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壯士)의 항복
석존께서 베살리국에 계셨을 때의 일이다.
쿠시나가라성에 삼만명의 장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금강력(金剛力)을 자랑삼아 가진 행패를 다 부렸으므로 사람들의 원성(怨聲)이 자자하였다. 석존께서는 이 난폭(亂暴)한 장사들을 교화하려고 생각하시고 우선 목련에게 그 임무를 명하셨다.
목련은 석존의 분부를 받고 오년 동안이나 여러 가지 수단 방법을 다해서 교화에 힘써 보았으나 한 사람의 장사도 교화시키지 못했다.
석족께서는 아난에게 생가하시는 바 암시(暗示)를 포함해서,
『석존님의 열반도 이제 삼개월 후로 다가 왔다.』
고 선전시켰다. 장사들은 다름아닌 석존이 열반에 드신다는 것과 또 쿠시나가라성으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어든자 석존이 오시는 길이라도 말끔히 닦아놓고 기다리자고 의논이 되었다.
그래서 그 중에서도 힘깨나 쓰는 장사들이 양팔을 걷고 작업에 착수하였으므로 도로공사는 급진전(急進展)을 보았다. 삼개월은 기다릴 사이도 없이 금방 지나갔다.
석존께서는 예정대로 베살리국에서 쿠시나가라성으로 많은 제자를 거느리시고 마지막 전도의 길에 오르셨다. 도중에, 멀리 앞을 보시니 비지땀을 흘리며 도로 공사에 열중하고 있는 장사들의 모양이 보였다. 그런데 석존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남루한 수도자 모양으로 변신하신 다음 그들에게 급히 가셔서 하시는 말씀이,
『동자(童子)들아, 너희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평소에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행동하였던 장사들은 보기에도 허술한 수도자로부터 동자라고 불리었으므로 분통이 터져서 눈을 부릅뜨며 제각기 노발대발 수도자에게 달려 들었다.
『스님, 당신 우리보고 지금 무어라고 했지? 동자라고 했겠다.』
『그래 동자라고 했다. 뭐 이상한 것이 있나? 대체 이렇게 여럿이서 길 한복판에 있는 작돌맹이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동자라고 부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뭐라고? 우리들을 동자라고 하는 이상 너는 대단한 어른이겠구나. 그래 이 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움직여 보아라 얘기는 나중이다.』
수도자는, 울화가 치밀어서 씨근거리는 장사들은 아랑곳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泰然自若) 얼굴빚 하나 동요(動搖)됨 없이 손을 댈 필요까지도 없다는 듯 오른 쪽 발가락 두 개로 힘도 안들이고 돌을 파 내 놓았다.
그들은 기가 죽어서 자만심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스님, 돌을 파내기만 하면 어떻게 합니까? 방해가 안되도록 길 밖으로 던져 버릴 수는 없습니까?』
『동자들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길을 고치고 있느냐?』
『왜 길을 고치느냐고요.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이로군, 석존께서 열반에 드시기 위하여 사라쌍수가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것이다. 이 길이 마침 석존님이 지나가시는 길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벌써부터 길을 닦고 있는 것이다.』
『그래? 이제 사정을 알겠다. 그렇다면 아왕 하든 끝이니 이 돌을 치워 주겠다.』
수도자는 이번에는 손을 뻗어서 그 큰 돌을 잡더니 하늘 높이 던져버리고 말았다. 돌은 윙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갔는데 이것을 본 장사들은 까무라치도록 놀랐다.
그들은 겁(怯)에 질린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달아나려고 하였다.
『동자들아, 뭐 그렇게 도망칠 것까지는 없다.』
『당신이 살려만 주신다면 저희를 여기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런데 일단 하늘 높이 올라갔던 돌은 윙 소리와 함께 무서운 속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장사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고 있는데 수도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오른 손바닥으로 그 돌을 손쉽게 받아 냈다.
장사들의 놀라움은 한층 더 컸지만 돌 때문에 죽게 될 걱정은 없어졌으므로 변하였고 모욕은 공포(恐怖)에서 존경으로 바뀌었다.
『스님, 이 돌은 대체 영원히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수도자는 대답 대신 그 큰 돌을 입으로 훅 불었다. 돌은 삽시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장사들은 이젠 놀란다기 보다는 깊고 깊은 자책(自責)의 마음을 억제(抑制)하지 못하고 혼자 말처럼
『돌은 영원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불현 듯 지금까지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하고 교만하였던 생활을 반성하고 체력이나 재력(財力)은 뜬 구름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자책하는 마음은 더욱 깊어져서 과거를 뉘우치는 빛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세존께서는 이제는 그들을 구원할 때라고 생각하시고 남루한 수도자의 몸을 자애가 넘치는 석존 본래의 모습으로 바꾸시면서 그들에게 일장의 설법을 하시었다.
석존님의 간곡하신 설법을 들은 장사들은 비로소 과거의 오랜 악몽에서 깨어나 착한 마음을 되찾았고 교만한 마음은 물론 남을 시기하는 마음도 송두리째 없어져서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涅반經三十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