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굵은 밧줄과 같다

지혜는 굵은 밧줄과 같다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석탑을 세우려고 한 사람의 명장(名匠-이름 난 기술자)에게 일을 시켰다.

그는 정성을 다하여 훌륭한 석탑을 만들었는데 오늘은 석탑이 준공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왕은 이 명장을 그 높은 탑 꼭대기에 홀로 남겨 둔 채 사다리도, 밧줄도, 물건을 끌어 올리고 내리고 하는 도르래도 모두 치워버렸다. 그것은 만약 이 명장을 살려 두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 명장을 시켜서 이보다 더 높은 탑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왕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짐작 못한 명장은 발붙일 곳조차 없는 높은 석탑 꼭대기에서 어떻게 할 줄 모르고 다만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전해들은 명장의 가족들은 걱정이 되는 나머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구해 내려고 그 날 밤에 탑 밑으로 갔다.

그리고 조그만 목소리로 탑 위에 있는 그에게,

『어떻게 내려 올 방법은 없을까?』

하고 물었다. 그는 원래가 지혜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벗어서 그것을 가늘게 갈기갈기 찢어서 끈으로 꼬아서 밑으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밑에 있는 가족들에게 일러서 우선 자기가 내려뜨린 가는 끈 끝에 다른 가는 끈을 잡아매도록 했다.

그리고 그는 그 잇댄 긴 끈을 끌어 올렸다. 그는 그것을 꼬와서 조금 더 굵은 끈으로 하여 다시 밑으로 내려 보내서 이번에는 아까 보다 더 굵은 끈을 잡아매도록 하여 또 끌어 올렸다. 이렇게 몇 번 되풀이 하니 나중에는 아주 굵은 밧줄이 되었다. 그는 그것을 탑 꼭대기에 단단히 묶은 다음 그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 올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불렀다.

『믿는 마음은 남루한 가는 끈이련가

다문(多聞)과 지계(持戒)는 굵은 끈,

계율 선정(戒律禪定)은 가는 밧줄

지혜는 굵은 밧줄이로다.

이를 의지하여 생사의 탑에서 내려오다.』

<大莊嚴論經 第十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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