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변행 외도를 찾다

29. 변행 외도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한테서 법문을 듣고 전심으로 생각하여 그의 가르침, 그의 지도, 그의 설명, 그의 찬탄과 그의 광명에 비치었던 것을 따라서 희유한 마음을 내며, 생각하고 관찰하고 모두 닦아 익히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나라와 도시와 거리와 마을을 수없이 지나면서 도살라성까지 이르러, 해가 질 무렵에 그 성 안에 들어가니, 시가와 상점과 골목이 사통 오달 하였는데, 이곳 저곳 다니면서 변행 외도를 찾았다. 높은 등성이에 올라가서 멀리 살펴보니 성의 동북쪽에 묘길상(妙吉祥)이란 큰 산이 있었다.

선재동자는 한밤중에 그 산꼭대기에 찬란한 빛이 있어, 봉우리가 뾰죽뾰죽하고 바윗돌이 둘러선 것과 나무와 숲들이 환하게 비치며 성 안에까지 비치는 것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듯함을 보고 크게 환희하며 여기서 선지식을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곧 성문을 나와서 바른 생각으로 살펴보면서 산에 올라가 서서 생각도 하고 멀리 바라보기도 하다가 그 외도가 산의 평탄한 곳에서 거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몸매가 원만하고 위엄과 광채가 환하게 비치며 길상한 복덕의 광명이 불더미보다 밝아서, 십천의 범천의 무리에게 둘러싸인 대범천왕으로도 따를 수가 없었다.

선재동자는 곧 그 앞에 나아가서 외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이 도를 닦을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변행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시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보살의 수행을 묻는구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데 머물렀고, 온갖 세간을 골고루 살피되 장애가 없는 삼매문을 성취하였고,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여러 문으로 법계의 짬에 이르는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여, 이러한 모든 지혜의 광명을 따라 행하기를 원만히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곳에서 가지가지 형색과 가지가지 모양과 가지가지 나고 죽음과 가지가지 알고 행함과 가지가지 믿고 좋아하는 모든 갈래의 중생, 가령 하늘 갈래·용왕 갈래·야차 갈래·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지옥·축생·염라왕 세계·사람인 듯 아닌 듯한 모든 갈래들로서, 혹 여러 가지 소견을 가졌거나 이승(二乘)을 믿거나 대승의 도를 좋아하거나, 이러한 모든 중생들 가운데서 나는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지혜와 가지가지 교화와 가지가지 조복으로 평등하게 이익하여 모두 원만하게 하였소. 곧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기능과 예술을 연설하여 중생을 이익하며, 혹은 금강처럼 굳어서 무명을 깨뜨리는 다라니 지혜를 연설하며, 혹은 사섭(四攝)의 방편으로 중생을 거두어 주는 일을 연설하여 일체지의 길을 친근하게 하며, 혹은 바라밀을 연설하여 보여 주고 찬탄하여 일체지의 자리[位]로 회향케 하며, 혹은 보리심 내는 것을 칭찬하여 위없는 보리를 잃지 않게 하였소.

또 모든 보살의 행을 칭찬하여 부처님 세계를 깨끗케 하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소원을 만족케 하며, 혹은 나쁜 짓을 하였으므로 지옥 따위에서 가지가지 고통 받는 일을 연설하여 좋지 못한 일에 싫증을 내게 하며, 혹은 부처님께 공양하여 부처님 선근 종자를 심으면 결정코 일체지의 과보를 얻는다고 연설하여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혹은 모든 여래·응·정등각의 갖추신 공덕을 찬탄하여 그로 하여금 부처님 몸을 좋아하고 일체지를 구족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위덕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부수어지지 않는 몸 얻기를 원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자재한 몸을 찬탄하여 가리울 수 없는 여래의 큰 위덕을 구하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또 이 도살라성에서 여러 곳에 있는 모든 족성의 남자나 여자들 가운데서, 좋은 방편으로 그들과 같은 모양을 나타내며,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성으로 가지가지 차별된 법을 말하면,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온 줄을 모르면서도, 법을 듣고는 이치대로 닦아 행하여 진실한 이치를 깨닫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이 도살라성에서 중생을 이익케 하듯이 염부제의 여러 도시나 마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이익되게 하였소. 선남자여, 염부제안에 있는 96종 무리들이 제각기 다른 소견으로 고집하는 것을, 내가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하여 그들로 하여금 고집하는 소견을 버리게 하였으며, 이 염부제의 여러 곳에서 하는 것같이 다른 세 천하에서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사천하와 소천 세계·중천 세계·대천 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하듯이, 한량없는 시방세계의 모든 지방에 사는 여러 부류의 중생들에게도 그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법문과 가지가지 이치와 가지가지 바른 행동과 가지가지 사업으로, 가지가지 육신과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말로 법문을 연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것을 알 뿐이요, 저 보살마하살들이 중생으로 더불어 차별 없는 몸을 얻으며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은 삼매를 얻고서, 변화하는 몸으로 여러 갈래에 두루 들어가고, 온갖 곳에 일부러 태어나서 깨끗한 광명으로 법계에 두루 비치면 보는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으며, 막힘이 없는 서원으로 온갖 겁에 머물면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처럼 같을 이 없는 행을 얻고, 항상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해 정진하며, 비록 한량없는 번뇌의 때 가운데 항상 함께 있어도 물들지 아니하며, 삼세에서 중생과 평등하며, 나라고 할 것이 없는 지혜로 두루두루 비치고, 크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선근을 자라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행과 청정한 지혜를 말하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광박(廣博)이란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나라 이름과 같은 이름의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 향 파는 장자[香長者]가 있으니 이름은 구족우발라화(具足優鉢羅華)요.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선재동자는 변행 외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