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외수소문대승경(佛說無畏授所問大乘經) 03. 하권
비유컨대 환(幻)으로 만든 물상이요
건달바성(乾闥婆城)의 장엄함 같아서
어리석은 사람이 탐내는 부귀도 그러하거늘
허망인줄 모르고 탐착만 하네.
백 가지로 많은 재산 애써 구하나
얻고 나면 심한 고통 몸에 닥치네.
벼슬도 물과 불의 흩어지는 시간이니
지자(智者)가 어이 그를 애착하랴.
처자 권속 사랑함을 따라
많은 죄 짓고 파괴당하는
극히 중한 과실 깨닫지 못하거니와
지자는 몸에도 애착 두지 아니하네.
인색한 자가 재부 얻을 때에
그의 부모는 존경 아니하며
처자와 권속도 도리어 미워하는데
항상 언제나 재리(財利)만을 탐하네.
인색한 자는 은혜와 의리 모르고
자기의 소유 온전하기만 생각하며
바른 길 등지고 재리 구하거니와
지자는 그를 신용 아니하며
인색한 자 뜻은 엉뚱하고 말만 진실하여
믿어야 할 것은 믿지 않고
사람 보면 사랑하는 아들같이 하나니
이것이 인색한 자의 아첨이라네.
인색한 자 세속에 있어서
비록 교리를 통해 안다 해도
마음 산란하고 나쁜 말 잘하며
불쌍히 여김 없고 극히 추루하네.
인색한 자 처세함엔 의탁할 데 없고
지식(知識)과 친한 벗 또한 없으며
의지[依附]하는 것은 재리 구함이니
지자는 인색한 자를 신용하지 않네.
인색한 자는 재부 구하기 위하여
극히 악한 일에도 생각 두나니
그러므로 지자는 바로 관찰하거니와
어리석은 사람은 그를 기뻐하네.
금ㆍ은ㆍ보배ㆍ산호 등은
착한 업으로 생겨 물거품 같고
그 속에 탐애가 다투어 일어나거늘
저들은 허깨비임을 알지 못하네.
한 부처 현겁(賢劫) 시절에 출현하되
그 이름 자씨(慈氏)일 것이요
대지(大地)를 황금으로 두루 덮으리니
그 어디서 생겼고 무슨 인연이냐.
바깥 5욕 경계에 따라가는 어리석음이여,
산란하고 우치하여 법에 미혹함이
한낮의 여름에 목마른 사슴이
헤매며 아지랑이를 물로 여김 같네.
공겁(空劫) 후 1겁에 세계 이루나니
허공으로 이룬 바라 자성이 공함일세.
불태워 파괴했다 도로 이루나니
이는 어디서 왔고 저는 어디로 가느냐.
도랑과 못물 큰 바닷물도
마르고 없어져 모두 같다네.
허망하여 진실 아닌 탐애 또한 그러하나니
어느 지자가 애착을 내랴.
지자는 지혜의 힘과 색상(色相) 갖추고
몸에 항상 스스로 칭량(稱量)하여
이속엔 무미하여 물듦 없고
사택과 재리 으레 버린다네.
5욕을 따라 악업(惡業) 짓고
처자와 권속 양육한들
줄을 때엔 처자와 친척이
자기가 받는 고통 어이 구원하랴.
죽을 때엔 권속은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지은 모든 업을 따라가나니
고뇌가 자기 몸에 닥치는 그 때엔
누가 자기 위해 나누어 받으랴.
3유(有)엔 친애 없고 혼자 받나니
처자 권속은 거짓 친함이라네.
어리석은 사람 그를 낙으로 여기다가
다만 고뇌와 슬픔만 더하네.
부모와 처자 친우의 모임이여,
재리 구하기 위해 서로 모였기에
그들은 죽은 이 따라가지 않고
자기 지은 업만 서로 따르네.
일체 모두 업 따라 행하며
일체 모두 업 따라 머무름이라네.
응당 알라, 이 몸 업으로 이루었나니
지자는 응당 선업(善業)을 닦아야 하리.
부모와 처자 및 권속들을
깨달아 알지 못하므로 탐애만 하여
어리석은 사람 죄업 많이 짓거니와
지자는 무간(無間)지옥 들어가지 않네.
딴 곳엔 업보가 다하여도
무간의 극고(極苦)는 해탈 못하나니
그러므로 저 악취 두려워하여
지자는 부지런히 닦아 죄를 여의네.
염라왕 앞에 죄 받을 때엔
그 곳에 구호하는 벗도 없고
부모와 친척 또한 없으며
자기 지은 업대로 받는다네.
염왕의 말은 너 사람 몸 얻었을 적
어찌 모든 죄 여의지 아니했느냐.
지금은 심한 고초 받을 때니
모두 네가 악업 지은 탓이라 하네.
자기 마음에서 악을 짓고서
업보가 있는 것 믿지 아니했나니
염라대왕이 말한 바와 같이
네가 받을 죄요 나의 죄 아님이라네.
스스로 업인(業因) 짓고 죄를 지었나니
너는 죄를 지었기에 여기에 왔도다.
마땅히 극고(極苦)받는 것 감수하라.
먼저 지은 바 그름과 탐애 없애라 하네.
죽을 때엔 뭇 고통 핍박하는데
친속도 그를 해탈시키지 못하며
너 스스로 해탈하려 할 때니
그러므로 모든 죄악 떠나야 하네.
형틀에 매어 갖은 고통 받는 것을
만일 멀리 벗어나고자 하면
사택과 친우 두려워하는 마음 두고
불교의 바른 수행 닦아야 하리.
사택은 모진 불 큰 고통의 근본이니
이 마음 불 항시 타오르네.
지자는 이에 애착 두지 않고
큰 불 무더기처럼 두려워한다네.
집의 친속 양육하는 것 항상 근심이요
부자도 근심함이 역시 그러하여
자타(自他)의 과실 차별 없나니
그러므로 모든 죄악 응당 떠나리.
슬기로운 이는 불교를 믿고 좋아하여
심지 않고도 안락의 뿌리 거두거니와
어리석은 자는 그를 좋아 아니하고
다만 집의 괴로운 근본만 탐하네.
여인의 몸 근육과 뼈로 합성했거늘
괜히 탐애 일으켜 나의 처라 함이여,
어리석은 자 사랑에만 빠지며
여자의 몸이 허깨비인 것 알지 못하네.
슬기로운 이는 깨달아 모든 욕락과 집을
모두 싫어하며 여의고서
정법의 약으로 탐애병을 치료하고
모든 속박 빨리 벗어나네.
그 때에 무외수 등 5백 장자는 이 정법(正法)을 듣고서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무생법인을 얻고서는 모두 최상의 용약(踊躍)과 환희를 내어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기쁘다, 오늘에서야
저희들이 큰 이익 얻었나니
저 일체 이익 중엔
이 이익이 최상이옵니다.
저희들이 일으킨 것은
광대한 보리심(菩提心)이니
부처님 정법 중에
청정한 갈앙(渴仰) 내나이다.
일으킨 수승한 애락은
위없는 보리 마음이니
일체 유정 위하여
모든 안락 널리 베푸오리다.
저희들은 오늘부터
그 신명 다하도록
맹세코 이 깊은 경법에
최상의 애락 내오리다.
애락 일으키므로 말미암아
일체 유정 얻게 되리니
저 당래의 세상에는
보는 이 마다 환희심 내오리다.
저 일체 중생이
모두 발심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누구 할 것 없이
광대한 보리심 발하오리다.
만일 일체 중생이
보리 마음 좋아하면
응당 수승한 과보인
최상의 금빛 몸 얻으오리다.
상호(相好)로 장엄하여
가지가지로 수승하고 수묘하며
또한 큰 광명 얻어서
세간에 널리 비추오리다.
위없는 보리 마음이여,
이 마음은 광대한 마음이며
수승하기 일체에 뛰어난 마음이니
최상이며 또한 청정하오리다.
저 일체 공덕이란
이 마음으로서 구족되오며
또한 위대하고 수승한 힘 갖추었고
일체 병고 능히 벗어났나이다.
복이 적은 유정들은
보리 마음 좋아 아니하고
이 마음이 게으르고 나태한 인연으로
생사(生死)를 능히 관찰 못하나이다.
보리와 신통 지혜로서
가장 수승한 복력(福力) 얻어
허공에 가득히 쌓아 놓고
유정들에게 널리 베푸오리다.
만일 어떤 사람 항하 모래수와 같은
부처님의 세계에
가득 찬 7보(寶)의 재물로서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 하여도
만일 어떤 사람 다만 합장하고서
보리 마음에 귀향(歸向)한다면
이 수승한 공양의 인(因)이
모든 공양보다 초과하오리다.
이 공양은 비할 데 없나니
이른바 보리 마음이라
이것보다 초과할 자 없나니
가장 수승하며 최상이오리다.
보리 마음의 공덕이란
수승하고 미묘한 좋은 약이어서
일체 병고 모두 다스리고
유정에게 안락을 주나이다.
모든 유정들이 세 가지 불에
항상 불타는 것 관찰하고서
한량없는 겁 동안 제거하려고
보살은 항상 게으르지 아니하나이다.
이 보리행을 닦아
용맹한 의왕(醫王)이 되어
괴로운 유정들 구원하려고
항상 게으름 멀리 하나이다.
자주 여러 갈래로 다니면서
보리 마음 놓아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불법 중에서
희유한 모양 나타내나이다.
저희들은 큰 이익 얻사와
이 보리 마음 좋아하오며
저희들은 당래에
대각(大覺) 이루옵기 원하나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그 얼굴에서 광대한 신통 광명인 무한한 빛을 나타내시니, 이른바 푸른색과 황색과 붉은 색과 자색과 벽색(碧色)과 녹색이었다.
이 광명이 널리 끝없는 세계를 비추고 위로는 범천에까지 사무쳐 일월의 광명을 가리워서 나타나지 않게 하였다.
그 광명은 둥글게 돌면서 오른쪽으로 세존 두루기를 백천 번 하고서 문득 세존의 정수리를 따라 들어갔다.
그 때에 존자(尊者) 아난다는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 예배하고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을 나타내시었나이까? 만일 인연이 없사오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광명을 놓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이 때에 존자 아난다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거룩하신 부처님 만일 인연 없다면
응당 이런 광명 나투시지 않으리.
원컨대 하열한 중생 불쌍히 여기시어
광명 놓으신 인연 말씀해 주옵소서.
일체 중생 모두 가난하기에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성재(聖財) 베푸시고
어두운 세간 밝게 비추시리니
원컨대 이 광명의 인연 말씀하옵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존자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너는 지금 이 5백 장자들을 보느냐.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기 위하여 나의 처소에 왔느니라.”
아난다는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이 5백 장자들은 지금 이 모임에서 정법을 듣고 모두 무생법인을 얻었느니라.
아난다야, 이 여러 장자들은 모두 과거 부처님 처소에서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선근(善根)을 깊이 심었다. 이로부터 죽어서는 다시 모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 천상에는 태어나서 수승하고 미묘한 낙(樂)을 받았느니라.
또한 차례로 저 자씨(慈氏)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세상에 출현할 때에도 저 부처님 세계에 나서 친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길 것이요, 그 후에 내지 현겁(賢劫)의 여러 부처님이 출세할 때에도 낱낱 부처님 처소에서 친근 공양하며 정법을 받아 듣고 독송하고 기억하여 널리 사람들에게 말해 주리라. 최후로 25겁을 지나서 갖가지 불찰(佛刹)에서 모두 응당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果)를 성취하여 함께 연화길상장(蓮花吉祥藏)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출현하리라.”
그 때에 존자 아난다는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지금 이 광대하고 매우 깊은 정법은 참으로 희유(希有)하나이다. 세존이시여, 희유하나이다. 선서(善逝)이시여, 이 경은 무엇이라 이름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이 경은 이름이 보살유가사지법문경(菩薩瑜伽師地法門經)이며, 또한 이름이 무외수소문경(無畏授所問經)이니, 이와 같은 명칭으로 너는 마땅히 받아 지닐지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해 마치시니, 존자 아난다 등의 여러 큰 성문과 보살마하살 대중과 5백 장자와 세간의 하늘 사람과 아수라(阿修羅) 등 일체 대중은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