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차의 불을 꺼주다

불차의 불을 꺼주다

형주땅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글보다는 오히려 사냥을 업으로하는
사냥선비로. 그의 별명이 안웅 (기러기 영웅)인 것으로 보아 족히
짐작이 간다.

사냥을 즐겨 했지만 특히 기러기를 잡는데 명수였다 사냥을 즐기면서
이럭저럭 50살이 되어서 열병을 앓다가 죽었다.
그의 아내는 풍습에 따라 울면서 시체를 산에 내다버렸다.

그런데 삼일 만에 그는 살아나 자기 걸음으로 비실비실 집에
돌아온 것이다. 죽어서 산에 버렸던 사림이 걸어 들어오니
얼마나 놀라왔겠는가.

집안권속들은 깜짝 놀라(귀신이 돌아왔다)하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오들오들 떠는데 문제의 안웅이의 거동은 귀신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초최한 얼굴에 그 중에 화색이 돌고 거동이 정상적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겁에 질렸다가 놀라움으로 바뀌고 순식간에 기쁨으로
바뀌어 야단법석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안웅이 하는 말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앓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어서 가자고 소리치면서 집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그 형상이 우악스럽기가 형용할 수 없었다.
내 곁에 오더니 다짜고짜 어서 가자고 방망이로 울러댄다.

하는 수 없이 그에게 끌려 문밖을 나섰다. 문밖에는 수레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불이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그런데
방망이를 든 사나이는 나를 불수레에 타라고 호령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발 버둥쳐도 역부족하여 수레에 막 실릴 참인데 그때
어디서인지 한 스님이 나타나서 물을 불수레에 퍼붓는 것이 아닌가.
불길은 단번에 잡혔고 타서 죽는 것을 면하게 되었다

그런데 스님은 곧 보이지 않았다. 방망이를 든 사자는 나를 데리고
몇 개의 대문이 달린 집을 지나 염라대왕 앞에 꿇어 앉혔다.
거기에는 멧돼지, 노루.염소.토끼.꿩 그밖의 여러 가지 새들이
수 천마리 모여 있었다. 또한 수 많은 기러기도 있었다

그런데 저들 짐승들은 일제히 목을 빼고 눈알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서 일제히 염라대왕에게 무엇인가를 호소하고 있었다.
나는 저 짐승들이 하는 말이 모두 사람의 말처럼 역력하게 알수 있었다

“대왕님, 저놈이 우리를 죽이고 우리 자식을 죽인 안웅이입니다.
저놈을 엄하게 다스려 주십시요”하고 있었다.

대왕이 그 말을 듣더니 하는 말이

“너희들 말이 맞다. 안웅이는 틀림없이 나쁜사람이다. 그러나 한가지
그의 조부가 지장보살님에게 귀의했느니라. 그러므로 나로서는
저 안웅이가 그 사람의 손자인 것을 아는 이상 고초를
면해줄 수 밖에 없다”하였다

나는 귀가 번쩍 뛰었다. 꼼짝없이 이제는 지옥으로 가나보다 하였더니
지장 보살님 공덕으로 살게 된 것이다. 나는 감격해서 일심으로
지장보살을 소리높이 불렀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뜰 가운데 있던 모든 짐승들이 금시에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염라대왕이 나를 놓아주면서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하는 말을 듣고 금방 돌아온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안웅의 생활은 일변하였다. 자칭 “나는 부처님의
종이다” 하면서 사방에 돌아다니며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그리고 여러사람에게 죽었다 살아난 경위를 말하면서 지장보살을
일심으로 생각할 것을 권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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