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1권

대방광선교방편경(大方廣善巧方便經)

서천(西天) 시호(施護) 한역 번역

대방광선교방편경 제1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에 계시어 큰 비구 대중 8천 사람과 보살 1만 6천 사람과 함께 모이셨다. 이 여러 보살들은 지혜와 방편(方便)과 신통(神通)을 구족하였고, 변재(辯才)가 걸림 없으며, 큰 총지(摠持)를 얻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큰 법좌(法座)에 계시어 이와 같은 무수한 백천 대중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 설법을 하셨다.

그 때 회중(會中)에 한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 있었으니, 이름은 지상(智上)이었다.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여 예배를 마치고는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세존이서여, 저는 적은 법을 묻고 싶사오니,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허락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지상(智上)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善男子)여, 그대는 마음대로 물어라.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부처님 여래는 묻는 것에 따라 각각 그를 위하여 응하는 대로 연설하여 그로 하여금 듣고서 환희를 내게 하느니라.”

이 때에 지상보살마하살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좋고 교묘한 방편(方便)이옵니까?

원컨대 부처님 세존께서는 자세히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지상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한 방편으로써 널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이치대로 수행하게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나아가 저 방생(傍生) 이류(異類)인 모든 악취(惡趣) 가운데서도 보살 또한 평등한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으로 그 방편을 베풀고, 곧 이와 같은 선근(善根)으로써 일체 중생에게 회향(回向)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2법을 수행하게 한다. 무엇이 2법이냐. 이른바 일체지(一切智)의 마음과 회향하는 마음이니,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 된다’고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들의 있는 선근(善根)을 파괴하려 생각하지 않고 항상 좋아하는 것으로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며, 곧 이와 같은 따라 기뻐하는 선근으로써 일체 중생에게 회향하고, 또한 일체지의 마음으로써 널리 일체 중생에게 베풀며, 비록 베푸는 마음을 일으키나, 모두 취하는 것도 없고 또한 없는 것도 없나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만일 어느 때에 저 시방세계 내지 모든 곳에서 혹 일체 미묘하고 사랑스런 향나무와 꽃나무를 보더라도, 보살은 보고서 한 생각이라도 취하고 싶은 마음을 내지 않고, 다음과 같이 사유(思惟)하니, ‘이런 향나무와 꽃나무는 내가 취할 바 아니요, 마땅히 시방의 일체 부처님께 올릴 것이다’ 하여 곧 이와 같은 선근으로 일체 지혜에 회향하나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향하는 곳을 따라 혹 ‘일체 중생이 모든 쾌락 받음’을 보거든, 보살이 그 때에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곧 이와 같은 ‘따라 기뻐하는’ 선근으로써 일체 지혜에 회향하며, 또 만일 보살이 향하는 곳을 따라 혹 일체 중생이 모든 고뇌 받은 것을 보거든, 보살이 그 때에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정진(精進)의 투구를 입고 곧 다음과 같은 말을 하되, ‘일체 중생의 고뇌를 내가 마땅히 대신 받고널리 중생이 편안한 안락 얻기를 원합니다’ 하며, 곧 이와 같은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菩提)에 회향하나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 된다’고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모든 방위와 곳을 따라 만일 한 부처님께 예배하면 곧 저 여러 부처님 여래께 예배함과 같나니, 무슨 까닭이냐. 여러 부처님 여래는 동일한 법성(法性)이며, 동일한 계품(戒品)ㆍ정품(定品)ㆍ혜품(慧品)ㆍ해탈품(解脫品)ㆍ해탈지견품(解脫知見品)이며, 또한 다시 동일한 ‘최상 심의(心意)’이니, 보살은 이와 같이 요달하여 알고서 나아가 한 부처님 여래께 공경하고 공양하여도 곧 여러 부처님 여래께 공경하고 공양함과 같나니, 보살이 광대한 마음으로 널리 일체를 포섭하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혹시 대승(大乘)을 닦는 자가 대승 법에 퇴굴심(退屈心) 내는 것을 보거든, 보살이 그 때에 저 마음을 알고서 곧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되, ‘내 마땅히 저를 위하여 하나의 4구 게를 칭찬하여 저로 하여금 이와 같이 이치대로 닦고 배워서 퇴굴하지 않게 하리라’ 생각하고서 곧 말하되, ‘모든 대승을 닦는 자는, 만일 능히 이 한 4구 게송에서 그 뜻을 알면 곧 능히 저 일체 언어(言語)에 의취(義趣)를 통달할 것이요, 아는 바와 같이 하면 퇴굴을 내지 않으리라. 또 내가 설한 하나의 4구게를 만일 능히 듣고 수지함이 있으면, 이 사람은 곧 여러 부처님의 변재를 얻으리니, 나는 마땅히 이 선근으로써 널리 일체 중생에게 베풀고, 모두 저 많은 학문을 구속함과 여러 부처님께서 걸림 없는 변재로 포섭하시는 바가 되기를 원한다’ 함이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혹시 저 빈궁한 걸인의 처소에 가면, 보살은 그 때에 마음으로 슬퍼하고 불쌍히 여겨 곧 스스로 생각하되, ‘다른 업을 짓는 바로서 결정한 보(報)를 받았도다. 내가 지금 여기에 환희로 화합하여 그 하고 싶어하는 것을 따라 모두 베풀어 주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서 한 보시의 가운데에도 네 가지 행상(行相)이 있나니, 이른바 시대(施大)ㆍ심대(心大) 등이다. 지금 나는 이 가운데에 보시하는 것은 비록 적으나 일체 지혜의 마음은 또한 한량이 없나니, 만일 내가 이 일체 지혜의 마음으로써 이 걸인에게 보시하면 곧 이와 같은 선근의 힘으로써 마땅히 보배로운 손으로 항상 진보(珍寶)를 유출하여 널리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리라. 이와 같이 이 걸인에게 보시하여도 이에 능히 저 현재의 부처님 세존의 보시함과 계를 지님과 선정(禪定)을 닦는 것과 함께 짓는 복과 행(行) 등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리라’ 함이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이 혹시 저 성문(聲聞)ㆍ연각(緣覺)과 함께 거주하거든, 보살은 그 때 저 2승(乘)에게 다만 공경만 하거니와, 저 성문ㆍ연각이 혹 두 가지 일로써 아상(我相)을 내나니, 무엇이 둘이 되느냐. 첫째는 보살이 여러 부처님 세존을 출생함이요, 둘째는 여러 부처님이 성문ㆍ연각을 출생함이라 한 것이니, 저는 이러한 일로써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되, ‘나는 이중에 최상이 되느니라. 어찌 저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내리오’ 하나, 그러나 이 보살은 비록 이 말을 듣더라도 방편으로써 마음에 딴 생각이 없나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능히 한 보시 중에도 6바라밀다(波羅蜜多)를 성취하느니라. 이 행상은 어떠하냐. 이른바 보살이 ‘모든 곳에서 와 구걸하는 자’를 보거든, 보살은 그 때에 인색한 마음을 섭복(懾伏)하고, 그 요구하는 바를 따라 모두 베풀어 주나니, 이것을 곧 ‘보살의 보시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보시할 때에 보살이 스스로 계행을 지니며, 또한 능히 저 모든 파계한 자를 포섭하여 널리 그로 하여금 청정 계지(戒地)에 머무르게 하나니, 이것을 곧 ‘보살의 지계(持戒)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보시할 때에 보살이 그 자비한 마음으로써 으뜸을 삼고 또한 파괴하지 아니하는 마음과 구호(救護)하는 마음과 평등히 머무르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 마음을 일으킬 때에 이것을 곧 ‘보살의 인욕(忍辱)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보시할 때에 마시는 것이든 먹는 것이든 모든 하고 싶어하는 것에 따라 보시하되, 보살이 오거나 가거나 머물러 있음에도 몸과 입과 마음에 게으름을 내지않나니, 이것을 곧 ‘보살의 정진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보시할 때에 보시하는 곳을 따라 보살은 마음이 한 경지에 머물러 산란을 일으키지 않나니, 이것을 곧 ‘보살의 선정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이 보시할 때에 보살은 이와 같이 보시한 자와, 이와 같이 받는 자가 어떤 과보 얻는 것을 모두 아나니, 이와 같이 알고서 칭량(稱量)하고 계교함이 모두 다 평등하여 이 가운데에 작은 법도 얻음 없나니, 이것을 곧 ‘보살의 지혜바라밀다를 성취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나니, 보살마하살이 한 보시 중에도 6바라밀다를 성취하느니라.”

그 때에 지상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희유(希有)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의 보시행 가운데에도 이와 같은 선교방편이 있으며, 이 방편으로써 능히 일체 중생의 윤회하는 고뇌를 해탈하여 널리 일체 여러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포섭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지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것과 같아서 이와 같나니, 여러 보살마하살이 선교방편을 구족하기 때문에 능히 한 보시 중에도 한량없는 이익과 뛰어난 행(行)을 성취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지상보살마하살에게 또 일러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설령 다른 때에 극중한 죄가 있었더라도 저 보살은 또한 선근을 무너뜨리지 않느니라. 어떻게 무너뜨리지 않느냐. 이른바 보살이 혹시 저 악지식(惡知識)을 만나 그가 권하여 그로 하여금 위없는 도의 뜻을 잃어버리고 극중한 죄를 얻게 하였더라도 보살은 그 때에 곧 스스로 사유하되, ‘내 지금 만일 이 몸에서 열반을 증득하고 후생에 태어나는 고통을 끊었더라도 또한 정진(精進)의 투구를 쓰지 않으면 어찌 능히 일체 중생의 윤회하는 고뇌를 해탈시키리오. 나는 지금 마땅히 이 인연으로써 스스로 그 마음을 무너뜨리지 아니할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내가 윤회하는 가운데에서 일체 중생을 도탈하고자 하오니, 설령 극중한 죄가 있을지라도 또한 선근을 끊지 않으리라’ 함이니, 선남자여, 이와 같음을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만일 출가한 보살이 분별심(分別心)을 두어 별달리 뜻을 지으면 저 얻은 죄는 4근본(根本)보다 더할 것이니라. 이 보살이 만일 선교방편을 갖춘 자라면 일어남(생각)을 따라 곧 참회할 것이니, 나는 저 보살만은 죄가 없다 말하리라.”

그 때에 지상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보살이 죄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지상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죄가 없다’ 말할진대, 어찌하여 보살이 백천 겁(劫) 중에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계를 배우며, 근본계(根本戒)를 파하는 자가 있으랴.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이들 보살은 비록 일체 중생의 선(善)한 말과 악한 말을 모두 다 참거니와, 다만 저 성문 연각법 가운데에 상응(相應)하여 뜻을 짓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의 얻은 죄가 4근본보다 더하다’ 말하노라. 저와 같은 성문승(聲聞乘) 사람은 근본 죄를 범하면 열반 증득함을 감당할 수 없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이 죄를 일으키고서는 곧 회과(悔過)하지 않고 성문ㆍ연각에 상응(相應)하여 뜻을 짓나니, 또한 다시 열반 증득함을 감당할 수 없어서 대열반(大涅槃) 계(界)에 나아가 증득하게 못하느니라.”

그 때에 존자(尊者) 아난(阿難)은 이 모임 가운데에 있다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사위대성(舍衛大城)에 한 보살이 있사온데, 이름은 광취왕(光聚王)이옵니다. 저는 어느 때 성중에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성중에서 저 보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때에 광취왕보살은 한 마을에 있어서 어느 여인과 함께 한 곳에 함께 앉아 법 아닌 말을 하더니, 내가 가서 보니 그는 감추어 숨기지 않고 또한 저 범행법(梵行法)을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여래는 이 일체 중생의 큰 스승이시며 알지 못한 것이 없으시고 보지 못한 것이 없으시며 깨닫지[解了] 못한 것이 없으십니다. 저는 이러한 모양을 보았사오니, 그 일은 어떠하옵니까?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알려 주시옵소서.”

존자 아난이 이 말을 할 적에 이 부처님 회상의 땅이 크게 진동하였다.

그 때에 광취왕보살이 허공에서 몸을 나타내니, 높이가 1다라수(多羅樹)였다. 곧 공중에서 아난에게 물어 말씀하셨다.

“존자 아난이여, 그대의 뜻에 어떠하냐? 비법(非法)에 범하는 자가 어찌 능히 이와 같이 허공에 머무르겠느냐?”

이 때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 앞을 대하여 허공을 향하고서 물어 말하였다.

“광취왕보살이여, 내가 앞의 본 일과 같아서는 어찌 보살로서 이러한 비법(非法)이 있겠습니까?”

존자 아난이 이 말을 할 때에 세존께서는 즉시 발을 들어 땅을 누르셨다.

이 때에 타방(他方)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께서 허공 중에 나타나시어 이 소리를 내면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이미 비법을 여의었나니, 나는 이 일을 알고 나는 이 일을 증명하노라.”

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고서 허공에서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대승(大乘)에 머무르는 보살 정사(正士)에게 과실이 있다는 생각을 두지 말지어다.

아난아, 비유컨대 성문승(聲聞乘)의 초과(初果), 2과(果)인 사람이 무루도(無漏道)를 구함에 어려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일체지(一切智)를 구함에 어려움이 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은 이미 권속의 속박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미 능히 불(佛)ㆍ법(法)ㆍ승(僧)ㆍ보(寶)에 안주(安住)하여 청정한 믿음을 무너뜨리지 아니했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 물러서지 아니했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라. 만일 보살승(菩薩乘)에 머무름이 있는 자는 일체지의 마음을 여의지 않나니, 설령 5욕법(欲法)에서 희롱하여 행할지라도 또한 과실이 없다. 여러 부처님 여래는 5근(根)이 구족함을 얻었나니, 그 뜻이 이와 같으니라.

아난아, 네가 본 광취왕보살의 그 일과 인연을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아난아, 너는 지금 마땅히 알라. 광취왕보살이 아까 취락에서 자리를 같이하여 앉은 저 여인은 과거 세상 2백 생(生) 전에 이 보살과 함께 일찍이 부부가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에 이 여인이 광취왕보살의 좋고 상서로운 위력과 광명과 계의 힘이 구족한 것을 본 것이다. 여인은 보고서 과거 관습으로 말미암아 좋지 못한 생각을 내었다.

또한 선근(善根)의 힘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되, ‘내가 만일 이 광취왕보살이 나의 집에 와서 한 자리에 함께 앉게 됨을 얻으면 그는 능히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이 때에 광취왕보살은, 저 여인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밤에 그의 집에 가서 그 여인과 함께 한 자리에 함께 앉아서 무수한 법문(法門)을 자세히 말하였다. 이 때에 여인의 집은 안팎이 모두 평정(平正)하고 넓고 장엄되고 깨끗하였다. 이 때에 광취왕보살은 이미 자리를 같이하고서 즉시 저 여인의 오른손을 잡고 가타(伽陀)를 말하였다.

부처님은 염욕법(染欲法) 칭찬 않으시니
우치하고 미혹한 자가 행하는 바라네.


만일 애욕의 마음 끊어 없애면
부처님은 이 사람을 최상이라 말씀하시네.

아난아, 때에 저 여인은 이 가타를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합장 공경하고 저 광취왕보살의 발에다 예배하고서 가타를 말하였다.

저는 본시 애욕의 마음 없나이다.


저는 부처님께서 애욕 칭찬 않음 알았나이다.


만일 애욕의 마음 끊어 없애면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을 최상이라 말씀하시나이다.

이 가타를 말하고, 또 가타를 말하였다.

마땅히 아십시오. 저의 생각과 같아
말한 바 진실하여 다 없나이다.


누구든지 불보리(佛菩提) 즐겨 구하면
일체 중생 안락과 이익 얻으리이다.

아난아, 저 여인은 광취왕보살의 좋고 교묘한 방편으로 지도함을 얻었기 때문에 그 즉시 여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이 때에 저 보살은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저 집을 벗어났느니라.

아난아, 너는 지금 마땅히 알라. 내가 보니, 저 여인은 깊은 마음이 청정하고 용맹하여 가장 뛰어나니, 내가 지금 그에게 보리(菩提)의 수기[記]를 주리라. 아난아, 저 여인은 이로부터 목숨을 마치면 마땅히 여자 몸을 전환하여 남자가 될 것이요, 이 뒤로부터 99백천 아승기겁(阿僧祇劫)을 지나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호는 근사(近事)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이며, 세간에 출현하리라. 아난아, 이러한 인연으로써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은 이미 권속과 은애(恩愛)의 속박을 벗어났고, 일체 비법(非法)은 영영 다시 나지 않느니라.”

그 때에 광취왕보살마하살은 부처님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서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예배하고서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대비행(大悲行)에 머물러서 항상 이익케 하는 바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도 지금 또한 이 행(行)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보살로서 능히 한 중생을 위하여 한 선근(善根)을 내는 이는 모든 색정과 애욕의 죄가 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나니, 만일 죄 되고 더러운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백천 겁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 보살이 이러한 죄 되는 마음을 일으키고 지옥의 고통을 받는 자라면 마땅히 아실 것입니다. 이 보살은 곧 중생이 내었던 선근을 버리고 그 선근으로 하여금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광취왕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보살 정사(正士)여, 그대가 말한 것과 같아서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만일 대비심(大悲心)에 머무르는 자는 능히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일체 죄악의 때를 끊어 없애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아승기겁 전에 한 마나바가(摩拏嚩迦)가 있었는데, 이름은 광명(光明)이었다. 4만 2천 세(歲) 동안 범행을 닦아 지니고 모든 과실을 떠났다. 이 4만 2천 세를 지나고서 어느 때에 인연 때문에 한 왕성(王城)에 들어갔나니, 그 성 이름은 신통(神通)이었다. 그 성중에서 한 여인을 보았는데, 이름은 가타(伽吒)였다.

이 때에 그 여인은 이 마나바가의 모습이 단정함을 보았다. 여인은 보고서 욕정과 애정의 마음이 생겨 그 앞에 나아가서 예를 하고 머물러 있었다.

광취왕이여, 그 때에 마나바가는 곧 저 여인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구하고 싶소?’

여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당신 마나바가와 함께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마나바가는 말하였다.

‘나는 여인에게 애욕의 생각을 두지 않노라.’

여인은 또 말하였다.

‘내가 지금 만일 당신과 부부가 되지 못하면 나는 마땅히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칠 것이옵니다.’

그 때에 마나바가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4만 2천 세 동안 범행을 닦아 지니고 금계(禁戒)를 범하지 아니했나니, 나는 지금 마땅히 애욕에 물드는 비법(非法)을 받지 말고, 이 여인을 나는 마땅히 멀리할 것이니라.’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저 여인을 떠나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 일곱 걸음을 지나고서 도로 다시 머무르고, 그 여인을 위하여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켰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용맹심(勇猛心)을 발하여 설령 금계를 범하고 차라리 지옥의 고통을 받을지언정 마땅히 그녀를 멀리하여 그녀로 하여금 목숨을 버리게하지 않으리라.’

그 때에 여인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에 쾌락이 생겨 ‘본래의 소원을 달성했으니, 죽지 않겠다’고 하였다.

광취왕이여, 이 때에 저 광명 마나바가는 곧 저 가타 여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하고 싶어함과 같이 나는 지금 당신과 함께 부부의 원을 따르겠노라.’

이와 같이 하여 광명 마나바가는 가타 여인과 함께 12년 동안 함께 부부가 되었다. 저 마나바가는 이 12년을 지나고서 또다시 정진하고 범행을 닦아 지녔으며, 그 후로 죽어서 범천(梵天)에 태어났었다.

광취왕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저 때의 광명 마나바가를 달리 보지 말 것이니, 지금 나의 몸이요, 저 때의 가타 여인은 지금의 야수다라(耶輸多羅)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에 다만 한 생각이 대비심을 일으키고 또한 범행을 닦았기에 범천에 태어나게 되었느니라. 이와 같이 나는 10천 겁 동안 윤회하는 몸을 받았었다. 비록 이 몸을 받았으나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아니했느니라.

광취왕이여, 모든 중생이 선교방편을 구족하지 못하면 윤회하는 중에도 지옥 고통을 받느니라. 보살은 능히 선교방편을 구족했기 때문에 범천(梵天)에 태어남을 얻었느니라.

광취왕이여, 가령 사리불(舍利子)과 목건련(目乾連)은 큰 아라한(阿羅漢)이니라. 비록 신통 지혜가 성문 중에서는 제일이나, 또한 선교방편을 구족하지 못했느니라.

광취왕이여, 지금 나의 법 가운데에 한 비구가 있으니, 이름은 구가리구(俱迦梨俱)니라. 지옥에 떨어진 그 일은 어떠하냐.

광취왕이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구류손(俱留孫)부처님 법 중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무구(無垢)였다. 그 때에 그 비구는 아란나행(阿蘭那行)을 닦느라고 홀로 어느 암굴(巖窟) 속에 있었다. 그 암굴과 멀지 않은 곳에 5통(通) 선인(仙人)이 있어 한쪽에 자리 잡고 살았다. 문득 어느 때에 검은 구름이 일고 큰비가 쏟아졌다.

이 때에 그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5통 선인은 무구 비구의 암굴에 나아가서 해치고 그 범행(梵行)을 깨뜨리려고 하였다. 이 때에 선인은 바로 들어가는데 비구는 방금 나오고 있었다. 선인은 보고 나쁜 생각을 두어 괜히 비방하고 생각하기를, ‘이 무구 비구는 범행을 잃어버리고 비법(非法)을 행하려 한다’고 하였다.

그 때에 비구는, 저 선인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몸을 허공에 솟구치니, 높이가 7다라수(多羅樹)였다. 선인은 그 비구가 공중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는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이 암굴 속에 와서 너의 범행을 파괴하려고 하는데, 너는 지금 어찌 공중에 있느냐?’

선인이 말을 마치자, 비구는 즉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서 저 선인에게 예배하고 다시는 몸을 솟구치지 않았다. 이 때에 선인은 잠깐 동안에 온 몸이 큰 지옥 속에 떨어졌느니라.

광취왕이여, 그대의 뜻에 어떻다 하느냐? 그 때의 무구 비구를 달리 보지 말 것이니, 바로 지금 자씨(慈氏)보살이요, 5통 선인은 곧 구가리구(俱迦梨俱)였느니라.

광취왕이여, 이런 인연이란 마땅히 알라. 저 성문ㆍ연각의 경계가 아니요, 모두 이 보살마하살의 선교방편 지혜의 행하는 것이니라.

광취왕이여, 또한 세간에 아니가(阿尼迦)라는 사람이 있어 64종류의 예능을 구족하고, 이 사람이 재보(財寶)를 좋아하여 향하는 곳마다 예능이 있기 때문에 일체 소용되는 물건을 모두 다 얻나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재리(財利)를 얻고서 그 뒤엔 잊어버리고 마음에 버려두느니라.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 곳마다 모든 방편을 베풀어 중생을 구제하고 여기저기 향하는 바 모든 중생에게도 바라는 것이 없고, 저 중생의 있는 선근을 보고는 권하여 그로 하여금 더 나아가게 하고, 저 짓는 선근으로 말미암아 널리 중생으로 하여금 뛰어난 행(行)을 출생케 하나 보살은 또한 다시 취착하는 것이 없으며, 나아가 희롱하여 즐기는 일에도 비록 다시 수순하여 행하나, 이미 버리고 떠나서 다시 마음에 계박이 없느니라.

광취왕이여, 또한 세간의 방생(傍生)과 이류(異類)는 혹 미묘한 꽃의 색향(色香)이 구족함을 보더라도 그 때 저들 방생은 한 생각도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과 같나니,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비록 일체 희롱하며 즐기는 등의 일을 받더라도 일찍이 한 생각도 좋아함을 잠깐도 일으키지 아니하여 스스로 짓는 것도 없고, 타(他)로 짓는 것도 없어서 일체 집착함이 없느니라.

광취왕이여, 또한 세간의 비옥한 땅 속에 모든 종자를 심어 두면 결정코 싹과 줄기와 열매가 나는 것과 같나니,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해탈법문(解脫法門)을 닦으면 결정코 모든 깨끗지 못한 법을 능히 떠날 것이며, 비록 일체 희롱하며 즐기는 등의 일을 받더라도 또한 수행함을 무너뜨리지 않고 부처님의 칭찬하는 바 공덕을 성취하리라.

광취왕이여, 또한 세간에 고기 잡는 사람이 큰 못 속에 큰 그물을 펴고 그 고기를 잡아내어 그 욕구를 따라 모두 잡아내고 물속에 떨어뜨리지 않음과 같나니,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해탈법을 닦아서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이 견고하여 두호[護]하는 바로서 필경 나고 죽는 진흙 속에 떨어지지 않고, 여기저기 곳을 따라 이 몸을 마치고 나서는 범천에 태어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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