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4권

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4권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말을 잘 다룰 줄 알았는데 그 말은 성질이 사나워 조복하기 어려웠으나 이 사람이 다루어 저절로 선량하게 된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상응(相應)한 비구는 금지된 계율을 잘 지켰으나, 그 마음이 산란하여 조복하기 어려웠지마는, 이 비구의 조복함을 힘입어 성내기를 버리고 여여부동(如如不動)하였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성질이 사나운 말이
잘 길들이는 사람을 만나
갖가지로 훈련 받으면
오래지 않아 잘 길들여지는 것과 같이

상응행(相應行)의 비구도
금지된 계율을 잘 지키어
그 마음을 조복하면
그를 깨끗하고 편히 머물게 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목병을 앓아 죽게 되어 고통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또 어떤 사람은 나라는 생각에 깊이 집착하여 그 신명이 뒤에 큰 고통을 받는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병든 사람이
그 신명을 괴롭혀
밤이나 낮이나
잠깐의 안락도 없는 것과 같이

나에 집착하는 중생도
그 이치가 그와 같아
그 몸이 무너지는 것 보고
그 뒤에 온갖 고통을 낸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결박을 당했다가 묘한 방편을 써서 풀려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저 유정들도 상응(相應)을 잘 지으면 마음의 원숭이를 제지하여 결박을 떠나게 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결박 당한 사람이
묘한 방편을 써서
그 몸의 결박을 풀어
몸이 자유롭게 되는 것처럼

상응하는 훌륭한 유정이
마음의 알음알이를 제지하여
그 결박이 풀리게 하는
그 이치도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저 허공은 본래 탁 트인 것이지만 두 물건이 덮을 수 있다. 그 물건이란 구름과 안개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출가한 사람도 본래 고요하지만 세간의 주술법(呪術法)을 구하고, 또 의식과 재물을 축적해 두고 쓰면 그것이 번뇌가 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구름과 안개가
저 허공을 덮는 것처럼
비구도 또한 그와 같나니

저 세간의 법을 행해
주술을 배워 익히고
옷과 음식을 모아 쌓으면
그는 2장(障)의 행인(行人)이니
보살은 부디 떠나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에게 두 종류의 결박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가섭아, 첫째는 이양(利養)의 결박이요, 둘째는 명예의 결박이니, 저 출가한 사람은 이것을 아주 떠나야 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만일 저 출가한 사람이
이양을 탐착하고
명예를 애호하면
이것은 두 겹의 결박이요
거룩한 해탈의 장애이니
출가한 이는 버려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의 덕을 멸한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첫째는 재가인(在家人)을 친근함이요, 둘째는 성자(聖者)를 꺼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재가인을 친근하고
성자를 꺼리면
이 두 가지는 도법이 아니어서
저 출가의 덕을 멸하나니
출가한 보살은
저것을 마땅히 멀리 버려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인의 오염이 된다. 두 종류의 법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마음에 번뇌가 많음이요, 둘째는 선우(善友)를 버리고 악우를 포섭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만일 저 출가인이
마음에 번뇌가 많고
선량한 벗을 버리며
나쁜 벗을 친근하면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을
출가인의 때[垢]라 한다.



그러므로 일체 보살들은
각각 그것을 버려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인에 있어서는 험한 벼랑에 다다른 것과 같다. 두 종류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묘한 법을 업신여김이요, 둘째는 파계한 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만일 저 출가인이
묘한 법을 업신여기며
파계한 이를 믿고 존중하면
높은 벼랑에 오르는 것 같아
잠깐 사이에 떨어지리라.


이 두 종류는 계율이 아니거니
일체 모든 불자들은
이 두 가지를 버려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인의 죄악이 된다. 두 종류의 법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남의 허물을 보는 것이며, 둘째는 제 허물을 덮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만일 출가한 사람이
항상 남의 허물만 보고
제 허물은 덮어 숨기면
이 둘은 큰 허물이어서
그 손독(損毒)이 불과 같거니
지혜로운 이는 멀리 버려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한 이의 뜨거운 번뇌를 더한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의 법인가? 첫째는 수지(受持)하고 가사(袈裟)를 입었으나 마음이 더러움이요, 둘째는 제 계덕(戒德)을 믿고 비행(非行)하는 이를 꾸짖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록 가사를 입었으나
마음으로 더러운 행을 행하며
비록 몸에는 계덕(戒德) 있으나
입으로는 욕설을 써서
비행하는 이를 꺾어 항복시키나니
이 두 가지는 멀리 버려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인의 병을 고친다. 두 종류의 법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대승(大乘)을 행하는 이가 마음 보기를 결정함이며, 둘째는 모든 중생들을 위해 부처의 법[佛法]을 끊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만일 출가한 사람이 있어
저 대승의 행을 행하면서
마음 보기를 항상 결정하며
부처의 법을 끊지 않으면
이 두 출가인은
병이 없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법이 있어서 출가인의 오랜 병이 된다. 두 종류의 법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아파제(阿波諦)의 중죄를 범하는 것이며, 둘째는 드러내어 참회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출가한 비구들로서
저 아파제를 범하고도
참회로 죄를 멸하지 못하며
우매하여 계를 중히 여기지 않으면
찰나 찰나로 여물어 가리니
이 죄악은 오래 앓는 병이 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사문이 있으니 이름만의 사문이다.”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사문이 이름만의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여기 네 가지 사문이 있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색상(色相)을 행하는 사문이요, 둘째는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사문이며, 셋째는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요, 넷째는 실행하는 사문이다. 가섭아, 이것이 네 가지 사문이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색상을 행하는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비록 머리와 수염을 깎고 부처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져 그 색상을 갖추었으나 몸이 청정하지 않고, 입이 청정하지 않으며, 뜻이 청정하지 않고 스스로 조복하지 못해 추악하고 불선하며, 재리를 널리 탐해 생활이 청정하지 못하여 계율을 깨뜨리는 죄를 범하나니, 가섭아, 이것을 색상을 행하는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비록 행업(行業)을 알고 또한 위의(威儀)도 갖추었으나 추악한 음식을 먹으면서 거짓으로 즐거워하고 거짓으로 기뻐하며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거짓을 꾸미며, 또 재가자와 출가인과 네 종류의 성족(聖族)을 친근하지 않으며, 거짓으로 침묵하고 거짓으로 유정들에게 다정하며, 마음에는 정청함도 없고 또한 조복함도 없으며, 또한 생각도 쉬지 않고 허망하게 추측하며, 나와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한다. 만일 공법(空法)을 들으면 두려움을 내어 험한 벼랑에 오르는 것 같으며, 공(空)을 잘 말하는 비구를 보면 원수를 만난 것 같나니, 가섭아, 이것을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비구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을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명예와 칭찬을 구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계율을 지니어 다른 사람을 미혹시키며, 많이 들음을 자랑하여 남의 칭찬을 요구하며, 혹은 산야(山野)에 살거나 혹은 숲속에 살면서 거짓으로 욕심 적음과 탐욕 없음을 나타내며, 거짓으로 청정한 행을 행하면서 그 내심에는 욕심을 떠나지 않으며, 그 고요함도 없고 생각의 쉼도 없으며, 보리의 깨달음도 없으며, 사문을 위하지 않고 바라문도 위하지 않으며, 또한 열반을 위하지도 않으면서 칭찬과 명예를 구하나니, 가섭아, 이것을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을 실행하는 사문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신명(身命)을 위해 바깥일을 행하지 않으며, 또한 명예와 이양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을 행하며, 만일 일체 법을 들으면 바른 뜻으로 열반(涅槃)과 실제(實際)를 생각하며, 항상 범행(梵行)을 닦고 세상의 과보를 구하지 않으며, 또한 삼계의 기쁘고 즐거운 일을 헤아리지 않으며, 오직 성품의 공함을 보고 사법(事法)을 얻지 않으며, 또한 나ㆍ사람ㆍ중생ㆍ수자(壽者) 및 보특가라(補特伽羅)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른 법의 자리를 보아 모든 허망함을 떠나며, 해탈하는 도에서 모든 번뇌를 끊고, 모든 법의 자성이 청정함을 알아 안에도 밖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모음도 없고 흩음도 없다.

또 법신(法身)의 여래를 밝게 통달하여 그 견취(見取)가 없으며, 또한 색신(色身)의 욕심 떠남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또한 색상(色相)을 보지도 않으며, 또한 3업(業)의 지음을 보지도 않고, 또한 범부와 성인의 법이 없음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분별을 끊고 자성(自性)이 응연(凝然)하며, 윤회도 얻지 않고 열반도 얻지 않으며, 결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어서 일체의 법이 고요하고 담연(湛然)함을 아나니, 가섭아, 이것을 실행하는 사문이라 하나니, 상응한 행을 행하고 명예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모든 몸과 입과 뜻의
3업이 깨끗하지 않고
탐애를 조복하지 못하며
행이 추악해 고요하지 않다.



그러면서 머리 깎고 3의(衣)를 입고
응기(應器)를 가지고 있는 사람
부처님 말씀에 이 사문은
항상 색상을 행한다 하신다.



그러나 그 행에 의해
거짓을 부려 진실하지 않고
거짓으로 4위의(威儀)를 나타내어
마치 성자와 같이 보인다.



화합한 곳을 멀리 떠나
항상 추악한 음식 먹으면서
저 청정한 행이 없어
비밀히 거짓을 행한다.



혹은 이름을 구하기 위해
남에게 칭찬을 요구하며
거짓으로 계율과 선정을 닦으며
두타(頭陀)를 행한다고 자랑해 보인다.



속마음을 조복 받지 못하고
거짓으로 보시 행하며
욕심 떠난 선을 행하지 않고
또한 반연(攀緣)도 쉬지 못한다.



법상(法相)이 공하다 설법 들으면
험한 산에 오르듯 두려워하고
혹은 산과 들에 살면서
그에게 진실한 뜻이 없으면
부처님께서는 이 사문을
이름을 구하기 위함이라 한다.



저 실행하는 사람
그 신명(身命)을 위하지 않고
망령되이 명예와 이익을 구하거나
또한 쾌락을 구함이 없이
오직 바른 해탈만 닦아
악취(惡趣)의 중생들을 구제해 준다.



비록 깊은 법공(法空)을 아나
그 고요함을 얻지 못하고
또한 그 고요함이 아님도 없으며
또 열반에도 머물지 않는다.



생사를 얻지 못하고
성인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범부도 버리지 않나니

본래도 스스로 옴이 없거니와
지금도 또한 감이 없으며
일체의 법이 적연(寂然)하나니
부처님께서는 이런 사람을
실행하는 자라고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가난한 사람이 집에 아무 재물도 없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우리 집 큰 창고에 재물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가난한 사람의 말이 사실이냐?”

가섭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와 같이 저 사문ㆍ바라문들도 아무 계덕(戒德)이 없으면서 나는 큰 덕업(德業)을 갖추었다고 하지마는 이 말은 사실이 아니어서 믿기 어려우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빈궁한 사람이
집에 창고가 있는데
거기 7보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 말이 상응하지 않은 것과 같다.



사문ㆍ바라문들의
거짓말도 이와 같아
3업이 청정하지 않으면서
계덕(戒德)을 갖추었다 자칭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큰 물 속에 들어가 주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물장난을 치다가 얼결에 빠져 죽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이 사문ㆍ바라문들도 즐거운 법을 많이 알고 큰 법의 바다에 들어갔으나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즐겨 행하다가 번뇌탐(煩惱貪)을 입어 악취(惡趣)를 끌어내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물 놀이꾼이
큰 물 속에 들어가
스스로 주의하지 않고
물에 빠져 목숨 잃는 것과 같이

저 사문ㆍ바라문도
큰 법의 바다를 탐해 들어가
탐욕ㆍ분노ㆍ우치를 자행하다가
악취에 떨어져 들어간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의사가 약을 만들어 사방으로 나가 여러 병을 고치려다가 갑자기 병에 걸려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혹 어떤 비구는 많은 지식을 닦고 유정들을 교화하다가 갑자기 스스로 번뇌를일으켜 제지하지 못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용한 의사가
여러 가지 약을 만들어
사방으로 가지고 가서
중생들 병을 고치려다가
갑자기 병에 걸려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것처럼

비구도 이와 같아
많은 지식 배우고
교화하러 나가려다가
갑자기 번뇌가 생겨
잘 제어하지 못하고
헛되이 고생만 하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중병이 들어 아주 좋은 명약(名藥)을 먹었으나 마침내 죽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어떤 유정이 번뇌의 병을 갖추었으면 많이 듣고 수행하려 하나 또한 타락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중병이 있는 사람이
오래 앓으면서 낫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을 먹더라도
마침내 죽음을 면하지 못하는 것처럼

중생도 이와 같아서
항상 번뇌의 병을 앓으면
비록 즐겨 많이 들음 닦으나
끝내 타락을 면치 못하리."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니보주가 더러운 속에 떨어지면 그 구슬의 몸도 더러워져 쓸 수가 없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비구가 아무리 지식을 가졌더라도 저 더러운 이양(利養) 속에 떨어지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경애하지 않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마니보주가
더러운 것 속에 떨어지면
그 더러움에 물들어
어디서 쓸 수가 없는 것처럼

비구도 이와 같아서
아무리 지식을 갖추었으나
저 더러운 명예와
이양 속에 떨어지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애경하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갑자기 목숨을 마치면 그 금관과 화환으로 머리와 얼굴을 장엄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저 비구가 계율을 깨뜨리면 가사로 그 몸을 장엄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목숨 마친 사람은
그 좋은 화환과
황금의 보관(寶冠)으로
시체 머리를 장식하여도
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비구도 이와 같아서
계율을 깨뜨린 몸으로는
가사를 입고
장식하고 위의를 짓더라도
마침내 아무 이익이 없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깨끗이 목욕하고 향유(香油)를 그 몸과 머리와 손톱에 바르고, 흰 옷을 입고 침복꽃[瞻蔔花] 화환을 쓰고 귀족이 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저 비구가 많이 듣고 지혜 있으며, 법복을 입고 위의를 구족하여 불자가 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세간 사람은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고
좋은 향유를 바르고
화환으로 머리 꾸미고
하얀 옷을 입으면
상족자(上簇子)라 일컫는 것처럼

비구도 이와 같아서
많이 듣고 총지(摠持) 갖추고
계덕이 늘 청정하며
법복을 입고
위의를 두루 갖추면
그를 참 불자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계율을 깨뜨리는 네 종류의 비구를 계율을 지니는 비구의 영상에 비유하리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네 가지 계율을 깨뜨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어떤 비구가 별해탈계(別解脫戒)를 원만히 수지하고 금지된 계율을 잘 알아 미세한 죄에도 깊이 두려움을 내며, 항상 학처(學處)에 의해 설계(說戒)가 청정하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완전하여 범함이 없고, 음식이 사명(邪命)을 떠나면 여기에는 허물이 있다. 왜냐하면 제 공능(功能)에 집착하여 계취(戒取)를 이루기 때문이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첫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금지된 계율을 잘 알고 계행을 항상 가져 세밀히 3업을 쓰지마는 그에게는 신견(身見)이 있으니, 열정(熱情)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한 둘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유정을 가엾이 여기며, 자선(慈善)을 두루 갖추었으나 일체 법의 무생(無生)을 들으면 놀라워하는 마음을 내나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셋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12두타(頭陀)의 큰 행을 원만히 갖추어 이지러짐이 없으면서도 나라는 마음이 있어서 나[我]와 남[人]의 상에 깊이 집착하나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넷째이니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네 가지이니라.

또 가섭아, 만일 이 계율을 설명하여 사람도 없고 나도 없으며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행도 없고 행하지 않음도 없으며, 지음이 없으나 짓지 않음도 없으며, 범함이 아니나 범함이 아님도 아니며, 명색(名色)이 없으나 명색이 없음도 아니며, 상이 없으나 상이 없음도 아니며, 식념(息念)이 없으나 식념이 없음도 아니며, 취하고 버림이 없으나 취하고 버림이 없음도 아니며, 받음이 없으나 받지 않음도 아니며, 식심(識心)이 없으나 식심이 없음도 아니며, 세간이 아니나 세간을 벗어남도 없으며, 머무름이 없으나 머무름이 없음도 아니며, 스스로의 계율 지님도 없고 남의 계율 지님도 없으면 이 계율 가운데서 모든 비방을 떠나 헷갈림이 없고집착이 없을 것이니, 가섭아, 이것을 성착무루정계(聖著無漏正戒)라 하며, 삼계의 일체 머무는 곳을 멀리 떠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셨다.

가진바 더러운 계율 버리고
나와 사람의 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범함도 없거니와 지님도 없고
결박도 없거니와 해탈도 없다.



미묘하고 매우 깊은 선(善)으로
온갖 의혹을 멀리 버려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 없는 계율로
저 세간에서
제 신명을 위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두루 제도해
다 함께 진제(眞際)에 들어가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을 떠난 계율은
저 나와 남 가운데서
더러움도 없거니와 깨끗함도 없고
어두움도 없거니와 밝음도 없고
얻음도 없거니와 잃음도 없고
저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저쪽 언덕에도 이르지 않으며
또한 중류(中流)에도 이르지 않는다.


결박과 해탈에 평등하고
머무름 없어 허공과 같으며
상도 아니면서 상 아님도 아니다.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을 떠난 계율은
이름과 형체에 집착하지 않고
등인(等引)에도 또한 머무르지 않는다.



항상 깨끗하고 묘한 마음으로
나와 있고 없는 상을 떠나고
저 별해탈(別解脫)에서
지니고 범하는 것들 멀리 떠났다.



계율도 없거니와 계율 아님도 없고
안정도 없거니와 산란도 없다.


이를 의지해 도를 행하면
지관(智觀)에 모두 취함 없으리.

이 계율은 깨끗하고 미묘하여
삼마지(三摩地)에 편히 머무를 수 있으며
삼마지는 잘 관(觀)을 내어
지혜가 스스로 청정하나니
이것을 일러 구족계(具足戒)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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