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왕의 죽음

코끼리왕의 죽음

석준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부처님의 긴 수행 동아에는 코끼리가 되어 자비인욕(慈悲忍辱)의 수행을 하던 때도 있었다.
그때, 五백의 코끼리 떼를 거느린 한 마리의 코끼리왕이 ,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를 존경하고, 대자비의 마음을 깊이 품고, 부처님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救濟)하고자 하는 대원(大願)을 일으키어 맹세했다.
한번은 그 코끼리왕이 물속에서 연꽃 한 가지를 얻어, 그것을 아내에게 주었다.
『얼음이 얼듯한 이 추위에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참으로 진귀하고, 그 색채도 말할 수 없이 아름답군요.』
이 아내의 즐겨함에 반하여 이것을 본 제이부인은, 자기에게 주지않는 것에 질투를 느껴 심중에 굳게 맹세했다.
『독을 가지고 죽여버려야지!』
이러한 일로 제이부인은 심기가 좋지 않아 중한 병에 걸려, 드디어 죽어버렸다.
그 영혼은 아름다운 얼굴의 더욱이 지혜가 뛰어난 재녀(才女)로서 양가(良家)에 환생하였다.
그때에 그 나라 왕은, 그녀의 뛰어남을 듣고 왕비로 맞이했다. 왕비는 왕에게 치국(治國)하는 법과 천하(天下)의 길을 설파(說破)했다. 그 설파하는 바를 충신들의 소설(所說)에도 부합되므로, 왕은 대단히 기뻐하고 존경하여 매사를 왕비의 말에 따랐다.
어떤 날 왕비는 교태어린 눈으로 왕에게 고했다.
『소비(小妃)는 간밤에 여섯개의 이빨을 가진 훌륭한 코끼리를 꿈에 보았습니다. 그 이빨로 목걸이를 만들고 싶습니다. 부디 왕의 위력으로 그 이빨을 구해 주십시오.』
『쓸데없는 말을 마오. 여섯개의 이빨을 가진 코끼리는 있을리 없지 않소. 그대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말한다고 사람들이 들으면 다 비웃을거요.』
왕의 타이름을 왕비는 아무래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왕은 지혜가 뛰어난 네 사람의 신하를 불러, 왕비의 이름에 누가 됨을 꺼려서 자기의 꿈이라고 속이고 물어 보았다.
『오늘날 그런 코끼리가 있을라고…..』
『그러한 코끼리는 없습니다.』
라고 한 사람은 대답하고,
『임금님의 꿈은 잘못이겠지요.』
라고 한 사람은 말하고,
『언젠가 그런 것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있는 곳은 대단히 먼 곳이라 합니다.』
라고 또 한사람은 말했다.
『만일 그런 것을 잡으면 하늘의 제석(帝釋)도 놀라 이곳으로 달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알아보고자 네 사람의 신하는 사방에 사냥꾼을 불러 모았다. 남방으로부터 온 한 사냥꾼이,
『제 작고하신 선친께서 항상 여섯개의 이빨을 가진 코끼리가 있는데 멀고 멀어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고 말씀하시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므로, 이 일을 왕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왕비는 그 사냥꾼을 불러 이렇게 명했다.
『너는 즉시로 출발하여 남쪽으로 삼천리를 가면 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으로 들어가 이틀길을 걸어가면 그 코끼리가 있는 곳에 다다를 것이다 그 길섶에 굴을 파고 머리와 수염을 깎아 버리고 승복(僧服)을 입고 코끼리를 속여 굴속에서 사살(射殺)해라, 그리고는 이빨을 잘라내어 두 개만 가지고 오너라.』
사냥꾼은 그 명령대로 긴 여로(旅路)를 거쳐 코끼리 사는 곳에 다다라 거기에서 승복으로 갈아입고 활을 가지고 궁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코끼리 왕을 발견하여 우선 한 발을 쏘았다. 코끼리왕은 승을 보고 공손히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 말했다.
『존경하는 도사(道士)님, 무엇 때문에 나의 목숨을 취하려 하십니까?』
『나는 너의 이빨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상처를 받고서는 아픔을 견딜 수가 없다. 부디 빨리 이빨을 잘라 언제까지나 괴롭혀서 내 마음에 악념(惡念)을 일으키지 않게 해주시오. 악념을 일으키는 자는 죽어서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 의 세 가지 악도(惡道)에 떨어진다고 듣고 있습니다.
인욕(忍辱)을 마음으로 하고, 자비를 행하는 것이 보살(菩薩)의 길입니다. 비록 뼈를 깎고 살을 에어도 이 마음을 변하기는 싫습니다. 머지않아 천상(天上)에 태어나 해탈을 얻을 때가옵니다. 부티 빨리 이빨을 잘라가 주십시오.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사냥꾼은 이빨을 잘라 버렸다. 코끼리왕은 괴로운 듯 그에게 고했다
『도사여, 빨리 돌아가십시오. 뒷걸음질 쳐서 도망쳐 내 부하 코끼리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십시오.』
사냥꾼이 멀리 까마득하게 도망쳐 갈 때 까지 참고 있었던 아픔은 더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코끼리 왕은 최후의 비명을 지르면서 대지(大地)에 쓰러져 죽었다.
코끼리들은 코끼리왕의 죽음을 보고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그러나 끝내 코끼리왕을 죽인자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사냥꾼은 이빨을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바쳤다. 이것을 본 왕은 심중에 슬픔과 두려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왕비는 이빨을 손에 잡아 보려고 하자마자. 벼락을 맞아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리하여 코끼리 왕은 즉시 천상에 태어나고 왕비는 즉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六度集經 第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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