 예배하고,
『세존, 사리불 성자는 벌써 멸도하였다고 하는데 저도 세존의 허락을 받고, 멸도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 석존은 무어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목갈라나는 재삼 이를 석존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석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부처님을 예배하고 그 자리를 물러나와 정사로 돌아와서 의발(衣鉢)을 정리하고 라에츠성으로부터 자기의 나라고 향했다. 많은 수도자는 그를 따라가면서 목갈라나와 함께 마소우 부락으로 갔다.
폭도에게 습격을 당하여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그 아픔에 고통을 받고 있는 그는 스스로 대지에 좌구를 깔고, 여기에 앉아서 깊이 선정(禪定)에 들어갔다.
선정에서 나와서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자유자재로, 좌우(坐), 경행을 하기로 하고, 몸 위에 불을 내고, 몸 아래 물을 내고, 또 몸 위에 물을 내고, 몸 아래 불을 발생하는 등, 一八번의 신통을 나타내더니, 그것이 끝나 다시 내려와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양발을 포개어 앉은채로 영원한 선정으로 들어갔다.
그가 멸도를 하자 천지가 진동했다. 그리고 제천이 각각 내려와서 여러 가지의 향화(香華)를 공양하고, 공중에서 기악을 연주하고, 가야금을 튕기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그에게 공양을 바쳤다.
그 때, 나라다 부락 안에 제천이 넘쳐흐를 정도로 응집해서 그의 멸도를 슬퍼했다. 정사로부터 따라왔던 많은 제자들도 많은 향화를 바치고, 은사의 멸도에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그 때, 석존은 五백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라에츠성으로부터 이 나라다 부락으로 왔다. 그리고는 맨 땅 위에다 자리를 만들고 여기에 안좌(安坐)하고는 제자들을 향해서,]
『나는 큰 손실을 했다. 나의 문하 중에서 사리불과 목갈라나에 비할 자가 없다. 이 교단 확장, 사회의 교화를 위해서 필생을 노력을 기울여 주었던 두 사람을 잃었던 것은 나의 좌우의 손을 잃은 것보다도 더 큰 손실이며, 정말로 가슴이 아픈 일이다. 너희들은 이 두 사람의 사리에 여러 가지의 향화를 모아서 공양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성자에 대하는 공경과 그 영혼을 애도해 줄 것을 가르쳤다.
<增 一阿舍經 第一八, 一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