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법화삼매경(佛說法華三昧經)

불설법화삼매경(佛說法華三昧經)

송(宋) 지엄(智嚴) 한역김월운 번역

부처님께서 나열기성(羅閱祇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실 적에 모든 거룩한 제자 비구 1, 250명과 보살 7만 3천 명과,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석범(釋梵)과 시방에서 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과 함께하시니, 모두 신통을 묘하게 통달한 이들이었다. 또 다른 곳의 항하사[恒沙] 같은 모든 천인(天人)과 모든 보살이 있었으니, 이렇듯 백억천 항하사 대중이 와서 모여 부처님 앞에 앉았다. 때에 사리불과 수보리 등, 거룩한 보살들은 모두 의심이 생겼다.

‘무슨 인연으로 모든 상인(上人)이 함께 와서 이 모임에 있는가? 어떤 이상하고 중요한 (상서로운 조짐(瑞應))이 있었는가?’

그 때에 모든 제자가 의심을 일으켜, 부처님께 예배하고 장궤(長跪)하며 질문을 드리려 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이미 무수한 광명을 입에서 내어 놓으셨다. 천억 억 갈래가 나와 차츰차츰 커지더니 허공을 두루 밝히고 멀리 항하사 국토[刹土]까지 비추었다. 땅이 다시 진동하고 남김없이 밝아졌으나, 곧 부처님의 모습[身相]을 볼 수 없었다. 대중은 놀라 함께 ‘부처님의 삼매는 어느 곳으로 가셨는가’를 의논하고, 각각 ‘곧 삼매에 들어서 부처님 이르신 곳을 찾으리라’라고 생각하였다.

자리 앞에 혜상(慧相)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그가 곧 대중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대 현자들이여. 생각하여도 마침내 이르신 곳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잠깐 있다 나열왕이 후궁과 태자, 황녀(皇女)와 채녀(采女), 그리고 부인들 3만 2천 명을 거느리고 함께 산에 도착했지만 부처님을 볼 수 없었다. 또 불상(不想)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에게 물었다.

“어찌 이렇게 많을 무리를 거느리고 오셨습니까?”

변통(辯通)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왔을 따름입니다.”

이행(利行)이라는 왕녀(王女)가 보살에게 물었다.

“부처님은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보살이 대답했다.

“아까부터 찾았으나 모르겠습니다.”

처녀가 말하였다.

“그대는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신통이 있는 분이니, 당연히 처소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우선 앉으십시오.”

잠깐 사이에 땅이 진동하였고, 땅속에서 부처님께서 나오셔서 자연대보련화(自然大寶蓮華) 위에 앉으시니, 무리 가운데 상인들은 깜짝 놀랐다. 왕녀 이행은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여쭈었다.

아까 큰 광명을 보고
부처님께 무슨 일 생겼나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중을 거느리고 와서
마음의 의심을 여쭈려 하였습니다.



도리어 부처님을 뵙지 못하니
마음에 매우 놀랐습니다.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셔서
대중이 알게 하소서.


제각기 하나의 삼매를 일으켜
부처님의 몸을 찾았습니다.


마침내 계신 곳을 모른다 하여
함께 앉아 의논하였습니다.



다시금 어떤 삼매를 일으켜야
마침내 부처님의 뜻을 구할까?
여자가 와서 대중에게 묻기를,
부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순수한 행에는 지극한 맘이 있어
반드시 여쭐 일이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가르쳐 주시어
마음의 의심 풀어지게 하소서.



모든 현전의 대중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주십시오.


아까 삼매에 들었던 처소는
그 이름 어느 곳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묻는 뜻이 매우 깊으니, 너에게 분별하여 말하겠다. 아까의 삼매는 법화(法華)라 하니, 비유하자면 큰 나라 안에 한 나무가 있고 한 꽃이 있어 삼천 대천 국토를 덮으며, 그 향기는 항하사 불국토에 풍기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름을 듣거나 뜻을 해득하면 자연히 이 삼매를 금방 얻을 것이며, 모든 병든 이가 이 삼매를 듣고 즉시 스스로 알면 사람 몸의 모든 병이 다 소멸될 것이다.”

왕녀 이행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찌하여 꽃의 위덕에 이 지혜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꽃이란 한 나무의 색(色)이니, 사람이 보면 누구나 좋아하고 얻고 싶어 한다. 법화삼매는 생사 중의 색이니, 큰 광명을 받으면 형상이 있건만 사람들은 이 삼매를 알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이 삼매를 믿지 못하고 받들어 행하지 않는다. 보살에 응하지 않으므로 지혜를 보지 못하니, 사람의 근본을 잃어버리고, 도리어 지말(枝末)의 흐름을 따르니, 끝내 광명을 보지 못한다.”

왕녀 이행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 이 삼매를 얻고자 합니다. 어떠한 법을 행하며, 몇 가지 일을 행하여야 사람으로 태어나겠습니까?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 은혜를 베푸시어 널리 행(行)의 뜻을 열어 주시고, 일체로 하여금 듣고 이해하여 모두 삼매에 들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많이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며, 영원히 건져서 다함이 없게 하려면 두 가지 일이 있다. 무엇을 두 가지 일이라 하는가? 하나는 법신이 환화(幻化)와 같음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음(淫)ㆍ노(怒)ㆍ치(痴)가 그 근본도 없고 형상도 없음을 아는 것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신에는 일체가 있지만
환화는 현전에 뜨고 잠기네.


음심ㆍ성냄ㆍ우치는 형상이 없으니
물 위에 이는 거품과 같네.



사람의 몸과 물건을 관찰하니
멸하여 형상이 없는 듯하네.


여의고 흩어지고 모임이 스스로 이루어지니
분별하는 계교는 모두가 공하다네.

부처님께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으니, 따로 삼매를 행하는 것과 같다. 무엇을 네 가지 일이라 하는가? 첫째는 계를 행하여 색의 생각이 없고, 둘째는 보시를 행하되 받음이 없고, 셋째는 싫증내지 않고 어지러움이 없고, 넷째는 지혜를 행하여 우치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 일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를 범하지 않으면 그르침이 없으며
보시를 행하되 지혜에 들지 않네.


싫증내지 않고 어지러움 없으며
어리석지 않고 지혜도 없다네.



행하는 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행할 이 있어도 향(向)한다 못하리니
삼매는 들어갈 수 있으나
처소도 없고, 중간도 갓[邊]도 없다네.

부처님께서 다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36가지 일이 있으니 이것이 삼매에서 보이는 일이다. 무엇을 36가지 일이라 하는가? 생(生)을 보지 않고 사(死)를 보지도 않으며, 줄지 않고 늘지도 않으며, 나지 않고 들지도 않으며,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지도 않으며, 머뭄도 없고 그침도 없으며, 수색(水色)이 없고 화색(火色)도 없으며, 풍색(風色)이 없고 지색(地色)도 없으며, 아픔이 없고 가려움도 없으며, 생각[思]이 없고 생각함[想]도 없으며, 생이 없고 사도 없고 식[識]도 없으며, 탐심이 없고 음심도 없으며, 진심(瞋心)이 없고 에심(恚心)도 없으며, 어리석음[愚]이 없고 어리석음[痴]도 없으며, 아낌[慳]이 없고 베품도 없으며, 악이 없고 선도 없으며, 심(心)이 없고 의(意)도 없고 식(識)의 운행도 없다. 위의 여러 가지 일을 일으키지 않으며, 위의 여러 가지 일을 멸하지 않으며, 하나와 같아서 형상이 없으니, 이것이 36가지 일로서 법화삼매에 보이는 일이다.”

그 때에 부처님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생각과 무념(無念)을 생각지 말고
색과 상의 요긴함을 행하지 말지니,
행이 없어 법화가 맑아지고
공적(空寂)하여 오아(吾我)가 없어지네.



유(有)와 입(入)에 처하지 않으면
멸몰(滅沒)하여 형상이 없어지고,
선과 악을 관찰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空)하여 스스로 그러하리라.

부처님께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법화삼매로 보는 바의 비유도 또한 이와 같다.”

부처님께서 이 36가지 일을 말씀하실 때에, 무수한 인천(人天)과 세간 대중과 왕을 따르는 무리 등 크고 작은 이를 합하여 40억만 명이 모두 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왕녀 이행과 후궁(後宮)들과 3만 2천의 채녀 부인들이 모두 무소종생법락(無所從生法樂)을 얻었다. 그들 중에 왕녀가 서 있다가 뭇 사람들이 도의 뜻을 내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세존은 진실로 신묘(神妙)하시어
3세의 일을 설명하여 알리시되,
세간의 음심과 진심(瞋心)의 더러움을 끊고
거품 같은 인간을 열어 주시네.



모두가 무위(無爲)의 성에 이르러
기분 좋고 즐겁고 편안하여서,
이와 같이 인간과 천상 가운데
땅덩이가 크게 움직이고 기운다네.



금일에 모인 대중이
억억 백천만이니,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스스로 그러함을 얻으리라.



바라기는 크고 넓은 은혜
법화의 위신력을 얻고 싶다네.


삼계의 모든 인간들
모두가 이 삼매를 얻고 싶다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
항상 법화를 행하게 하시고,
세간에는 늙고 죽음이 없으며
즐겁고 우환이 없게 하소서.



3고(苦)가 자연히 사라져
모두가 삼매와 같게 되며,
소원하는 마음을 공상(空想)할 때
저절로 상호가 나타나기를.



거품 속의 인간을 가르쳐 주어
득의(得意)한 자비를 널리 행하면,
광명과 광명의 위의가 좋아
이 몸은 여래와 같아지리다.



거품 같은 중생이 모였사오나
삼매는 미리부터 행(行)을 내어서
뜻 밖에 이 몸이 허공 안에서
지혜 얻어 상수(上首)와 같게 하시네.

왕녀 이행이 게송으로 말씀드리기를 마치고, ‘이제 사람을 교수(敎授)하고자 하나 법을 보지 못하면 무엇으로 사람들을 일깨워 줄 것인가?’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곧 왕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법을 지니고 싶으며, 어떤 사람의 법을, 또 어디에 있는 사람을 가르치고 싶으며, 또 어디에 의지하여 서고 싶은가?”

왕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와 같이 말씀하시나 법이 없으며, 가르침이 없으며,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왕녀에게 말씀하셨다.

“법이 없는 데 8가지 일로 행함이 있고, 가르침이 없는 데 6가지 일로 제거함이 있고, 사람이 없는 데 7가지 일로 흩음이 있다.”

왕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을 가리켜 8가지 일로 행한다 하며, 6가지 일로 제거한다 하며, 7가지 일로 흩는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는 바르게 보아 삿되지 않음이요, 둘째는 바르게 들어 들으려 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바르게 다스려 굽지 않음이요, 넷째는 바르게 말하여 번거롭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바르게 행하여 미혹되지 않음이요, 여섯째는 바르게 생각[念]하여 생각[思]하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바르게 생각[意]하여 움직이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바르게 받아 찾지 않음이니, 이것이 8가지 일로 법이 없는 것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무엇을 가리켜 가르침이 없는 것을 6가지 일로써 제거한다고 하는가? 첫째는 소견 있고 소견 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없애고, 둘째는 소리 있고 소리 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없애고, 셋째는 맛있고 맛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없애고, 넷째는 향기 있고 향기 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없애고, 다섯째는 촉감 있고 촉감 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없애고, 여섯째는 뜻 있고 뜻 없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없애는 것이니, 이것이 6가지 일로써 제거하는 것이다.

무엇을 가리켜 사람 없는 것을 7가지 일로써 흩는다고 하는가? 물의 색(色)이 없고 바람의 색이 없으며, 불의 색이 없고 땅의 색이 없으며, 마음의 색이 없고 식(識)의 색이 없으며 행(行)의 색이 없나니, 이것이 7가지 일로 흩어서 가르칠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마땅히 이러한 견해를 지어야 할 것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에 어떤 이가 법화삼매의
요긴한 구품(句品)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바른 말씀을 환히 깨달아야 하리.



일곱ㆍ여덟ㆍ여섯이 갖추었으나
근본을 헤아리면 자취 없나니,
스스로가 욕심낼 것 받지 않고
망상을 버리면 편안하고 고요하리라.



설법에는 언교(言敎)가 없나니
수명이 있음을 보지 못하리.


사람은 본래부터 공적하여
거품 같은 말로선 알지 못하네.



욕심을 제하거나 끊지 못하고
나고 드는 데 머무를 처소가 없네.


아픔도 없고 사상(思想)도 없으며
나는 것도 아니고 멸하는 것도 아니리.


생각이 있으면 수고롭게 되니
다시는 인연에 집착하지 말아라.


색과 애욕 있다고 시현(示現)했으나
사랑[愛]을 거슬렀다면 재와 티끌같은 것.



병통(病痛)이 있는 줄 보게 되는 일
언제나 뜻과 근본 어울리나니,
지혜롭게 보고 헛되이 생각지 않으면
적적하고 편안하며 공(空)하리라.



법화삼매가 나타났으니
나오지도 말고 들지도 말며,
보는 것도 없고 공함도 보지 않으면
이것이 빨리 진여를 얻는 법이라네.



보시의 법을 행하는 이
지혜로써 보시를 삼으니,
지혜를 말하기를 이 같이 하면
모든 부처님들 칭찬하시리.

왕녀가 이 말씀을 들을 때에 갑절이나 기뻐하여 춤추며,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공중으로 일곱 자나 솟아올랐다가 다시 금강연화 자리 위에 앉았다.

이때에 좌중의 한 비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는 진짜 여자인가? 환술로 변화한 사람인가?’ 그리고 몸소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꿇어 앉아 게송으로 여쭈었다.

본래부터 어리석게 살아
도의 지혜로운 뜻을 모릅니다.


왕녀 이행이 궁금합니다,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생각건대 그가 선정 닦는 이라면
쓰는 법을 어찌 다시 질문했으며,
이 분이 진실로 여자라면
질문한 것이 어찌 이리 심오합니까?

오늘까지 부처님을 모시었으나
이와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네.


그 소견이 범부로서 미칠 바 아니니
지혜가 어찌하여 이와 같습니까?

본래 어느 곳에서 와서
왕의 집에 태어났으며,
숙세에 어떤 법을 행하고
몇 분의 부처님을 모셨는지.



굳세게 정진하여 그러한지
질문한 것은 여래의 과보이고,
계행을 갖추어 참된 행이 있었는지
그러한 말씀을 능히 말하네.



능히 참아 부드러운 뜻이 있건만
다만 입으로만 행을 말하네.


어떻게 마음과 뜻을 쉬게 할지
진실로 따라 가서 시험하고자 합니다.



몇 가지 법에 응해 머물러야
머무르고 대함에 뜻이 일지 않을지.


만일 참으로 지혜가 있다면
나는 그를 따라 요체를 알고 싶네.



말씀하신 법을 자세히 살펴보건대
읊고 연설하여 도속(道俗)에 들게 하니,
무슨 특별한 마음과 뜻이 있어
혼자서만 이런 지혜 얻으셨는지.

부처님께서는 곧 비구에게 약간의 인연을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왕녀 이행의 본심은
덕을 세우고 근본 되는 곳을 알았으며,
세상에 태어나는 천 년 동안에
언제나 삼매를 익혔다네.



마음으로 여러 색의 요체를 알아
고요히 선정에 든 사람과 같으며,
참으로 여자의 몸이니
변화하여 나타난 것 아니라네.



본래는 무색계(無色界)에서 와서
이제 이 세계에 태어났으나,
다시 본래의 행을 이어서
자기의 수행을 바르게 세웠다네.



몸이 없이 나타나 마음을 말하고
여러 가지 자행(慈行)으로 널리 생각하며,
법을 생각함에 공을 근본으로 삼고
인연의 형상을 일으키지 않았다네.



비구여, 스스로 알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왕녀의 몸을 의심하는가.


근본이 없는 줄 보지 못하면
도리어 스스로가 속박을 받으리라.



선정(禪定)의 생각으로 색을 버리려 하면
도리어 색으로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괴로움 멀리하여 3독을 피하면
어느 결에 3독고(毒苦)에 들어가 버리네.



그대는 스스로가 몸을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편안함[常安]을 얻었다 하나,
만물은 모두가 허깨비 같아서
들고 남에 형상이 없는 것이라네.



4색(色)이 본래 허공이건만
자연스레 형상에 집착을 받으니,
애욕과 습기에 스스로 얽매여
근본을 망가뜨리고 지엽적인 욕망을 일으키네.

그 때에 비구 8만 4천 명이 이 게송을 듣고 뜻이 열리어, 곧 위 없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천인(天人)이 흩는 꽃과 이름난 향으로 모두 와서 공양하였다.

때에 사리불이 생각하였다.

‘왕녀에게 이러한 말재주[辯才]가 있는데, 어찌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지 않을까?’

부처님께서는 곧 사리불의 생각을 아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 스스로 왕녀에게 물어보라.”

사리불이 곧 왕녀에게 물었다.

“왕녀 이행이여, 말씀하시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마치 여래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어찌하여 여자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지 않습니까?”

왕녀 이행이 대답하였다.

“사리불이여, 도덕의 요체는 지혜로써 잘 보는 것이니, 4색(色)을 볼 것이 아닙니다. 이 지ㆍ수ㆍ화ㆍ풍은 5정(情)이 6입(入)과 합하여 쇠퇴하는 것입니다. 심ㆍ의ㆍ식(心意識)은 허깨비와 같아서 들고 남에 형상이 없고, 어리석은 뜻은 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3류(流)와 더불어 상대하면서 뜨고 잠김을 내나니, 어찌 진귀하게 여기겠습니까? 비록 번뇌[漏]가 다하고 매듭이 풀렸다 해도, 부정한 생각이 있어 무색계가 도리어 나쁜 것 같고, 고주(苦住)를 도리어 즐겁다 여깁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부처님의 법을 배우는데 마땅히 훼방하는 말이 있어야 합니까?”

왕녀가 물었다.

“현자(賢者) 사리불이여, 무엇을 훼방이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하나는 좋고 하나는 나쁘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훼방입니다.”

왕녀가 말하였다.

“대인께서 하신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작은 것을 작다 여기지 말고 큰 것을 크다고 여기지 말 것입니다. 좋고 나쁜 것은 둘이 없으며, 평등하여 다름이 없습니다. 몸을 훼방하나 몸은 색이요, 뜻을 훼방하나 뜻은 형상이 없습니다. 4색의 법은 공하여 형상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으니, 어디에 훼방을 받을 것이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말한 것은 보살 대인이 행하는 것입니다. 그대는 보살에 이르지 못했으면서, 무슨 연유로 이러한 일을 말씀하십니까?”

왕녀가 물었다.

“대인은 무엇을 가지고 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보(普) 등으로 합니다.” “무엇을 보라 합니까?” “시방의 사람을 교수하여 고통을 멀리하고 도를 얻게 함이 ‘보’이니, 오직 현자만이 말합니다. 나는 보를 말하지 않고 생사의 괴로움을 말하였을 뿐입니다.”

왕녀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 ‘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있고 없고, 가르침이 있고 없고, 법이 있고 없음을 보지 않고 생각하는 바 이것을 ‘보’라 하지, 생사의 괴로움을 보고 가르쳐서 도를 얻게 하려는 것을 ‘보’라 하지 않습니다.”

사리불은 이 말에 명석하게 대답할 말재주가 없었다.

때에 왕녀는 게송으로 말하여 탄식하였다.

사람은 3진(塵)이 어지러워서
도리어 6쇠(衰)에 집착하게 되고,
5악(惡)과 10적(賊)이 상해하여
3액(厄)의 곤궁에 떨어진다네.



12가 연달아 상속(相續)하고
4색(色)이 구속하여 3도에 빠짐을
모르면 전도(顚倒)라 부르니
앉아서 공연한 취장(聚藏)을 받네.



까닭 없이 3음(淫)에 빠져들어
스스로 그물을 깊은 못에 던지네.


굳게 감춰 6도(道)를 두려워하라.


스스로 멸하고는 다시 생을 받으리.



완전히 공(空)에 속박되어
언제나 부정상(不淨想)을 품으면서도
스스로 늘 편안하다 부르니
참으로 스스로 그러함을 얻었다 하랴.



이러한 무리가 염부(閻浮)에 가득하여
억억 백만 천명에 이르렀으며,
간 데마다 시방에 두루 있으나
일체 인간 이롭게 하지 못하리.



따를 것이 있다고 받아 행하면
모두 함께 바다에 빠져들리니,
커다란 법행(法行)을 지으려면
바다에 들어가 욕근(欲根)을 면하라.



바닷물을 터놓아 다하게 하려면
평평한 까닭에 흘러 갈 곳 없으니,
근원에 돌아가서 애욕의 집 다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에 돌아가게 하라.



고향의 이름은 무위(無爲)이고
또 다른 이름은 청정당(淸淨堂)이니,
즐겁고 붉은 금 많이 있으며
들고 남에 광명을 드날린다네.



항하사 겁 무수한 부처님께서
칭찬하지 않으시는 분이 없으니,
법공(法空)에는 희론(戲論)이 없으며
상(相)이 없고 원식(願識)이 없기 때문이네.


뭇 물이 흘러서 바다에 가는 것
모두가 다시는 말할 것 없듯이,
넓은 뜻으로 인간을 개화하면
자연히 언제나 편안하다.



생각하니 여러분 어지신 임들
스스로 도리어 이해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스스로 속박을 받아
허깨비 같은 보응(報應)을 받고 있구나.

그 때에 4만 2천 아라한이 제7주(住)에 뜻을 바르게 하였으며, 8만 5천 범석(梵釋)이 모두 무소행종생(無所行從生)을 얻었고, 6만 4천의 어진 여자들은 일어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오늘 왕녀 이행이
우리를 위해 말씀하시니,
부처님의 심오한 설법을 듣고
우리들 마음을 열어 이해하게 했다네.



진실로 도덕을 알고자 하여
모두들 어디에서 왔습니까?
모여 있는 대중들 일체에게는
어떠한 신묘한 덕이 있습니까?

그리하여 대중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놀라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뜻을 굽혀 즐거이 따라가겠고
가르치신 바에 따라 행하오리다.


원컨대 천존(天尊)께서 불쌍히 여겨
대중을 깨끗하게 씻어 주소서.


지극한 마음으로 큰 지혜 받으면
여래의 신통변화 나타나리라.



때에 맞춰 모든 여자 몸을 거슬려
색욕(色欲)을 버리기로 소원하였고,
이어서 사문이 되고자 하오니
부처님 저희 뜻을 알아주소서.



마침내 여러 가지 심제(審諦)를 깨달아
이 몸으로 하여금 보살 같게 하시면,
부처님의 신비로운 가르침[道敎]을 퍼뜨려
더욱 더 많은 사람 교화하리라.



어진 대중인 모든 여인들은
부처님 앞에서 모두 일어나,
머리를 숙여 예배하면서
불상과 같기를 소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여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말하는 것이 진실로 지극하구나. 이제 소원을 이루고자 하면 먼저 부모님께 아뢰고 다음은 국왕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때에 모든 여자들은 게송으로 여쭈었다.

사문이 되기를 소원하면
먼저 부모님께 알리고,
다음에 국왕의 허락을 받아야
도를 이룰 수 있다 하시니
도를 위해 늦은 것을 탓하지 말고
다만 부지런히 마음을 열 뿐이니,
마음과 뜻의 근본을 밝히 알면
일체와 더불어 평등하리라.



곧 큰 뜻을 결단하여
마음이 풀리고 도에 이르니,
도는 이해하는 마음에서 나는 것
속박과 집착에는 머무르지 않으리.



교화를 통달하여 뭇 소견을 관찰하고
진여를 회복하면 마음이 생겨나니,
근본을 따라 본래 공함을 알면
아는 것 모두 항상된 고(苦)가 아니라네.



마음이 어지러워 흐름을 따르고
보는 것엔 반드시 상대함이 있으니,
선악의 생각을 내지 않아야
비로소 사문이 될 수 있다네.

모든 어진 여자들이 일어나 부모의 처소에 이르러 꿇어앉아 부모에게 여쭈었다.

“오늘 대왕의 은덕을 입어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존귀하신 왕녀 이행이 부처님께 깊은 법을 여쭈어 무위도(無爲道)와 현신(現身)과 일체불(一切佛)을 구하니, 부처님께서 왕녀를 위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본말(本末)의 생사 고통은 다만 색욕(色欲)에 집착하여 덕의 근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무상이 이르나니, 마땅히 3가지 괴로운 일에 나아가 부지런히 하라.’

저희는 사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모님께서 저희들이 사문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도를 얻으면 도리어 부모님을 제도해 드릴 것입니다.”

부모들은 딸들에게 말하였다.

“자연도(自然道)를 구하면 각각 스스로 편리함을 보리니 뜻대로 익히고 행하거라. 너희들도 가려니와 나도 너희를 따라갈 것이다. 너희들은 국왕에게 가서, 허락을 하시거든 떠나도록 해라. 나에게 물어 무엇하겠느냐?”

여자들은 대왕 앞에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여쭈었다.

“사람이 3계 안에 있으면서 애써 색상(色想)에 앉아 자재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무상이 이르면 대신할 이가 없습니다. 저희는 사문이 되고자 하오니, 무위도를 얻으면 반드시 부모를 제도하겠습니다. 대왕께서 저희들의 뜻을 받아 주십시오.”

왕은 왕녀 이행 등에게 말하였다.

“빨리 너희들을 보내서 사문이 되게 하고 싶으나, 너희들은 3가지 일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보내지 못하겠다. 첫째는 모든 예법[禮敎]을 다 배우지 못하였고, 둘째는 항상 즐거워서 괴로움을 보지 못하였고, 셋째는 입에 맛있는 것만을 먹어서 족한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을 보내지 못하겠다. 그러나 지극한 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나도 사문이 되고 싶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설법을 듣고 지혜로운 뜻을 간절히 즐기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태자에게 넘기고 몸은 3존(尊)에 귀의하여 좌우에서 모시며, 가르침을 받는 사문이 되어 부처님처럼 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몇 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여러 가지 빛이 났다. 그 광명이 시방을 비추니 땅은 여섯 번 진동하고 모든 하늘은 허공에서 풍류를 연주하며, 꽃과 이름난 보배를 흩어 삼천 대천 국토를 덮으니, 천하의 언덕과 구덩이가 모두 평탄하게 되었다. 큰 산들이 황금으로 변하고 마른 나무가 다시 살아났으며, 그 가운데 단정치 못하던 것이 모두 소원을 이루었다. 나무가 말랐던 것은 가지와 잎이 났으며, 자연스레 바람이 불어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하고 찬탄하였다. 꽃이 피었던 것은 스스로 떨어져 바람을 타고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공중에 그물처럼 머무르며 각각 게송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이제 부처님의 성스러운 신력을 입어
죽음에서 구제되어 다시 살았네.


광채와 겉모양이 본래대로 돌아와
진실로 도가 이루어짐을 돕네.



생사는 음난한 색이니
비유컨대 마른 나무와 같으나,
부처님의 음성을 만나
본래의 꽃송이를 찾았네.



6색(色)에 잠기어 어두움에 집착하고
4색(色)에 합하여 5욕(欲)이 되며
분별하는 법이란 공연(空然)한 것이니
도를 알면 법행(法行)을 성취하리라.



진정한 지혜를 얻어서
쾌락하고 편안함을 얻으니,
일체는 모두가 기뻐하며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이때에 모든 6통(通)과 아라한들이 꽃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왕녀 이행이 곧 남자로 변하고, 다시 보살이 되니, 한 여자가 두 가지로 변화한 것이므로 앉아 있던 대중들이 모두 즐거워하였다.

때에 한 불국토 안에 여인이 없었고, 6통을 얻은 이 10만 5천 명과 3만의 수다원이 모두 물러나지 않는 경지[阿惟越致]를 얻었으며, 8만 6천 명의 아 나함이 모두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라한이 다시 위 없는 진정한 도의 뜻을 내었으며, 벽지불의 행이 있던 이는 곧 미륵들과 같이 되었다.

왕은 나라 일을 태자에게 맡겼으니, 태자의 이름은 변적(辯積)이었는데, 꿇어앉아 대왕에게 말하였다.

“부왕께서는 자손에게 재앙과 색신의 복만을 베푸십니까? 자손에게 베푸시려면 마땅히 법재(法財)의 이익을 베푸셔야 할 터인데, 목을 베어야 할 원수와 큰 죄를 가지고 자손에게 주시니, 큰 나라의 정치가 대대로 누락되고 몰락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큰 지혜를 알지 못하는데, 선을 멸하는 길을 자손에게 주시니 어찌 해야 합니까? 하지만 부왕의 분부이시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곧 예를 갖추어 절하고 부왕에게 하직 인사한 뒤 떠나, 궁전으로 돌아가 나라를 차지하고 앉아 널리 고하였다.

“부처님께 가서 무위도를 구하여 선과 효를 짓지 않는 자는 죄가 3역(逆)과 같을 것이다.”

태자는 궁전에서 용맹정진하여 널리 큰 도의(道意)를 열고, 마음이 근본을 넘어 무량하였다. 곧 한 나라의 죄악을 소멸하고, 땅이 여섯 번 진동하니 그때에 백성들이 모두 말하였다.

“우리 태자님이 부처를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대중도 모두 받들어 섬기며 모두 부처를 이룰 것입니다.”

그 때에 부처님이 웃으시니 5색 광명이 나와 시방의 불국토를 비추었다. 백성들은 모두 발원하되 ‘우리가 부처님과 같이 도를 얻게 하소서’하니, 천하의 음식이 자연히 그 앞에 놓여 마치 도리천과 같았고, 그 나라의 보살들은 모두가 아미타불의 국토와 같았다.

태자 변적은 공덕을 얻고 궁전에 있은 지 7일만에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를 따르는 뭇 신하와 크고 작은 백성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서 억억만천의 게송으로 여쭈었다.

부처님은 삼매로써 결단하시니
공덕이 매우 높으십니다.


광명과 상호와 위신으로 비추시니
감응은 3천 세계를 움직입니다.



사람에게 위 없는 지혜를 베푸시니
덕이 넓어 뭇 마음에 들어갑니다.


감응을 일으켜서 어리석음을 여시니
복을 받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법화의 일 연설하고 일러 주셔서
세상을 고치고 여러 외도를 맑게 하시되,
사납고 억센 이를 항복시켜서
화평과 부드러움 받게 하십니다.



한 길이 넘도록 도량은 빛나지만
세인이 받는 업은 길고 깁니다.


늙음을 버리고 공적을 얻으면
죽지 않고 도리어 살아납니다.



병든 것 제거하고 욕된 일 멀리하면
색상(色想)은 수고로움 없어지고,
음(陰)과 개(蓋)를 즉시에 제거하면
청정하여 욕진[欲塵]이 없어집니다.



사상(思想) 위에 욕정(欲定)을 받아들이면
유포(流布)가 무위(無爲)로 돌아가지만,
공정(空定)하여 언제나 적연(寂然)하면
머무르지 않으며 행하지 않습니다.


법식(法識)이 없는 데 행하지 않고
시현(示現)하여 광상(光相)을 성취하시나,
근본 법은 늘고 줄음 없는 것이며
언제나 안적(安寂)하고 공공(空空)합니다.



여래는 신통과 변화를 나타내어
일체에서 참다운 도법을 얻으시고,
어리석은 이 고요히 선정 닦으면
마음이 무생물(無生物)과 같아집니다.



저희들 지금의 설법을 들으니
법화의 지혜를 표현하십니다.


마음으로 해득하여 발원하오니,
일체가 부처님과 같아지기를

이제 성(城)과 국토에서
법화를 연설하시기를 바라오니,
어떤 법을 행하고
몇 가지 일로써 알아야 하겠습니까?

빨리 이 법화를 얻고
뜻에 맞추어 그 지혜를 말하여,
모두가 분별하여 알고
일체 마음을 이해하게 하소서.



모든 법의 일을 밝히 아는 것
마땅히 그 중에 얻을 것이니,
얻는 데가 멀거나 가까워야만
곧 부처를 얻게 되올지.


다시 겁수(劫數)에 대하여
오래도록 몇 분의 부처를 따라 배워야,
지혜를 이해하고 요체를 얻어
잠시에 변화를 이루겠습니까?

원컨대 자세히 연설하셔서
대중으로 하여금 알게 하소서.


태자와 뭇 사람들이
예배하고 단정히 앉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왕녀 이행에게 말씀하셨다.

“법화삼매로 열어 보인 것을 알고자 할 경우,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이 산신비유품(散身譬喩品)에서 도를 얻고 진리를 아셨다.”

그 때에 억백천의 하늘들과 범왕과 헤아릴 수 없는 백성과 48만의 보살이 ‘무소종생’을 얻었고, 성문들은 모두 다시 뜻을 내었다.

때에 불상(不想)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늘의 대중이 법화삼매를 들었사오나, 해설하는 일의 요긴한 비결은 전혀 받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법화삼매를 말한 것은 모두 수기[訣]를 주되, 겁수가 있고 저마다 스스로의 국토와 처소가 있으므로 다시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가 만일 믿지 못한다면 스스로 가서 모두 물어보라.”

때에 태자와 왕녀 이행이 보살의 심중에서 묻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해주고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는 높은 지혜가 있으면서
어찌하여 요체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만일에 구하는 생각 있으면
도무지 지혜를 받지 못하리라.



처소가 있다고 설명하면
법화의 일이라 할 수 없네.



입으로 말하기를 요구하거나
참으로 높은 소리 듣고자 하면,
그는 본말(本末)을 알지 못하니
말해도 도리어 알지 못하리라.



도를 닦는 빠른 길 가리키는 것
마치 눈먼 장님과 같은 일이니,
사자의 우렁찬 소리도
오히려 작은 소리라 부르리라.



수기를 받아 부처를 얻었으나
바른 도에 예배할 줄 알지 못하고,
수기를 받아서 국토 갖는 것
비유컨대 또 다시 허깨비와 같으니
상대할 것 있으면 나가서 응하되
미리부터 생각하지 말 것입니다.



붙일[附] 것을 보고 교수하여서
과거 현재 미래에 가득히 하나,
신통은 모르는 것 없는 법이니
언설이 있기를 기다리지 않네.



수기를 받은 이 공무(空無)에 있어
고요히 무위에 안정했으나,
항상된 선정은 움직임이 없는 것
사사롭고 미세한 자 알지 못하리라.


그렇지 아니할 적에 개연(開演)하면
적정(寂靜)하여 하는 바 없어지니,
이것이 즐거울 바 국토 위에서
청정하게 증득한 것 바르다 하네.



사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을 쾌락한 법에 편안하다 하고,
상호로 광명을 시현하면
이것을 부지런히 시현한다 하네.



제자와 백성이 있을 때에는
이것을 욕탁(欲濁)에 들었다 하니,
애쓰지 않거나 근념(勤念)치 않으면
모두가 다하여 기멸(起滅)이 없으리라.

이렇게 18만억 게송을 말하니, 보살은 기뻐하며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나는 스스로 어리석어서
상인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네.


그러한 말씀과 법을 모르고
도리어 수기를 받지 못했다 하였다네.



지금 말씀하신 게송의 뜻은
매우 깊어 자세히 말할 수 없으니,
원컨대 본래의 뜻 일으키시어
정신을 함께 하여 의논[參論]합시다.

때에 태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모든 현자(賢者)들이 모두 아직도 알지 못하였는데, 좋은 방편으로 알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웃으시니 5색 광명이 가슴과 입에서 나와 시방이 모두 밝아졌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허망하게 웃지 않으시니, 웃음에 반드시 뜻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대중을 보고 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보고 있습니다. 이제 여래께서 물으시면 모두 대답하려니와, 각각 시방에서 교화하여 항하사 대중을 제도하고 모두 부처를 이루게 하옵니다.”

그 때에 저절로 향기로운 꽃과 7보가 내려, 삼천 대천 세계를 덮어 두루두루 빈 곳이 없었다.

부처님은 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화삼매로 알 수 있는 사람 몸의 일도 이와 같다.”

그 때에 헤아릴 수 없는 항하사 백천 대중이 모두 위없는 진정한 도의 뜻을 내어 무소종생심(無所從生心)을 얻었으며, 무수한 성문이 모두 ‘물러나지 않는 자리’를 얻었다.

이 때에 아난이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며, 어떻게 봉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법화삼매(法華三昧)』라 부르며, 왕녀 이행이 질문한 것이고, 사람의 몸을 해석하고 정식(情識)을 흩는 경의 요집(要集)이다. 사람이 쓰고 외우고 읽으면 80겁에 보시를 행한 것보다 뛰어나며, 공양하고 대하여 꿇어앉으면 보살이 3천억만 겁에 자비를 행한 것보다 나으며, 밝게 알아 차례차례 남에게 가르치면, 항하사 부처님께 공양한 것보다 나을 것이다. 만일 한 번만이라도 이 경을 들은 사람은 생사의 괴로움에 다시 태어나지 않고, 믿지 않고 비방한 자는 지엽말단의 흐름[未流]을 따라가 근본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 이 법화삼매를 부촉[囑]하는 일은 천겁에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대략 요체를 말했으니 수지하여 쓰고 봉행하되, 한 글자도 빠지지 않게 하고, 구절을 맞추어 바르게 써야 할 것이다.”

태자가 거느린 대중은 소견이 열리어 각각 도의 지혜를 얻으니, 모두가 상수와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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