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이케 부인의 이야기
석존께서 라자가하성 근처에 솟아있는 영취산에서 천이백오십명의 제자와 보살들과 함께 계셨을 때의 일이다.
라자가하성에 아쟈세라는 황태자가 있었다. 이 화애자는 악우 디바닷다의 꼬임에 빠져서 반역을 일으켜 자기의 아버지인 빈파사라 왕을 일곱 겁에 둘러쌓인 감옥에 유폐하고 아무도 왕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여러 신하에게 엄명을 내렸다.
왕에게는 이다이케라는 왕비가 있었는데 이다이케 부인은 대왕을 정성껏 섬기며 극진히 사모하고 있었으므로 대왕이 굶어죽을 것을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몸을 향수로 깨끗이 씻고 밀가루에 우유와 양젖을 섞어서 반죽한 것을 몸에 바르고 깨끗한 옷으로 가린 다음 몸에 지닌 장식품 속에는 포도주를 담아서 남몰래 감옥으로 찾아가서 왕을 위로하였다.
지금은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고 거들떠보는 사람도 없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음식을 가져와서 서럽고 기막히는 자기의 처지를 위로해주는 부인에게 대왕은 마음으로부터 감사하고 있었다.
왕은 부인이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물로 입을 적신다음 멀리 영추산 쪽을 향하여 합장하며 석존을 예배하고 부처님의 가호를 기구하면서 말하였다.
『석존님, 당신의 제자인 목련성자(木蓮聖者)는 저의 친구입니다. 원컨대 목련성자를 저에게 보내주시어 저로 하여금 팔재계(八齋戒)를 내려 주시옵소서.』
석존께서는 곧 신통력을 발휘하시어 매가 나는 것같이 빠르게 목련을 하늘로부터 왕궁으로 보내시어 매일 왕에게 친히 팔재계를 내려 주셨다. 그리고 석존께서는 설법에 능한 부루나성자(富樓那聖者)도 보내시어 왕에게 설법을 하게 하였다. 이러는 동안에 스무 하루가 지났다.
대왕은 부인이 보내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불법을 듣고 있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평온하여 몸도 축가지 않고 안색도 매우 좋고 부드러웠다.
절대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옥에 갇힌 대왕은 二十一일 간이나 절식을 하고 있었으므로 벌써 죽었으리라 하고 생각한 아쟈세왕은 옥리를 불러서 물었다.
『부왕은 아직 살아 계시느냐?』
『네 살아 계십니다. 대왕은 왕비 마마가 몸에 밀가루와 꿀을 바르고 목걸이에는 포도주까지 넣어서 몰래 매일 대왕께 갔다 드리는 것을 잡수시고 계시며 목련과 부루나성자가 오셔서는 설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막을 수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대왕은 매우 편안히 계십니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아쟈세 왕은 대단히 노하여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어마마마, 당신은 적입니다. 나의 적인 부왕과 한패인 역적입니다. 그리고 석존의 제자도 악인입니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요술을 부려서 부왕을 살려두고 있다니 무슨 짓입니끼?』
하며 노발대발하며 온갖 욕설을 퍼붓더니 별안간 칼을 빼서 어머니인 이다이케 부인의 가슴을 움켜잡으며 찔러 죽이려고 했다. 위기일발! 이 때 아쟈세앙의 종형인 기바와 총명하고 지혜롭기로 소문이 난 월광이라는 대신이 급히 달려와서 아쟈세왕에게 읍하며 이르기를,
『잠깐만 참아 주시시오. 저희들이 베다의 가르침을 듣건대 창세(創世) 이후 지금까지 많은 악왕이 왕위라는 명예에 집착하여 욕심을 낸 나머지 성은을 입은 부왕을 죽인 자가 일만팔천명이나 된다고 하지만 무도(無道)하게도 모친을 죽였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 지금까지 없었던 크나큰 죄를 범하신다면 쿠샤트리아족(왕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고 저희들도 견디기 어려운 욕을 보는 것입니다. 그래도 전하께서 감히 비도비륜(非道非倫)한 일을 행하신다면 그것은 비천한 센다라의 행위이므로 저희들은 전하를 모실 수 없습니다.』
하고 강경히 반대하며 칼자루를 잡으며 뒤로 물러섰다.
이러한 신하의 간언(諫言)을 들은 왕은 놀란 듯이,
『기바, 그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만 생각하고 어찌하여 나의 일은 생각하여 주지 않는가?』
『아닙니다. 전하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어마마마를 해치지 마시옵소서.』
『그런가? 그래, 내가 나빴다. 잘 일깨워 주었다.』
아쟈세왕은 기바와 월광의 지성을 받아들여 즉시 뉘우치면서 칼을 내던지고 모친을 해치려는 생각을 버렸다. 그러나 왕은 모친을 그대로 두면 부왕과의 관계 때문에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이 되어 외출을 못하도록 깊숙한 내실에 가두어 두고 말았다. 오히려 죽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하였던 이다이케 부인은 내실에 감금이 되어 선왕을 위문할 수도 없게 되어 슬픔만 더 해서 며칠 동안에 안색도 나빠지고 몸도 여위어서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쇠약해졌다.
부인은 피골이 상접한 손으로 합장하며 멀리 영추산쪽을 향하여 엎드려 절하고 부처님을 예배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석존께 애원을 했다.
『세존님, 먼저는 아난성자를 보내시어 저를 위로하여 주셨습니다만, 지금 저는 갇힌 몸으로 슬픈 나날을 보내며 세존님을 친히 우러러 뵈올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목련, 아난의 두 분 성자를 뵈옵게 해 주시옵소서.』
이다이케 부인이 머리를 채 들기도 전에 영추산에 계신 석존은 이 부인의 마음을 살피시어 곹 신통력을 발휘하여 부인을 위문하도록 목련과 아난에게 분부를 내리시고 석존 자신께서는 영추산에서 모습을 감추시고 곧바로 부인의 방에 왕림하셨다.
부인은 일념으로 애원한 다음 머리를 들으니 자금색의 빛을 내며 백 가지 보배가 수놓인 연꽃에 안좌하신 숭고한 석존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다. 그리고 왼쪽에는 목련이, 바른쪽에는 아난이 시립하여 모시고 제석천왕, 범천왕, 사천왕의 제천왕은 하늘에서 절묘한 꽃의 비를 뿌리면서 부처님을 공양해 모시고 있었다.
너무나 황송하고도 놀라움에 부인은 몸에 지닌 장식품을 떼어내고 몸을 땅에 굽혀 큰 소리로 울면서 석존께 아뢰기를,
『세존님의 왕림을 감사합니다. 부처님, 저는 전생에서 어떤 죄를 저질렀습니까? 어째서 이쟈세 같은 불효한 자식을 낳았는지요? 그리고 세존께서는 어떠한 인연으로 디바닷다 같은 악인을 혁족에 가지고 계십니까? 제발 불쌍한 저를 위해서 슬픔과 번뇌와 근신이 없는 곳을 가리켜 주십시오. 저는 그런 곳에 태어나고 싶습니다.
저는 이 혼탁하고 더럽고 악에 물든 세상에서는 하루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는 지옥, 아귀, 축생들이 득실거려서 언제나 고약한 것들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더러운 세상이 싫습니다. 세존님, 후생에서는 악이 없는 세상에 태어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저의 몸을 땅에 던지고 참회합니다. 오로지 바라건대는 여러 부처님이 불도를 닦아서 이룩하신 정토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이때 석존의 양 미간에서는 찬란한 광명이 흘러 나왔다. 그 광명은 금 빚으로 빛나며 시방 세계를 비치더니 다시 석존의 머리 위로 되돌아와서 수미산 같은 황금의 쟁반이 되었다. 그 금쟁반 위에 칠보로 꾸며진 나라, 연꽃의 세계, 파리( 璃)의 세계 등 청정하고도 미묘한 여러 부처의 나라가 나타났다.
이렇게 청정한 나라를 본 부인은,
『세존님, 지금 저는 여러 부처님의 청정한 나라를 우러러 볼 수가 있어서 대단히 기쁩니다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의 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바라건대는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방법과 부처님을 관견(觀見)하는 방법에 대하여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간청을 했다. 부인의 간청한 소원을 들으신 석존은 방긋 미소를 띄우셨다. 그러니까 석존의 입에서는 오색의 빛이 나타났고 그 광명은 빈파사라왕의 머리 위에 빛났으므로 대왕은 옥중에 갇혀 있으면서도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일곱겹의 담과 벽을 뚫고 석존의 거룩한 모습을 눈앞에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대왕이 석존의 모습을 뵙고 경배를 하고 이러는 동안 부처님의 신통력이 통하여 저절로 불환과(不還果)라는 성위(聖位)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 때 석존께서는 이다이케 부인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아는가? 아미타불은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념으로 서방 극락정토를 머리 속으로 생각해 보시오. 그대를 위하여 정토에 태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비유로서 가르쳐 주리라. 그리고 장차 모든 범부가 이 정토도 관견하는 청정한 도를 수행하면 그들도 반드시 서방 극락 정토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극락 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우선,
첫째로는 부모에 효도하고 스승과 선배를 따르고, 자비심을 가지고 살생을 말 것이며 십선(十善)을 닦는 것이다.
둘째로는 불, 법승의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계율을 지키는 것이다.
셋째로는 무상보리(無上菩리提)를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인과, 도리를 굳게 믿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자기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걸친 여러 부처가 도통하기 전에 수행을 하신 정토 건립의 청정한 수업(修業)인 것이고 정토 건립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설교하시고 다시 아난과 부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소홀히 들어서는 안된다. 잘 들어라. 그리고 잊지말고 깊이 생각하여라. 부처는 지금 그대들만이 아니라 어두움 속에서 헤매는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극락정토를 관견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부인은 이것을 잘 물었다. 아난, 그대는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가 여러 사람을 위하여 말하는 13가지의 관견법을 후세에 전하라. 지금부터 아미타불께서 다스리고 계신 서방 극락 정토를 관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미타(彌陀), 석가(釋迦)의 이존(二尊)의 원은 마치 잘 닦은 거울에 자기의 얼굴과 모습을 비쳐보는 것같이 명확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극락 정토의 아름다움을 보고 마음에 진실된 희열이 생긴다면 그 때에는 곧 진실한 지혜를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이다이케 부인을 보시고,
『그대는 원래가 범인이어서 관견하는 마음이 약하고 부족하며 천안통을 얻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먼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부처님에게는 특별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대에게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세존님, 저는 부처님의 힘을 빌어서 극락, 정토도 볼 수가 있겠지만 세존께서 열반하신 후에 장차 세상 사람들은 오탁(五濁)과 십악(十惡)에 물들어 사고팔고(四苦八苦)의 괴로움 속에서 극락 정토를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세계를 관견할 수가 있겠습니까?』
석존께서는 이다이케 부인을 위하여 정토를 관견하는 十三가지의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법하시었다.
1, 일몰(日沒)을 관(觀)하는 법
2, 물과 어름을 관하는 법
3, 대지(大地)를 관하는 법
4, 보루(寶樓)를 관하는 법
5, 보지(寶地)를 관하는 법
6,누각(樓閣)을 관하는 법
7, 연화대(蓮花臺)를 관하는 법
8, 불상(佛像)을 관하는 법
9, 부처님의 참모습을 관하는 법
10, 관세음보살을 관하는 법
11,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관하는 법
12, 자기의 왕생(往生)을 관하는 법
13, 정토의 여러 가지 모양을 관하는 법
그리고 이어서 석존은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서 정토, 왕생을 위한 여러 가지 행업(行業)에 대하여 설법을 하시었다. 이것을 산선(山蘚)이라고 하며 아홉사람이 여러 가지 선행을 하고 공덕을 쌓으므로 해서 부처님의 내림(來臨)을 맞아 정토에 태어남을 말함이다. 그렇게 하면 악인이라도 염불만 잘 외우면 반드시 부처님의 구원을 받을 수가 있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석존의 설법을 열심히 듣고 있던 이다이케 부인과 오백명의 시녀들은 극락세계의 넓고 넓은 장엄을 볼 수가 있었고 또 아미타불의 참모습과 관세음보살, 대세지 보살을 우러러 볼 수가 있어서 크나큰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몰랐던 법열(法悅)에 감격하여 오백의 시녀들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싹 텄고 모두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싶은 소원이 간절해졌다. 석존께서는 누구나 극락세계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며 극락세계에 태어나면 정토에 계신 부처님을 지척에서 뵈옵고 성불(成佛)의 예언을 받을 것이라고 거듭 설법하시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이 정토에 태어나고 싶은 자는 아미타불의 명호를 외우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설법을 끝마치신 석존은 하늘을 건너서 영추산으로 돌아가셨다. 이날은 산에 남아 있는 여러 사람을 위하여 석존의 설법을 몇 번이고 설교를 했다.
이것을 들은 많은 제천선신과 용신, 야차들은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를 올렸다.
<佛說觀無量壽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