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2. 중권
“또 장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이 몸이 최초에 무슨 인연으로 성립한 것인가를 관찰하나니, 말하자면 부모의 정수와 피가 합하여 모임에 의하여 저 인연이 생긴다. 또한 그 음식을 먹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먹고 나면 변괴하여 문득 모였다가 곧 흩어져서 담음장(痰廕藏)에 들어가고 담음에서 흘러내리어 마침내 부정(不淨)에 돌아가며, 그런 후에 화대(火大)가 증강하여 뜨겁게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하면, 그 후 바람의 힘으로 돌아간다. 그 바람의 힘으로 말미암아 각각 찌꺼기의 무거운 것과 흘러서 윤택한 것들을 분리시킨다. 찌꺼기의 무거운 것이란 이른바 대소변 등이요 흘러서 윤택한 것이란 피를 말한다. 피가 변하여 살을 이루고 살이 변하여 기름(지방질)을 이루며, 기름이 뼈를 이루고 뼈가 골수를 이루며, 골수가 그 정수를 이루고 정수 등이 이 부정한 몸을 이루나니, 보살이 이 부정한 몸을 관찰하므로 이에 사유(思惟)를 일으키되, ‘이 몸은 여러 가지가 합하여 모였기에 명상(名相)이 각기 다르다. 말하자면 3백 뼈와, 60방(肪)과 고(膏)가 서로 합해진 것과, 4백 막(膜), 5백 육단(肉團), 6백 뇌(腦), 7백 맥(脈), 9백 근(筋), 16늑골(肋骨)이며, 또한 세 가지가 있어 안으로 그 창자를 얽어 생숙장(生熟藏)의 창자를 분리하되 16 가지가 얽혀서 머무르게 함이 있고, 2,500의 맥도(脈道)가 투영(透映)되고, 107절(節)과, 80만 구지(俱胝)의 털구멍이 있고, 다섯 감관이 갖추어 있으며, 9규(竅)와 7장(藏)엔 부정한 것이 충만하고, 골수는 일곱 줌[掬]의 뇌가 있고, 1국의 지(脂)가 있고, 3국의 담음이 있고,6국의 찌꺼기의 무거운 것과, 6국의 바람의 힘이 따라서 두루하였으며, 피는 1두(斗)가 있어 이와 같이 모두 각각 충만하며, 일곱 수맥(水脈)이 있어 또한 에워싸고 모든 맛을 흡수하면 안의 화대(火大)가 증강하여 소화시키고, 뜨겁게 하면 피곤하여 몸과 맥에서 땀이 흐르나니, 이들 여러 모양은 참으로 보기 흉하고 이의 냄새와 더러움은 부정한 체상(軆相)이다. 이 가운데에 어찌 증상(增上)의 애착을 일으키리오. 구걸하는 사람이 소용되는 물건을 얻다가 얻고서는 도로 버리는 것과 같으며, 또한 큰 수레가 극히 무거운 것을 실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나니, 오직 지자(智者)만이 법을 깨달아 응당 이와 같이 아느니라.”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몸은 여러 가지 부정으로 모였는데
어리석은 자 깨닫지 못하고
더욱 애착하는 마음 일으키나니
더러운 병(甁)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것과 같네.
귀와 눈 입과 코 모두 더럽나니
저들을 어이 향기롭고 깨끗하다 하리.
침과 눈썹 귀지와 콧물이며
벌레들이 얽혀 추잡한 것 어이 애착하랴.
비유컨대 어리석은 자 숯을 가지고
힘써 갈고 다듬어 희게 하려 한들
숯이 다하고 힘 지쳐도 희어질 수 없나니
지혜 없이 탐착함 또한 그와 같다네.
어떤 사람 깨끗하게 만들려고
이 몸 여러 가지로 닦으며
백번 목욕하고 향수를 바른들
목숨 다하면 부정으로 돌아가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외수 등 5백 장자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장자여,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할진댄 이 몸에 44가지 모양이 있음을 관할 것이니, 무엇이 44가지인가. 말하자면 보살마하살이 ‘이 몸은 진실로 싫어하고 버려야 할 것’으로 관찰함이요, 보살이 ‘몸은 가히 좋아하고 아껴서는 안될 것’으로 관찰하나니 이롭지 못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극히 냄새나고 더러운 것’으로 관찰하나니 피 고름이 충만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심히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근골(筋骨)이 서로 연해 있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부정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더럽고 나쁜 것이 항상 흐르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환(幻)과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어리석은 사람과 이생(異生)이 굳이 허망 동란(動亂)의 형상을 일으키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새어 나오는 것이 많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아홉 구멍에서 항상 흐르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치성하게 불타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말하자면 탐욕의 불이 태우는 바와, 진애의 불이 맹렬히 모임과, 어리석은 불이 어둡게 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그물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항상 덮여 있는 애정의 그물이 계속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구멍이 의지한 바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아홉 구멍과 및 모든 털구멍에 두루 흘러내리는 더러운 것이 충만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여러 가지로 핍박하고 괴롭히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404병(病)이 항상 해롭게 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이 굴택(窟宅)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8만 4천 호충(戶蟲)이 모여 있는 것인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무상(無常)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마침내 죽음에 돌아가는 법인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무지(無知)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법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쓰는 그릇과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뭇 인연으로 합하여 이루어졌다가 마침내 파괴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핍박이 심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근심과 괴로움이 많은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귀취(歸趣)가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필경 늙고 죽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엉큼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아첨과 속임을 행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땅과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평탄하기 어려운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불과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사랑하는 바 색(色)에 따라 얽매이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염족(厭足)이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5욕(欲)을 따르는 까닭이요, 보살은 ‘몸은 파괴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번뇌가 장애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일정한 분위(分位)가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그 이쇠(利衰)가 수용하는 바에 나타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자타(自他)의 인연이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근원과 지류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마음과 뜻이 달리고 흐르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가지가지 인연으로 뜻을 지어 사찰(伺察)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버리고 등지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필경 시림(尸林)에 버리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다른 것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독수리와 새와 사람들이 먹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윤반(輪盤)에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근골이 연접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돌보아 아낄 바가 없고 쇠하면 버리고 누락되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피 고름이 충만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맛에 탐착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음식으로 이루는 바인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근고(勤苦)하여도 이익이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무상생멸(無常生滅)법인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나쁜 벗과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모든 삿됨과 허망을 일으키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죽이는 자와 같은 것’으로 관찰하나니 거듭 거듭 고통이 증가되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고통의 기구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3고(苦)가 핍박하여 괴롭게 하는 까닭이요 [이른바 행고(行苦)와 괴고(壞苦)와 고고(苦苦)이다.], 보살이 ‘몸은 고(苦)의 무더기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5온(蘊)에 따라 유전하며 주재가 없는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극히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갖가지 인연으로 이루어진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수자(壽者)가 없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남녀상을 떠난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공적(空寂)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모든 온(薀)과 처(處)와 계(界)가 합성한 바인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허가(虛假)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꿈과 같은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진실치 못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환(幻)과 같은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움직이고 산란한 것’으로 관찰하나니 아지랑이와 같은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달리며 흐르는 것’으로 관찰하나니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요, 보살이 ‘몸은 허망으로 생긴 바인 것’으로 관찰하나니 그림자 나타남과 같은까닭이니라.
장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44가지 관찰을 지을 때엔 있는 몸의 낙욕(樂欲)과, 몸을 돌보고 아끼는 것과, 몸에서 ‘나’라고 집착한 것과, 몸에 애염(愛染)함과, 몸의 적집(積集)과, 몸의 계착(繫着)인 일체를 모두 끊나니 그러므로 목숨의 낙욕과, 목숨을 돌보고 아끼는 것과 목숨에서 ‘나’라고 집착한 것과, 목숨에 애염함과, 목숨의 적집과, 목숨의 계착과, 내지 사택과 처자, 권속, 음식, 의복, 수레, 평상, 자리, 보물, 재물, 곡식, 향화, 등촉과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樂具]와, 낙욕과, 돌보고 아낌과, 아소(我所)에 집착함과, 애염함과, 적집과, 계착인 일체를 또한 끊는다. 몸과 목숨을 능히 버리므로 말미암아 내지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도 또한 모두 버리며, 이와 같이하여 능히 6바라밀다를 원만히 구족하느니라.
장자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바라밀다를 원만 구족하므로 곧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증득하느니라.”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 몸 얻기 어려움 응당 알아야 하나니
이 몸 가지고 여러 죄업 짓지 말아야 하리.
시림(尸林)에 버리면 짐승들이 먹나니
부질없이 이 몸을 버리는 물건으로 만든다네.
어리석은 자 항상 산란하여
헛된 몸에서 탐애 일으키네.
이 몸 다루기 어려워 등지기만 하여
밤낮으로 받는 고통 쉴 새 없네.
이 몸은 고통 바퀴, 병이 생기고
이 몸의 부정물 많이 충만하였네.
주리고 목마른 고통 심하나니
지자(智者)가 어이 애착을 일으키랴.
이 몸 땅처럼 넓어 주인 없거늘
나쁜 벗과 같아 어리석게 애착 내어
이 몸 때문에 갖은 죄악 짓고서
필경 그 고통 스스로 받네.
이 몸 금강같이 굳지 않나니
이 몸 인해 많은 죄 짓지 않으리.
지자는 응당 수승한 복인(福因) 닦아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청정한 신심 발하리.
의복 음식 모든 물건으로
오래가지 않는 이 몸 양육한들
잠깐 있다 마침내 무너지나니
어찌 괜히 애써 가꾸고 허송하랴.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함이여
백겁을 지나도록 만나기 어렵나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청정한 믿음 빨리 두고서
악취의 두려움 받지 않도록 하리.
가령 수명이 천 구지(俱胝)를 산다 해도
저엔 응당 탐애두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백년도 못되는 수명인데
어찌 실컷 탐애만 낼 것이랴.
어떤 사치를 즐기는 자는
얻기 어려운 이 몸 생각지 않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사람 모아 놓고
그 앞에서 구경하며 쾌락 구하네.
재보(財寶) 많이 모은들 무슨 낙 있으랴.
보호하고 아끼느라 고통만 더하네.
어리석은 자는 그를 기뻐하거니와
지자(智者)는 그의 탐착 떠나버리네.
부귀의 실체 없음 허망함 꿈과 같은데
어리석은 이는 마음이 치달려 흘러가네.
찰나에 성립했다 찰나에 파괴되나니
어이 지자가 그를 탐애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