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2권
“또 광취왕이여, 또 주명(呪明)을 지니는 사람이 유가실지법(瑜伽悉地法)을 잘 닦아서 비밀인 다섯 계박(繫縛) 중에 계박을 받았더라도 짓는 법을 따라 삼매를 넘어서지 않고 이 사람이 한낱 큰 주명의 힘으로 저 모든 계박을 모두 능히 끊어 없애고 비밀이 행문(行門)에 편히 머무름을 얻어서 비록 계박 속에 있을지라도 항상 삼매를 여의지 아니함과 같나니, 좋고 교묘한 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5욕(欲) 경계 중에서 희롱하며 순행(順行)하여 그 짓는 것을 따라 바른 행[正行]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이 보살이 한 지혜 밝음의 힘으로 모두 능히 일체 깨끗지 못한 법을 깨끗이 하고, 일체 지혜의 마음에 능히 안주(安住)하여 비록 5욕락을 받을지라도 항상 범천에 태어나느니라.
광취왕이여, 또한 저 세간에 칼 잘 쓰는 자가 그 검법이 교묘하고 정숙(精熟)하였는데, 이 사람이 한때에 예리한 칼을 숨기고 홀로 벌판 험난한 곳을 다니다가 그 도중에서 문득 한 사람이 단신으로 벗과 또 무기가 없음을 보았다. 이 때에 칼 쓰는 사람이 그 사람을 보고서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두어 곧 서로 가까이하고 일러 말하되, ‘그대는 지금 혼자 가는데 벗도 없고 또한 무기도 없으니, 무엇으로 몸을 보호하랴. 그대는 지금 나와 같이하여 그 가는 바를 따라오라. 마침내 그대로 하여금 허물이 없게 할 것이요, 만일 문득 도적들의 일을 당하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구호해 주겠노라’ 하였다. 이 말을 하고서 동행하다가 그 중도에서 문득 도적의 무리를 만났다.
이 때에 동행한 사람은 이 사람이 먼저 예리한 칼을 숨겨 둔 것을 모르는지라, 이 도적을 보고서 곧 두려워하였다. 이 때에 칼 쓰는 사람은 용맹한 마음을 발하여 겁내거나 두려워함이 없이 즉시 그 칼을 꺼내어 저 도적 무리들과 함께 서로 싸워 대적하였다. 이 때에 저 도적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그 칼 쓰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 몸을 보호하고, 또한 저 동행하는 자를 보호하여 모두 안온함을 얻고, 이 험난한 곳을 통과하였다.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능히 갖가지 방편을 구족하고 지혜의 칼을 잡아서 비록 5욕의 경계에서 희롱하고 순행(順行)하나 마침내 잠깐도 몸과 감관으로 하여금 방일한 일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설령 다른 때에 번뇌의 마(魔)를 만날지라도, 보살은 또한 다시 동요함이 없고, 정진(精進)의 투구를 쓰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혜의 칼로 번뇌의 그물을 끊어 모두 청정하게 하고, 보살은 항상 청정한 불국토에 태어나느니라.”
그 때 모임 가운데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작애(作愛)였는데, 밥 먹을 때에 사위대성(舍衛大城)에 들어가서 걸식하였다. 그 보살은 차례로 걸식하면서 가다가 한 장자(長者)의 집에 이르러 문 곁에 서서 소리를 내고 걸식(乞食)하였다. 장자에게 딸이 있었는데, 이름은 상재(上財)였다.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였다.
이 때에 저 여인은 보살의 소리를 듣고 곧 음식을 가지고 와서 보살에게 보시하였다. 그 음식을 주고는 즉시 보살에게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어 얼굴 모습이나 음성에까지 집착하는 마음이 생겼나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애모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작애(作愛)보살은 이 여인을 보고서 곧 그의 생각을 알았다. 보살은 그 때에 탐염의 법에 뜻을 두지 않고 곧 스스로 다음과 같이 사유하였다.
‘잠깐이라도 만일 탐염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는 큰 과실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지금 이 여인을 나는 어느 곳에서 사랑하랴. 만일 저 눈을 사랑한다면 눈은 무상(無常)하여 무너지고, 깨끗하지 못한 살덩어리[肉團]어서 그 자성(自性)은 공한 것이니, 무엇을 사랑하고 좋아하랴. 만일 귀ㆍ코ㆍ혀ㆍ몸ㆍ의근(意根)을 사랑한다면, 그들 여러 감관[根]도 또한 다시 이와같아서 자성이 모두 공하여 진실법이 아니니, 무엇을 사랑하고 좋아하랴. 이와 같이 발로부터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내외 중간에도 낱낱 여실(如實)히 살펴 관찰하건대 이 중에는 적은 법도 얻을 것이 없다. 나는 지금 이와 같이 여실히 관찰하고 일체 법에 모두 있는 바 없다. 법이 없기 때문에 곧 법이 무생(無生)이다.’
보살이 이렇게 생각할 때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보살은 이러한 이익을 얻고서 마음이 크게 기뻐서 곧 그곳에서 몸을 허공에 솟구치니 높이가 1다라수(多羅樹)였다.
그 성중에서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사위대성을 벗어나 허공을 타고서 부처님 처소로 나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저 작애보살이 위덕(威德)이 거룩하여 마치 거위 왕 같이 허공으로 날아 걸림 없이 서서히 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보시고서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 작애보살이 허공으로부터 오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예 그렇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라. 이 보살은 일체 법에 탐애의 마음을 여의고 법의 무생(無生)을 증득하여 모두 얻은 것이 없고, 능히 일체 마군(魔軍)을 항복 받으며 널리 중생을 위하여 정법륜(正法輪)을 굴리느니라.”
이 때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저 보살은 곧 공중에 머물러 부처님의 설법하심을 듣고 있었다.
이 때에 저 상재(上財) 여인은 장자 집에서 홀연히 목숨을 마치고 33천(天)에 태어나 여인의 몸을 전환하고 천자(天子)의 몸을 얻었다.
저 천자가 탄생할 때에 7보(寶) 장엄과 미묘한 궁전이 동시에 출현했나니, 길이와 너비가 12유순(由旬)이었다. 또한 1만 4천 하늘 여인 권속이 있어 동시에 태어났다.
이 여러 천녀(天女)는 잠깐 동안에 스스로 지혜가 생겨 모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어떠한 선근(善根)으로 이곳에 태어났는가. 곧 전생에 사위성 중에서 한 장자의 딸이 있었는데, 한 보살에게 염애(染愛)의 마음을 일으킨 이 인연으로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이 하늘에 태어나서 여인의 몸을 전환하여 천자(天子)가 되었나니, 그는 한량없는 뛰어난 과보와 신통을 얻었고, 우리들은 이 천자의 뛰어난 인연으로 말미암아 또한 이곳에 태어났도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기뻐하였었다.
그 때에 저 새로 탄생한 천자는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옛적 인간 세상에서 애모하는 마음을 내고서 어찌 지금에 이 뛰어난 과보를 얻었는가. 이 인연은 작애보살이 더 자라게 하는 선근의 힘으로 지도하였기 때문이니, 나는 지금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저 부처님 세존께 공경하고 공양하고, 또 작애보살에게 우러러 예배해야겠다.’
그 때에 저 천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즉시 여러 하늘 여인 권속과 함께 갖가지 뛰어나고 묘한 향과 꽃을 가지고 저 하늘 세계로부터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다.
도달하고는 머리와 얼굴로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허공을 향하여 멀리 작애보살에게 예한 후에 그 가지고 온 뭇 향과 꽃 등으로 세존께 공손히 공양올렸다.
공양 올리고는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가타(伽陀)를 설하였다.
사의(思議)할 수 없는 인중존(人中尊)이시며
사의할 수 없는 큰 보리(菩提)와
사의할 수 없는 여러 부처님 행(行)과
사의할 수 없는 여러 부처님 법이시여,
저는 사위성 장자의 딸로서
아버지가 본시 상재라 이름 지었고
몸매 단정하여 뭇 사람 흠모하고
부모와 친척 또한 사랑했나이다.
어느 한때에 불자(佛子)가 있었는데
큰 위덕 갖추고 작애라 이름하였나니
그는 사위성중에서 걸식하다가
차례로 저의 집에 왔나이다.
저는 그의 아름다운 음성 듣고
기뻐서 기꺼이 음식을 가지고
저 작애보살의 앞에 가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보살에게 올렸나이다.
저는 그 때 저 미묘한 몸매 보고
마음으로 사랑하여 화합하고 싶었으나
저 인연을 능히 성취하지 못하고
저는 찰나 간에 목숨 끊어졌나이다.
저는 작애보살의 큰 인연을
갖추어 말할 수 없사오나
사랑에 홀리는 법에는 떨어지지 않고
죽어 좋은 곳에 나게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비록 전생 몸 버렸으나
저 여인 모양 떠나게 하여
남자의 큰 위광(威光) 이루고
또한 하늘 세계에 태어났나이다.
저와 함께 태어난 하늘 여인과
1만 4천이 권속이 되었고
최상인 7보 궁전 또한 있어
미묘한 궁전이 동시에 나타났나이다.
저는 때로 이러한 마음 발하되
이는 사의할 수 없는 일이니
제가 염애의 마음으로 인하였는데
어떻게 이러한 청정 과보 얻었을까요.
작애보살 참으로 희유하나니
또한 작희(作喜) 작광명(作光明)이라 이름하나이다.
저의 몸에 치성한 대위광(大威光)도
저의 뛰어난 인연으로 얻어졌나이다.
애욕의 인연으로 이러한 과보 이룬 것을
성문ㆍ연각은 능히 알지 못하나니
그의 법 중엔 이러한 법 없고
선서(善逝)의 지혜만이 할 수 있나이다.
가령 긍가하(殑伽河) 모래수의 겁에도
부처님 지혜 능히 닦아 배우지 못하되
저의 지금 남김없이 좋아하는 마음은
오직 위없는 보리과(菩提果) 구하나이다.
작애 불자(佛子)의 큰 위덕이여,
이는 저의 최상 선지식이니
저는 그로 인해 부처님 뵈옵고
도에 머물러 퇴전(退轉)함 없나이다.
제가 알기로 보리 수행하는 자는
염애의 마음에 집착한 바 없나이다.
저의 여자 몸 전환함 같아서
모두들 남자 되길 원하나이다.
제가 전생에 목숨 마치니
부모와 친족 모두 슬퍼하고
은애(恩愛)의 큰 고통이 마음에 얽혀
도리어 사문에게 성냄 품었나이다.
저는 지금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찰나 간에 아버지 처소에 가서
몸을 숨기고 공중에서 아뢰옵기를
사문에게 성냄 품지 마옵소서.
성냄 일으키면 큰 과실이니
오랜 밤 동안 고뇌 받으리다.
상재 여인은 지금 저의 몸이니
이미 33천 중에 태어났나이다.
저 전생의 여자 몸 벗고서
대위광(大威光) 천자의 몸 얻었나이다.
부모께선 지금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마땅히 저 성내었던 마음 참회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큰 자부(慈父)이시니
일체 중생이 돌아가 귀의하나이다.
부모는 부처님 말하는 소리 듣고서
즉시 광대 증승(增勝)한 마음 일으켰나이다.
그 때에 부모는 부처님 힘을 입어
말을 듣자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이르러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그전의 성내었던 마음 참회했나이다.
아뢰오니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
합장하고 또한 물어 말하되
불ㆍ법ㆍ승 3보 가장 뛰어나시니
마땅히 어떻게 공양하는 일 지으오리까.
부처님께서는 능히 저의 마음 아시나니
제가 묻는 대로 부처님 말씀하소서.
이렇게 발언하고 정성스럽게
일심으로 갈앙(渴仰)하여 듣고 있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상재의 부모에게 말씀하시되
너는 지금 나의 말을 자세히 들어라.
만일 부처에게 공양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리심을 일으켜야 하리.
마땅히 알라. 너의 딸 상재는
5백 생(生) 동안 선근(善根)을 심었기에
지금 여자 몸 벗고 천사(天使) 되어
부모를 위하여 잘 개도하네.
부모는 부처님의 이 말씀 듣고
즉시 위없는 보리심 발하고
환희 칭찬하여 이러한 말 하되
사람 중의 대선(大仙) 진실한 말씀이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시되
너는 이와 같은 일 증명하여 알라.
보살의 방편은 사의할 수 없나니
염욕 마음에도 청정한 과보 얻어지네.
상재 여인의 몸 전환함 같아
일체 중생도 또한 이와 같다네.
아난아, 이와 같은 뛰어난 공덕은
능히 중생으로 고통 여의게 하네.
지금 이 천자의 뛰어난 복으로서
염애에 마음이 항상 청정하여
부처님 세존을 능히 공경하며
위없는 보리 존중히 여기네.
다겁(多劫)에 일찍이 부처님께 공양하여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 심었기에
보리심에 견고히 안주(安住)하고
결정코 보리과(菩提果)를 마땅히 얻으리라.
그 때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뜻과 같아서는, 비유컨대 수미산(須彌山)이 뭇 보배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비록 갖가지 보배며 갖가지 색깔이 있으나 저 황금색(黃金色)이 최상인 것과 같습니다. 보살마하살도 또 이와 같나니, 청정한 마음이나 더러운 마음이나 법에 머무르는 마음이나, 법을 은폐하는 마음이거나 비록 갖가지 마음이 이와 같이 차별하나 저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이 최상이 되옵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마하살이 처음 일체지의 마음에 안주(安住)함에 모든 염법(染法)이 모두 청정해지나이다.
또한 약이 있으니, 그 이름은 선현(善現)입니다. 능히 세간의 일체 병고를 치유함과 같아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지의 마음에 머무르고, 능히 탐(貪)ㆍ진(嗔)ㆍ치(痴) 등 모든 번뇌(煩惱)의 병을 끊어 없앴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阿難)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아난아. 네가 말한 바와 같아서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그 때에 존자 대가섭(大迦葉)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희유(希有)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최상 적정(寂靜)의 행(行)을 행하여 능히 일체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항상 이익되게 하며, 또한 능히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해탈 법문을 닦으며, 성문ㆍ연각의 법을 좋아하지 않고, 일체의 곳마다 일체지의 마음을 떠나지 아니하며, 불가사의할 수 없는 선교방편을 갖추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마하살은 일체 행하는 바에 집착과 걸림이 없고,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인 경계 가운데에 행하여도 취착하지 않고, 또한 일으키고 짓는 것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좋은 비유를 말하여 보살의 행을 밝히려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제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가섭아, 즐거이 말하라. 마땅히 말할지어다. 지금이 바로 이 때이니라.”
대가섭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세간에 무수한 백천 대중이 있었는데, 그 벌판 험난한 곳에서 문 하나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은 그 때에 각각 그 문으로 들어가 이 문을 지나고서는 다음 길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길은 멀고 험악하며 위험했습니다. 저 여러 사람들은 이 길을 보고 모두 두려워했습니다. 이 때에 한 지혜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선교방편을 구족하였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려고 곧 대중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이곳에서 머지 아니한 데에 한 큰 성이 있나니, 그 성(城)은 광활하고 화려하고 청정하다. 인민들도 치성하고 안온하며 풍요하나니, 저 성에 들어가는 자는 마음대로 쾌락하리라. 누가 그를 좋아하여 그성중에 들어가서 곧 험난과 포외(怖畏)를 멸하리오.’
이 때에 저 대중 가운데에 한 사람이 있어 이 말을 듣고 즉시 말하였습니다.
‘내 지금 들어가기를 좋아하노라.’
그 성중에 들어가서는 그 풍요하고 안온하고 쾌락함을 보고 회유한 생각을 내어 애착을 버리지 않고 곧 그곳에서 머무르고 다시 나오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그 성 말하는 것을 듣고 즉시 말하였습니다.
‘나도 또한 수순하여 저 성중에 들어가리라.’
이 사람은 비록 그 성에 들어갔으나 그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않고 머무른 후에 다시 도로 나왔습니다. 또다시 대중 가운데에서 한 어떤 사람은 비록 이 말을 듣더라도 저 성중으로 나아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성을 지나서 또다시 벌판의 험한 길로 행하며, 이 길을 벗어나서는 한 지름길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지름길은 협소하여 1척(尺) 가량 되고, 지름길 왼쪽에는 한 큰 구덩이가 백천 주(肘)나 깊은 것이 있고, 지름길 오른쪽에도 또한 한 큰 구덩이가 백천 주나 깊은 것이 있습니다. 만일 혹 어떤 사람이라도 이 구덩이에 떨어지는 자는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저 지름길 사면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소리로 외쳐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큰 공포를 느끼노라.’
또한 저 협소한 지름길로 가면 머지 아니한 데에 네거리 길이 있습니다. 한 어떤 사람들이 그 길에 노닐고 가면서 그 향하는 바를 따라 그들은 모두 큰 성이 이는 것을 보며, 보는 바와 같이 그들은 대하는 대로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 이 때에 저 지혜 있는 사람은 이 협소한 지름길을 보고 곧 그 길로 행하여 안온(安穩)한 곳에 도달(到達)합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의 무수한 백천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곧 이는 모두 어리석은 중생이요, 한 문은 곧 이 한 유(有)를 취한 몸이요, 저 벌판 험난한 중에 길이 보인 것은 곧 나고 죽는 험난한 길이요, 그 길이 멀고 먼 것은 곧 이 무명(無明)과 유(有)와 애(愛)가 원인이 되어 과보를 받는 것이 극히 멀고 먼 것이요,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있어 능히 외치고 인도한 자는 곧 이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이요, 저 큰 성은 곧 이 2승(乘)이 증득한 열반이요, 어떤 한 사람이 있어 저 큰 성에 들어가서 애락하여 편히 머무르고 나오기를 구하지 않는 자는 곧 이 성문ㆍ연각이 열등한 믿음과 이해로 머물러 쉬는 생각을 내는 것이요, 저 어떤 사람이 또한 수순하여 그 성중에 들어갔으나 편히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않고 나중에 도로 나온 것은 곧 이 외 여러 보살이 최상의 신을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성취하는 것이요, 저 어떤 사람이 비록 이 말을 듣더라도 능히 그 성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곧 이 복이 적고 지혜가 없는 모든 외도(外道)의 무리들이요,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이 성을 지나고서 또다시 저 벌판의 길로 나가는 것은 곧 이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이 정진(精進)하는 바라밀다(波羅蜜多)인 것이요, 저 1척 가량의 협소한 지름길은 곧 이 최상 법계(法界)요, 왼쪽의 구덩이는 곧 저 성문(聲聞)의 경지요, 오른쪽의 구덩이는 곧 저 연각(緣覺)의 경지요, 저 지름길의 사면에 한 어떤 사람들이 있어 공포의 소리를 낸 것은 곧 이 모든 하늘 마왕(魔王) 및 마의 권속이요, 저 네거리 길은 곧 이 4섭(攝) 법문이요, 그들이 향하는 바를 따라서 그들이 모두 큰 성을 본 것은 곧 저 2승의 사람이 그 응함을 따라 부처님의 공덕을 보고 부처님이 행하는 바요, 부처님의 지혜를 보고 좋아하는 것이요, 이 때에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안온한 곳에 도달함은 곧 일체지의 경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등의 비유로 말함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모두 이 보살마하살이 선교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함이니, 이것이 보살의 최상 뛰어난 행(行)이 됩니다. 이러한 뜻에서 저는 보살마하살에게 마땅히 경례(敬禮)할 바라 하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가섭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그대 대가섭이 이 말을 잘 했도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가섭을 칭찬하실 때에 회중에 있던 1만 2천 중생들은 하늘 사람의 몸을 얻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로서 선교방편을 구족한 자는 이미 한량없는 공덕을 능히 성취하여 일체 때에 비록 짓는 바 있더라도 다시 저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와 타인(他人)의 과실을 멀리 떠나느니라.”
그 때에 지상보살마하살은 부처님의 모임 가운데에서 이와 같은 일을 보고 이와 같은 법을 듣고, 또다시 공손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세존께서 옛적에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이 되셨을 적에 저 가섭(迦葉)부처님 법 가운데에서 일찍이 말씀을 하시되, ‘무슨 까닭으로 수염과 털을 깎으며, 어찌하여 보리(菩提)를 구하리오? 이 보리는 최상이라 얻기가 어렵다’ 하셨습니까? 옛적에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마땅히 무슨 뜻이 있었습니까?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지상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선남자여. 이런 말을 하지 말지어다.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은 그 행하는 바를 따라서, 그 말하는 바를 따라서, 이익이 없지 않나니, 무슨 까닭이냐. 불가사의인 방편을 구족한 보살은 저와 저 보살의 마땅히 머무를 바를 따르고, 저들 중생의 마땅히 조복될 것을 보아서 일체 행하는 바이니,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을 여의지 않느니라.
또 지상보살이여, 내 지금 그대를 위하여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인 매우 깊은 정법(正法)을 말하리니, 그대는 마땅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선남자여, 내가 옛적 보살이 되었을 때 연등(燃燈)부처님 처소에서 불가사의한 방편을 성취했느니라. 그 때에 나는 저 불법 가운데에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고, 이로부터 이후로 나는 법인을 얻은 보살이 되었고, 보리를 위해서 더욱 더 정진하여 1겁(劫)이건 백 겁이건 일찍이 게으르지 않고 일찍이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고 일찍이 생각을 잃지 않고 자주자주 이 윤회(輪廻)하는 세계에 와서 선교방편으로 중생 구원하고 제도하며, 자기 지혜의 힘으로써 짓는 것 모두를 다 성취하였고, 최후 막바지에 머물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휴식함이 없었나니, 마땅히 알라.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니라.
또 선남자여, 내가 보살이 되었을 때 보리를 위하므로 비록 성문의 고요한 삼마지(三摩地:삼매)에 들며, 나아가 보살의 삼마지에 들더라도 몸과 마음에 출몰(出沒)하는 생각이 없으며, 비록 고요한 낙을 얻으나 머무르고 집착하지 않으며, 비록 삼마지에 있으나 정진하여 게을리하지 않으며, 6바라밀다와 4섭 법문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모든 하는 바에 일찍이 게으르거나 수지하지 않았나니, 마땅히 알라.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니라.
또 선남자여, 내가 보살이 되었을 때에 이미 일생보처를 얻었었고, 장차 도를 이루고 큰 법륜(法輪)을 굴리려고 할 때에 곧 도솔(兜率) 천궁에서 여실(如實)히 관찰하되, ‘내가 지금 마땅히 이 하늘 가운데에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법륜을 굴리리라. 인간을 위하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관찰하고 또한 다시 사유하되, ‘내가 만일 곧 하늘 가운데에서 이러한 이익을 짓는다면 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법을 듣지 못할 것이요, 만일 염부제 가운데에서 이러한 이익을 짓는다면 이 모든 하늘은 법을 얻어 듣지 못할 것이다. 내 지금 그 편의를 따라 다만 염부제에 하강하여 등정각을 이루고, 이 여러 하늘들도 또한 이익되게 하리라’ 하였다. 또다시 보살은 사유하고 관찰하되, ‘내 만일 이 도솔천궁으로부터 사라지고 인간에 하생(下生)하는데 태장(胎藏)에 들어가서 받아 나는 모양을 보이지 않고 잠깐 사이에 정각(正覺)을 이룬다면 저 염부제에 있는 중생은 마땅히 의심하되, ‘이 석가보살은 어디로부터 왔느냐? 하늘에서 왔느냐, 건달바(乾闥婆) 중에서 왔느냐, 변화로 온 것이냐?’ 하리니, 이러한 인연으로서 하늘 가운데로부터 사라지고 염부제에 하강하여 세간을 수순하여 어머니의 태장에 들어갔나니, 마땅히 알라.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비록 태장에 머물러 있으나 세간 중생은 마땅히 여기에 실로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아니할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보살은 본래 무구(無垢) 적정(寂靜) 삼마지로부터 편히 일어나서 하늘로부터 사라져서 인간에 하강하여 태중에 있어 받아 나고 출가하여 고행(苦行)하였으며, 나아가 보리장(菩提場)에 앉아서 등정각을 이루고 마군의 무리를 항복받고 큰 법륜(法輪)을 굴렸다. 이와 같이 일체 짓는 바였지만 보살은 그 중에 청정하고 물듦이 없어 움직임도 구름도 없고 남도 사라짐도 없나니, 이러한 뜻으로 마땅히 알라. 청정행(淸淨行)을 지닌 보살은 실로 태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땅히 이는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다만 태(胎)로 나는 것만 보이고 달리 나는 것을 보이지 아니했느냐. 이른바 보살이 일체 중생 가운데에서 최상이며 제일 뛰어나나니, 이는 결백하고 순일하여 잡됨이 없음이니라. 이와 같은 모양으로써 태중에 있어 남을 보인 것이니 마땅히 알라. 이는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니라.
또한 보살이 처음 어머니 태중에 들어갈 때의 그 모양은 어떠하였느냐. 이른바 보살이 어머니 태중에 들어갈 때에 안팎이 청정하여 안온하고 고난이 없어서 괴롭지도 고달프지도 않고 옛날 천상에서 받은 쾌락과 같았느니라. 보살이 어머니 태중에 들어 있을 때에 낙수(樂受)가 상응(相應)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고, 세상 사람이 저 부모 갈라람(羯邏藍) 등의 더럽고 부정한 것으로 인하여 태중에 들어가는 모양과 같지 않느니라.
또한 다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어머니 태중에 머물러 열 달을 채우고 더하지도 줄지도 아니했느냐. 이른바 보살은 세상 사람의 어머니 태장에 머물러 있는 날과 달의 수량이 더하기도 줄기도 함과 같지 않음이니, 더하고 줄기 때문에 모든 감관[根]이 원만치 못하고 결감(缺減)이 있다. 그러므로 보살은 열 달을 만족히 하여 태장도 원만하고 모든 감관이 구족하여 더하지도 줄기도 함이 없나니, 마땅히 알라. 이는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궁전을 좋아하지 않고 도리어 그 동산 숲속에서 태어났느냐. 이른바 보살이 그 오랫동안 시끄러움을 멀리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고요한 행(行)을 닦았기에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夜叉)와 건달바(乾闥婆)들이 항상 호위하였지만, 보살은 가비라성의 모든 인민들로 하여금 모든 향과 꽃으로 수희(隨喜) 공양하고 각기 친견함을 얻게 하기 위함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이 그 동산 숲속에 태어났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의 어머니가 그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보살을 낳았느냐. 이른바 보살의 어머니는 세간에 있는 어머니들이 해산할 때에 고통이 생기어 크게 괴로워함과 같지 않음이니, 마야(摩耶) 부인은 보살을 낳으실 때에 낙수(樂受)가 상응하여 큰 쾌락을 얻으셨다.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의 어머니는 저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보살을 낳았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은 어머니 태중에서 저 3세(世)의 일을 능히 생각하고 능히 알았으며, 나아가 보살의 대중에 들어감과 태중에 머무르는 등의 일을 모두 알았느냐. 이른바 청정행을 지닌 보살은 삼계(三界) 중에서 최상이며 제일 뛰어나나니, 바른 생각[正念]이 앞에 나타나서 일체 법에 망실(忘失)함이 없다. 그러므로 보살은 비록 태중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저 일체 일을 능히 생각하고 능히 아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할 때에 오직 제석(祭釋) 천주(天主)만이 와서 호위하고 보살이 탄생하매 곧 받들어 받았느냐. 그 때엔 다른 하늘 사람은 없었느냐. 이른바 제석 천주는 그 전에 큰 원(願)을 발하되, ‘보살이 탄생하실 때엔 위하여 수호하겠다’ 하였기에 저 옛적의 선근으로 말미암아 보살이 탄생할 때에 오직 제석 천주만이 와서 호위하였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하자 곧 사방으로 각기 일곱 걸음 걷고 여섯에 줄어들지도 여덟에 증가하지도 아니했느냐. 이른바 보살 정사(正士)의 신통 변화는 편의와 방편을 따르기에 그 모양이 이와 같음이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다만 일곱 걸음만 걷고, 더하지도 줄지도 아니했느니라.
또한 무슨 인연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서 곧 다음과 같은 말을 하되, ‘나는 세간(世間)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니, 이미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을 능히 해탈하였노라’ 하였느냐. 이른바 이 범천계[梵界]의 모든 천자들은 보살이 탄생함을 듣고 모두 와서 우러러 예배하고 각각 응함을 따라 그 이익을 얻는다. 보살은 그 때에 곧 스스로 사유하되, ‘다만 이 범천계의 모든 천자들만이 이런 일을 얻어 알았나니, 나는 지금 일체로 하여금 널리 듣고 알게 하리라’라는 생각을 하고서 이에 소리를 내어 말하되, ‘나는 세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나니, 이미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을 능히 해탈했노라’ 하였다. 이 말을 할 때에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천자 무리와 범천 무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잠깐 동안에 모두 보살의 처소에 와서 합장 공경하고 수희(隨喜) 찬탄하였나니, 이러한 인연으로써 이에 다음과 같이, ‘나는 세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