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을 모시고 어머니가 천상에 나다.
당나라 진도독(陳都督)의 딸은 어머니를 잃고 밤낮으로 식음을
전폐하며 울고만 있었다. 그대로 놓아두면 조만간 꼭 죽을 것만
같아 그의 아버지는 딸을 붙들고 백 가지로 위로 하며,
” 네가 참된 효녀라면 너의 어머니를 위하여 부처님께 정성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이제 집에 지장보살님의 성상을 모실 터이니,
네가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를 드리도록 하라” 했다.
성상이 완성되자 그의 딸이 아버지 앞에 나와 청하였다.
” 아버지, 이번에 모신 지장보살님은 어머님께서 계셨던 자리에
모시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생각이 날 때마다 지장보살님을
우러러보고 지장보살님 염불도 하고자 합니다.”
진도독은 딸이 마음을 돌린 것이 기뻐서 딸의 말대로 어머님 침실에
존상을 모시게 해주었다. 그 다음부터 딸은 지장보살님에게 밤낮으로
예배 공양하며 염불을 쉬지 않고, 어머니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딸의 마음도 안정되고 텅 비어 쓸쓸한 바람이 부는
듯했던 집안에도 차차 훈기가 도는 어느날 밤, 진도독의 효녀는
꿈속에서 한 스님을 만났다.
” 갸륵하다 효녀여, 너의 어머니는 생전에 지은 죄가많아 지옥에
있느니라. 나도 옛날 너와 같은 딸이 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의 아버지는 이름이 시라선견이었고, 어머니의 이름은
열재리라고 하였다.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어 태어난 곳을 몰라 애태우다가 마침내
부처님의 자비하신 인도를 힘입어 어머니가 지옥에 빠져 한없는
고통을 받고 계시는 것을 알고, 부처님께 발원하여 기도하며
어머니로 하여금 천상에 나게 하였더니라.
그때부터 내가 보리심을 발하여 일체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기로
맹세하였다. 이제 너의 효심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너의 효성이 장하니 내가 지옥에 들어가 방광설법(放光說法)을
하여 너의 어머니를 죄고에서 건져내어 천상에 나게 하여 주리라.”
이 말씀을 마치자 스님은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잠시 후
다시 나타나셨다. 밝으신 얼굴에 자비하신 웃음을 띠우시고
진도독의 딸 가까이에 오셨다. 도독의 딸이 얼핏보니 스님의
옷자락이 불에 타 있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 내가 지옥에 들어갔을 때 불꽃에 탄 것이다”
하시자 스님의 모습은 다시 사라지면서 꿈이 깨었다.
진도독의 딸은 꿈을 깨고 나서 어머니가 천상에 태어 난 것이 기뻤다.
그리고 애달픈 마음, 그리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 괴로운 마음,
가슴 터질 듯한 슬픈 마음, 그 모두가 사라지고, 가슴속이 환희
열리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는 기쁜 마음이 잠잠히 피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