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서천(西天) 시호(施護) 한역
번역
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1. 상권
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2. 중권
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3. 하권
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1. 상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면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하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阿羅漢)이니,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으며 마음이 잘 해탈되고 지혜도 잘 해탈되어 큰 용왕과 같고 짓는 바를 이미 완성하였으며, 무거운 짐을 벗고 자기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결박을 없애고 바른 지혜로 해탈하였으며, 마음이 고요하여 모두 피안(彼岸)에 도달하였다. 오직 한 사람만이 보특가라(補特伽羅)였나니, 이른바 아난이었다.
또한 5백의 큰 보살 대중이 있었나니 모두 일체 다라니문(陀羅尼門)과, 삼마지문(三摩地門)을 얻어서 모두 일생보처(一生補處)였다.
이 때에 사위국(舍衛國) 안에 한 장자(長者)가 있으니, 이름은 무외수(無畏授)였다. 큰 부자로서 많은 재보(財寶)가 있어 쌓아두고 수용하는데 창고에는 금ㆍ은ㆍ유리ㆍ진주ㆍ산호ㆍ나패(螺貝) 등의 보물이 가득 찼으며, 수레와, 코끼리와 말과 소와 염소가 많이 있었으며, 또한 권속과 노비(奴婢)와 심부름꾼과 집사(執事)하는 사람과 벗들이 많았다.
어느 때에 무외수는 5백 장자들과 함께 모여서 서로 일러 말하였다.
“여러 인자(仁者)들이여, 부처님의 출세하심을 만나기가 어려운 일이며,사람 몸을 얻기가 어렵고, 때도 계합되기 어려우며, 불교 중에서 청정한 믿음을 갖기도 참으로 어렵고, 집을 버리고 출가(出家)하여 비구가 되기도 또한 어려움이 되고, 수행하기도 또한 어려우며, 저 중생들에게 은혜를 알고 갚기를 생각함도 또한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조금 베풀고 짓더라도 오히려 무너지거나 없어지지 않거늘, 하물며 많이 함이랴. 또한 모든 중생이 만일 여래의 교법 중에서 능히 청정한 믿음을 내며 믿고 또 교법에 의하여 수행함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모든 중생이 만일 능히 여래의 교법을 장엄하고 또한 윤회를 해탈함은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응당 성문승(聲聞乘)과 연각승(緣覺乘) 중에서 열반을 구하지 말고, 응당 위없는 대승법 가운데서 열반을 구할 것이다.”
이에 여러 모인 이들이 이와 같은 일로서 서로서로 의논하고서 모두 다 광대하고 수승한 마음을 발하여 모두 말하되, “우리는 지금 모두 대승법에서 열반을 구하고 성문과 연각의 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때에 무외수는 5백 장자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위성을 나와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도달하고서는 머리와 얼굴로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기를 일곱 차례하고 물러가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은 이 일을 알고 계셨기에 무외수 등 5백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장자들은 무슨 인연으로 여래ㆍ응공ㆍ정등각(正等覺)의 처소에 왔느냐?”
이 때에 무외수 등 5백 장자는 모두 자리로부터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아까 함께 한 곳에 모여서 가만히 서로서로 일러 말했나이다. ‘부처님의 출세(出世)하심을 만나기가 어려운 일이며 사람 몸을 얻기가 어렵고 때도 계합되기 어려우며,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 청정한 믿음을 갖기도 참으로 어렵고,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비구가 되기도 또한 어려움이 되고, 수행하기도 또한 어려우며, 저 중생들에게 은혜를 알고 갚기를 생각함도 또한 심히 어려울 것이다. 다만 조금 베풀고 짓더라도 오히려 무너지거나 없어지지 않거늘, 어찌 하물며 많이 함이랴. 또한 모든 중생이 만일 여래의 가르침 중에서 능히 청정한 믿음을 내며, 믿고서는 또한 교법에 의하여 수행함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모든 중생이 만일 능히 여래의 교법을 장엄하고 또한 윤회를 해탈함은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지금 응당 성문승과 연각승 중에서 열반을 구하지 않고 응당 위 없는 대승법 가운데에서 열반을 구할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와 같은 일로서 서로 의논하고서 모두 다 광대하고 수승한 마음을 일으켜 모두 위없는 대승법 중에서 열반을 구하고 성문과 연각의 법은 좋아하지 않나이다.
저희들은 이런 인연으로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의 처소에 왔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할진댄 응당 어떻게 머무르며, 또한 어떻게 배우며, 어떻게 수행하나이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외수 등 5백 장자들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 여러 장자들이여, 매우 훌륭하고 매우 훌륭하도다. 너희들은 지금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안주(安住)하려고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처소에 왔나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할지어다. 지금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 주겠노라.”
이 때에 무외수 등 5백 장자들은 가르침을 받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러 장자들이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할진댄 그 머무른 바와 같이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며, 이와 같이 수행해야 하느니라.
또 만일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할진댄 응당 일체 유정(有情)에게 대비(大悲)의 마음을 일으켜서 널리 친근하고 널리 섭수(攝受)하여 관찰하고 베풀어 지어야 하느니라. 그리고 보살마하살은 자기의 몸과 목숨도 응당 애착하질 않으며, 있는 가택과 처자와 권속과 음식과 의복과 수레와 평상과 자리와 보물과 재물과 곡식과 향화(香華)와 등촉(燈燭)과내지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도 모두 응당 애착하지 않나니, 무슨 까닭인가? 많은 중생들은 몸과 목숨에 애착하므로 죄업(罪業)을 많이 짓나니, 저들의 지은 업이 성숙되면 악취(惡趣)인 지옥 중에 떨어지거니와, 만일 일체 유정에게 대비의 마음을 일으켜 자기의 몸과 목숨에 애착하지 않으면 곧 일체 좋은 세계에 태어나느니라.
여러 장자들이여,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할진댄 일체 유정에게 대비 마음을 일으켜 자기의 몸과 목숨에 애착을 두지 않으며, 있는 가택과 처자와 권속과 음식과 의복과 수레와 평상과 자리와 보물과 재물과 곡식과 향화와 등속과 내지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에도 모두 애착하지 않고 그러한 후에 스스로 널리 보시를 행하되 과보를 구하지 않고 계행(戒行)에 안주하여 3상(相 : 주는 자ㆍ받는 자ㆍ물건)이 청정하며, 모든 인욕(忍辱)을 닦아 능히 일체 유정을 수순하며 자기에게 이롭지 못한 일로 가하는 것을 모두 능히 인욕으로 조복하며, 큰 정진의 견고한 갑옷과 투구를 입고서 몸이건 목숨이건 모두 버리며, 고요함인 마음과 경계가 하나인 데에 편히 머무르며, 산란을 멀리 떠나고 수승한 지혜로 모든 선법(善法)의 갈래를 결택하되, ‘나, 남, 중생, 수자(壽者), 사부(士夫), 보특가라(補特伽羅), 의생(意生 : 업에 매이지 않고 뜻대로 몸을 받아 날 수 있는 것)이라 하는 등의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널리 일체 유정을 위하여 모든 수승한 행을 지으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보시를 행하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계행을 보호하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인욕을 행하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견고한 정신을 일으키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모든 수승한 정(定)의 문에 안주하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뜻을 두어 지혜를 닦으며, 일체 유정을 위하여 일체 선교(善巧)한 방편을 배우느니라.”
그 때에 무외수 등 5백 장자는 함께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옛적부터 자신의 몸과 목숨에 모두 애착을 두었으며, 있는 가택과 처자와 권속과 음식과 의복과 수레와 평상과 자리와 보물과 재물과 곡식과 향화와 등촉과 내지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에도 모두 애착을 두었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떤 관찰을 지어야만 몸과 목숨과 내지 일체 수용하는 오락기구에 애착을 내지 않겠나이까?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설명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외수 등 5백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무수한 모양으로 몸을 관찰하나니, 어떤 것이 무수한 모양인가? 이른바 이 몸이란 실체[實]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법으로 합하여 모인 것으로 아주 작은 티끌의 모임과 같나니, 이마로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파괴되는 것이요, 저 아홉 구멍과 모든 털구멍에는 깨끗하지 못한 것들의 흘러넘치는 것이 개미 무더기와 같은 것이요, 독사가 그 속에 있어서 독사가 해치는 것이요, 원수와 같고 원숭이와 같은 것이요, 손해와 괴롭히는 것이 많은 것이요, 극히 나쁜 벗과 같아서 항상 투쟁을 일으키는 것이요, 몸이 물거품이 모인 것과 같아서 잡고 만질 수 없는 것이요, 또한 물거품과 같아서 있다가 곧 무너지는 것이요, 또한 아지랑이와 같아서 갈애(渴愛)로 생긴 것이요, 또한 파초와 같아서 속이 굳고 단단함이 없는 것이요, 또한 환화(幻化)와 같아서 허망으로부터 일어난 것이요, 또한 왕자(王者)와 같아서 여러 가지로 명령하는 것이요, 또한 원적(怨敵)과 같아서 항상 와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요, 또한 도적과 같아서 신의가 없는 것이요, 또한 살인자와 같아서 극히 조복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요, 악지식(惡知識)과 같아서 항상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법을 파괴하는 자와 같아서 혜명(慧命)을 매몰시키는 것이요, 또한 삿된 벗과 같아서 착한 법을 감하는 것이요, 또한 텅 빈 취락과 같아서 주재(主宰)를 떠난 것이요, 또한 기와 그릇과 같아서 마침내 파괴로 돌아가는 것이요, 소변 통과 같아서 부정이 충만한 것이요, 대변을 보는 곳과 같아서 항상 어려움이 많은 것이요, 또한 모든 부정한 것을 먹는 귀신과 파리와 벌레와 개들이 냄새나고 어려운 속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이요, 또한 더러운 물건을 많이 쌓아두어 그 냄새가 멀리까지 나는 것과 같은 것이요, 나쁜 종기와 부스럼의 구멍이 아물지 않아 그 구멍의 통증이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요, 또한 독한 화살촉이 몸속에 들어가서 고통스러운 것과 같은 것이요, 나쁜 집주인을 받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요, 또한 썩은 집과 새는 배[船]와 같아서 비록 수리하더라도 도로 무너지는 것이요, 또한 술잔 그릇과 같아서 굳게 아낄 수 없는 것이요, 또한 나쁜 벗과 같아서 항시 감시해야 하는 것이요, 강 언덕의 나무를 바람이 동요하는 바와 같은 것이요, 큰 강물의 흐름과 같아서 마침내 죽음의 바다에 돌아가는 것이요, 또한 나그네의 집과 같아서 여러 가지로 수심이 있는 것이요, 주인 없는 집과 같아서 소속된 바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요, 순경(巡警)하는 사람이 항시 시찰함과 같은 것이요, 변방과 같아서 침해(외적의 침입)하는 바가 많은 것이요, 모래를 쌓은 곳이 차츰 줄어 내려가는 것과 같은 것이요, 불이 타서 번지는 것과 같은 것이요, 바다를 그냥 건너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요, 땅을 평탄히 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요, 뱀을 광주리에 둔 것과 같아서 손해가 생기는 것이요, 또한 어린 아이와 같아서 항상 보호와 아낌을 필요로 하는 것이요, 또한 깨진 그릇과 같아서 쓸모가 없는 것이요, 나쁜 곳과 같아서 항상 파괴될까 염려하는 것이요, 독이 섞인 음식과 같아서 항상 멀리해야 하는 것이요, 구걸하는 사람이 갖가지 물건을 얻고 얻었다가 도로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요, 또한 큰 수레에 극히 무거운 것을 실은 것과 같은 것 등이니, 오직 지자(智者)는 법을 깨달아서 응당 이와 같이 아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