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사천왕경(佛說四天王經)
송(宋) 양주(涼州) 사문지엄(智嚴)·보운(寶雲) 공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삼가하여 마음이 6욕(欲)에 애착하게 하지 말며, 6정(情)을 씻고 번뇌를 버려 구함이 없음을 으뜸으로 삼으며, 안으로는 청정하고 밖으로는 효도를 다하여 네 가지 평등한 마음으로 부모를 봉양하며, 새벽에는 법당에 들어가 머리 굽혀 허물을 뉘우치고 아침과 저녁으로 묻고 외워 경법의 묘한 이치를 생각하며, 부처님의 엄중한 계율로써 마음의 나쁜 병을 고치고, 고요한 곳에서 엄숙히 머물며, 숨을 세고 선정(禪定)에 들며, 흐름[流]을 돌이켜 근원을 추구하여 도의 참다움을 구하라.
목숨은 번개와 같아 홀연히 없어지나니, 재(齊)하는 날에 마음을 꾸짖고 몸을 삼가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재하는 날에는 제천(諸天)이 사람의 선과 악을 살핀다. 저 수미산(須彌山) 위에 곧 제2 도리천(忉利天)이 있는데, 천제(天帝)의 이름은 인(因)이며, 복덕이 훌륭하고 4천왕을 관장하니, 4천왕은 곧 환인의 네 방위를 호위 하는 왕으로 각기 한 방위씩 다스리면서 매월 8일에는 사자(使者)를 내려 보내 온 천하를 두루 다녀 제왕과 신하와 백성과 용과 귀신이며, 날고 기고 꿈틀거리는 것들의 마음의 생각과 입의 말과 몸의 행실의 선악을 살피게 한다. 또한 14일에는 태자(太子)를 내려 보내고, 15일에는 4천왕이 몸소내려오며, 23일에는 사자가 다시 내려 오고, 29일에는 태자가 다시 내려 오고, 20일에는 4천왕이 다시 몸소 내려 오는데, 4천왕이 내려올 때에는 해와 달과 5성(星) 28수(宿)와 더불어 그 가운데 제천이 모두 함께 내려온다.
그러면 4천왕은 이렇게 명령한다.
‘부지런히 중생들을 살펴 길흉(吉凶)의 과보를 시행하라.’
만일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비구승에게 귀의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재를 지키고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며, 지계하고 인욕하며 정진하고 선정하며, 경을 익혀서 널리 설명해주어 눈 어두운 이를 개화시키고, 부모님께 효순하고 삼보를 받들어 섬기며, 머리 조아려 법을 받고 네 가지 평등심을 행하여 중생을 자애롭게 기른다면 이날 모두 분별하여 제석(帝釋)에게 보고한다.
만일 덕을 닦고 정진하며 게으르지 않는 이가 많으면 제석과 그 신하들과 33천의 사람도 모두 함께 기뻐하며, 제석이 사명(司命)을 분부하여 수명을 늘려주도록 하고, 모든 선신(善神)을 보내어 그 몸을 호위케 하는데, 그가 얼마나 많은 계율을 지켰느냐에 따라 그 수가 달라진다.
만일 계율을 하나 지닌 이라면 다섯 선신이 그를 호위하고, 다섯 계율을 구족하였다면 25명의 선신이 그의 집 문을 지키고 서서 불길한 전염병이나 삿된 마귀, 그리고 음모(陰謀)를 소멸하고, 밤에는 나쁜 꿈에서 지켜주고, 탐관오리나 도적, 물과 불의 재난도 끝내 그를 해치지 못하게 한다.
재앙을 물리치고 괴변을 소멸하기는 오직 이 네 가지 평등심과 5계와 6재(齋)뿐이니, 비유하자면 많은 물로 적은 불을 끄는 것과 같으니 어찌 없애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나아가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가 되면 그 혼신을 맞아 천상의 7보궁전에 올라가 나게 되며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게 된다.
만일 중생의 목숨을 구원하지 않고 더럽게 물들고 도둑질하고 남의 아내를 간음하며, 이간질하고 욕하며 거짓말과 꾸밈말을 일삼고 다른 이에게 저주내리기를 기원하며, 질투하고 성내고 어리석으며, 도를 거스르고 효순하지 않으며 부처님을 어기고 법을 어기며 비구승을 비방하며, 선과 악을 뒤바꿔 논박하는,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자가 있으면, 4천왕이 보고할 때 제석과 제천이 모두 기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선신이 다시는 그를 호위하지 않으며, 곧 해와 달로 하여금 빛을 잃게 하고 별들이 질서를 잃고, 바람과 비가 적절한 때를 어기게 하니, 이는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지난 허물을 고쳐 마음을 씻고 몸가짐을 엄숙히 하여 자신의 잘못을 삼보에게 머리조아려 빌고, 네가지 평등심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제왕에게 충성하며 인자한 마음으로 충언하여 잘못을 고치게 하고, 진실하고 속임이 없어 지난 행위를 돌이켜 더럽게 물든 몸가짐을 버리고 청정한 도에 나아가게 한다.
만일 삿된 행을 고쳐서 바르고 참다운 곳으로 나아가는 이가 있다면 제석과 4천왕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고 해와 달도 곧 청명하여지며 별들도 질서를 찾게 되며, 바람과 비도 때를 맞추고 독한 기운이 소멸하며, 하늘은 단이슬을 내리고 땅에서는 단샘을 내며 물과 곡식은 맛을 더하여 먹으면 병이 없어지고 얼굴 빛에 생기가 돌고 수명을 더하게 된다. 살아서는 감옥을 겪지 않고 죽어서는 하늘에 올라가 태어난다. 그리하여 복덕을 원하는 대로 누리며,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나고 죽는 일에 자재롭고, 목에는 햇빛이 있고 먹는 것은 저절로 소화되어 배변의 번거로움이 없으며, 몸 속은 깨끗하고 입김은 향기로워진다. 현재 해와 달과 별은 제천의 궁전(宮殿)인데 허공에 매달려 있는 그 7보궁전(寶宮殿)을 뜻대로 차지한다.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아래로 내려가 제왕의 집에 태어나는데 그 생김새가 훤칠하여 보는 이가 마음으로 기뻐하며,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만나고 현성(賢聖)들과 서로 만나 죄와 부딪치지 않을 것을 힘써 행하고, 마침내 열반을 얻게 되니, 이는 모두 5계와 10선(善)으로 6정(情)을 거두고 애욕을 멈추었기 때문이며 6재가 그러하게 한 까닭이다.
구류진(拘留秦)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6만 세이고, 백성들의 성품이 무위(無爲)하며, 다른 이를 보호하기를 자기 보호하듯 하며 나와 남이 평등하여 차이가 없었는데, 그 부처님께서 세간을 떠나시고 바른 교법이 그 힘을 잃어가자 백성들은 바른 행이 없고 점차 나쁜 짓을 하게 되니 그 수명이 날로 줄어들어 백 세까지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선서(善逝)한 뒤에 백성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또한 효순하는 이가 없다면, 사명(伺命)이 사람들의 수명을 감하여 날마다 줄어들고 천신이 도와 주지 않으며, 불길한 전염병과 악귀(惡鬼)가 날마다 와서 침해하여 재앙과 괴변이 잇달아 생기며, 원하는 것은 뜻과 어긋나고 재앙이 제멋대로 몰려들며, 살아서는 나라의 법을 범하여 감옥에 갇히고 죽어서는 지옥·아귀(餓鬼)·축생에 들어가며, 설령 그곳을 벗어나 사람이 될지라도 반드시 빈천한 사람이 된다.
선악이 몸에 따르는 것이 마치 5곡(穀)이 그 종자에 따라 열매를 맺는 것과 같으며, 또한 밤에 글을 쓰다가 불은 꺼져도 글자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같으니, 몸은 죽고 이름은 없어져도 재앙과 복은 썩지 않고 남게 된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음을 삼가고 몸을 거두고 입을 지켜 5계와 10선을 행하여야 도를 얻을 것이다. 내가 지금 부처가 된 것도 행을 쌓은 까닭이다.”
모든 비구는 경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절을 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