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
후한(後漢)안식국(安息國)삼장 안세고(安世高) 한역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 계산(鷄山)에 계실 적이었다.
그 때에 어떤 장자의 아들 시가라월(尸迦羅越)이라는 이가 있었다. 하루는 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빗고 목욕한 뒤에 새 옷을 입고, 동쪽을 향하여 네 번 절하고, 남쪽을 향해서도 네 번 절하고, 서쪽을 향하여 네 번 절하며, 북쪽을 향해서도 절을 네 번 하고, 하늘을 쳐다보고 네 번 절을 하며, 땅을 보고도 네 번 절을 하고 있었다.
이 때 마침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가서 걸식하시다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시고 그 집에 가서 물으셨다.
“네가 무엇 때문에 6방을 향하여 절을 하느냐? 또 그렇게 하는 것은 무슨 법에 따라서 하느냐?”
시가라월은 여쭈었다.
“저의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 저에게 ‘내가 죽거든 6방을 향하여 절하라’고 분부하였사온데, 무슨 법에 응함인지 저도 모르겠나이다. 다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감히 어기지 못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 말씀하셨다.
“너의 아버지가 너에게 ‘6방을 향해 절하라’ 한 것은 몸으로 절하라는 뜻이 아니니라.”
이 말씀을 들은 시가라월은 꿇어앉아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저를 위하여 ‘6방을 향하여 절하라’는 뜻을 해석하여 주시옵기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어여삐 여겨 말씀해 주셨다.
“너는 잘 듣고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어라. 장자나 총명한 사람이 네 가지의 계를 잘 지녀서 범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뭇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되며 죽어서도 천상에 가서 나게 되느니라.
네 가지 계라는 것은, 첫째 온갖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요, 셋째 남의 부녀를 욕심내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거짓말이나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탐욕과 음란한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들을 절제하고 그런 마음에 끌리지 않는 것이니라. 이 네 가지를 절제하지 못하는 이는 나쁜 소문이 날로 불어날 것이니, 마치 보름을 지난 달이 그 광명이 차츰 줄어드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를 능히 절제하는 이는 초승달이 차츰 빛이 밝아져서 보름에 이르러서는 그 광명이 제일 밝은 것과 같으니라.
또 여섯 가지 일 때문에 돈과 재산이 날로 줄어드나니, 그 여섯 가지는 첫째는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둘째는 도박을 즐기는 것이며, 셋째는 초저녁에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요, 넷째는 손님 청하기를 좋아하고 또 남이 청하기를 바라는 것이며, 다섯째는 나쁜 친구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것 등이니라.
먼저 말한 네 가지의 나쁜 짓을 범하고, 또 이 여섯 가지를 하면 착한 행동을 방해하고 또 살림살이를 걱정하지 않음이 되므로 돈과 재산이 점점 줄어들게 되나니, 6방을 향하여 절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을 계속하셨다.
“친구 중에는 나쁜 벗이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속으로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겉으론 친한척하는 것이요, 둘째는 대해서는 칭찬하고 돌아서서는 험담을 하는 이며, 셋째는 급한 일이 있을 때에 그 사람 앞에서는 근심·걱정하는 체하고 돌아가서는 기뻐하는 이며, 넷째는 겉으로는 친한 체 하면서 속으로는 원망하고 모략하는 이 등이니라.
이와 반대로 좋은 친구에도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겉으로는 원수진 사람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두려운 뜻이 있는 이요, 둘째는 직접 대해서는 바른말을 하지만 없는 데서는 오히려 칭찬해 주는 이며, 셋째는 병들어 수척했을 적엔 그를 위하여 관청의 부역을 대신하여 걱정을 덜어 주는 이며, 넷째는 가난하고 미천한 이를 보더라도 모른 체하지 않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도와 부귀하게 하려고 하는 이니라.
또 나쁜 친구에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바른 말로 깨우쳐 주기가 어려우니 착한 일을 하라고 일러 주어도 일부러 나쁜 사람만 따라다니는 이요, 둘째는 술 잘 먹는 사람과 벗하지 말라고 권유해도 일부러 술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이며, 셋째는 분수를 지켜 사람 노릇을 잘하라고 타일러도 짐짓 쓸데없는 짓만 하는 이며, 넷째는 좋은 벗과 사귀라고 일러 주어도 일부러 도박꾼 같은 이와 어울리는 것이니라.
좋은 친구에도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남이 가난하고 고생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어떤 생업을 갖도록 주선해 주는 이요, 둘째는 남과 시비하고 다투지 아니하는 이며, 셋째는 매일 방문하여 벗의 안부를 묻는 이며, 넷째는 언제나 생각하여 잊는 적이 없는 이니라.
또 좋은 벗에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관리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을 때는 얼른 숨겨 두었다가 다음에 그 일을 잘 해결해 주는 이요, 둘째는 병환이 있으면 잘 보살피어 간호해 주는 이며, 셋째는 벗이 죽으면 염습하여 장사지내는데 잘 돌보는 이요, 넷째는 벗이 죽은 뒤라도 계속하여 그 집을 도와 주고 염려해 주는 이니라.
또 좋은 친구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싸우려 하면 말려 주는 이요, 둘째는 나쁜 벗과 어울리려 하면 그렇지 못하게 타이르는 이며, 셋째는 살림살이에 무관심할 적엔 잘 돌보도록 권고해 주는 이며, 넷째는 성현의 도를 좋아하지 않으면 가르쳐서 믿고 기쁘게 해 주는 이이니라.
나쁜 친구에 또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약간 건드려도 성을 벌컥 내는 이요, 둘째는 급한 일이 있어 심부름을 시켜도 잘 듣지 않는 이며, 셋째는 남이 급한 일을 당하면 피해 숨어 버리는 이며, 넷째는 남이 죽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고 거들떠보지 않는 친구이니라.
위에 말한 벗 중에서 좋은 이를 가리어 따르고, 나쁜 이는 아예 멀리 여의어라. 좋은 친구와 어울리면 부처의 도를 이루기가 쉬우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시가라월에게 6방을 향하여 절하라는 뜻을 설명하셨다.
“동방을 향하여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다섯 가지의 할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살림살이 할 생각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일찍 일어나 하인들을 지시하여 제 때에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부모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언제나 부모의 큰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부모가 병환이 나시면 곧 염려하여 의사를 불러다 치료해 드리는 것 등이니라.
부모도 역시 자식을 돌보는 데 다섯 가지 할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언제나 나쁜 짓을 버리고 좋은 짓을 하도록 하는 것이요, 둘째는 학업을 가르쳐 닦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경전과 계율을 지니게 하는 것이며, 넷째는 일찍 장가들이는 것이요, 다섯째는 재산을 맡겨 주는 것 등이니라.
남방을 향하여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제자가 스승을 섬기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할 일이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공경하고 어렵게 여기는 것이요, 둘째는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요, 넷째는 생각하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받들어 칭찬해 드리는 것이니라.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데도 또 다섯 가지 할 일이 있으니, 첫째는 빨리 알아 깨닫게 해 주는 것이요, 둘째는 다른 이의 제자보다 우수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기억하여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요, 넷째는 온갖 의심과 문난(問難)을 다 풀어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혜가 스승보다 뛰어나게 하는 것이니라.
서방을 향해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 다섯 가지 할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남편이 밖에서 들어오거든 일어나서 맞이하는 것이요, 둘째는 남편이 밖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거든 밥을 지어 놓고 집안을 말끔히 치우고 기다리는 것이며, 셋째는 딴 남자에게 마음을 팔지 말고 남편이 꾸짖더라도 달려들거나 얼굴빛을 변하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언제나 남편의 가르침과 경계함을 받아서 여러 가지 물건을 감추어 속이지 말 것이요, 다섯째는 남편이 고이 잠을 자거든 방안을 정돈한 뒤에 누울것이니라.
남편이 아내를 상대하는 데에도 다섯 가지의 할 일이 있으니, 첫째는 드나들 적에 늘 아내에게 인사하는 것이요, 둘째는 때를 맞추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주는 것이며, 셋째는 금 은 주옥 따위로 몸을 장식케 하는 것이요, 넷째는 집안에 소용되는 것을 모두 맡기어 쓰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밖에다 첩을 두어 딴 살림을 차리지 않는 것이니라.
북방을 향하여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친척과 친구 사이를 뜻하는 것이니, 여기에도 다섯 가지의 지킬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죄악을 짓는 것을 보거든 남 안 보는 데서 조용히 타일러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급한 일이 있으면 달려가서 도와주는 것이요, 셋째는 비밀을 남에게 누설하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서로 공경하고 어렵게 대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갖고 있는 물건을 다소간 나누어 쓰는 것이니라.
땅을 향해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상전이 종이나 하인을 대하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도 다섯 가지의 지킬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때를 맞추어 음식과 의복을 주는 것이요, 둘째는 병이 나면 의사를 청하여 치료해 주는 것이며, 셋째는 함부로 매질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따로 지닌 재물을 빼앗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나누어 줄 물건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니라.
하인들이 상전을 섬기는 데도 또한 다섯 가지 할 일이 있으니, 첫째는 늘 일찍 일어나서 상전이 부르게 하지 말 것이요, 둘째는 제가 할 일은 마땅히 알아서 해치우는 것이며, 셋째는 상전의 물건을 아끼어 함부로 버리거나 남에게 내주지 말 것이요, 넷째는 상전이 출입할 적에 전송하고 마중 나가는 것이요, 다섯째는 상전의 훌륭함을 자랑하고 나쁜 점은 말하지 않는 것이니라.
하늘을 향해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사문이나 도사를 섬기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 마땅히 다섯 가지의 할 일이 있느니라. 첫째는 착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요, 둘째는 좋은 말을 가리어 함께 말하는 것이요, 셋째는 몸으로 공경하는 것이며, 넷째는 존경하고 사모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사문과 도사는 사람 가운데 훌륭한 분이라 받들어 섬기어 세상을 벗어나는 법을 물을 것이니라.
사문과 도사는 여섯 가지로 일반에게 대하나니, 첫째는 보시를 가르치어 아끼고 탐내지 않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계율을 지니라고 가르치어 색을 범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욕됨을 참는 일을 가르치어 분하고 성내지 않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정진을 가르치어 게으르거나 거만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마음 통일하는 법을 가르치어 방일하지 않게 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지혜로움을 가르치어 어리석지 않게 하는 것 등이니라.
사문이나 도사는 사람들을 깨우쳐 나쁜 짓을 버리고 좋은 짓을 하게 하며 바른 길을 보여 주니 은혜가 부모보다 더 크니라.
이렇게 실행하면 네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 ‘육방을 향해 절하라’고 한 뜻을 알게 되리니, 어찌 부자 되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느냐?”
시가라월은 이러한 말씀을 듣고 곧 5계를 받고 절을 한 뒤에 물러갔다.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시었다.
닭 울면 마땅히 어서 빨리 일어나
옷 입고 침상에서 얼른 내려와
목욕을 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손 모아 꽃과 향을 섬겨 받들라.
부처님께서는 하늘보다 더 높을세라.
귀신은 이에 대면 어림도 없지.
절과 탑 머리 숙여 돌고 돌면서
합장하고 시방에다 예배하라.
착한 이 정진하지 아니하면
비유컨대 뿌리 없는 나무 같아서
가지와 잎사귀는 모두 떨어져
어느 때 다시 서로 이어질거나.
꽃 따서 햇볕에다 말리면
그 고움 얼마 동안 볼 수 있지만
맘놓고 제멋대로 놀다 보면
죽을 때 이르러서 무슨 말하리.
사람은 무상함을 생각하여라.
상대가 침범할 때 기약 없나니
죄 짓고 어물어물 못 깨달으면
죽을 때 이르러선 저만 죽나니.
오늘에 저 지옥에 들어가면
어느 때 다시 나올 기약 있으리.
어진 이 부처 말씀 이어 받들어
조심해 계를 지녀 의심치 말라.
부처란 아름다운 꽃나무 같아
모두 다 좋아하지 않는 이 없네.
가는 데 곳곳마다 소문 듣고는
온갖 것 모두 모두 기뻐하누나.
예전에 내가 닦아 부처 될 때에
원컨대 범왕처럼 되어 가지고
중생의 나고 죽음 제도하여서
해탈치 않는 이는 하나도 없네.
계행의 저 공덕은 믿음직하여
복스런 과보가 따라다니네.
현세엔 사람들의 어른이 되고
죽어선 3악도를 멀리 여의리.
계행은 온갖 공포 제거해 주며
복덕은 삼계에서 가장 높으니
귀신의 요사스런 독해 따위는
계행을 닦는 이에 침범 못하리.
세상의 살림살이 고통뿐이며
목숨의 빠르기는 번갯불 같네.
늙어서 병이 들어 죽을 때 되면
재산과 권세로도 막지 못하리.
친척과 가까운 이 믿을 수 없고
어디 한 군데 숨을 수 없네.
저 하늘 복이라도 끝이 있는데
사람의 목숨이야 어찌 길리.
부모와 한 집안에 산다 하여도
지나는 나그네와 다름없도다.
목숨이 다하여서 끝나게 되면
옛 것을 버리고서 새 것 받으리.
저마다 지은 업보 따라다니며
끝없이 바퀴처럼 돌고 도나니
났다가 죽은 것이 죄와 복 따라
죽고 사는 열두 가지 인연이라네.
이 몸이 온갖 액난 피해 가지고
사람들 온갖 목숨 건져 주려고
일부러 삿된 곳에 떨어져 보며
깊은 못 빠진 사람 불쌍히 여겨
6도로 권하여서 이끌어 올려
수행에 나가도록 주선해 주네.
이래서 머리 숙여 예배하면서
하늘의 하늘에다 귀의하여라.
사람 몸 얻어나기 어렵거늘
사람으로 태어나서 욕심만 내어
탐심과 음탕한 맘 생각에 얽혀
뼛속에 사무쳐도 싫은 줄 몰라.
이 세상 심어 놓은 과보 때문에
저 6근이 다행히도 갖춰졌는데
스스로 어찌하여 모독하는고.
온갖 일 마음먹어 바로 잡으면
3세의 신명들 도와주나니
8난과 함께하여 탐내지 않고
멋대로 가고 싶은 시방에 나니.
나는 곳 부지런히 정진하여서
6도(度)로 건너가는 다리 삼으라.
마땅히 끝이 없는 지혜 권하여
온갖 것 신비스런 광명 입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