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끝의 물방울

털끝의 물방울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머리카락을 한 개 뽑아서 백분의 일 길이의 털끝에 물 한 방울을 묻혀서 석존 앞에 내어 놓았다.

『세존님, 이 털끝에 붙은 한 방울의 물을 세존님께 바칩니다. 세존께서는 이 물이 많아지지도 않고 줄지도 않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햇볕이나 바람 때문에 마르지도 않도록 해 주십시오. 또 새나 짐승들이 와서 마셔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도록, 또 다른 그릇에 담아서 땅 위에 놓아두지 않도록 충분히 마음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석존께서는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한 방울의 물을 기꺼이 받으셨다. 그리고 그것을 갠지스강 물 속게 넣으셨다. 그러니까 그 한 방울의 물은 큰 바다와 같은 갠지스강의 한 복판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또 새나 짐승에게 먹히는 염려도 없이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 한 방울의 물은 큰 바다 속에 있으면서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를 지속한다.

그러므로 만일 기부한 사람이 와서,

『그 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석존께서는 언제든지 큰 바다에서 그 한 방울의 물을 가져다가 보여 주실 수가 있는 것이다.

털끝은 마음 의식을, 갠지스강은 생가의 흐름을, 한 방울의 물은 미묘한 선근(善根)을, 큰 바다는 부처님을, 기부한 사람은 바라문, 장자(長者), 거사(居士) 등에 비유한 것이다.

즉 털끝에 붙어 있는 극히 작은 선근이라도 그것이 불도(佛道)에 관한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大悲經 第三>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