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문수사리보살불찰공덕장엄경(大聖文殊師利菩薩佛刹功德莊嚴經) 03. 하권

대성문수사리보살불찰공덕장엄경(大聖文殊師利菩薩佛刹功德莊嚴經) 03. 하권

그 때 사자용맹뢰음(師子勇猛雷音) 보살은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이미 여래의 10력(力)과 10지(地)를 원만히 이루고, 또 일체 불법(佛法)이 다 원만한데 무엇 때문에 위없는 보리(菩提)를 증득하지 않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불법이 원만하다면 어찌 다시 보리를 증득하겠습니까? 왜냐 하면 이미 원만하기 때문이니 다시 무엇을 증득하겠습니까?”

사자용맹은 다시 문수사리에게 말했다.

“모든 불법이 원만하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진여(眞如)의 원만은 진여의 원만으로 말미암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일체 불법의 원만은 일체 불법의 원만으로 말미암으며, 때문에 허공도 원만하며, 허공과 진여와 일체 불법은 둘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닙니다.

또 선남자여, 당신의 말대로 불법은 원만한 것입니다. 불법의 원만이란, 색(色)이 원만하고, 수(受)·상(想)·행(行)·식(識)이 원만한 것이니, 불법의 원만도 그와 같습니다.”

사자용맹은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이 색의 원만이며, 어떤 것이 수·상·행·식의 원만입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이 보는 그 색이 상(常)입니까, 무상(無常)입니까?”

대답하였다.

“무상입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법이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면 그것을 원만이라 합니다. 무슨 인연으로 법의 원만함을 아는가. 여시지(如是智)를 굴리면 분별지(分別智)를 내고, 만일 굴리지 않으면 분별하지 않을 것이며, 또 분별할 것도 없거니와, 또한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을 것이요, 만일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면 그것을 평등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선남자여, 만일 색의 평등을 보면 그 색은 원만한 것이요, 수·상·행·식의 평등을 보면 그 수·상·행·식은 원만한 것입니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은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이미 오래 전에 심심인(甚深忍)을 얻었으면서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이렇게 아십니다. 즉 ‘나는 보리를 증득했다’라고. 그런데 왜 문수사리께서는 유정들을 깨우치기 위해 발심을 권하지 않습니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일찍이 유정들을 깨우치기 위해 발심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유정들은 소유가 없고 유정들은 멀리 떠났으며 유정들은 소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리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유정들을 깨우치기 위해 발심을 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와 보리와 유정은 다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유정들을 깨우쳐 평등을 권하고 위없는 보리를 구하게 하지 않고, 또한 퇴전하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분별이 없는 성품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행이 감도 없고 옴도 없음을 알면 그것을 평등이라 하고, 또한 공성구(空性句)라 이름하니, 공성구란 구함이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만일 이러하다면 어떻게 오래 전에 인(忍)을 얻었다 할 수 있으며, 이미 얻음이 없거늘 내가 어찌 마음을 가지고 보리를 증득하겠습니까?

선남자여, 당신은 마음과 지혜를 볼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볼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 마음은 색이 아니요 이름도 없으며, 나아가 보리도 이름의 시설(施設)일 뿐입니다. 이 보리와 마음은 공도 아니며 또한 공 아닌 것도 아닙니다.”

사자용맹은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렇게 비밀한 뜻으로 말하지 마십시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마음은 나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내가 보리를 얻겠으며, 마음이 이미 나지 않거늘 어떻게 현증(現證)하겠습니까?”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어떤 것을 현증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일체의 법을 깨달음을 따라 평등을 생각하는 것을 현증이라 하고, 이 깨달음을 따르면서도 조금도 생각을 일으킴도 없고 생각을 멸함도 없는 것을 현증이라 하며, 이와 같이 진여(眞如)는 진여가 아니니 분별을 일으키지 아니함을 현증이라 합니다. 만일 바른 견해에 머물러 법에 평등하면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 얻음이 없음으로써 같음도 짓지 않고 다름도 짓지 않으며, 같음도 생각하지 않고 다름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을 현증이라 하고, 만일 1상(相)을 체득하여 일체의 법을 알면 이른바 무상(無相)이며, 만일 일체 법이 무상임을 알면 몸이나 마음에 집착이 없나니 그것을 현증득(現證得)이라 합니다.”

사자용맹은 말하였다.

“어떤 것을 득(得)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행이라는 글귀가 없으면 그것을 득이라 합니다. 행하는 바가 없으면 삼계(三界) 가운데서 삼계를 행하지 않나니, 그것은 말로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바른 법은 아뢰야(阿賴耶)도 없고, 또한 행하는 바도없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선남자여, 소리와 말이 없고 얻을 법이 없나니, 얻을 바가 없기 때문에 득(得)이라 합니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십니다. 원컨대 문수사리 동진 보살이 얻은 불찰에 대해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직접 문수사리 동진 보살에게 물어보아라.”

그리하여 사자용맹뢰음 보살마하살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당신의 불찰의 장엄은 어떠합니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보리를 좋아한다면 그대가 마땅히 물어보십시오.”

사자용맹은 말하였다.

“그대가 어찌 보리를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선남자여. 만일 좋아함이 있으면 싫어함이 있고, 만일 싫어함이 있으면 탐애가 있고, 만일 탐애가 있으면 출리(出離)가 없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또 선남자여, 당신이 불찰의 장엄을 어떻게 성취했느냐고 묻습니다마는 나는 스스로 칭찬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지이신 여래 앞에서 스스로 불찰의 공덕 장엄을 말하는 것은 곧 보살이 자기의 덕을 자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자신이 원하는 불찰의 공덕 장엄을 말하라. 왜냐 하면 모든 보살들이 그 말을 듣고 반드시 그 원을 성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나는 감히 여래의 분부를 어길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나는 지금 말하겠습니다.”

그 때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말하겠습니다. 보리를 구하는 선남자·선여인은 자세히 들을 것이며, 그것을 듣는 사람이면 그 진실한 행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오른 무릎을 땅에 대는 그 찰나에 시방의 대지와 긍가의 모래 수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원합니다. 만일 한량없는 구지 나유다 백천 겁 동안 보리를 쌓지 않으면 저는 끝내 위없는 정각을 증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막힘이 없는 천안(天眼)으로 시방, 내지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의 모든 불세존을 뵈올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위없는 보리심을 내도록 제가 권한 것이 아니면 보리행을 닦을 것이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배우기를 권하여 그들로 하여금 6바라밀을 성취하게 하며, 이미 권하고 가르치고 훈계하여 다 위없는 정각을 성취하게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제가 막힘이 없는 천안으로 시방을 관찰하고 불사를 다 지으면 그 때에야 저는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그 때 대중 가운데의 어떤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어떻게 이런 여러 불세존을 보는가?’

이 때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의 생각을 아시고 사자용맹뢰음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어떤 사내가 이 삼천대천세계를 다 부수어 티끌을 만들었다면 어떤 산사(算師)나 산사의 제자로서 그 티끌 수를 세어 백이다, 천이다, 구지 나유다 백천이다라고 알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와 같이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막힘이 없는 천안으로 시방의 낱낱 세계를 관찰하고 이와 같은 한량없고 수없는 모든 불세존을 다 보느니라.”

그 때 문수사리는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소원은 이렇습니다. 즉 긍가의 모래 수 같은 광대한 세계를 한 불찰로 만들고 그 불찰에 높은 장벽을 쌓아 유정천(有頂天)에 이르게 한 뒤에 한량없는 백천 보배로 장엄하고, 다시 한량없는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에 장식하겠사온데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저는 끝내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또 이런 소원이 있습니다. 즉 저의 세계의 보리수의 그 수량이 1만 대천세계와 똑같으며 그 나무의 광명이 모든 불찰토를 다 비추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또 이런 소원이 있습니다. 즉 보리수 밑에 앉아 밤중에 정각을 이루고, 나아가 열반에 들 때까지 그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되, 다만 화신(化身)으로 시방의 한량없고 수없는 구지 나유다 모든 불찰토를 두루하여 모든 유정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저에게는 이런 소원이 있습니다. 즉 저의 세계에는 성문 이나 연각이라는 이름은 없고 오직 청정한 보살 대중이 있으며, 일체의 허물과 모든 의혹 등을 떠나 다 청정한 범행(梵行)의 무리가 이 불찰에 가득 차며, 그 불찰에는 여자라는 이름도 없고 일체 보살은 다 화생(化生)뿐으로서 가사를 입고 가부하고 앉는데 그런 보살이 그 국토에 충만하며, 다만 여래의 변화를 입고 시방으로 나가 모든 유정들을 위해 그 뜻함을 따라 삼승법(三乘法)을 연설하는 것은 그 예외입니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장차 성불하면 그 이름은 무엇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문수사리가 성불할 때는 그 이름을 보견(普見)이라 하리라. 선남자야, 무슨 인연으로 저 여래의 이름을 보견이라 하겠느냐? 선남자야, 보견 여래는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기 구지 나유다 백천 세계 중생들로 하여금 다 보게 하기 때문에 보견이라 하며, 그 부처님을 보는 모든 유정들은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얻을 것이다. 보견 여래는 비록 성불하지 못했더라도 내가 현재나 멸도한 뒤에라도 그 이름만 들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오직 이미 성문의 자리나 니야마(尼夜摩)의 자리에 든 사람이나 하열한 견해를 가진 자만은 예외이니라.”

또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또 소원이 있습니다. 즉 저 한량없이 장수하는 여래의 국토에서 법희(法喜)를 음식으로 삼는 것처럼, 저의 국토의 보살도 음식 생각이 났을 때는 곧 온갖 맛난 음식이 발우에 가득하여 오른손에 있으면 그는 생각하기를 ‘만일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지 못했거나 빈궁하고 고뇌하는 유정들과 아귀 세계에서 천 년 동안이나 눈물이나 침도 먹지 못한 자들에게 이것을 주어 배부르게 하지 못하면 나는 끝내 먹지 않으리라’고 합니다. 그 찰나에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큰 위덕이 있어 허공을 타도 막힘이 없고 바람처럼 걸림이 없어, 곧 시방의 한량없고 수없는 불찰에 나아가 그 음식으로 모든 불세존과 성문 대중들에게 바치고, 또 빈궁하여 고뇌하는 유정들과 아귀들에게 보시하여 다 충만하여 기갈을 벗어나게 한 뒤에는 곧 설법하고, 설법하고는 찰나 사이에 본토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또 소원이 있습니다. 즉 보리를 얻은 뒤의 저의 국토에는 모든 보살들이 날 때부터 필요한 의복은 그 뜻을 따라 곧 손안에서 나오는데, 그것은 다 청정한 사문이 입는 옷이며, 그 옷이 나오면 그는 생각하기를 ‘이 보배 옷을 먼저 시방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하지 않으면 나는 입지 않으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무수한 세계로 가서 그 보배 옷을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본처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입는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의 국토의 모든 보살들은 그 수용하는 물품을 다 먼저 모든 불세존과 성문 대중들에게 공양하고 그 다음에 스스로 쓰는 것입니다. 또 저의 국토는 8난(難)과 좋지 못한 소리를 멀리 떠납니다. 저의 국토는 온갖 고통을 멀리 떠나고 깨끗한 계율을 허는 이가 없으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이 모두 마음에 맞기를 원합니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며, 보견 여래께서는 부처가 되어 어디에 계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부처님 세계의 이름은 여원원만적집리진청정(如願圓滿積集離塵淸淨)이며, 그 불찰토는 이 남방에 있는데 사하(娑訶)세계도 그 가운데 있느니라.”

또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에게 또 소원이 있습니다. 즉 저의 국토에는 무량 백천의 온갖 보배가 쌓여 한량없는 마니(摩尼)가 그림자를 서로 나타내며, 거기 있는 큰 보배는 시방 어느 국토에서도 얻기 어렵고 보지도 못하던 것입니다. 거기 쌓인 마니보배 등의 이름은 백천 구지 년 동안에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의 보살들은 그 세계에서 금이 보고 싶으면 곧 금이 나타나고, 은이 보고 싶으면 곧 은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것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폐유리(吠瑠璃)·파지가(頗胝迦)·적주(赤珠)·마노(瑪瑙)·모살라(牟薩羅) 보배 등 한량없는 보배가 보고 싶으면 그것들은 그 생각대로 갖가지 모양을 나타내며, 또 저 침수향(沈水香)·다벽라향(多蘗羅香)·다마라발향(多摩羅跋香)·용견향(龍堅香)·전단향(栴檀香) 등을 각각 생각대로 다 볼 수 있지마는 그 세계의 보배 모양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불찰에서는 해나 달이나 별·마니(摩尼)·불빛을 빌리지 않고 다 보리수에서 저절로 빛이 나와 모든 것을 비춥니다. 그 모든 보살들은 마음대로 그 광명으로 구지 나유다 백천 세계를 비추며, 또 거기는 밤과 낮이 없고, 꽃이 피고 오므리는 것으로 밤낮을 구별하는데, 모든 보살들이 좋아하는 시절을 따라 다 응해 주며, 또한 추위·더위·늙음·병·죽음 등도 없습니다. 만일 모든 보살들이 그 욕망을 따라 보리를 증득하려 하면 곧 다른 세계로 가는데 도사다천(兜史多天)에서 목숨을 마치고 내려와 정각을 이룹니다.

또 저 불찰은 공중에서 항상 구지 나유다 백천 가지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 모양은 나타나지 않으나 그 소리를 들으면, 그 음악 속에는 탐욕과 상응하는 소리가 없고, 오직 모든 바라밀의 소리와 부처님의 소리·법의 소리·승(僧)의 소리와 모든 보살들의 설법의 소리를 내어 모두 다 그것을 듣습니다. 거기 사는 보살들은 부처님을 사모하여 어느 곳이든 거닐거나 앉거나 생각만 하면 보견 여래·응공·정등각께서 보리수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모든 보살들로서 법에 대해 의심이 있으면 다만 부처님만보고 해설을 기다리지 않고도 의심 그물이 다 끊어져 법의 뜻을 알게 됩니다.”

그 때 거기 모인 한량없는 구지 나유다 백천의 모든 보살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지금 이 세존께서는 이름이 꼭 알맞으니 이른바 보견 여래이시다. 만일 누가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수승한 이익을 얻거늘 하물며 그 불찰에 태어남이겠는가? 만일 누구나 이런 기별과 그 설법을 듣고, 또 문수사리 동진 보살의 이름을 듣되 한 번만 들으면 그이야말로 모든 부처님을 뵈었다 할 것이다.”

이 말을 마치자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대들의 말과 같다. 선남자들아, 만일 누가 구지 나유다 백천 여래의 이름을 받들어 지니고, 또 누가 문수사리 동진 보살의 이름을 일컬으면 이 복이 저 복보다 많겠거늘, 하물며 보견 여래의 이름을 일컬음이겠는가. 왜냐 하면 저 구지 나유다 백천 여래가 유정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문수사리가 1겁 동안에 짓는 이익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 때 구지 나유다 백천 하늘·용·약차(藥叉)·건달박(健達嚩)·아소라(阿蘇羅)·얼로다(蘖路荼)·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呼羅伽)·인비인(人非人) 등이 한 소리로 외쳤다.

“나무 문수사리 동진 보살, 나무 보견 여래·응공·정등각.”

그 하늘·용 등이 이렇게 말하자, 80구지 나유다 백천 유정들은 위없는 정등의 대보리심을 내었고, 한량없는 유정들은 선근이 성숙하여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문수사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또 소원이 있습니다. 즉 오직 성문이 나타낸 장엄한 국토와 5탁(濁)의 세상을 제외하고, 제가 본 바와 같은 시방의 한량없고 수없는 구지 나유다 백천의 모든 불세존의 그 모든 불찰의 공덕 장엄과 행상(行相) 등 모두를 다 저의 한 불찰 안에 두게 하되, 제가 이 불찰의 공덕 장엄을 찬탄한다면 저 긍가의 모래 수 같은 겁을 지나더라도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이 소원은 오직 불세존·응공·정등각만 아시고 다른 이는 모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문수사리야. 여래의 지견(知見)은 3세 가운데 걸림이 없느니라.”

그 때 그 회중의 어떤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문수사리가 말하는 불찰의 공덕 장엄은 저 무량수 여래의 찰토와 같은가?’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보살의 생각을 아시고 곧 사자용맹뢰음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한 털을 백분으로 쪼개고 쪼갠 그 한 털로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을 취한다면, 선남자야, 그 한 털의 물이 많겠는가, 큰 바다의 물이 많겠는가?”

사자용맹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한 털의 물은 적고 큰 바다의 물이 많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사람이 든 한 털끝의 물은 무량수 불찰의 공덕 장엄과 같고, 큰 바다의 물은 보견 여래 불찰의 공덕 장엄과 같나니, 이렇게 보아야 하느니라.”

그 때 사자용맹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과거 현재 미래에도 이런 불찰의 공덕 장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답하셨다.

“있느니라. 선남자야, 여기서 동방으로 80구지 나유다 백천 긍가의 모래와 같은 세계를 지나 불찰이 있으니, 이름은 원주고용(願住高踊)이고, 거기에 부처님께서 계시는데 이름은 보광상다공덕해왕(普光常多功德海王) 여래라 한다. 현재도 거기 계시는데, 그 수명은 한량없고 가없으시며 한량없는 대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신다. 선남자야, 저 불찰의 공덕 장엄은 보견 여래 불찰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며, 네 보살은 퇴전하지 않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이와 같은 행에 머무르는데, 선남자야, 그 모든 보살들도 또한 보견 여래 불찰의 공덕 장엄을 얻을 것이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저 보살들의 이름과 주처를 말씀해 주시고, 또 보광상다공덕해왕 여래의 불찰을 설명해 주시며, 저희를 위해 저 부처님과 보살을 나타내 보이어 이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저 불찰을 취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나는 지금 말하리라. 선남자야, 그 첫째 보살은 이름이 광명당(光明幢)인데 동방의 무길상(無憂吉祥) 여래 불찰에 있느니라. 둘째 보살은 이름이 지상(智上)인데 남방의 지왕(智王) 여래 불찰에 있느니라. 셋째 보살은 이름이 적근(寂根)인데 서방의 혜적(慧積) 여래 불찰에 있느니라. 넷째 보살은 이름이 원혜(願慧)인데 북방의 나라연(那羅延) 여래 불찰에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신경통(神境通)으로 보광상다공덕해왕 여래 불찰을 나타내어 그 대중으로 하여금 저 여래와 보살 대중과 그 불찰의 공덕 장엄을 보게 하셨으니, 그것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것으로서 불가사의한 온갖 상을 성취한 것이었다. 피차의 세계가 서로 볼 수 있는 것은 마치 손바닥의 아마륵(阿摩勒) 열매를 보는 것과 같았다. 그 불세존이신 보광상다공덕해왕 여래의 몸은 8만 4천 유선나요 금색 광명이 단엄하고, 빛나는 것은 마치 소미로산왕(蘇迷盧山王) 같으며, 몸이 4만 2천 유선나인 보살마하살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한량없는 공덕으로 장엄한 보리수 밑의 사자좌에 앉아 있으면서 구지 나유다 세계로 가서 모든 유정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그대들은 저 여래와 불찰의 공덕 장엄과 보살 대중을 보았는가?”

대중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예 보았습니다. 저희들도 이 보살의 행을 배우고 문수사리 동진보살처럼 수행하여 이런 장엄한 불찰을 성취하겠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어 그 입으로 갖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이른바 파랑·노랑·빨강·하양·분홍·자줏빛 등의 광명이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를 비추다가 다시 돌아와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부처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 때 자씨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미소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자씨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 세계의 공덕 장엄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니라.”

그 때 그 대중 가운데의 8만 4천 보살들은 그 불찰의 장엄이 문수사리 동진의 불찰과 같은 것을 보았다. 그 대중 가운데에는 오직 16정사(正士)만이 왕성한 의요(意樂)를 성취하여 이렇게 원하였다.

“문수사리 국토의 장엄과 같이 원컨대 우리도 또한 그러하여지이다.”

16정사 이외에는 아무도 이런 큰 원을 내는 이가 없었고, 빨리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여 구하는 그 국토가 모두 한량없는 장엄 공덕과 같기를 원하였다.

“자씨야, 너는 지금 보았는가? 의요(意樂)를 성취한 보살은 큰 이익을 짓는 것이다. 왕성한 의요로 말미암아 이런 훌륭한 원을 내는 것이니, 그러므로 이런 문수사리와 같은 불찰을 얻느니라. 그러나 다른 보살들은 신심이 적고 그 소원이 하열하며 미약한 업으로 말미암아 60구지 나유다 백천 겁을 지나서야 비로소 5바라밀2)을 성취하느니라.”

그 때 광명당(光明幢)·지상(智上)·적근(寂根)·원혜(願慧) 등 네 큰 보살이 사방에서 와서 나타나는데, 각각 한량없는 폐유리(吠瑠璃)의 광명 누각에 앉아 있으면서 구지 나유다 백천 하늘 대중들에게 둘러싸이어 모든 국토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갖가지 신통으로 구지 나유다 백천 꽃을 뿌리며 또 음악을 울렸다.

이 때 자씨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 세계의 대지가 크게 진동하며 또 사방에서 누각이 나타납니까?”

부처님께서는 자씨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네 보살은 부처님의 기침 소리를 듣고 불세존을 뵈려고 온 것이다.”

이 말씀을 마치기도 전에 네 보살은 누각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보살들의 광명이 사방에서 와서 대중들을 두루 비추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이 네 정사는 불가사의한 뜻에 머무른다. 너희들은 저 정사에 대해 수승한 공경의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리고 법을 물어라. 선남자들아, 너희들은 저 정사(正士)들의 소원을 들어라. 그 정사들의 소원이란, 이른바 보살승(菩薩乘)을 가진 선남자·선여인이 저 네 보살을 보면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20구지 겁 동안 유전하는 생사를 뛰어나 5바라밀을 원만히 갖추는 것이며, 만일 여자로서 그 이름을 들으면 여자의 몸을 빨리 버리는 것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는 저 세계를 나타내셨다가 신통으로 도로 거두시니, 저 세계는 갑자기 사라졌다.

그 때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법은 요술과 같습니다. 비유하면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릴 때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일체 법은 났다가 다시 사라지고 또한 생멸이 없나니, 이것은 평등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평등을 배우면 위없는 정등보리를 빨리 증득할 것입니다.”

그 때 지상 보살이 문수사리 동진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떻게 위없는 보리를 증득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법은 얻을 것도 없고 무너질 것도 없는 것입니다. 무(無)에도 집착할 것이 없고 유(有)에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지상 보살이 말하였다.

“문수사리는 유(有)에서 보리를 얻었습니까, 혹은 무에서입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법은 본래 남[生]이 없습니다. 이미 있는 것도 없고 지금 있는 것도 없으며 장차 있을 것도 없어 끝내 얻을 바가 없는 것입니다.”

지상 보살이 말하였다.

“문수사리는 어떤 1상(相)으로 법을 말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떤 것이 말하는 1상의 법입니까?”

지상 보살이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여, 5온(蘊)·12처(處)·18계(界)를 보지 않습니다. 봄이 없는 것도 아니며 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에는 분별하는 것도 없고 분별되는 것도 없으며, 또 법이 쌓이는 것도 보지 않고 법이 흩어지는 것도 보지 않습니다.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법성(法性)에서 법성을 어기지 않고 갖가지 분별을 짓지 않으면, 이것은 범부의 법이요 성문의 법이며 연각의 법이요 여래의 법입니다. 1상(相)에 든다는 것은 상을 멀리 떠나는 것이니,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고 합니다.”

희견(喜見)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진여를 수행하면서도 진여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없고 또한 분별하는 것도 없으면, 이것은 심심(甚深)이니, 이것을 곧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무진변(無盡辯) 보살이 말하였다.

“모든 법이 다 없어지고 끝까지 없어지면 이것을 무진(無盡)이라 하며, 일체 법을 다할 수 없으면 이것을 곧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선사유(善思惟)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생각[思惟]에서 생각하지 않음에 들어가면 그는 생각하는 것도 없고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이니,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이진(離塵)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끝까지 물들지 않아 모든 상(相)에서 물들되 물들여짐이 없으며, 또한 성내지 않음과 어리석지 않음을 사랑하지도 않으며, 하나도 짓지 않고 다름도 짓지 않으면서도 지음도 아니요 짓지 않음도 아니며,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사얼라(娑蘖羅)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매우 깊은 법에 들어가 큰 바다처럼 측량하기 어려운데 바른 법도 분별하지 않고, 그와 같이 머무르고 그와 같이 말하되, 스스로 생각하는 바가 없고 남에게 말하는 바 없으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월상(月上)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일체 유정을 생각하되 달처럼 평등하여 나와 유정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최일체우암(摧一切憂闇)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걱정을 만나서 걱정하지 않고 또한 걱정의 화살도 싫어하지 않으면, 어찌 유정에 대해 걱정을 일으키겠는가? 이른바 나에 대해 나가 있는 듯하면서 평등에 머무르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무소연(無所緣)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욕계를 반연하지 않고, 색계와 무색계를 반연하지 않으며, 성문과 연각의 법도 반연하지 않고, 부처의 법도 반연하지 않는다’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보견(普見) 보살이 말하였다.

“설법하는 자는 평등하게 설법해야 한다. 그 평등이란, 이른바 공성(空性)이니, 공성에서 평등을 생각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법도 얻을 수 없다’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삼륜청정(三輪淸淨) 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설법이나 3륜을 어기지 않는다. 그 3륜이란, 나에 얻음이 없고 들음에 분별하지 않고 법에 취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3륜의 청정이라 한다’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성취행(成就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일체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알아 이렇게 알고 이렇게 말하며, 또한 ‘한 자(字)도 말하지 않나니, 이른바 말을 떠났기 때문이다’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심행(深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유가(瑜伽)를 좋아해 일체의 법을 알면 모든 법에 보는 것이 없으며, 거기에 대해 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거나 법에 대해 둘이 없으면, 이것을 1상의 법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큰 위덕이 있는 모든 보살들은 각각 그 변재로 1상법(相法)을 말하였다. 이 1상법을 말할 때 70구지 보살들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나유다 백천 유정들은 위없는 정등 보리심을 내었으며, 7천 필추들은 모든 번뇌가 없어져 마음이 해탈을 얻었고, 96나유다 인천(人川)들은 법안이 청정해졌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마하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보견 여래께는 얼마만한 대보살의 권속이 있으며, 그 수명은 얼마이며, 지금부터 얼마 뒤에 문수사리는 등정각을 이루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런 것은 저 문수사리 동진 보살에게 물어보아라.”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마하살은 문수사리 동진 보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언제쯤 보리를 얻을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허공 세계가 색상(色相)이 되면 나도 그 때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이요, 요술쟁이가 요술로 만든 사내가 보리를 증득하면 나도 그 때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보리를 증득하면 나도 그 때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이요, 만일 꿈속의 사내가 빛의 그림자가 되거나 소리의 메아리가 되거나 하여 이렇게 변화하여 보리를 증득하면 나도 그 때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만일 햇빛이 밤을 이루고 달빛이 낮을 이루면 나도 그 때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은 보리를 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시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문수사리께서는 왜 보리를 구하지 않습니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아닙니다. 왜냐 하면 문수사리가 곧 보리요 보리가 곧 문수사리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다만 이름이 있을 뿐이니 이름도 공(空)입니다. 문수사리와 나아가 보리는 이름조차 멀리 떠나 소유함이 없는 공이니, 공이란 곧 보리입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자용맹뢰음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과연 무량수 여래의 성문 보살 대중을 보거나 들은 일이 있는가?”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보고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 뜻에 어떻던가?”

대답하였다.

“셈이나 사의(思議)로 미칠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무량수 부처님의 그 성문 보살 대중도 문수사리 동진 보살이 보리를 얻었을 때의 그 성문 보살 대중에 견주면 마치 이 마가다국(摩伽陀國)에 대한 깨알 하나만 하나니, 그렇게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티끌을 만들고 그 하나를 1겁이라 하자. 그것도 저 보견 여래의 수명에 비하면 백분 천분 백천 구지분, 나아가 셈이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한다. 선남자야, 산수와 헤아림과 산대의 수량으로 보견 여래의 수명을 헤아릴 수 없도록 한량없고 가없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미진을 만들 때, 어떤 사람이 그 한 미진(微塵), 나아가 많은 미진을 취하여 삼천대천세계를 지나 곧 한 미진을 놓는다 하자. 이렇게 그 사람이 동방으로 가면서 그 미진을 모두 놓고, 이렇게 시방의 낱낱 사람들이 앞에서와 같이 그 미진을 다 놓는다면 선남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삼천대천세계를 이것은 백, 이것은 천, 이것은 구지 나유다 백천이라 하여 그 수량을 다 알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이 열 사람이 각기 삼천대천세계를 지나면서 또 미진을 놓되 그 일체 세계에 이미 놓았거나 아직 놓지 못한 것을 모두 부수어 미진을 만든다면, 선남자야, 그대 뜻에 어떠하냐? 이것은 백, 이것은 천, 이것은 구지 나유다 백천이라고 다 셀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나아가 시방의 열 사람이 다시 삼천대천세계를 지내면서 그 놓은 미진과 놓지 못한 미진을 또 가루를 내어 미진을 만든다면, 선남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미진은 이것은 백, 이것은 천, 이것은 구지 나유다 백천, 나아가 앙얼라(仰蘖羅)·민말라(泯末羅)·아촉바(阿閦婆) 등이라고 다 셀 수 있겠는가?”

그는 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일 인간으로서 그것을 세려한다면 마음이 곧 어지러워져 그 수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러나 여래는 이 미진은 백, 이것은 천, 이것은 구지 나유다 백천, 나아가 앙얼라·민말라·아촉바 등이라고 다 아신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여래는 그보다 더 많은 수도 다 아시느니라.”

그 때 자씨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보살이 이와 같이 색(色)을 아는 다함이 없는 지혜를 구한다면 차라리 한량없는 겁 동안 지옥[泥黎]의 고통을 받을지언정, 그 보살은 그와 같은 색에 대한 큰 지혜를 끝내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대 말과 같다. 어찌 부처님의 다함 없는 큰 지혜에 대한 희망을 일으키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 다만 하열한 견해와 게으른 자는 예외이니라.”

이 여래의 큰 지혜를 말씀하실 때 1만 유정들은 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께서는 사자용맹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시방의 미진과 그 사람이 놓은 미진의 수, 그보다 더 많은 미진수의 겁 동안, 선남자야,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그 많은 겁 동안에 보살행을 나타내 보였다. 왜냐 하면 선남자야, 문수사리는 불가사의하고, 그 원도 불가사의하며, 취향(趣向)도 불가사의하고, 보리를 증득한 뒤의 수명도 불가사의하며, 그 보살 대중도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니라.”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稀有)합니다. 문수사리는 발심도 매우 크고 수행도 또한 큽니다. 이른바 문수사리 동진 보살은 미진의 수 같은 겁 동안 거기서 권태를 내지 않았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허공에 낮·밤·반달·달·때·해·겁·백 겁·천 겁·구지 나유다 백천 겁이라는 생각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문수사리여, 왜냐 하면 허공 세계는 분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일체 법이 허공 등과 같다고 깨치면 그러한 깨침을 따라 분별하지도 않고 분별되는 것도 없어서 저 낮·밤·반달·달·때·해 등, 앞에서 말한 법의 일어남에 대해 조금도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마치 저 허공계는 큰 불이 일어나 한량없는 긍가의 모래 수 같은 겁을 지나도 생기지도 않고 타서 무너지지도 않는 것과 같나니, 왜냐 하면 허공계는 자성(自性)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일체 법이란 자성도 없고 번뇌도 권태도 없어서 허공처럼 타지도 않고, 권태와 번뇌도 나지 않으며 동요하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옮기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줄을 알면, 그와 같이 선남자여, 문수사리의 이름도 그러하여 타지도 않고 권태하지도 않으며, 번뇌도 없고 동요하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옮기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이름이란 결국 멀리 떠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설명할 때 사대천왕(四大天王)·석제환인(釋提桓因)·대범천왕(大梵天王) 및 다른 큰 위덕이 있는 모든 천자들이 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만일 모든 유정들이 이 법문을 듣기만 해도 큰 이익을 얻겠거늘 하물며 수지하고 독송함이겠는가?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조그만 선근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고 널리 선포하겠사온데, 그것은 정법을 호지하기 위해서이옵니다.”

그 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선여인이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고 남을 위해 이러한 법요(法要)를 연설하여 불찰의 장엄을 성취하리라’고 이렇게 발심하면, 문수사리가 얻은 공덕과 어떠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여래가 장애 없는 눈으로 보는 세계에, 어떤 보살이 7보로 그 세계에 가득 채워 그 낱낱 부처님께 공양하되, 나아가 미래 세상의 구지 겁이 다하도록 공양함으로써 그 보살로 하여금 깨끗한 계율에 편히 머무르면서 일체 유정에 대해 평등한 마음을 얻게 하더라도, 만일 어떤 보살이 이 불찰의 공덕장엄법문을 수지 독송하고 다시 발심하여 문수사리의 학행(學行)을 따르는, 이 일곱 걸음의 공덕 무더기에 저 앞의 복덩이를 견주면 백분, 천분, 가라분(迦羅分), 백천 구지분 나아가 셈으로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 때 문수사리 보살이 보살의 평등하게 비추는 여환상(如幻相) 삼마지에 들었다. 그러자 문수사리의 삼마지로 말미암아 나아가 그 모임의 보살들은 모두 가까이서 시방의 한량없고 가없는 부처님 세계를 보았는데, 낱낱 부처님 앞에서 문수사리가 자기 불찰의 공덕 장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중들은 그것을 보고 문수사리의 훌륭한 원과 삼마지의 지혜에 대해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어 ‘문수사리 동진 보살의 법왕의 아들과 같은 백천 구지 나유다의 원을 우리들은 다 보았다’라고 하였다.

그 때 자씨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수지해야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자씨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법문의 이름은 위제불유희(爲諸佛遊戱)이니 그대는 그렇게 받들어 지니고, 또 부사의원(不思議願)이라고도 하나니 그대는 받들어 지니며, 또 설불찰공덕장엄(說佛刹功德藏嚴)이라고도 하나니 그대는 받들어 지니고, 또 발보리심령환희(發菩提心令歡喜)라고도 하나니 그대는 그렇게 받들어 지녀야 하느니라.”

그 때 시방의 한량없는 보살 대중들은 부처님과 법에 큰 공양을 올리고 천상의 꽃을 비처럼 내리고는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각기 본토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찬탄하였다.

“기이하여라, 세존이시여. 기이하여라, 세존이시여. 우리들로 하여금 이 불가사의한 법문과 문수사리 동진 보살의 대사자후(大師子吼)를 듣게 하셨다.”

이 법을 말씀하시자 긍가의 모래 수와 같은 보살들은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고, 한량없는 유정들은 선근을 성취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문수사리 동진 보살마하살과 사자용맹뢰음 보살마하살과 모든 대성문(大聲聞)·범천[梵]·제석[釋]·호세(護世)·하늘·용·약차(藥又)·건달박(健達嚩)·아소라(阿蘇羅)·얼로다(蘖路荼)·긴나라(緊那羅)·마호라가(摩呼羅伽)·인비인(人非人) 등이 다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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