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무토쿠라는 여인

샘무토쿠라는 여인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 정사에 계셨을 때의 일이다.

대부호인 수달장사(須達長者)에게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다. 이 딸을 낳을 때 여러 가지 좋은 길조(吉兆)가 나타났으므로 그녀의 이름을 샘무도쿠라고 짓고 금이야 옥이야 하며 애지중지 키웠다.

그 무렵, 사밧티국에서 수십리 떨어진 곳에 복증대성(福增大城)이라는 도읍(都邑)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마쿠시라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고, 그에게는 고쥬라는 아들이 있었다.

마쿠시라의 일가 일족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훌륭하다는 것을 모르고 또 한번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어 본 일도 없었으므로 옛부터 인도에 있던 바라문교를 깊이 믿고 있었다.

어느 날, 바라문의 도사(道士)가 마쿠시라의 집에 놀러 왔다가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고쥬를 보고,

『고쥬, 당신도 이젠 장가 갈 나이가 되었는데, 어째 아직도 장가를 안가고 있읍니까?』

하고 물었다.

『어디 적당한 신부감이 있어야지요. 실은 저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없나 하고 물색중(物色中)이긴 합니다만.』

『아 그래요? 그렇다면 수달 장자의 딸이 절세미인(絶世美人)인데, 그 샘무도쿠라는 아가씨라면 당신과 정말 어울리는 부부가 될 것입니다. 한 번 구혼(求婚)해 보는 것이 어떻겠읍니까?』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곧 교섭을 해봐야겠군.』

바라문의 이야기를 들은 고쥬는 매우 기뻐서 즉시 평상시에 입는 옷을 외도가 입는 옷으로, 갈아 입고 쇠로 만든 바릿대를 들고 사밧티국으로, 가서 문전 걸식(門前乞食)을 하며 마침내, 바라문이 가르켜 준 수달장자의 문전에 이르렀다. 밖에서 동냥하는 소리를 들은 샘무도쿠는 여느때와 같이 시주를 하려고 음식을 가지고 걸어 나오는 셈무도쿠를 한 번 본 고쥬, 그는 그녀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손에 든 바릿대도 놓칠듯 황홀감에 취하여 금방 연정(戀情)을 품게 되었다.

주제는 비록 남루하였지만, 남자다운 기상(氣象)을 가진 고쥬를 본 샘무도쿠 역시 사모(思慕)하는 마음이 삭 텄다. 그래서 샘무도쿠는 고쥬를 잠시 눈여겨 보다가 더러운 외도의 옷을 입고 있음을 알고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댁은 외도를 믿는 분이시군요. 외도를 믿는 분이 어째서 석존의 신자 집에 동냥을 오셨나요. 외도에는 시주를 안합니다.』

고쥬는 이 말에는 아무 대답도 안하고 함축성(含蓄性) 있는 미소를 띄우면서 묵례(默禮)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고쥬는 급히 집으로 돌아 오자 곧 부모에게,

『수달장사의 딸과 결혼시켜 주십시오.』

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부모에게 졸랐다.

『네가 정 그런다면 어디 통혼(通婚)을 해 보자.』

외아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므로 부모도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 승낙을 하고 아들을 끔찍이도 귀여워 하는 아버지 마쿠시라는 다음 날 하인을 데리고 불원천리(不遠千里) 수달장자의 집을 찾아갔다. 초대면(初對面)의 인사를 끝내고 마쿠시라는 수달 장자에게 따님을 자식의 배필(配匹)로 삼겠다고 간청을 했다.

『언젠가는 시집을 보내야하니 저로서는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 됩니다만, 그래도 저희가 모시고 있는 석존님께 의논 말씀을 드려서 석존께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더 좋은 일이니 일단 석존님의 승낙을 받고서 확답을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말미를 주시지요.』

『네, 그러면 좋은 소식을 기다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실례 하겠습니다.』

마쿠시라는 석존이란 분의 허락 있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수달 장자는 곧 석존을 찾아뵙고 딸의 혼담을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혼사의 가부(可否)를 여쭈어 보았다.

『상대방은 바라문의 신자라는데 만약 샘무도쿠가 그 집 사람이 되어서 마쿠시라의 집안은 물론 복증대성에 불교를 널리 퍼지도록 노력한다면 마쿠시라의 며느리로 주어도 좋을 것이다.』

『승낙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딸에게도 석존님의 분부를 잘 명심토록 타일러서 포교에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석존의 허락을 얻은 수달 장자는 깊이 사의를 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곧 마쿠시라에게 사람을 보내어 결혼 승낙의 뜻을 전하고 황도길일(黃道吉日)을 택하여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양가(兩家)가 모두 부자이고 천생연분(天生緣分)인 한쌍의 원앙(鴛鴦)새 같은 신랑 신부의 결혼식은 너무나 성대하고 화려하여서 성내 사람들이 모두들 놀랄 정도였다.

불교 전파의 사명을 띠고 외도의 집에 며느리가 된 샘무도쿠가 신혼의 즐거운 날을 보낸지도 벌써 몇 일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다. 시아버지 마쿠시라는 여러 명의 외도를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공양했다. 그 때 마쿠시라는 며느리를 보고,

『너도 빨리 와서 정성된 마음으로 도사님들께 공양을 바쳐라.』

하고 일렀다.

시아버지의 말을 들은 샘무도쿠는, <아마 석존의 제자인 사리붓타, 목련, 아난님이 오셨나 보다.>

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급히 와 보니, 뜻밖에 추악한 얼굴을 하고, 때 묻고 찢어진 옷을 입은 마치 지저분한 아귀같이 생긴 외도의 사람들이 거기 서 있었다.

이것을 본 샘무도쿠의 기뻤던 마음은 삽시간에 노여움과 미움으로 변하여 공양은 고사하고 시아버지에게 속은 것을 원망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잠자코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공양을 안 드리느냐?』

하고 재촉했다.

『말씀을 거역하여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공양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에게 공양을 바쳐서 행복을 얻는다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외도 사람들에게 공양을 하는 것은 악업은 될 지언정 저희같이 좋은 과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일입니다.』

샘무도쿠는 자기의 소신을 외도들이 많이 모여 있는 앞에서, 거침없이 단호(斷乎)히 피력(披瀝)하고 공양하기를 거부했다.

『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이상한 말을 하는데, 세상에 이분들보다 훌륭한 성자가 어디 있단 말이냐? 이분들이야 말로 성자이시다. 실례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석존의 이름조차 들어본 일이 없고, 더구나 그 가르침 같은 것은 알리가 없는 마쿠시라는 외도만이 이 세상에서 성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샘무도쿠의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그 불손(不遜)한 말을 책망한 것이다.

『아버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저의 친정 아버지가 지으신 기원 정사에 저희가 존경하는 대 인격자이신 석존이라는 분이 묵고 계십니다. 그 성자 석존님이 저희가 받들어 모시고 있는 분입니다. 그 분 외에는 저는 절대로 공양을 안드립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석존이란 대체 어떤 분이냐?』

석존이란 말을 처음 들은 마쿠시라는 며느리에게 물었다. 샘무도쿠는 석존의 과거지사를 죽 이야기 하였다. 석존의 탄생 긴 세월을 두고, 쌓아올린 공덕, 그 모습과 행적에 대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샘무도쿠의 이야기를 들은 외도 중의 어떤 사람은 석존의 위대함에 감탄하여 불심을 느낀 나머지,<나는 석존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훌륭한 분이 계시단 말이냐? 그러면 꼭 그 분을 뵙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만나뵈올 수가 있느냐?』

『아버님, 정말이세요? 그러시다면 공양물을 준비하여 저희집으로 모시도록 하겠읍니다.』

『네가 알아서 좋도록 하여라.』

『네.』

샘무도쿠는 너무나 기뻐서 급히 서둘러 석존님을 맞이할 모든 채비를 차렸다.

『아버님, 준비가 다 되었읍니다.』

『그래? 나는 석존을 초대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

샘무도쿠는 아름다운 꽃으로 화관을 만들고, 향을 피우며, 꽃을 뿌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껏 합장하며 빌었다.

『모든 지혜를 갖추신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 지금 마쿠시라와 그의 일족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세존님을 모시고자 원하고 있읍니다. 바라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집으로 왕림하여 주소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샘무도쿠가 뿌린 꽃은 새로 변하더니, 하늘 높이 사밧티국에 계신 석존 앞으로 날아갔다.

뜻하지 않은 새가 기원 정사에 날아드는 것을 본 아난은,

『세존님, 새가 날아왔읍니다. 누가 스승님을 초대하고 있읍니다.』

『여기서 수십리 떨어진 복증대성에 살고 있는 마쿠시라라는 외도가 나를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곧 그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불도를 교시하리라. 범종(梵鐘)을 울려서 수행자들을 모이게 하라.』

『네.』

아난은 종을 처서 동료들을 집합시켰다. 석존은 여러 제자를 거느리시고 마쿠시라의 집으로 향하셨다. 마쿠시라의 집에서는 마쿠시라 내외, 고쥬, 샘무도쿠를 위시하여 하인들까지 모두가 석존을 영접하기 위하여 문 앞에 늘어섰다.

이윽고 여러 제자가 모시는 가운데 석존은 마쿠시라의 집에 당도하였다. 공경과 숭앙하는 마음으로 석존의 왕림을 간청한 샘무도쿠는 석존의 거룩한 모습을 보자마자, 마쿠시라에게 말하였다.

『저기 오시는 분이 석존님이십니다.』

신통력과 위덕과 원만한 자애에 넘치는 석존의 거룩한 모습에 접하자, 마쿠시라의 일족은 존경과 희열에 넘치는 마음으로 공손히 석존을 예배했다.

샘무도쿠도 오래간만에 석존을 뵈옵자 너무나 기뻐서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다.

『거룩할 손 스승님 나의 지존님,

오묘한 불도를 풀어주시어,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소서.

깊으신 가르침을 듣는 사람은,

모두가 청정한 믿음을 얻어,

법열(法悅)의 기쁨을 갖게 되도다.

세상에 둘도 없는 대성자,

지대하신 자비심을 베푸시어,

저희들의 집으로 내림하시다,

아! 고마우셔라. 이제 우리는,

크나큰 가르침을 받게 되었으니,

모두가 정성된 마음으로,

세존님께 엎드려 예배합니다.』

샘무도쿠는 전단( 檀)나무로 만든 향수로 석존의 발을 씻고, 아름답게 꾸며 놓은 방으로 안내하고 산해 진미(山海珍味)로 차린 성찬(盛餐)을 석존과 제자들에게 대접하였다. 뒤이어 마쿠시라와 그의 일족도 경건한 태도로 석존님께 공양을 바쳤다.

◇ ◇

복증대성에 살고 있는 바라문과 외도들은 석존이 마쿠시라 집에 오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제각기 모여 들었다.

외도들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마쿠시라의 집은 많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매우 좁다. 필경 모두 집안으로 못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구경거리겠는데―.>

이렇게 질투심을 가졌다.

외도들이 이와같은 의혹과 질투심을 가진 것을 벌써 알고 계셨던 석존은 신통력을 발휘하시어 마쿠시라의 집을 수정(水晶)으로 변하게 하고, 집안도 정원도 넓고, 크고 깨끗하게 하시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석존을 뵈올 수 있도록 하시었다. 질투와 시기와 악의에 가득찬 외도들은 이러한 뜻밖의 광경을 보고, 또 석존의 존체를 눈앞에 대하니 악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존경심과 기쁨이 우러나왔다.

『신기로운 보배는 빛나고,

수정으로 만들어진 장자의 집,

광경 찬란하여 눈이 부시다.

제석천의 궁전도,

이렇게 웅장할 수가 있을까!

다행히 우리들 여기,

지존하신 부처님을 뵈오니,

공경하는 마음 스스로 우러나서,

경진된 마음으로 우러러 보다,

세존 여기에 계심이,

별들 사이에 달이 빛남과 같으니,

그 공덕 참으로 위대하도다.

우리들 이제 지성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리라.』

그들은 입을 모아 석존을 찬탄하였다.

석존은 마쿠시라 일가의 정성 어린 공양을 받으신 다음 불교 근본의 가르침인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교리(敎理)를 설법하셨다.

이 설법을 들은 외도들은 더욱 신앙심이 굳어져 석존께 귀의하기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석존의 가르침에 접할 기회가 없어서 외도의 사교를 믿고 있었던 마쿠시라와 그의 일족과 또 외도들까지도 샘무도쿠의 인도를 받아서 비로소 위대한 불법을 마음에 새겨 불도를 따르게 된 것이다.

이 샘무도쿠라는 부인은 현세에서만 이렇게 석존을 공양하고 포교에 힘쓴 것이 아니라, 과거 수만년 전에도 성자를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양을 게으르게 하지 않았던 독실(篤實)한 신자였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二만 년 전의 일이다. 석존이 전에 가섭여래(迦葉如來)가 나타나셨을 때의 일인데 하라나국이라는 곳에 복덕을 갖추고, 정도로 나라를 다스리는 아이밍이라는 현명(賢明)한 왕이 있었다. 이 국왕에게는 공주가 하나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금으로 된 장식품을 달고 있었으므로 킴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킴망은 원래 믿음이 굳어서 불법을 숭앙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녹야원(鹿野苑)에 있는 성자를 찾아가서,

『성자님, 저는 오늘부터 음식, 의복, 침구, 의약을 성자께 공양하겠습니다.』

이렇게 맹세한 공주는 그 후 이 네 가지 공양을 정성껏 올렸다.

어느 날 밤, 아버지 아이밍 왕은 하룻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열가지 꿈을 꾸었다.

一은 큰 코끼리가 창문으로 몸만 내놓고 꼬리는 안빠져서 고생하고 있는 꿈.

二는 맑은 물이 솟고 있는 우물이 옆에 있는데도 목마른 사람이 갈증(渴症)을 참고, 물을 마시지 않고 있 는 꿈.

三은 진주(眞珠)를 가진 사람이 진주와 보리를 서로 교환하고 있는 꿈.

四는 전단 나무와 보통나무를 무역하고 있는 꿈.

五는 넓은 과수원에 과일이 잔뜩 열려있는데 폭풍이 불어서 순식간에 과일이 모두 떨어진 꿈.

六은 작은 코끼리 때가 큰 코끼리에 쫓기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고 있는 꿈.

七은 몸에 똥이 묻은 원숭이가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며, 다른 원숭이를 더럽히므로 다른 원숭이가 피해 다니고 있는 꿈.

八은 한 마리의 원숭이가 앉아 있는 곳에 여러 마리의 원숭이가 모여와서 그 원숭이에게 관정(灌頂-수계(受戒)하여 불문에 들어갈 때, 물을 정수리에 끼얹는 의식)하고 있는 꿈.

九는 한장의 모직물(毛織物)을 열 여덟 사람이 서로 가지려고 잡아 다니고 있는데도 그 모직물이 조금도 찢어지지 않는 꿈.

十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웬지 서로 싸우고 있는 꿈.

이렇게 열 가지 꿈을 동시에 꾼 왕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지 못한 꿈 같이 여겨지고 자기의 생명에 관계가 있는 꿈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다음 날 아침 신하를 모아 놓고 길몽(吉夢)인지 흉몽(兇夢)인지를 하문(下問)하였으나, 누구하나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왕은 한 사람의 바라문을 불러서 해몽(解夢)을 시켰다.

바라문은 왕의 꿈 이야기를 듣고나서,

『대왕님, 그 꿈은 불길(不吉)한 꿈입니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수법(修法)을 행하셔야 합니다.』

『역시 흉몽이었군. 그래 그 특별한 수법이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냐?』

『대왕님이 총애하시는 킴망 공주를 죽여서 그 피로 강물을 만들고 배를 갈라서 내장(內臟)을 꺼낸 다음 그 내장으로 성의 경계를 삼으십시오. 이렇게 하시면 불행(不幸)을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왕님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무엇? 공주를 죽이라고 안된다. 그것은 안된다. 설혹 나의 목숨이 없어지더라도 귀여운 내 딸을 죽일 수는 없다.』

아이밍 왕은 비탄(悲嘆)에 젖어 침통(沈痛)한 표정으로 후궁(後宮)으로 들어가 버렸다.

근심걱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왕을 본 킴망 공주는,

『아바마마,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고 계십니까?』

하고 수심에 찬 부왕에게 물었다.

왕은 지난 밤에 꾼 열가지 꿈과 바라문이 해몽한 것을 자세히 딸에게 이야기 하였다.

『아바마마, 바라문의 해몽은 잘 믿어지지가 않읍니다. 녹야원에 가섭여래라는 훌륭한 성자가 계신데 그 분에게 꿈의 길흉을 여쭈어 보면, 어떻겠습니까? 반드시 올바른 해몽을 해 주실겁니다.』

사랑하는 공주의 의견인지라 왕은 녹야원으로 성자를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공손히 예배하고 열가지 꿈의 해몽을 간청하였다. 조용히 왕의 꿈이야기를 듣고 난 가엽여래는 차근 차근히 말씀을 시작하셨다.

『대왕, 아무 것도 두려워 하거나,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열가지 꿈은 대왕의 신변(身邊)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또 현재의 사회상(社會相)의 선악을 예보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꿈은 후세에 석가모니 부처라는 성자가 세상에 나타나서 온 인류를 교화하시고, 열반에 드신 후 즉, 석존이 입적하신 다음에 그 대 성자가 남기신 불법 가운데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예보하는 꿈입니다. 궁금하시다면 그 꿈을 자세히 해몽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꿈은 석존이 입적한 흙에 바라문, 장자, 거사, 그밖의 사람들이 자기의 일족을 버리고 출가 수도를 하여도 명리(名利)와 속된 일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에 참된 해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풍자(諷刺)한 꿈입니다.

두번째 꿈은 제자들이 석존이 남기고 가신 불법을 전하여도 바라문과 거사들은 그것을 기피하여 듣지 않음을 비유한 꿈입니다.

세 번째 꿈은 말세(末世)의 불제자는 불법을 습득(習得)하는 것을 싫어하고 오히려 속된 경서(經書)와 주술(呪術)과 가창(歌唱)에 빠져드는 것을 풍자한 꿈입니다.

네 번째 꿈은 말세의 수행자는 불전(佛典)을 외도의 세속적인 서적과 바꾸어 쓰는 어리석음을 나타낸 꿈입니다.

다섯 번째 꿈은 말세가 되면, 파계승이 많이 나타나서 착실하고 덕망있는 스님을 오히려 혐오하여 교묘한 거짓말로 이를 배척함을 비유한 꿈입니다.

여섯 번째는 말세에 무덕 무지한 중들이 공덕 많은 중이 있는 절에 몰려와 이것을 파괴하는 광경을 나타낸 꿈입니다.

일곱 번째는 파계승이 자기는 계율을 깨고, 후회함도 없이 오히려 불심이 두터운 왕과 신하들 앞에서 공덕 많은 스님을 비방하고 욕하는 것을 나타낸 꿈입니다.

여덟 번째는 무지 무덕한 중이 우두머리가 되어 덕이 있는 스님을 통괄(統括)하는 모양을 나타낸 꿈입니다.

아홉 번째는 말세가 되면 불제자들이 불법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여 열 여덟의 분파를 이루지만, 그래도 불교는 파괴되지 않음을 암시하는 꿈입니다.

마지막 꿈은 불제자들이 자기의 이익과 명예만을 생각하여 서로 비난하고 싸워서 마침내는 불법을 망쳐버리게 한다는 것을 예언한 꿈입니다.

『대왕, 당신이 꿈에 본 열 가지 일들은 대개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이지, 결코 대왕 자신의 일을 예언한 악몽은 아니므로 안심하십시오.』

가섭여래가 친절히 해몽하는 것을 열심히 들은 아이밍 왕은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왕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래의 발밑에 절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왕궁으로 돌아왔다.

이와같이 불법 수도에 있어서 착한 일을 한 킴망 공주가 지금의 샘무도쿠인 것이다.

◇ ◇

또 킴망공주가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금장식품을 하고 있었고 왕녀로 탄생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인연이 얽혀 있다.

오래전에 하라나국에 가난한 부인이 있었다. 이 부인은 날마다 장엄한 물건과 향료(香新)를 얻으러 다녔다.

어느 날 연각이라는 성자를 모신 탑을 보고 갑자기 청정한 마음이 솟구쳐 자기가 얻은 장엄한 물건으로 연각탑을 장식하고,

『지금 제가 연각탑을 장엄히 장식한 공덕으로 인하여 내세에서는 머리에 금장식을 하고 대부호의 집에서 태어나서 언제나 마음대로 시주할 수가 있고 도를 닦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탑 앞에서 빌었다. 이 가난한 부인이 킴망 공주의 전신인 것이다. 그래서 전세의 공덕으로 현재의 샘무도쿠가 된 것이다.

<佛悅給孤獨長者女得度因緣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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