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4권

대방광선교방편경 제4권

“지상이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세상 때에 5백 상인(商人)이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하였다. 이 때에 유달리 한 상인이 있었는데, 그 성질이 강강(剛强)하고 포악하였다. 바다 도중에서 갑자기 서로 그들과 만났는데, 한 상인은 곧 나쁜 마음이 생겨 보물을 빼앗으려고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그 방편을 베풀어 저들 상인의 목숨을 모두 끊고 보물을 취해 가지고 염부제에 되돌아가서 스스로 쾌락을 받으리라’ 하였다. 이 때에 5백 상인 무리 가운데 한 상주(商主)가 있었는데, 이름은 선어(善御)였다. 그의 성질은 자비롭고 온화하여 일체 사람들에게 항상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두었다.

상주가 한때 휴식하여 누웠는데, 홀연히 꿈속에서 해신(海神)이 그 모습을 나타내어 상중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모든 상인 무리 외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성질이 포악하고 이러한 모습이며, 이러한 이름이다. 그 사람은 해칠 마음을 일으켜 보물을 빼앗으려고 생각하기를, 땅히 모든 상인의 목숨을 빨리 처단하고 그 보물을 빼앗아 염부제에 되돌아가서 스스로 쾌락을 받으리라> 하기에 내가 지금 그가 생각하는 대로 너에게 먼저 말하노니, 너는 생각하여 무슨 방편을 써서라도 이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살생의 업을 저지르지 않게 하여 지옥의 업보를 면하게 하고, 또 상인 무리들의 그 생명을 보전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5백 상인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나지 않는 이이다. 저 나쁜 사람이 이와 같이 보살 법에 머무른 자에게 만일 살해하는 업을 짓는다면 영원히 지옥에 떨어져서 나올 기한이 없으리니, 그러므로 너는 지금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 잘 구원하고 제도할지어다.’

그 때에 선어 상주는 꿈에서 깨어나 곧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무슨 방편이 있어서 이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살해하는 업을 짓지 않게 하여 지옥의 업보를 면하게 하며, 여러 상인들로 하여금 각기 그 목숨을 보전하게 하리오’ 하였다. 하루 동안 이와 같이 생각하여 선교방편을 구했으나 얻지 못하고, 나아가 7일간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으나 또한 방편을 얻지 못하고, 7일간 지나고서 곧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딴 방편은 얻을 수 없고, 다만 저 살해하는 마음을 일으킨 그 자의 목숨을 먼저 처단해야겠다. 제가 목숨이 끊어짐으로 해서 살해하는 업을 짓지 않아 지옥의 업보를 면할 것이요, 또 그 외 대중으로 하여금 그 목숨을 보전하게 되리라’ 하였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이 5백 상인과 함께 그의 목숨을 끊으면 5백 사람이 모두 지옥에 떨어지리니, 나는 지금 마땅히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켜 구호하기 위하여 내 손으로 마땅히 죽여야겠다. 이 살해한 인연으로 설령 백천 겁(劫) 동안 지옥의 과보를 얻을지라도 또한 마땅히 참고 받아서 다만 지금에 이와 같은 대비(大悲) 방편으로써 이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살해하는 업을 짓지 않아 마땅히 지옥의 한량없는 겁의 고통을 면하게 하고, 또 보살법에 머무른 모든 상인들로 하여금 안온케 하고 어려움이 없게 하리라’ 하였다.

그 때에 상수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곧 방편을 베풀어 이에 그의 목숨을 끊어 버렸다. 이 때에 저 나쁜 사람은 이미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태어남을 얻었느니라.

지상이여, 저 5백 상인은 곧 이 현겁(賢劫) 중의 5백 부처님이요, 이 때 대중 가운데서 상주가 된 자는 곧 나의 몸이니, 나는 백천 겁 동안 윤회하는 중에 있으면서 대비 마음으로 선교방편을 내어 이와 같이 갖가지로 중생을 구원하고 제도하였느니라.

그대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보살마하살은 비록 백천 겁을 지나 윤회하는 중에 있을지라도 모두 방편 지혜로써 중생을 구원하고 제도한다. 보살마하살이 업장이 있다고는 말하지 말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부처님과 보살이 짓는바 업은 모두 다 청정하여 다시 조금도 업장이나 누(累)가 없느니라.

지상이여, 또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여래ㆍ정등정각은 이 금강불괴신(金剛不壞身)이며, 나아가 발을 들고 발을 내림에도 모두 신통 방편으로 큰 이익을 짓나니, 이 때 사위성(舍衛城) 안에 스무 사람이 있어 홀연히 스무 명의 악지식(惡知識)과 서로 만났다. 이 여러 사람들은 서로 나쁜 마음을 일으켜 서로 죽이기를 꾀하여 각기 그의 방편을 구하였다.이 때에 마흔 사람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고 부처님 처소에 함께 와서는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은 저 마흔 사람을 교화 제도하려는 찰나 에 한 큰 사람을 화현하여 부처님 모임에 있게 하였는데, 그는 곧 대목건련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마땅히 알라. 지금 이 땅엔 오래지 않아 모든 풀과 나무의 모양이 출현할 것입니다.’

저 큰 사람이 이와 같은 말을 하자, 세존께서 곧 그 오른발을 드리우셨다. 잠깐 동안에 이 땅에 곧 풀과 나무가 한 자[尺] 가량 나왔다.

이 때에 존자 대목건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에 출현한 풀과 나무의 모양을 저희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볼 수 없느니라.’

존자 대목건련은 곧 소분의 풀과 나무를 취하여 손수 잡아 쥐었다. 이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다 진동하였다.

이에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 신통력으로 자신의 모양을 나타내어 범천계를 지나니, 이 풀과 나무도 또한 다시 따라서 범천계를 지났다. 또다시 여래가 신통력으로 큰 바다 속에 나타나니, 이 풀과 나무도 또한 저를 따라 머물러 있었다. 또다시 여래가 신통력으로 큰 산간에 드니, 이 풀과 나무도 또한 따라서 산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 때에 여래는 본 자리에 되돌아와서 곧 오른발을 거두었으나 이 풀과 나무는 역시 편히 머무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에 존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옛적에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지금 이 모양을 나투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는 옛적에 큰 상주(商主)가 되어 바다에 들어가서 보물을 구하다가 악지식(惡知識)을 만나 그 때에 대비의 마음으로 그의 생명을 끊었나니, 옛 인연 때문에 지금 이 모양이 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가타(伽陀)로 말씀하셨다.

지금 나타난 이 모양은
허공과 산과 바다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다른 지방에 머무름 아니요
숙세 인연으로 이처럼 머무는 것이라네.

그 때에 저 마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래는 큰 법왕(法王)이시기에 실제적인 업장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 나쁜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서로 해치려고 하였나니, 지금 부처님을 대한 앞에서 마땅히 참회(懺悔)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부처님께 함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먼저 나쁜 마음을 일으켜 서로 살해하려고 했나이다. 그러므로 지금 각각 참회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 즉시 그를 위해 법요(法要)를 연설하시니, 저 마흔 사람들은 모두 지증(知證)삼매를 얻었다.

이 때에 320만 중생들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垢]를 벗어나 법안(法眼)이 청정함을 얻었다.

지상이여, 이런 인연으로써 ‘부처님 여래는 발을 들고 발을 내림에도 모두 이 신통 방편으로 큰 이익을 짓는 것이요, 실로 소분인 업장도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다시 여래는 이미 모든 병을 떠났거늘, 무슨 까닭으로 한때에 비구들을 보내어 기바(奇婆)의 처소에 나아가 푸른 연꽃의 꽃술 즙[靑蓮華蘂汁]을 구하였느냐. 그를 어디에 쓰려 했느냐. 이른바 내가 한때에 5백 비구와 함께 하안거(夏安居)를 한 지 오래지 않아 숲속에 머물렀었다.

이 때에 수좌라마바미가(修左囉摩婆尾迦) 행자(行者)가 저 숲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병이 생겨 행동할 수 없고 조복하지를 못하여 곧 나에게 좋은 약으로 그 병고(病苦) 구원하기를 청하거늘, 나는 그 때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에 마땅히 이 병의 증세에 적응함을 알지 않을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내가 만일 그 병의 적응할 바를 안다면 이후 말세엔 성인 마음[聖心]을 파괴하리라. 지금에 어떤 방편을 베풀어 약을 얻어 주고 병이 낫게 하랴. 다만 이 비구들로 하여금 그 약을 구하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서 곧 비구들에게 기바의 처소에 나아가서 푸른 연꽃술 즙을 구하여 그 병을 치료하게 하였다. 이 여러 비구들은 비록 부처님의 지시를 받았으나, 즉시 가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정거천자(淨居天子)가 여러 비구들을 보고 말하였다.

‘존자여, 그대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지시대로 이와 같은 약을 구해 구원하고 치료할 것이요, 다른 약은 구하지 말 것이니, 그로 하여금 그것을 먹게 하면 곧 목숨을 마칠 것입니다.’

여러 비구들은 말하였다.

‘우리들이 만일 가서 약을 구하면 부처님의 계법(戒法)을 어김이니, 우리들은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언정 마침내 부처님의 계법을 어기고 가지 않겠습니다.’

정거천자는 여러 비구들에게 또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 큰 법왕[大法王]이시니 이익되게 하는 마음으로써 짐짓 약을 먹고 병 없애는 것을 보이심인데, 그대들은 지금 어찌하여 지시대로 하지 아니합니까. 마땅히 가서 약을 구해야 합니다, 마땅히 가서 약을 구해야 합니다.’

정거천자가 이와 같이 세 번 말하니, 이 때에 여러 비구들은 의아한 마음이 없어지고, 곧 기바의 처소에 가서 이와 같은 약을 구하여 이 약을 얻고서 그 병자에게 주어 먹게 하여 쾌차하였느니라.

지상이여, 이러한 인연으로 나는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이에 비구들을 보내어 이와 같은 약을 구한 것이요, 여래가 모든 병고 있는 것이 아니니라.

또다시 여래는 모든 복 쌓임[福蘊] 중에 최상이며 가장 뛰어나거늘, 무슨 까닭으로 가장 먼저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했느냐. 이른바 여래는 모든 업장을 이미 떠났고, 분단(分段)으로 먹는 생각조차 없건만 다만 이후 말세 중의 모든 비구들로서 복과 덕이 적은 자를 불쌍히 생각함이니, 그들은 비록 왕성(王城)과 취락에 들어가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나 능히 얻지 못하고, 이에 물러서는 마음을 내어 능히 장시간 부지런히 걸식을 행하지 못하리니, 이들 비구들로 하여금 그 때에 생각을 하되, ‘여래 대사께서는 모든 세간에서 복이 가장 뛰어난데도 오히려 편의를 따라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셨거든, 하물며 우리는 지금 말세의 비구로서 복덕이 적어서 걸식하나니, 어려운 바에 마땅히 괴로워하지 말고 다만 걸식을 행할 것이며, 비록 적게 얻을지라도 또한 만족으로 여겨야 한다’고 하느니라.

지상이여, 여래가 세상에 있을 때에 걸식을 행한 것은, 또 수순하여 이익을 지어 주기 위함이니, 이른바 모든 바라문과 장자(長者)와 거사(居士)와 내지 일체 인민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위신(威神)으로 가지(加持)하므로 현세에 음식이 풍족하고 기근(飢饉)의 고통을 만나지 않게 함이다. 무슨 까닭이냐. 여래가 세상에 있어서 모든 악마들로 하여금 기근의 장난을 부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가 선교방편으로 세간을 수순하여 비록 분단식(分段食)을 받으나 애착을 내지 않으며, 바라문과 장자와 내지 일체 인민과, 그 외 여러 천자(天子) 무리들로 하여금 생각을 일으키되, ‘사문 구담(瞿曇)이 그 분단식을 좋아하여 뜻을 둔다’고 하지 못하게 한다. 여래는 저들로 하여금 생각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밤낮으로 비구 대중과 함께 항상 삼매에 머무르고, 일심(一心)에 의지하여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으며, 높음도 낮음도 없어 전후가 한결같이 바른 생각이 상응(相應)하였노라. 어느 때에 내가 삼매에 머물러 있노라니, 7만 천자가 있어 청정한 마음을 발하여 나에게 예배하며 공경하거늘, 내가 즉시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그를 위하여 알맞게 법요(法要)를 말했더니, 저 여러 천자들은 모든 법 가운데에서 법안(法眼)이 청정함을 얻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부처님 여래의 걸식 행함 을 보인 것은 다만 선교방편으로 이익을 지어 주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다시 한때에 찬좌마노바가(贊左摩拏嚩迦)가 있어서 부처님 여래에게 나쁜 뜻을 품었기에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을 부처님께서 구호하신 그 일은 어떠함이냐. 이른바 여래는 원수와 친한 이에게 평등하여 다시 소분도 장루(障累)가 있을 수 없건만, 다만 중생을 안락하고 이익되게 하기 위하므로 나는 그 때에 저 찬좌마노바가를 구호하기 위하여 나의 위신력으로써 그로 하여금 항하의 모래 수같이 많은 세계의 여러 부처님 여래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이 여러 부처님의 대원경지(大圓鏡智) 속에 자기가 지은 업이 나타났다. 부처님의 신통력(神通力) 때문에 이 마노바가로 하여금 자기의 업을 보고서 즉시 회개하는 마음을 내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게 한 것이다.

‘지금 이 속에 진실히 나타났사오니, 이에 스스로 여래께서 일체 백법(白法)을 구족하신 것을 생각했나이다. 어이하여 저만 지금 다만 나쁜 업을 짓고 백법(白法)을 얻지 못하나이까?’

저 마노바가가 이 생각을 할 때에 곧 청정하고 바르고 결백한 범행(梵行)을 얻었고, 그의 꿈속에 부처님께서 몸을 나타내신 것을 보고 먼저 나쁜 뜻을 일으켰던 죄가 모두 다 소멸하였고, 목숨을 마친 후엔 지옥의 과보를 면하였다. 이는 모두 여래의 신력으로 구호한 것임을 알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냐. 이른바 여래는 대비(大悲) 방편으로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라.

또다시 어느 때에 손나리(孫那利) 범지(梵志)가 기타 숲속에서 무슨 일로 자기 목숨을 끊었나니, 부처님이 그 때에 알지 못했으면 어찌 일체지(一切智)가 된다고 이름하랴. 이른바 여래는 걸림이 없는 바른 지혜가 모두 다 구족하여 알아보지 못함이 없고, 여래는 모든 색상(色相)과 신통 등의 일까지 모두 위신(威神)으로써 건립함이니, 부처님은 지금 이 손나리 범지의 수명의 한도가 이미 다하여 결정코 목숨이 마칠 것을 관찰한 것이요, 또한 여래가 능히 알지 못한 것은 아니다. 또 이 인연으로써 모든 외도로 하여금 그 마음을 조복하여 자기의 죄를 그치도록 함이다. 그 때에 여래는 가지(加持)의 힘으로 7일 밤을 마을에 들어가지 아니했더니, 이 때에 60구지(俱胝)인 하늘 사람이 있어 7일 밤을 지나고서 부처님 처소에 왔다. 부처님 처소에 왔거늘 이를 위하여 알맞게 법요를 말했더니, 즉시 제각기 지증(智證)삼매를 얻었다.

또다시 무슨 인연으로 여래가 옛적에 석 달 동안 말보리[馬麥]를 먹었느냐. 이른바 여래는 바라문과 장자(長者)들로 하여금 희유(希有)한 마음을 내게 함이며, 또 이익된 일을 성취해 주기 위함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나는 한때 5백 비구와 함께 5백 말[馬]을 보다가 그 말의 숙세 선근(善根)이 지금에 벌써 성숙된 것을 관찰하였다. 왜냐하면 이 5백의 말은 전전 세상에서 이미 사람이 되어 먼저 부처님 여래를 친근 공양하였고, 먼저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菩提)의 마음을 발했더니, 그 다음 저 악지식(惡知識)을 만남으로 인하여 착한 법을 파괴하고 모든 나쁜 업을 지었나니, 이 보응으로써 지금에 말의 몸을 받은 것이다. 또다시 이 5백의 말은 지난 옛적에 일찍이 일장(日藏)보살의 처소에서 큰 서원을 세웠나니, 그 전생의 큰 원력(願力)으로써 지금에 다시 일장보살이 보리법의 방편으로 교화하여 해탈케 함을 만났으며, 이 5백의 말은 보살의 위력(威力)과 자기의 원력으로 각기 숙세의 일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느니라.

지상이여, 나는 저 말이 이러한 인연이 있음을 관찰하고 슬퍼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 교화하고 제도하려고 이에 비구와 함께 저 말이 있는 곳에 가서 그가 먹는 보리를 곧 받아서 내가 스스로 먹고서 다시 저 5백 비구에게 주었었다. 이 때에 5백 말은 숙세 선근의 힘으로 부처님과 비구 대중들이 이 말이 보리 먹는 것을 보고, 즉시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에게 예배하였다. 저 5백 말이 석 달을 지나고서 모두 다 목숨이 다하여 도솔천에 태어나고 즉시 저 하늘로부터 부처님 처소에 와서 공경하고 존중하고 우러러보고 예배하고 공양하거늘, 부처님이 곧 알맞게 법요를 말해 주니, 이 모든 천자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러 물러나지 아니했나니, 여래는 이 5백 말로 하여금 이와 같은 큰 이익의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말 보리를 먹었느니라.

지상이여, 마땅히 알라. 있는 바 일체 음식을 여래가 먹으면 모두 최상 음식이 되나니,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흙과 우유와 사탕을 여래가 먹는다면 이 두 가지가 똑같이 평등하여 모두 최상의 맛을 이루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여래의 혀는 항상 최상의 맛을 얻나니, 이는 대인상(大人相)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부처님 여래의 무릇 받은 음식은 모두 최상 음식이 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그 때에 아난에게 말했다.

‘네가 전륜왕(轉輪王)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네가 지금 이 말 보리를 먹으니 무슨 맛을 얻었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말 보리는 매우 희유(希有)하옵니다. 제가 비록 왕궁에 태어났사오나 일찍이 이러한 최상의 맛은 먹어 보지 못했나이다.’

이 때에 아난은 말 보리를 먹고서 7일 동안 큰 기쁨을 얻었느니라.

지상이여, 나는 그 때에 저 5백 비구와 함께 여름 안거(安居)를 하고 각기 자기 있을 곳으로 가게 하였다. 이 때에 5백 비구 대중 중에 마흔 비구만은 이 말 보리를 먹고 비록 그 맛을 청청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다시 나쁜 음식으로 생각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7일 밤엔 제각기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느니라.

지상이여, 마땅히 알라. 여래가 비록 말 보리를 먹었으나 실로 숙세의 업장과 보응(報應)의 일들이 아니요, 다만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기 위함이다. 또 깨끗한 계행을 닦은 사문과 바라문으로 하여금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함이요, 또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말씀과 같이 능히 행하게 함이니, 마땅히 알라. 여래는 일체 가장 뛰어나서 모든 짓는 바는 파괴되지 않는 법행(法行)이니라.

또다시 무슨 인연으로 여래가 한때에 가섭(迦葉)에게 말하되, ‘내가 등이 아프니, 네가 나를 위하여 7각지법(覺支法)을 연설하라’ 하였느냐? 이 인연이란, 이른바 그 때에 8천 천자가 있어 함께 모였는데, 이들 천자(天子)는 먼저 불법승(佛法僧) 3보(寶)에 청정한 믿음을 내지 않았었다. 그 때에 잠깐 가섭이 7각지법 연설함을 듣고 저들이 신심(信心)으로 차츰 개오(開悟)하여 곧 가섭의 처소에 나아가니, 가섭은 거듭 다시 7각지 법을 널리 분별해 주었다. 이 8천 천자는 즉시에 각각 지증(智證)삼매를 얻고, 이에 스스로 생각하되, ‘중생이 병이 있으면 능히 법을 듣지 못한다. 만일 법을 듣는다면 병은 없어지리라. 여래는 이 큰 법왕이신데 오히려 짐짓 병을 보이시고 대가섭으로 하여금 7각지법을 연설하게 하셨나니, 우리들이 어찌 즐겨 법을 듣지 않으리오’ 하고, 그들 천자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곧 불법에 마음이 청정해짐을 얻었다. 이러한 이익과 인연으로 여래는 이에 등이 아픈 것을 보이고 대가섭으로 하여금 7각지법을 연설하게 하였나니, 모두 이 선교방편이요, 실로 숙세의 법장과 보응의 일이 아님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또다시 무슨 인연으로 옛적에 장엄당(莊嚴幢) 바라문이 한때에 부처님 세존을 향하여 좋지 못한 말을 하는데도 부처님은 그 때에 성내지 아니했느냐. 이른바 여래는 하늘 사람과 4부 대중이 크게 모인 중에서도 이미 참는 힘이 구족함을 얻어서 모든 경계를 보는데도 성내지 않는다. 여래가 그 때에 모든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과 구호하는 마음과 편히 머무르는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과 용맹한 마음에 머물렀다. 여래는 이 여러 마음에 머무를 때에 4천 중생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나니, 이러한 이익과 인연으로 여래는 이에 장엄당 바라문에게 성내지 아니했다. 이 모두 여래의 선교방편이요, 실로 숙세의 업장과 보응의 일이 아님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다시 지상이여, 나는 기억하노니, 옛적 보살이 되었을 적에 저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있는 곳마다 항상 나를 따랐었다. 왜냐하면 저 제바달다가 비록 나의 처소에 와서 방해하려고 했으나, 그러나 능히 나로 하여금 6바라밀다(波羅蜜多)를 원만하게 하였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였나니, 이른바 어느 때 중생으로 하여금 큰 쾌락을 얻게 하고자 하여도 내가 능히 보시(布施)로 포섭하는 법을 행하지 못할 적엔 제바달다가 곧 나의 처소에 와서 처자와 노비(奴婢)와 머리와 눈과 손과 발을 구걸하거든, 나는 그 때에 모두 다 희사하나니, 능히 희사하므로 저는 말을 하되, ‘이와 같이 함을 행하기 어려운 행(行)이라 이름하나니,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발기하게 한다’고 한다. 내가 이 보시를 행할 때 한량없는 중생이 있어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켜 보시하는 행에 청정한 믿음과 이해를 얻느니라.

또다시 어느 때 내가 보리 원력(願力)으로써 청정한 계행에 머무르면 제바달다가 나의 처소에 와서 청정한 계행을 파괴하려 하나, 나는 그 때에 견고하고 동하지 아니하여 계행을 파괴하지 않거든 한량없는 중생이 있어 이 일을 보고 모두 청정한 계(戒)의 땅에 머무르느니라.

또다시 어느 때 제바달다가 나에게 분과 성을 내어 구타하고 꾸짖거든 나는 그 때에 성내며 원망하지 않고 인욕(忍辱)하는 마음에 머무르나니, 한량없는 중생이 있어 이 일을 보고서 모두 인욕의 행에 머무르느니라.

있는 바 정진ㆍ선정ㆍ지혜 등의 행도 제바달다로 말미암아 내가 모두 원만히 성취하였고, 또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였나니, 지상이여, 마땅히 알라. 저 제바달다가 비록 나의 처소에서 방해하려고 했으나, 능히 나로 하여금 선법(善法)을 증장하게 하고, 모든 중생에게 이익된 일을 하게 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부처님 여래는 선교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짓는 바를 따라 모두로 하여금 있는바 보응(報應)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다시 여래는 중생계에 어떤 중생의 이와 같은 인(因)을 지어 이와 같은 과보를 얻는 것을 널리 두루 관찰하되, 관찰한 바를 따라서 모든 방편을 베풀어 위해 교화하고 제도하느니라.

지상이여, 내가 위에서 말한 갖가지 법문은 모두 이 가장 뛰어난 선교방편이니, 이와 같은 법문은 마땅히 저 선근이 하열(下劣)한 중생 앞에서는 말하지 아니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생이 비록 성문ㆍ연각에 상응(相應)한 선근을 심었다 하여도 또한 능히 이의 가장 뛰어난 선교방편에서 제대로 닦고 배우지 못할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법기(法器)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저 보살법 닦는 자를 위하여 여실(如實)히 말해 주어야 한다. 비유컨대 눈먼 사람은 밤에 비록 광명이 있으나, 또한 능히 일체 경계상(境界相)을 보지 못하거니와, 만일 눈이 있는 사람이면 그 밤에도 저 광명이 일체 경계상을 비추어 줌을 얻으면 모두 능히 보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이미 보살의 가장 뛰어난 행법(行法)을 닦았으며, 또 능히 선교방편을 구족하였기에 있는 바 부처님의 뛰어난 행과 해탈 법문을 모두 능히 통달하리라.

지상이여, 만일 위없는 보리를 알뜰히 구하는 선남자ㆍ선여인이 있다면, 법을 좋아하므로 비록 백천 유순(由旬) 밖에 있더라도 만일 이와 같은 선교방편 법문을 연설하는 곳이 있으면 또한 멀다고 겁내지 않고 곧 와서 듣고 받을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사람이 이 법을 들으면 곧 광대한 광명과 행하는 바가 청정해짐을 얻을 것이며, 불법(佛法) 중에 모든 의심과 후회를 떠날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하늘 사람과 4부 대중 가운데에서도 이 법기만이 곧 이 법을 능히 좋아하여 받아 들을 것이요, 법기가 아닌 자는 비록 다시 얻어 들을지라도 좋아하지 아니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7만 2천 중생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그 때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오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아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선교방편바라밀다정법(善巧方便波羅蜜多正法)이라 이름할 것이며, 또는 일체비밀최상바라밀다정법(一切秘密最上波羅蜜多正法)이라 이름할 것이니, 이와 같은 이름으로 너희는 마땅히 받아 지니고, 차후 말세에도 널리 유포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할지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아난 등 여러 성문과 지상 등 여러 보살마하살과 나아가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와 건달바 등 일체 대중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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