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랑이와 사자왕

암호랑이와 사자왕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 계시면서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히말라야산 기슭에 많은 야수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이어서 각각 제 힘나름대로 맹위를 떨치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마리의 암범이 있었다. 이 범은 그 털빛깔이며 생김새며 이 한 무리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으므로 야수의 무리 가운데서 여왕으로 존경을 받고 있었다.
많은 야수들은 이 아름다운 암범에게 넋을 잃고 사랑을 느껴, 저마다 자기의 아내로 삼으려고 야심을 품고,
『나하고 함께 가자.』
히거 유혹하였다.
그 짐승들 가운데 약삭빠른 한 마리가 있어,
『자, 제군들, 이렇게 여럿이서 한 마리의 암범을 경쟁하고 있어도 별 수가 없으니 한 번 저 암펌이 누구를 좋아하나, 누구의 짝이 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고.』
하는 의견을 내었다.
『그것도 좋겠지.』
하여 암범의 의견을 듣자는데 의견이 일치 되었다.
그 짐승들 중에 소의 왕이 있어 동료들의 의논을 저버리고 몰래 범한테 가서,
『세상 사람이 모두 내 똥을 가져다가
땅에 바르고 깨끗하다 하는데,
아름다운 암범이여,
나를 골라 남편을 삼으라.』

하고 노래 불렀다.
이 때 암범은 그 소의 왕을 보고,

『네 목덜미 매우 높고 커서
그저 수레나 끌고
쟁기나 끌기 알맞아,
그 볼품없는 모양으로
내 낭군되기를 바라다니
나는 싫어, 나는 싫어.』

하고 마찬가지로 노래로써 대답하여 배반자의 구혼을 딱 잘라 거절하였다.
이 때, 또 몸집이 큰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어 동료들의 합의를 저버리고 범을 향하여,
『나는 히말라야의 코끼리 왕
싸움에 나가 이기지 않은 적이 없네.
나에게 이 위력 있으니
내 짝 됨이 어떨꼬.』
하고 자기 추천을 하여 암범을 유혹하였다.
이 흰 코끼리의 노래를 들은 범은,
『그대에게 큰 위력 있다하나,
사자왕 만나면 쩔쩔매면서
똥 오줌 흘리며
달아나기 바쁘지.
이런 겁쟁이
어이 내 낭군 될 수 있으리.』
하고 이것도 딱 잘라서 거절하였다.
그리하여 육중한 몸집을 휘청거리면서 흰 코끼리는 낙심천만의 모습으로 어슬렁 사라져 갔다.
이와 갈마들이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가 또 찾아왔다.
『씩씩한 내 모습을 보라.
산과 들을 당당히 걸으면서
모든 짐승에게 자비를 베푸는
나는 백수의 왕.
내 모습을 보고
내 소리를 들으면
모든 짐승들 벌벌 떠니
용맹한 힘 그 누가 따르리.
아름다운 암범이여,
내 짝이 되어지라.』
하고 노래를 불러 암범의 마음을 끌어 보았다.
이에 암범은 즐거운 모습으로,
『바른 체격, 용맹한 힘, 지니신
백수의 왕 그대,
내 낭군 되어지라,
내 지성으로 섬기리.』

하고 노래 부르고 모든 짐승의 대들보요, 위력도 있고, 자애도 넘치는 사자왕과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었다고 한다.

이 사자왕은 지금의 석가모니, 그 때의 암범은 지금의 야쇼다라이며, 여러 짐승은 지금의 五백 동자(童子)이다.
<佛本行集經第十四>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