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3권

대방광선교방편경 제3권

“또 선남자여,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하고서 크게 웃는 모양을 보였느냐. 어찌 보살의 마음이 들뜨므로 이러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 이른바 보살이 탄생하고서 사유를 하되, ‘나는 너를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나의 보리심 발함과 같이 하리라. 나는 마땅히 보리를 얻고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윤회하는 고통을 벗어나게 하리라. 나는 이러한 일에 게으른 생각이 없으리라. 나는 어떠한 한 종류인 중생이 하열(下劣)한 마음을 일으키고 미혹과 산란으로 뜻을 발작하여 해탈도에 능히 광대한 정진(精進)을 발기하지 못한 것임을 관(觀)하리라’고 한다. 이는 또한 어떠하냐. 이른바 대비심(大悲心)을 구족한 자는 능히 정진을 일으키거니와 저들 중생은 이와 같은 행(行)이 없나니, 나는 저들로 하여금 이와 같이 광대한 정진을 성취하여 최상 해탈을 얻게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일체지(一切智)의 과덕[果]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환희를 내고 그 기뻐하는 원인으로 크게 웃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요, 보살이 도거(掉擧)한 것은 아니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의 몸은 본래 때[垢]가 없으면서 목욕하였느냐. 이른바 보살은 한량없는 겁(劫)을 오면서 비록 때와 더러움을 떠났으나 지금 이 탄생함을 보이매 세속을 수순하여 그 몸을 목욕시켰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하고서 문득 동산으로부터 보리장(菩提場)에 나아가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지 아니하고 다시 왕궁에 들어갔느냐. 그 일은 어떠하냐. 이른바 보살의 몸매는 원만하고 위덕(威德)이 구족하여 사람이 보면 모두 이익을 얻기에 보살이 이에 왕궁에 들어가서 저 궁녀와 일체 권속을 모두 보게 한 것이며, 또한 그 궁중에서 세간을 수순하여 즐기는 일을 짓고 모든 쾌락을 받았다. 비록 함께 짓는 것이 있었으나 그러나 그 진실이 없고, 나아가 일체 소유한 것과 전륜왕(轉輪王)의 지위까지 모두 다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보살이 다시 왕궁에 들어갔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마야 부인은 보살을 낳으시고 7일 만에 목숨을 마치셨느냐. 이 어찌 보살의 허물이 아니냐. 이른바 보살은 도솔천에서 장차 하강하여 어머니의 태장에 들고자 할 때에 먼저 천안(天眼)으로 자세히 관찰하여 마야 부인의 수명의 한도가 열 달을 채우고 또한 7일이 남아서 곧 마땅히 목숨을 마치실 것을 보았었다. 보살은 이와 같이 관찰하고서 이에 태장에 들어 열 달 동안 머물러 지냈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야 부인은 7일 만에 목숨을 마쳤나니, 수명의 한도가 다함이요, 보살의 허물이 아니니라.

또한 보살은 출가하기 전에 세간의 일체 예능을 두루 배웠나니, 이른바 글과 산수와 주술과 공교(工巧)와 노래와 춤 내지 활쏘기와 칼쓰기와 무술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을 배운 것은 그 뜻이 어떠하냐. 이른바 보살은 세간을 조복(調伏)하여 가장 뛰어남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무슨 까닭이냐.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엔 한 사람도 배운바 예능이 보살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은 출가하기 전에 이와 같은 일들을 배웠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출가하기 전에 처(妻)를 맞아들이고 아들을 두며, 또 궁녀와 처녀와 모든 권속을 많이 두었으니, 어찌 보살이 탐애(貪愛)를 낸 것이 아니라 하겠는가마는, 이른바 보살이 비록 세간과 같이하여 이와 같은 상(相)을 일으켰으나, 보살은 탐애의 마음을 낸 것이 아니다. 무슨 까닭이냐. 보살 정사(正士)는 이미 탐애를 떠났었고, 탐애 가운데에서 하는 바도 그 실로 있는 바가 없다. 보살이 야수다라(耶輸陀羅)를 맞아들이어 처를 삼은 것은 보살이 야수다라로 하여금 숙세의 원을 만족하게 하기 위함이니, 저 야수다라는 옛적에 일찍이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이 원(願)을 발하여 말하되, ‘원컨대 나는 마땅히 석가모니부처님 법 중에서 석종(釋種)의 여자가 되겠나이다’ 하여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고, 저 숙세(宿世)에 허망한 말이 없었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금에 맞아들이어 아내를 삼았고, 저로 하여금 속히 선근 성취함을 얻게 하였었다. 세간의 모습을 따라 비록 이와 같이 하였으나, 보살은 마음에 과실을 내지 않고, 그 후엔 마땅히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었다. 라후라(羅睺羅)인 아들을 낳은 것은, 말하자면 세간 사람들이 비방하는 말을 하되, ‘만일 자식과 생육으로 뒤를 이은 것이 없다면 그는 장부(丈夫)가 아니니라’고 하는 이러한 비방을 없애기 위하여 이에 야수다라 석종의 여자로 하여금 즉시 라후라를 낳게 하였다. 그러나 이 라후라는 부모의 갈라람(羯邏藍) 등의 더러움으로부터 난 바가 아니니, 마땅히 알라. 하늘로부터 사라져 변화로 생긴 것이다. 궁녀와 채녀와 모든 권속을 많이 둔 것은, 보살이 각기 인연을 따라 교화하고 지도하여 모두 최상의 선근과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함이다. 그 후에는 마땅히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보살은 그 궁중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으로 4만 2천 궁녀와 채녀를 교화하고 제도하여 모두 이 보리 선근을 심게 하였고, 그 외의 모든 궁녀도 다 능히 신심(信心)이 천정하여 바른 소견에 안주(安住)하게 하였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모든 보살마하살로서 보살행을 닦는 자는 세간상(世間相)을 따라 비록 왕궁에 있어서 처를 맞아들이고 아들을 두며 궁녀와 모든 권속들을 많이 모아두며, 나아가 5욕락으로 희롱하고 수순하여 행하나 모든 하는 바는 모두 그 진실이 없고 청정하고 결백하여 모든 때와 더러움이 없고, 사랑함과 집착함이 없으며, 움직임도 굴러감[轉]도 없다. 보살은 다만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숙세의 소원을 원만하게 하여 선근을 성숙케 하기 위하므로 곧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는 좋고 교묘한 방편과 신통 원력(願力)으로 변화하여 생긴 것이며, 변화로 짓는 것이다. 그 신통으로 유희하는 법 가운데에서 삼마지 적정(寂靜) 쾌락을 얻어 응함을 따라 짓는 것이 모두 다 이익되게 한 것이다. 보살이 왕궁에 있을 때에 비록 일체 코끼리와 말과 종[奴婢]을 수용하였으나 그는 일일이 모두 숙세의 뛰어난 원력인 것이니, 보살은 그를 성취케 하기 위하여 섭수한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마땅히 알라. 보살이 처를 맞아들이는 등의 모양은 탐애의 마음이 아니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한때에 염부(閻浮)나무 밑에 가서 가부(跏趺)하고 앉았을 때 햇빛은 비록 옮겨졌으나 나무 그림자는 옮겨가지 아니했느냐. 왜냐하면 그 모양은, 이른바 보살이 7구지(俱胝) 하늘 사람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하여 그 모양이 이와 같았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동산 숲에 나가 노닐다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느냐. 이른바 보살은 이미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의 두려움을 떠났었는데, 이 모양을 볼 때에 공포함을 보인 것은 중생으로 하여금 싫어하고 두려워함을 일으키게 함이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은 밤중에 성을 넘어 출가하고 저 낮에 하지를 아니했느냐. 이른바 보살이 밤중을 취한 것은 가비라 성의 일체 인민으로 하여금 모두 보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또한 보살이 자기 선근으로 하여금 더 자라나고 깨끗한 법이 청정하여 원만히 구족하게 하기 위하여 일체 있는 즐겨하는 일들을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밤중에 성을 넘어 출가했느니라.

또한 보살이 왕궁을 벗어나 고행(苦行)하는 곳에 이르러 자기 손으로 머리털을 끊었나니, 보살의 아버지이신 정반대왕(淨飯大王)은 이와 같은 사실을 듣고 마음에 믿음을 두지 않으시면서 ‘어찌 내 아들이 문득 머리를 깎았으랴’ 하였다. 그 후에 그 사실을 아시고 마음에 고뇌를 내었던 이 모양은 어떠함이었느냐. 이른바 보살이 머리털을 깎은 것은 삼천대천세계의 일체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길상(吉祥) 위광(威光)의 가장 뛰어난 털과 살상투를 보고 예하며 공경하여 큰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함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스스로 머리털을 끊었느니라.

또한 보살의 소유인 가차가(迦蹉迦:일명 건척) 말[馬]을 갖가지로 장엄하였고, 마부 손나(飡那)는 말을 잘 어거하였다. 보살이 그를 타고 왕궁에서 나갈 때에 저 말은 기뻐하여 갔었는데, 다음엔 이에 그를 버렸던 이 모양은 어떠함이냐. 이른바 보살은 일체 사랑한 바를 기쁘게 버리되, 그리움과 애착함이 없고, 말세(末世)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나의 지금에 모든 애착을 떠남과 같이 하여 나의 법 가운데에서 이와 같이 배우고 닦게 한 것이며, 또한 다시 말세의 모든 출가하는 자로 하여금 저 바른 생활로써 출가하고 도를 닦게 함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말을 버렸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고요한 곳에서 6년을 고행(苦行)하여 모든 어려운 일들을 겪었느냐. 어찌 보살의 남아 있는 업장(業障)으로 이러한 과보를 받게 됨이 아니냐. 이른바 보살은 모든 업장이 이미 다했기에 괴로운 과보는 있지 않나니, 모든 짓는 일들은 다만 이 보살의 선교방편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앞서 물었던 바, 내가 일생보처 보살이 되었을 때에 말하기를,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느냐? 어찌 보리를 구하냐?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다’고 하였느냐? 이 인연은 이익이 없지 않나니, 지금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여실히 말하리라. 나는 기억하노니, 옛적 가섭(迦葉)부처님의 법 가운데에서 보살이 되었나니, 이름은 호명(護明)이었다. 나는 그 때에 선교방편으로 모든 중생에게 그 편의를 따라 이익을 베풀어 주었었다. 그 때에 다섯 바라문(婆羅門)이 있었으니, 이는 큰 족성자(族姓子)였다. 그 전엔 보살승(菩薩乘) 가운데에서 모든 범행(梵行)을 닦았더니, 나중엔 저 악지식(惡知識)을 만나서 그들로 하여금 큰 보리심을 망실(忘失)하게 하였었다.

저 다섯 바라문은 곧 한때에 이와 같은 마음을 일으키되, ‘우리들은 이미 보리법을 얻었거니와, 이 마음을 일으키는 자는 이견(異見)과 상응(相應)하다’ 하거늘, 나는 그 때에 저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알고 곧 방편으로써 그들을 인도하려고 이에 저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되,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느냐? 어찌 보리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느니라’ 하였다. 저 다섯 바라문은 이 말을 들을 때에 모두 생각을 하되, ‘무슨 까닭으로 호명보살이 이와 같은 말을 하는가?’ 하였다. 나는 그의 생각을 알고 또다시 말하되,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느냐? 어찌 보리(菩提)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느니라’ 하였다. 나는 그 때 이 말을 하고서 ‘진실 평등 법문’에 안주(安住)하여 곧 다섯 바라문과 함께 한 곳에 함께 머물러 있었다. 이 때에 두 사람이 있었으니, 첫째는 이름이 갈치가라(竭致迦囉)요, 둘째는 이름이 공바가라(貢婆迦囉)였다. 나와 바라문이 있는 곳에 와서 가섭여래의 최상 공덕을 널리 칭찬하고, 다음에 또한 나와 바라문에게 일러 말하되, ‘지금 가히 가섭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의 처소에 갈지어다’ 하였다.

나는 그 때에 사유(思惟)하되, ‘이 다섯 바라문은 선근(善根)이 성숙되지 못했나니, 지금 만일 가섭부처님의 처소에 함께 나아가서 내가 가섭여래의 최상 공덕을 혹 칭찬한다 하여도 저 다섯 바라문은 능히 칭찬하지 않으리라’ 하였다. 이러한 사유를 하고서 저 두 사람에게 일러 말하되, ‘내 스스로 때를 아느니라’ 하였다. 이 말을 하고서 나는 곧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의 머무르는 바 없는 데에 머물러서 반야바라밀다의 힘으로 두호하기 때문에 이로부터 선교방편을 내고 곧 다섯 바라문에게 일러 말하되, ‘나는 그대를 향해 말하노니,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느냐? 어찌 보리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느니라’ 하느니라. 이와 같은 뜻을 그대들이 알지 못하면 지금 그대들을 위해 말하리라. 무슨 까닭으로 보리는 얻기가 어렵느냐? 이른바 보살이 만일 반야바라밀다에 행하는 생각이 없으며 머무른다는 생각이 없으면, 곧 보리의 지혜도 얻음도 없나니, 여실히 관찰하건대 모두 얻은 것이 없다. 또한 보리란 것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아서 몸으로 얻을 수 없고, 마음으로 얻을 수 없어서 필경 공한 가운데 일체 얻음이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대들을 향하여 일러 말하되,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으며, 어찌 보리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다. 마땅히 알라. 이 말이 진실한 말이니라’ 하였다.

이 때에 다섯 바라문은 이 법을 듣고 마음에 깨달음을 얻어서 도리어 대승법 가운데에 안주(安住)하였느니라. 나는 이 말을 하고서 일체 법 얻은 바 없는 마음에 머무르고 곧 이곳을 떠나 또다시 어느 한 곳에 따로 나아가 있었다. 저 다섯 바라문도 그 때에 또한 다시 함께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이 때에 갈치가라와 공바가라 두 사람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입었기 때문에 다시 그곳에 와서 방편으로 다섯 바라문을 권도(勸導)하여 그들로 하여금 함께 가섭부처님 처소에 나아가게 하였다. 나는 이 때에 저 다섯 바라문의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됨을 관찰하고, 즉시 저 다섯 바라문 및 그 두 사람과 함께 가섭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 처소에 함께 나아갔다. 부처님의 처소에 도달하고서는 각기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였다. 저 두 사람은 숙세(宿世) 선근의 힘 때문에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보고 그 때에 각각 마음이 청정해짐을 얻었으며, 저 다섯 바라문은 여래의 색상(色相)과 광명과 길상(吉祥) 위덕(威德)을 보고 마음에 환희를 품고 각기 숙세 선근의 힘으로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나는 그 때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다섯 바라문은 선근이 성숙되었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교화 제도하옵소서.’

그 때에 가섭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즉시 보살장(菩薩藏) 법을 말씀하시니, 그 응하는 바를 따라 능히 알아 깨닫고, 즉시에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가섭부처님께서는 곧 나를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授記)를 주셨다.

나는 수기를 얻고서 곧 가섭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이 다섯 바라문을 섭수하셨기에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보게 하시며, 또한 보살장법을 말씀하시어 교화하고 제도하여 모두 법인을 얻은 보살이 되게 하고, 불보리(佛菩提)를 구하여 다시는 퇴전(退轉)하지 않게 하셨습니다.’

또 지상이여, 나는 옛적 저 가섭여래 법 가운데에서 일생보처 보살이 되었을 때에 먼저 말하기를,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느냐? 어찌 보리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어서 얻기가 어렵느니라’ 하였으니, 이러한 말을 한 것은 교화하고 인도하기 위함이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는 이익을 얻었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모든 말한 바는 의리(義利)가 없지 않다. 모두 이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요 허물이 아니며, 불선법(不善法)이 아니다.

만일 어떤 중생으로서 안 것이 적고 본 것이 적은 자는 혹 계(戒)를 지닌 청정 사문(沙門)과 바라문이 있는 곳에서 옳지 못한 말을 하나니, 이른바 지혜로써 지혜 아니라 함이니라. 이러한 말을 하는 자는 능히 오랫동안 이익과 안락이 없을 것이요, 다만 능히 저 고수(苦受)와 함께 상응(相應)할 것이다. 이들 중생은 좋지 못한 업(業)인 허물을 지었거니와, 보살마하살은 곧 이와 같지 아니하여 일체 업장과 누(累)가 다 이미 청정하고, 소분(小分)인 업장(業障)도 얻을 수 없다. 다만 중생을 위하여 모든 악법(惡法)을 없애고 널리 그들로 하여금 능히 나아가 해탈을 증득하게 하느니라.

지상이여, 이러한 옛적의 인연을 마땅히 이와 같이 알지어다.

또한 내가 6년간 고행하여 모든 어려운 일을 겪은 것은 다만 모든 외도를 항복받기 위한 것이며, 또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정진(精進)을 일으키게 함이다. 깨 하나[一麻], 보리 하나[一麥]로 음식을 삼은 것은 몸으로 하여금 청정해짐을 얻게 함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6년 동안 고생을 닦을 때에 5백만인 하늘 대중과 신선 대중들이 모두 지통(智通)삼매를 얻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나의 이 행을 닦은 것은 선교방편으로 이익을 베풀기 위한 것이니라.

또한 다시 보살이 먼저 유미(乳糜) 죽을 받아먹고 기력을 더하여 바야흐로 보리장(菩提場) 가운데로 가서 정각(正覺)을 이루고, 어찌 다만 그 몸으로 하여금 수척하게 하고서 저 도량(道場)에 가서 정각을 이루지 아니했느냐. 이른바 보살이 말세의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 먼저 유미 죽을 받아먹고서 바야흐로 정각을 이루었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말세의 중생은 모두 음식으로써 몸을 돕나니, 어떤 중생이라도 도의 과위를 구하는 자가 만일 음식으로 몸을 돕는 것이 없으면 그는 능히 도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모두 물러서는 마음을 내리라. 만일 음식으로 몸을 돕는 것이 있으면 모두 안온함을 얻으리니, 안온하기 때문에 모든 착한 법[善法]을 모두 기억하고 생각하며, 이에 능히 증진(增進)하여 도과에 나아가 구하리라. 나는 저 말세의 중생으로 하여금 이와 같이 배우게 하기 위하여 내가 먼저 음식을 받아먹고 그 후에 바야흐로 도에 나아간 것이다. 또한 저 유미를 올린 목우(牧牛) 여인으로 하여금 보시한 인연을 원만하게 하여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성취하게 한 것이다. 나는 그 때에 받아먹고서 도량에 편히 앉아 보리과(菩提果)를 얻어 능히 한 삼마지(三摩地) 가운데에 머물러 천 겁(劫)을 지냈나니, 모두 분단식(分段食)의 힘으로 돕는 것을 말미암은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저 유미 죽을 받아먹었느니라.

또한 다시 보살이 이미 보리수 아래 금강 자리 위에 있어서 어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과위를 속히 증득하지 않고 먼저 모든 마군을 항복 받았느냐. 이른바 모든 악마의 무리를 용납하여 받을 수 없음이니, 보살이 만일 선교방편으로 용납하여 받지 않으면 저 모든 악마는 곧 마땅히 일체 중생을 어지럽히리라. 그러므로 보살은 그 자리에 앉아서 생각을 하되, ‘나는 오늘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는데, 이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중생 중엔 어떤 중생이라도 마음에 좋아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고 생각하고서 모든 악마만은 마음에 좋아하지 아니하여 보살을 해하려 함을 관찰하여 알았었다.

보살은 그 때에 또다시 생각하되, ‘나는 지금 악마와 함께 싸우지 않고 다만 신통력으로 변화하는 일을 지어 그들로 하여금 항복하게 하며, 또 일체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로 하여금 보살의 사자인 유희와 신통의 모양을 얻어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여 이러한 인연으로 널리 최상 열반을 얻게 하리라’ 하였다. 그 때에 보살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곧 미간(眉間)에서 큰 광명을 놓으니,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었고, 일체 마(魔)의 궁전은 모두 다 은폐 되었다. 그 광명 속에서는 이러한 소리를 내되, ‘지금 이 석가 종족 정반왕자(淨飯王子)는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보리장(菩提場)에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려 하도다’ 하였다.

이 소리를 낼 때에 또다시 무수한 하늘 사람과 4부(部) 대중이 보살의 처소에 와서 우러러보고 예배하며 공경하니, 이 때에 일체 마왕(魔王)과 마의 권속은 이런 일을 보고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놀래며 두려워하고 고심하며 크게 괴로워하였다. 이 때에 악마의 무리들은 분심이 더욱 더하여 잠깐 동안에 네 병정[四兵]을 화현하여 보리장(菩提場)의 사면 백 유순(由旬)을 포위하고 갖가지로 변화하며 시현하여 교란하였다. 보살은 그 때에 크게 자비로운 마음에 머물렀기에 비록 이런 모양을 보았으나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고, 보살은 곧 보배 그물인 손으로 마를 항복받는 모양을 지었다. 이 때에 모든 마들은 즉시 항복하였다. 그 때에 84구지(俱胝)인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이 먼저 마(魔)의 항복받은 모양을 시현한 것이다. 이 모두 선교방편인 것이니 라.

또다시 무슨 인연으로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서 7주야간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저 나무를 보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했느냐. 이른바 색계(色界)에서 고요한 행(行)을 닦는 모든 천자(天子)들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 가부좌하신 것을 보면 마음에 크게 기뻐하여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7주야간 1심(心)에 의지하여 고요히 머무셨나니, 이 마음은 얻을 수 없다’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에 3만 2천 색계의 천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리니, 나는 미래 세상에 도를 닦는 자로 하여금 모두 이와 같이 고요한 행을 닦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는 보리를 얻고서 7주야간 저 나무를 보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했느니라.

또다시 여래는 보리를 얻고서 무슨 까닭으로 최초에 범왕이 법륜 굴리기를 권했느냐. 이 인연은 이른바 범천 무리들이 있어 범왕에게 근기를 따라 설법하기를 권했나니, 무슨 까닭이냐. 저 범천 무리들은 범왕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며, 또 범왕이 능히 범천 무리들을 냈기 때문이며, 이 세상에선 범왕보다 가장 먼저 뛰어날 자 없기 때문이니, 그 때에 범왕은 생각하기를, ‘여래 큰 스승께선 세간의 높으신 어른이시니 응하는 대로 중생의 근기를 모두 아시리라.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그이에게 설법을 청하리라’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보리장(菩提場)에 와서 세존에게 정법륜(正法輪) 굴리시기를 권하였다. 저 범왕이 이와 같이 권할 때에 680만 범천 무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범왕이 가장 먼저 정법륜 굴리시기를 권했느니라.

지상이여, 여래의 대원경지(大園鏡智)는 일체 중생의 언어와 심행(心行)을 모두 환히 비추고 일체 짓는 바도 모두 용납하여 받으며, 중생의 최초 변제(邊際)를 비추어 보나니, 선근을 구족한 자와 선근(善根)을 구족하지 못한 자인 그들 중생의 가지가지 업보(業報)가 대원경지 속에 모두 다 환히 나타나며, 나아가 여러 부처님 여래의 지으신 보응(報應)도 또한 그 중에 나타나며, 보살이 보리장에 나아가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일체 깨끗한 법과 가장 뛰어난 공덕을 원만 성취함과, 여래의 이미 일체 불선(不善)의 법을끊고 이미 일체 업장을 청정히 하고 이미 일체 과실을 멀리 떠난 이와 같은 공덕이 대원경지에 모두 다 환히 나타나 비추느니라.

지상이여, 여래는 대비심(大悲心)으로부터 선교방편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널리 구원하고 제도하느니라. 비유컨대 의사가 의약을 잘 알아서 모든 병자에게 그 마땅함을 따라 달고 쓰고 매운 맛으로 조제한 좋은 약으로써 병을 따라 투약하여 모두 치유를 얻게 함과 같이, 여래 대사(大師)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갖가지 선교방편을 구족하여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모든 병을 잘 치료하되, 중생에게 무슨 병이 있는가 관찰하여 그에게 적응하도록 선교방편으로 구원하고 치료하여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또 세간에 저 갓난아이를 자모(慈母)가 젖 먹이고 은혜로 기르며 사랑하고 아껴 적은 병과 괴로움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며, 만일 그 후 병이 생기면 자모는 곧 좋은 약을 골라서 먹게 하나니, 아들이 받아먹으면 안락해짐과 같이, 여래 대사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일체 세간(世間)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중생을 보되, 그 아들과 같이 생각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고뇌가 없게 하며, 만일 중생이 그들 업(業)을 지어 그 업보 얻어짐을 보거든, 여래는 그에 따라 곧 선교방편으로 구원하고 제도하여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지상이여, 이와 같이 말한 것은 이 선교방편인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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