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섬자경(不屑睒子經)

불설섬자경(不屑睒子經)

성견(聖堅) 한역김달진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비라륵국(比羅勒國)에서 1천 250비구와 함께 계셨는데, 여러 보살과 국왕ㆍ대신ㆍ인민들이며 장자ㆍ거사ㆍ청신사와 청신녀 등,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한꺼번에 와 모였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다 고요하게 뜻을 안정하고 들어라. 나는 생각건대 전세에 처음 보살의 도를 얻으려 할 때에 계행과 넓은 사랑과 정진ㆍ선정ㆍ지혜며 좋은 방편등 이야말로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조차 없나니, 여러 하늘ㆍ용ㆍ신ㆍ제왕과 인민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는 없느니라.”

아아난다는 부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다시 옷을 매만지고 길이 꿇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듣고 싶사옵니다.”

부처님은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세상에, 때에 자혜(慈慧)라는 한 보살은 중생들을 구제하며 언제나 4등심(等心)을 행하였고 세상의 위험과 재난을 건지며 괴롬 받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어 질렀었는데, 이에 도솔천 위에 살고 있으면서 하늘사람들을 가르치다가 언제나 밤과 낮의 각각 세 때에는 삼매(三昩)에 들어 3계(界)를 생각하면서 시방의 천하 인민들이 선과 악의도를 비추어 살폈나니,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고 3존(尊)을 공경히 받들며 스승과 어른에게 이바지하고 모시며 모든 공덕 닦는 것을 모두 밝히 보았으므로 다섯 가지 갈래가 분명하였느니라.

때에 가이국(迦夷國)의 안에 하나의 장자가 있었는데 아들이 없어 외로왔고 부부간이 다 두 눈이 멀었는지라 마음에서 원하기를, ‘산에 들어가서 위없는 지혜를 구하고 깨끗한 뜻을 닦으며 한가함을 믿고 즐기겠다’라고 하므로,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 사람들이 뜻을 세워 미묘한 도를 배우려 하는데 두 눈이 먼지라 보지 못하여 만약 산에 들어가면 혹은 도랑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독벌레를 만나서 위험과 해를 당하기도 하리니, 만약 내가 목숨이 끝나면 그들을 위하여 아들이 되어 그들의 목숨이 마치도록 부모로 이바지하고 봉양해야겠다’ 하고, 곧 장님인 부모의 집에 가서 태어나 그들을 위하여 아들이 되었느니라.

부모들이 기뻐하며 매우 애지중지 하면서 본래는 도의 뜻을 내어 산에 들어가려 하였지마는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곧 세간을 즐기고 있었느니라.

아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이름을 섬(睒)이라고 지었는데, 섬은 지극한 효행을 하고 인자 하였으며 열 가지 선행을 받들어 행하여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 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고 시새우지 않았으며 도를 믿되 의심하지 않고 밤낮으로 힘써 나아가며 부모 받들어 모시기를 마치 사람이 하늘 모시듯 하였느니라.

말함에는 언제나 웃음을 머금어 사람의 뜻을 상하지 않았고 행함에는 법에 알맞아 망령되이 치우치거나 삿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부모는 크게 기뻐하며 다시는 걱정 근심이 없었느니라.

섬의 나이 열 살이 지나자, 섬은 스스로 길이 꿇앉아 부모에게 아뢰기를, ‘본래 큰 뜻을 세워 깊은 산에 들어가려 하셨고 뜻에 비고 고요한 위없는 도를 구하려 하셨거늘, 어찌 아들 때문에 본래의 서원을 끊겠습니까. 사람이 사는 세간은 무상하여 온갖 것이 변하며 생명은 금과 돌이 아닌지라 과보가 기약 없이 이르리다. 원컨대, 본래의 뜻대로 하십시오. 본래 먼저의 뜻한 것이 마땅합니다. 저도 부모님을 따라 함께 산에 들어가서 잘 모시고 봉양하겠으며 때를 어기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자, 부모는 섬에게 대답하기를, ‘아들의 효성과 순종은 하늘이 절로 알리라. 본래의 서원을 어기지 않고 곧 산에 들어가겠다’라고 하므로, 섬은 집안의 온갖 재산과 보배는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크게 보시하고서 곧 부모와 함께 산으로 들어갔느니라.

섬은 산중에 이르러서 나무와 풀로써 집을 짓고 평상과 이부자리를 마련해 두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게 한결같이 알맞게 하였는데, 산에 들어온 지 1년이 되자 뭇 열매가 잘 열어서 달고 맛있게 먹게 하였고 샘물은 솟아 나와 맑고도 시원하였으며 못 속의 연꽃은 다섯 가지 빛깔이 더욱 맑았고 전단과 여러 가지 향은 나무가 풍성하면서 향기가 평상보다 갑절이었느니라.

나는 새들은 언제나 기묘한 종류들이 모여 모두가 갖가지 음악 소리를 내어서 부모를 즐겁게 하였으며, 사자와 곰ㆍ범ㆍ이리며 독벌레 등은 인자한 마음으로 대하여 서로 상하거나 해침이 없었으므로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두려워함이 없었느니라.

사슴과 뭇 새 들은 모두가 곁에 가까이 다가와서 섬의 음성과 같이 서로가 어울려 재미있게 소리하였으며, 섬은 지극히 효성스럽고 인자하여 땅을 밟되 언제나 아파할까 두려워하였으므로 하늘과 사람이며 귀신들이 모두 와서 이 셋의 도인을 보살폈느니라.

셋의 도인은 한 마음으로 뜻이 안정되어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었으며, 섬은 언제나 부모를 위하여 온갖 종류의 과일을 따다가 부모에게 잡수도록 하였고 샘물도 모자람이 없게 하였느니라.

때에 부모는 목이 말라서 물을 얻어 마시려하므로 섬은 사슴 가죽의 옷을 입고 병을 가지고서 물을 길으러 갔는데 사슴과 뭇 새들도 가서 물을 마시면서 서로가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느니라.

때에 가이국의 왕이 산에 들어와서 사냥하다가, 왕은 물가에 여러 떼 사슴들이 있음을 보고 활을 쏘았더니 화살은 잘못 섬에 맞으면서 바로 그의 가슴에 쏘았는지라 독화살을 맞은 뒤에 온 몸이 모두 아팠으므로 곧 크게 부르짖기를, ‘누가 하나의 화살을 가지고서 셋의 도인을 죽이는 것이냐’라고 하였더니, 왕은 사람 소리를 듣고 바로 말에서 내리어 섬의 앞에 가 닿자, 섬은 왕에게 말하였느니라.

‘코끼리는 어금니 때문에 죽고, 무소는 그의 뿔 때문에 죽고, 물총새는 그의 털 때문이며, 사슴은 가죽과 고기 때문이거니와 나는 어금니와 뿔도 없고 털도 없고 가죽과 고기가 없는지라 먹을 수도 없거늘 이제 무슨 죄가 있기에 잘못 보고서 쏘아 죽이는 것이오’라고 하였더니 왕은 섬에게 묻기를, ‘그대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데 사슴 가죽옷을 입고 짐승과 다름없이 하고 있으시오’라고 하므로, 섬은 말하기를, ‘나는 바로 왕의 나라 사람입니다. 장님인 부모님과 함께 와서 도를 배운지 20여 년이었지마는 일찍이 범과 이리와 독벌레에게도 잘못 해침을 당한 일이 없었거늘, 이제 나는 왕에게 쏘아죽임을 당하였소’라고 하였느니라.

이러할 때에, 큰 바람이 사납게 일어나면서 나무를 부러뜨리고 온갖 새들이 슬피 지저거리며 사자와 곰 등 닫는 짐승들이 모두 크게 울부짖었으므로 하나의 산중이 진동하였으며 해는 밝은 빛이 없어지고 흐르는 샘은 말라버리며 뭇 꽃은 시들어지면서 우뢰와 번개가 땅을 흔들었느니라.

때에 장님 부모들은 곧 스스로 놀라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괴이한 변고일까. 섬이 물을 길으러 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데, 독한 벌레에 해를 입은 것이나 아닐까. 날짐승ㆍ길짐승들의 슬피 지저거리고 울부짖는 소리가 보통 때와는 같지 않다.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수목들이 꺾어지는데, 반드시 재변이 있는 것이리라’고 하였느니라.

때에 왕은 두려워하며 스스로가 뉘우치면서 꾸짖고, 큰 산이 무너져 땅이 크게 진동함과 같았는데, 울부짖으면서 하늘을 우러러 하소연하기를, ‘우리 아들 섬은 천하에서 지극한 효자로서 그보다 나을 수 있는 이가 없었습니다. 땅을 밟으면서도 언제나 땅이 아파할까 여겼거늘, 무슨 죄가 있기에 쏘아 죽였소. 아까 큰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나무들을 부러뜨리고 온갖 새들이 슬피 지저거리며 모두가 크게 울부짖는지라 한 산중이 진동하였습니다. 우리는 산중에 있은 지 20여 년 만에 일찍이 이런 재앙과 변괴는 없었으므로, 우리 아들 섬이가 물을 가지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마 까닭이 있지 않을까 여기기는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여러 신(神)들도 모두 놀라서 숙연하게 움직이는데, 어머니는 곧 슬피 울며 그치려 하지 않는지라, 아버지는 말하기를 ‘잠시 그치시오, 사람이 세간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덧없음이 닥뜨리면 물리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왕에게 묻습니다. 섬은 어디서 쏘았으며 지금 죽었습니까. 살았습니까?’라고 하므로, 왕은 섬이 한 말을 그 부모에게 말하였더니, 그 장님 부모는 왕이 하는 이 말을 듣고 또 크게 몹시 느끼면서, ‘하루아침에 아들이 없어졌으니, 같이 또한 죽어야겠소. 대왕이여, 이제 우리 두 사람을 끌고, 아들의 시체 있는 데로 가십시다’라고 하는지라, 왕은 곧 장님 부모를 끌고서 시체 있는 데로 나아갔더니,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끌안고 어머니는 그의 두 다리를 안아다 그들의 무릎 위에 놓고서 저마다 두 손으로 섬의 화살을 더듬으며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느니라.

‘여러 하늘과 용과 신과 산신(山神)ㆍ수신(樹神)이시여, 우리 아들 섬은 천하에서 지극한 효자이었으므로 이는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들께서 아시는 바입니다. 우리 나이 이미 늙어서 눈까지 보지 못합니다. 이 몸들이 아들을 대신하여 죽겠으니 섬을 살려만 주시면 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하고, 이에 부모들은 함께 서원하기를, ‘만약 섬이 지극한 효자여서 하늘과 땅이 아는 바라면, 화살은 당연히 뽑혀 나오고 모진 고통은 당연히 없어지며 섬은 다시 살아나야 하오리다’라고 하였느니라.

이에 제2 도리천왕의 자리가 곧 움직였으므로 눈으로써 보았더니, 두 장님 도인이 아들을 끌안고 울부짖는 것이 제4 도솔천상까지 들리는지라, 제석과 4천왕은 천상으로부터 내려오되 마치 사람이 굽혔다 펼 만큼의 동안에 와서 섬의 앞에 서서 신령하고 미묘한 약을 섬의 입 안에 넣었는데 약이 섬의 입으로 들어가자 화살은 뽑히고 독은 나오며 다시 살아나 본래와 같아졌으므로, 부모는 섬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함을 듣고서 두 눈을 모두 떠버렸느니라.

나는 새와 닫는 짐승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는 소리를 냈으며 바람은 쉬고 구름은 없어지며 해는 그를 위하여 거듭 빛이 나고 흐르는 샘은 솟아 나와서 맑고도 시원하였으며, 못 속의 연꽃은 다섯 가지 빛깔이 더욱 맑아지고 전단과 여러 향이며 나무들은 빛을 내면서 향기가 평상보다 갑절이었느니라.

때에 왕은 기뻐하며 어쩔 줄 모르면서 하늘 제석에게 예배하고 돌아와서 부모와 그의 아들 섬에게 예배하며, ‘원컨대 한 나라의 온갖 재물과 보배를 도인들께 다 올리니 다 서로가 공양하시고 나의 죄가 없어져서 영원히 남음이 없게 하여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섬은 왕에게 말하기를, ‘복을 일으키려면, 왕은 다만 나라에 돌아가셔서 인민들을 편안히 위로하고 계율을 받들게 해야 하며 왕은 사냥을 마십시오, 아무 죄 없는 것들을 멋대로 죽이면, 몸이 편하지 아니하고 목숨을 마치면 장차 지옥에 들어가야 합니다. 사람이 세간에 살면서 은혜와 사랑은 잠깐 동안 있는 것이요, 이별은 오래이어서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은 전생에 복이 있어서 이제 왕이 될 수 있었으니, 마음대로 교만하지 마십시오. 마음대로 한 까닭에 한량없는 악행을 짓고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지나니,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대답하기를, ‘가르치신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을 따라서 사냥하던 이들은 섬이 죽은 뒤에 천신이 약을 먹이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부모가 눈을 뜨는 등 신통 변화가 이와 같음을 보고서 모두가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아 행하였으므로, 죽어서 하늘에 나게 되고 나쁜 갈래로 드는 이가 없었느니라.”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와서 모인 이들아, 전생의 섬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장님인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열두단왕(閱頭檀王)이요, 장님인 어머니는 바로 지금 왕의 부인이었던 마야(摩耶)요, 가이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아난다며, 하늘 제석은 바로 미륵불(彌勒佛)이니라.”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 때에 아들이 되어서는 어질고 효성스러웠으며 임금이 되어서는 사랑으로 길렀으며 백성이 되어서는 받들며 공경하였으므로, 스스로 세 가지 세계에서 높은 이가 될 수 있었느니라.”

부처님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때에 여러 보살들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기뻐하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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