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백의금당이바라문연기경(佛說白衣金幢二婆羅門緣起經) 02. 중권
“또 백의여, 매우 오랜 옛적에 이 세계가 무너질 때에 여기에 살던 중생들은 도로 광음천(光音天)에 가서 나며, 또 매우 오랜 세월을 지나서 세계가 이루어지면 다른 세계의 중생들이 광음천에서 죽어서 이 세계에 와서 태어나게 되나니, 이 모든 중생들이 각기 몸에 빛이 있되 맑고 깨끗하며, 허공에 날아다니되 가고 싶은 대로 가며, 매우 쾌락하여 뜻대로 자재하느니라. 중생들이 몸에 빛이 있으므로 이 세상에 그 때에는 해와 달의 광명이 다 나타나지 않느니라. 해와 달의 빛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성(星)도 나타나지 않으며, 성(星)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수(宿)도 나타나지 않으며, 수(宿)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밤과 낮의 구별도 없고, 밤낮의 구별이 없으므로 연·월·일·시의 차별도 없으며, 또 남녀의 형상도 구별되지 않았느니라. 그 때의 중생들은 저절로 몸의 빛이 서로 비추느니라.
백의여, 그 때에 대지(大地)에서 큰물이 솟아났는데 빛이 소유(酥乳)와 같았으며, 맛은 사탕과 같았고, 또 꿀맛과도 같았으며, 향기롭고 좋아서 사람들이 그 물을 먹게 되면 몸의 여러 기관을 잘 이롭게 했나니, 그 이름을 지미(地味)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 지미에 매우 애착하여 늘 손가락 끝으로 찍어서 맛을 보았다. 다른 이들도 이를 보고 따라서 욕심을 내어 손가락 끝으로 찍어 맛을 보고 나서 애착을 내었다. 그 때 사람들이 모두 지미에 맛을 들여 애착을 내어 먹을 것으로 삼아 몸을 부지하여 왔다.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차츰 몸이 단단하여짐을 깨닫게 되며 추잡하고 무거워지게 되었다. 몸이 무거워지므로 허공에 날아다니던 것이 마음대로 갈 수가 없게 되며, 몸의 광명이 없어졌느니라. 몸의 광명이 없어졌으므로 대지가 캄캄하여지더니 마침 해와 달이 나타나게 되고, 별도 나타났으며, 낮과 밤의 구별이 되고, 이로 말미암아 연·월·일·시의 차별이 있게 되었느니라.
또 백의여, 그 때 사람들이 처음으로 지미를 먹으면서 그 맛으로 오랫동안 몸과 목숨을 자양하여 왔으나 탐심이 생겨 너무 많이 먹은 이는 빛과 모양이 여위어 약해지고, 적게 먹은 이는 빛과 모양이 충실하였다. 충실한 이가 여위고 약한 이를 보고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말하기를, ‘너는 여위고 약한 이요, 나는 충실한 자이다’라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교만한 생각을 일으켰으니, 이 인연으로 지미가 없어져 버렸다. 그 때 사람들이 지미가 없어짐을 보고 모두 탄식해 말하기를, ‘괴롭구나, 괴롭구나. 지미가 왜 없어져 버렸는가?’라고 하였느니라.
백의여, 지미가 없어지고는 지병(地餠)이 다시 났으니, 빛이 손나가(飡那迦)와 같고, 맛은 사탕이나 꿀과 같이 달며, 향기롭고 좋아서 사람들의 먹을 것이 되었으므로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오랫동안 자양해 오더니, 탐심을 내어 많이 먹는 이는 빛깔과 모양이 여위어 약해지고, 적게 먹은 이는 빛깔과 모양이 충실하였느니라. 충실한 이가 여위어 약한 이를 보고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말하기를, ‘너는 여위고 약한 이요, 나는 충실한 자이다’고 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교만한 생각을 일으켰느니라. 이 인연으로 지병이 없어진 것을 보고, ‘괴롭구나, 괴롭구나. 지병이 왜 없어져 버렸는가?’하고 탄식해 말하였다.
백의여, 지병이 없어지고 나서는 다시 임등(林藤)이 나왔으니, 가롱박가(迦籠嚩迦)라는 나뭇가지와 흡사한데, 네 가지 빛이 있었느니라. 맛은 사탕이나 꿀과 같은데 향기롭고 매우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먹을 것이 되었느니라.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오랫동안 자양해 오더니, 욕심을 내어 많이 먹은 이는 빛깔과 모양이 여위어 약하고, 적게 먹은 이는 빛깔과 모양이 충실하였느니라. 충실한 이가 여위고 약한 이를 보고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말하기를, ‘너는 여위고 약한 이요, 나는 충실한 자이다’라고 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교만한 생각을 일으켰느니라. 이 인연으로 임등이 없어졌느니라. 그 때 사람들은 임등이 없어짐을 보고 다들 탄식해 말하기를, ‘괴롭구나, 괴롭구나. 임등이 왜 없어져 버렸는가?’하였느니라. 백의여, 지금 사람들이 혹 괴로움을 당하게 될 때에 말하기를, ‘괴롭다, 괴롭다’하고 외치는 것과 같았느니라.
또 백의여, 임등이 없어지고 나서 다시 향기로운 벼[香稻]가 났느니라. 이 향기로운 벼는 껍데기도 없고 속겨도 없으며, 묘한 향내음이 좋아할 만하며 때를 맞추어 익는데, 아침나절에 베면 저녁 때 다시 나고, 저물 녘에 베면 아침에 도로 나나니, 이렇게 베고 나면 다시 돋아나서 끊임이 없었느니라.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그 향기로운 벼만 베어서 생활하면서도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하였느니라. 사람들이 욕심을 내어 서로 다투어 베어먹었으므로 몸이 점점 추하고 무거워지며, 남자와 여인의 형상이 구별되었느니라.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사랑함을 일으켰고, 미워함과 사랑함으로써 서로 훼방하게 되었고, 또 점점 서로 애착을 일으키며, 이 애착의 원인으로 허물과 잘못의 근본이 되었느니라.
또 모든 사람들이 훼방함으로 말미암아 몽둥이와 기왓쪽이나 돌을 가지고 서로 때리고 치게 되었느니라. 이러므로 세상에는 법 아닌 것과 올바르지 않은 행위 따위가 생기게 되었느니라.
백의여, 지금 세상 사람들이 동녀(童女)를 여러 가지 좋은 꽃으로 꾸미고 좋은 옷으로 단장하여 이성(異性)을 구해서 시집 보내나니, 이러한 법 아닌 것으로써 바른 법으로 삼느니라. 그러면서 그 뜻은 도무지 알지 못하느니라. 저 때의 백성들도 또한 그러하여 지난날의 바른 법은 지금에 비법이 되고, 지난날의 율법도 율법 아닌 것으로 되었느니라. 이렇게 차츰 비법의 행위가 생기며, 이 비법의 행위가 일어나므로 차츰 핍박을 내게 되고 싫증을 내어 여의려는 마음을 잃어버리고 더 게을러지며, 하루나 이틀, 사흘 내지 한 달을 집에 머물지 않으며, 집안 살림을 돌보지 않고 넓은 들판에 놀러 다니며, 허물과 잘못을 덮어 감추느니라.
어떤 사람이 천성이 게을러서 벨 때가 아닌데도 향기로운 벼를 베면서 속 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수고를 한단 말인가? 아침엔 나가서 아침 먹을 향기로운 벼만 베어 오고, 또 저녁엔 저녁 먹을 향기로운 벼를 베어 와야 하니,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나가서 아침저녁 두 끼 먹을 것을 베어 오면 좋지 않을까?’ 하였다. 그리고는 곧 나가서 아침저녁 두 때 거리의 향기로운 벼를 가져왔느니라.
또 백의여, 다른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너도 지금 나와 같이 가서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자’고 하니, 게으른 이가 대답하기를, ‘너나 가거라. 나는 벌써 아침저녁 먹을 것을 다 갖다 놓았노라’고 하였느니라. 그는 생각하기를, ‘한 번에 두 때 먹을 것을 가져온 것은 참 잘한 짓이다. 내가 지금 어찌 이틀 사흘 먹을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지 않을쏘냐?’ 하고는 곧 가서 그렇게 베어 왔느니라.
또 백의여, 어떤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너도 지금 나와 함께 가서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자’ 하니, 먼저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너나 가거라. 나는 벌써 이틀 사흘 먹을 것을 갖다 놓았노라’ 하였느니라. 그 때 같이 가자고 온 사람이 은근히 생각하기를, ‘한 번에 이틀 사흘 먹을 것을 가져온 것은 참 잘한 것이다. 내가 이제 어찌 단번에 나흘 닷새치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을까 보냐?’ 하고 곧 가서 그렇게 가져왔느니라.
또 백의여, 처음에 향기로운 벼를 가져올 적에는 껍질도 없고 속겨도 없으며 향기롭고 아름답더니, 한 게으른 이가 원인이 되어 그 뒤로부터 차츰 한번에 많이 가져와서 쌓아 두어 자기들이 욕심을 채웠으므로 향기로운 벼가 차츰 껍질이 생겼고, 아침에 베면 저녁에 돋아나지 않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돋아나지 않으며, 다시 살아나지 않았느니라. 그 원인을 알지 못하고 백성들은 한 곳에 모여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처음에는 저마다 몸에 빛이 있고 허공에 날아다니며 쾌락하고 자유로웠고, 몸에 빛이 있으므로 해와 달과 별들의 광명이 나타나지 않으며, 또 밤과 낮의 구별을 하지 않았고, 연·월·일·시의 차별이 없으며, 남녀의 형상이 나뉘지도 않았고 저절로 몸빛이 서로 비치고 그 때에 대지에 큰물이 솟아났으니, 빛이 소유(酥乳) 같고 맛은 사탕이나 꿀과 같고, 향기롭고 아름다워서 사람이 먹을 만하여 몸의 모든 기관을 길렀으니, 그 이름을 지미라 했는데, 어떤 한 사람이 그것을 애착하여손가락 끝으로 찍어 그 맛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여 모두들 그것으로써 좋아하여 우리들이 늘 먹어서 몸을 길러 부지하였다. 그런데 지미를 탐내어 너무 많이 먹으매 우리들의 몸이 점점 거칠어지고 무거워졌다. 이 인연으로 허공에 날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몸의 빛이 스러져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가 다 어두워졌다. 그 때에 해와 달과 별이 있어 광명이 나타나므로 비로소 낮과 밤이 생기고, 연·월·일·시의 구별이 있었다. 이 때 지미는 우리들의 먹을 것으로서 우리가 오랫동안 그것으로 생활을 해 왔는데, 그만 욕심이 생겨 너무 많이 먹은 이는 몸이 여위고 약해지고, 적게 먹은 이는 몸이 충실하였다. 그런데 충실한 이가 여위고 약한 이를 보고 교만한 생각을 내었으므로 지미가 없어져 버리고 지병(地餅)이 다시 났으니, 달고 아름다우며 빛과 향기가 갖추어졌다. 우리들의 먹는 것으로서 오랫동안 생활하게 하였는데 욕심이 생겨 많이 먹은 이는 몸이 여위고 약해졌으며, 적게 먹은 이는 몸이 충실하였는데, 충실한 이가 여윈 이를 보고 교만한 생각을 일으켰으므로 지병이 숨어 버리고, 임등이 다시 생겨났으니, 달고 아름답고 빛과 향기가 갖추어 있었다. 우리들의 먹는 것으로서 오랫동안 생활하게 하였는데, 욕심이 생겨 너무 많이 먹은 이는 몸이 여위고, 적게 먹은 이는 몸이 충실하였다. 이 때 충실한 이가 여윈 이를 보고 교만한 생각을 일으켰으므로 임등이 없어져 버리고 향기로운 벼가 다시 생겨났다. 그 향기로운 벼는 껍질과 겨도 없고 묘한 향기가 좋다 할 만하였고 아침에 베면 저녁에 도로 돋아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도로 돋아났다. 우리들의 먹는 것으로서 오랫동안 살아가게 하였는데,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하고 욕심을 내어 너무 많이 먹어 찌꺼기가 곧 걸렸다.
그 때에 남녀의 모양이 달라지게 되고 뒤에 미워하고 사랑하며 서로 훼방하고 또 애착하게 되었다. 이 애착의 원인이 허물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들이 서로 훼방하였으므로 몽둥이와 돌로 서로 때리고 치게 되므로 세상에 비법(非法)이 생기고 비법이 일어나므로 차츰 핍박을 내고 싫증을 내어 여읠 줄을 모르고 도리어 더 게으르게 되어 하루 이틀이나 한 달 동안을 집에 있지 않고 살림을 돌보지 아니하고 넓은 들판에 놀러 다니며 허물과 잘못을 덮어 감추었다.
마침 한 사람이 천성이 게으르므로 제 때에 가서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지 않고 생각하기를, ‘내가 왜 이런 수고를 하겠는가? 아침엔 아침 먹을 향기로운 벼만 가져오고 저녁엔 저녁 먹을 향기로운 벼만을 가져왔으니, 나는 이제 하루에 한 번 가서 아침저녁 두 끼니거리의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리라’ 하고 곧 가서 그렇게 가져왔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와서 ‘너도 지금 나와 함께 가서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자’고 하매 게으른 이가 대답하기를, ‘너나 가서 가져오너라. 나는 벌써 두 끼니거리의 향기로운 벼를 갖다 놓았노라’고 하니, 같이 가자고 온 사람이 생각하기를, ‘한번에 두 끼니거리의 향기로운 벼를 가져온 것은 참 잘한 짓이다. 나는 이제 한번에 이틀 사흘 치를 가져오리라’고 하고, 곧 가서 한번에 그렇게 가져왔다. 또 한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너는 지금 나와 함께 향기로운 벼를 가지러 가자’고 하므로, 먼저 사람이 대답하기를, ‘너만 가서 가져 오라. 나는 벌써 사흘 것을 갖다 두었노라’고 하니, 그 사람이 생각하기를, ‘사흘 것을 한꺼번에 가져온 것은 잘한 짓이다. 나는 이제 한번에 나흘 닷새 것을 가져오리라’고 하고 곧 가서 닷새 치를 가져왔다.
너희들은 알아두어라. 처음에 향기로운 벼를 가져올 적엔 껍질과 속겨가 없더니 뒤에 차츰 많이 갖다 쌓아 두면서부터 점점 껍질과 속겨가 생기며, 아침에 베면 저녁에 돋아나지 않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나지 않아서 다시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모든 토지의 경계를 골고루 나누어 각기 한계를 지어 ‘이것은 너의 경계, 저것은 나의 경계라고 하자’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이와 같이 의논하고 곧 경계를 나누어 한계를 각각 정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백의여, 그 때 사람들이 땅을 나누어 가진 뒤에는 한 사람이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자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어떻게 먹을 것을 얻으며 어떻게 내 생활을 영위할까? 나의 경계에 있는 향기로운 벼는 다하고 다른 경계의 것은 있지마는 그가 허락하지 않으니 내 지금 가서 조금만 훔쳐 오리라’고 하고, 자기 것은 단단히 감춰 두고 남의 지경에 가서 가만히 향기로운 벼를 훔쳐내었다. 마침 주인이 이를 보고 도둑에게 ‘무엇 하느냐, 이 도둑아. 왜 여기 와서 나의 향기로운 벼를 훔치느냐?’고 호령을 하니,도둑은 태연스럽게 ‘나는 그런 일이 없다. 네 경계의 향기로운 벼를 가져가지 않았노라’고 하였다.
다음에 그 사람이 두 번째 가서 향기로운 벼를 가져오려 했으나 역시 얻기가 어려워서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어떻게 먹을 것을 얻으며,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까? 이제 내 것은 다하고 다른 경계의 것은 있으나 그가 허락하지 않으니, 내가 이제 가서 조금만 훔쳐 오리라’ 하고 자기의 것은 단단히 감추어 두고 남의 경계에 들어가서 향기로운 벼를 훔쳤다. 주인이 또 그를 보고서 ‘이 도둑놈아, 어찌 또 와서 나의 향기로운 벼를 훔친단 말이냐?’ 하니, 도둑은 여전히 ‘그렇지 않다. 나는 네 경계 안에 가서 향기로운 벼를 훔친 적이 없노라’고 딱 잡아떼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