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하는 사람

파계하는 사람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한 사람의 가난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비록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하늘을 두려워하며 공경하면서 언젠가는 부유한 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양을 바쳤다.

하늘도 가난한 이 사나이의 지성을 알아 주어, 어느 날 그 고귀(高貴)한 모습을 나타냈다.

『오랫동안 공양을 게을리 안 했음은 참으로 기특하다. 소원은 무엇인가?』

『저는 재물을 갖고 싶습니다. 그 재물을 가지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지금까지 염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병(甁)을 하나 주겠다. 이것은 덕병(德甁)이라는 것인데 그대가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이 속에서 나오므로 소중히 간직하라.』

가난한 사나이는 숙원이 성취 되었다고 기뻐하며 고맙게 받았다. 그 후부터 그는 가난을 면하고 큰 부자가 되었다.

천인(天人)의 말대로 그 덕병은 무엇이든지 갖고 싶은 것을 가난한 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호화스러운 집, 코끼리, 말, 수레는 물론 칠보(七寶)가 갖추어졌으며, 손님이 오는 대로 나누어 주었지만 재물은 그래도 한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자네는 얼마 전까지도 가난에 쪼들리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갑자기 큰 부자가 되었네 그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는데 까닭을 말해 줄 수 없겠나?』

『지금까지는 불행히도 너무나 가난해서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천인이 덕병이란 병을 하사(下賜)하시어 이렇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 어디 그 덕병이란 것을 좀 보여 줄 수 없겠나?』

그는 과거에 신세를 진 손님의 요구대로 덕병을 가지고 와서 여러 가지 재물을 꺼내 보였다. 그런데 그 손님은 교만한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서 갑자기 덕병 위에 올라서서 춤을 추었다. 그러니까 병은 당장 깨져서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은 당장 어디론 가 없어져 버렸다.

계(戒)를 지키는 사람은 이 가난한 사람 같이 여러 가지 묘약(妙藥)이 주어지는 것이고 파계(破戒)하는 자는 덕병을 깨뜨려 버리는 교만한 사람같이 있는 것까지도 없어지고 만다.

파계하는 사람은 공덕을 잃어 사람들이 상대를 하지 않는다. 시들은 나무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과 같이 파계하는 사람은 사람들의 사랑을 잃는다.

서리 맞은 연꽃과 같이, 파계하는 사람은 무서운 악심을 품는다. 나찰(羅刹)과 같이 파계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떨어져 간다.

말라붙은 샘터에 사람이 안 오는 것과 같이, 파계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의 선근(善根)을 깬다. 우박이 작물을 망치듯이 파계하는 사람은 외양(外楊)만 사람이다.

쓴 오이가 단 오이의 모양과 비슷한 것과 같이 파계한 사람은 자기 스스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간다. 도적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듯이, 파계한 사람은 고통에서 빠져 나오지를 못한다.

늪 속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면 그럴수록 더 깊이 빠져들 듯이, 파계한 사람과는 공동생활을 할 수 없다. 마치 대 화재와 같이, 파계한 사람은 편안히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

파손된 배를 타고 상을 못 건너듯이 파계한 사람은 세상 사람이 싫어한다. 토해(吐)논 음식이 더럽듯이, 파계한 사람이 착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나쁜 말이 좋은 말과 함께 있는 것과 같다.

파계한 사람은 선인(善人)과는 차별이 된다. 당나귀가 소와 함께 있듯이, 파계승(破戒僧)은 지계승(持戒僧)과 비슷할 때도 있다. 시체가 잠자고 있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어도 혼동하기 쉽듯이, 파계승은 진주에 섞여 있는 가짜 구슬이다.

파계승은 전단(栓檀)나무 숲에 있는 아주까리와 같은 것이다. 파계승은 외양만의 중이다. 파계승의 법의(法衣)는 달구어진 철판이나 동판으로 그 몸을 감고 있는 것과 같다.

파계승의 음식은 달구어진 쇳덩어리를 먹는 것과 같으며,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 것은 지옥의 옥졸(獄卒)이 지켜보는 것과 같으며 정사(精舍)에 있는 것은 지옥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으며, 상좌(狀座-선사가 앉는 자리)에 앉는 것은 달구어진 구리 위에 앉는 것과 같은 것이다.

<大智度論 第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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