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향 파는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생명을 돌아보지 않으며, 재물을 애착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기지 아니하며, 권속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임금의 자리도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자재롭게 안락하여 다만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기 원하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여 청정케 하기 원하며, 모든 여래께 공양하면서 고달픈 생각이 없기 원하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증득하여 분명하게 나타내기 원하며, 깊고 깊은 법계를 따라서 널리 두루하기에 걸림이 없기 원하며, 모든 보살의 공덕 바다를 닦아 모으는 일에 물러나지 아니하기를 원하며, 온갖 겁 동안에 보살의 행 닦기를 원하며,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널리 들어가기를 원하며, 한 삼매문에 들어가서 모든 삼매문을 나타내는 자재한 신통을 원하며, 한 부처님의 법 수레 가운데서 모든 여래의 법 수레 가지기를 원하며, 부처님의 한 털구멍 속에서 온갖 부처님을 뵈오되 싫은 마음이 없기를 원하며, 지혜의 광명을 증득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지니기 원하며, 이렇게 여러 부처님 보살의 가지신 공덕을 전심으로 구하면서, 점점 앞으로 가서 광박국에 도달하고 그 마을에 이르러, 두루 다니면서 향 파는 장자를 찾았다. 장자를 보고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지혜를 구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서원을 만족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으뜸가는 색신을 깨끗이 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뵈오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크고 넓은 지혜 몸을 알고자 하오며, 모든 보살의 행을 닦으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삼매를 밝히 비추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에 머무르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공덕을 견고히 하려 하오며, 모든 장애를 없애 버리고 온갖 시방세계로 다니려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 온갖 일을 아는 지혜를 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노니, 저 온갖 향·온갖 사르는 향·온갖 바르는 향·온갖 가루향을 잘 알며, 이러한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고, 또 그런 향들이 나는 곳을 알며, 또 하늘 향·용의 향·야차의 향·건달바의 향·아수라의 향·가루라의 향·긴나라의 향·마후라가의 향·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향을 잘 알며, 또 모든 병을 치료하는 향·모든 악을 끊는 향·근심 걱정을 없애는 향·사랑에 물드는 향·번뇌를 늘게 하는 향·번뇌를 소멸하는 향·하염있는 법을 즐기는 향·하염있는 것을 싫어하여 여의는 향·모든 교만과 방일함을 버리는 향·법문 듣고 기뻐하는 향·마음 내어 염불하는 향·법문을 증득하는 향·성현들이 소용하는 향·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모든 보살 지위의 향, 이와 같은 모든 향과 그 조화하는 법을 잘 알며, 모양이 생겨나는 일·깨끗하고 편안한 방편 경계를 나타내는 일·위력과 작용이 생겨나는 근본·곳과 때를 따라 종류가 제각기 다른 일 따위를 내가 모두 잘 아오. 선남자여, 인간 세상 용장(龍藏)이란 향이 있으니 용들이 싸울 때에 생기는 것으로서, 참깨 낱알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큰 향기 불꽃 구름을 일으키어 마치 제석천궁의 진주 그물처럼 도성을 뒤덮고 이레 동안 향 비를 내리며, 그 향 비에 몸이 젖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옷에 묻으면 옷이 변하여 구소마꽃 빛이 되고, 바람에 불려 궁전에 들어가면 온갖 대(臺)와 궁전과 누각과 전당과 방사 들이 모두 구소마꽃 빛으로 변하고, 중생이 그 향기를 맡으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기쁜 마음이 가득하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며, 뜨거운 생각이 서늘하여져서 모든 병이 소멸되고, 여러 가지 번뇌가 침노하지 못하며, 근심 걱정이 없어져서 놀라지 않고 두렵지 않고, 아득하지 않고, 혼란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하여 마음이 깨끗하여지나니,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알맞게 법을 말하여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마라야(摩羅耶)산에서 나는 전단향의 이름을 우두(牛頭)라 하는데, 그 향을 몸에 바르면 불구렁에 들어가도 타지 아니하오. 선남자여, 또 바다 가운데 향이 있으니 이름을 더 나을 이 없음[無能勝]이라 하며, 그 향을 북이나 소라에 발라 치거나 불면 그 소리가 들리는 대로 적군이 물러가는 것이오.
선남자여, 아나바달다[阿那婆澾多]못 가에 침향이 나는데, 이름을 연화장(蓮嬅藏)이라 하며, 삼씨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훌륭한 향기가 염부제에 두루 풍기어 중생이 맡으면 모든 죄가 소멸되고 계행이 깨끗하여지는 것이오. 선남자여,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구족명상(具足名相)이며, 중생이 이 향기를 맡으면 그 마음이 결정코 나쁜 데 물들지 아니하고,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모두 때가 벗겨져 원만한 청정 삼매를 얻게 되오. 선남자여, 나찰 세계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해장(海藏)이요, 그 향은 전륜왕만이 사용하며, 하나만 살라도 그 향기가 풍기는 대로 왕과 네 가지의 군대가 모두 허공에 올라가 자재하게 다니게 되는 것이오.
선남자여, 제석천왕의 선법당(善法堂)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향성장엄(香性莊嚴)인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하늘 무리에 풍기어 모두 염불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또 수야마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정장성(淨藏性)이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온 하늘에 풍기어 하늘 대중들이 모두 천왕 있는 데로 모여 와서 왕이 말하는 법문을 공경하여 듣는 것이오. 선남자여, 도솔타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신도박라(信度?)인데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 앞에서 한 개만 살라도 큰 향기 구름이 일어나 법계를 뒤덮고 모든 공양거리를 내리어서 모든 여래와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에게 공양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묘변화천(妙變化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뜻을 빼앗는 것[奪意性]인데, 한 개만 사르면 이레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장엄거리를 내리는 것이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향을 조화하는 법을 알 뿐이며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나쁜 버릇을 여의고 때 없는 향이 되어, 번뇌와 마군의 얽은 노끈을 끊고 모든 갈래에서 뛰어나, 환술 같은 지혜를 얻고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고집 없는 계율을 구족하고 고집 없는 지혜를 깨끗이 하고, 고집 없는 경계에 다니면서 온갖 곳에 집착되지 않고 마음이 평등하여 고집도 없고 의지한 데도 없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동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청정한 계행을 나타내며, 그 허물 없는 업을 보이며, 그 허물 없는 지혜를 드러내며, 그 물들지 않는 세 가지 업행을 분별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누각성(樓閣城)이 있고 그 성중에 뱃사공이 있으니 이름이 바시라(婆施羅)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이에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고 일심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을 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