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부동 우바이를 찾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묘광성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길을 걸으면서 올바른 생각으로 대광왕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짐대 행을 기억하며 보살의 세상을 따르는 삼매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깨끗한 몸을 두루 보며, 헤아릴 수 없는 보배 사자좌를 널리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큰 서원과 복덕과 자재한 힘을 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굳게 하며, 헤아릴 수 없는 함께 사용하지 않는 큰 위덕을 관찰하며, 헤아릴 수 없는 신통이 차별한 모양을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깨끗한 대중의 모임을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짓는 업을 분별하여서, 분명하게 기억하며 따라 믿고는 기쁜 마음을 내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용맹한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을 내고, 다행한 마음을 내고, 뛰노는 마음을 내고, 산란하지 아니한 마음을 내고, 분명히 비치는 마음을 내고, 견고한 마음을 내고 넓은 마음을 내고, 그지없는 마음을 내었다.
선재동자는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다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선지식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보기 어렵고 듣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나의 보배 산이니 온갖 공덕 보배를 내는 것이며, 보살의 행을 깨끗케 하며, 보살의 깨끗한 생각을 만족케 하며, 보살의 다라니 바퀴를 청정케 하며, 보살의 삼매 광명을 나타나게 하며, 보살의 부처님 경계를 보도록 닦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내리며, 여래의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나타내며, 보살의 모든 서원을 드러내어 보이며, 모든 보살의 뿌리와 싹을 자라나게 하는 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나를 구호하여 모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인도하여 평등한 부처님 지혜에 들어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비쳐주어 험난한 길을 알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가르쳐 주어 대승의 깊은 이치를 열어보여 주며, 선지식은 나를 권면하여 보현의 행에 속히 들어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깨우쳐 주어 일체지의 성에 빨리 이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가르쳐 주어 법계의 바다에 나아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권유하여 삼세의 법 바다를 널리 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교수하여 여러 성현들과 함께 모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도와 주어 온갖 착한 일[白法]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였다. 선지식은 이와 같이 중생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하고, 선재동자는 고마운 눈물이 눈에 넘치었다.
이 때에 보살을 호위하고 깨우치는데 그림자와 같이 따르는 여래의 심부름꾼인 천인이 공중에서 외치었다.
“선남자여, 누구든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이는 부처님들이 기뻐하시며, 선지식의 말을 순종하면 일체지의 자리에 가까워지며, 선지식의 마음의 움직임에 대하여 의심이 없으면 모든 선지식[善友]을 항상 만나게 되며, 선지식을 항상 여의지 않기 원하는 마음을 내면 온갖 깊고 훌륭한 좋은 이치를 구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안주성에 나아가면 부동 우바이 선지식을 만날 것이니, 그이에게 보살의 행을 물으십시오.”
공중에서 나는 이 소리를 들은 선재동자는 저 삼매의 지혜 광명에서 일어나 차츰차츰 나아가다가 안주성에 이르러 부동 우바이가 어디 있느냐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선남자여, 부동 우바이는 아가씨로서 부모를 모시고 집에 있으면서, 친척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즐거워서 고요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부모를 뵈옵는 듯이 하며, 내가 이제 소원이 만족하리라 생각하면서, 부동 우바이가 있는 곳에 나아가 그 집 문 밖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집과 방들이 미묘하고 깨끗하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여 금빛 광명이 널리 비치었는데, 이 광명이 선재의 몸에 비치가 선재동자는 곧 5백의 묘한 삼매문을 얻었다. 곧 그것은 온갖 안락한 데 들어가 자재하는 짐대 삼매문·온갖 고요한 모양을 분명히 아는 삼매문·모든 세간을 멀리 여의는 삼매문·넓은 눈으로 버리는 삼매문·여래장 삼매문 등 이러한 5백 삼매문이었다. 이러한 삼매문을 얻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부드럽기가 마치 이레된 태와 같았으며, 미묘하고 편안하여 세상에는 이보다 더 좋을 것이 없었다. 또 묘한 향기가 나는데, 그것은 하늘이나 용왕이나 건달바 따위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향기가 아니었다.
곧 앞으로 나아가 공경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펴보니, 얼굴과 몸매가 잘생기고 기묘하여 시방세계의 어떠한 여인으로도 따를 수 없는데, 하물며 지나칠 이가 어디 있으랴. 다만 여래나 관정(灌頂)을 받은 보살들 말고는. 또한 그 몸은 훌륭하고 입으로 미묘한 향기가 나며, 궁전이 장엄하고 사용하는 도구와 둘러앉은 권속들의 위의와 광채가 현란하고 깨끗하며 조금도 물든 데 없어 아무것으로도 비길 것이 없는데, 어찌 지나칠 것이 있으랴.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이 이 우바이에게 내흉한 생각을 내는 이가 없으며, 어느 중생이나 잠깐 쳐다보아도 모든 번뇌가 다 소멸되나니, 마치 백만 대범천왕이 결정코 욕계의 번뇌를 내지 아니함과 같이, 이 우바이를 보는 이가 번뇌를 일으키지 아니함도 그와 같았다. 시방세계의 중생이 이 우바이를 보면 기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만족함을 모르는데, 큰 지혜를 갖춘 이는 제외한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공경하여 우러러보며, 바른 생각으로 이 우바이를 살펴보았다. 몸가짐이 자재한 것은 헤아릴 수 없고, 얼굴과 태도가 이 세상에서는 비길 데 없으며, 꿰뚫어 비치는 광명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고, 법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는 일이 끝이 없으며, 털구멍마다 묘한 향기를 뿜고, 권속이 한량없고 궁전이 제일 훌륭하며, 깊고 넓은 공덕을 헤아릴 수 없어서, 끝간 데를 측량하지 못했다. 선재는 환희한 마음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깨끗하온 계행을 항상 지니고 보살의
밝은 지혜 두루 닦으며 견고하게 나아가심
금강 같으니 뛰어나신 묘한 과보 비길
이 없네.
선재동자는 찬탄하기를 마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을 줄을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부동 우바이는 보살들의 부드러운 말과 좋아할 말과 자비한 말로 선재동자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벌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을 얻었고, 보살의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願行門)을 얻었고,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을 얻었고, 보살의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었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을 얻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굴복할 수 없는 보살의 지혜장 해탈문과 내지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의 경계가 어떠하옵니까?” “선남자여, 이 자리는 깊고 깊어서 알기 어렵고 믿기 어렵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거룩하신 선지식의 힘을 입사와, 믿고 받아 지니고 해석하고 알고 깊이 들어가고 따라 행하며, 분명하게 관찰하고 기억하고 닦아 익히어 모든 분별을 여의고 끝까지 평등하겠나이다.”
그 때에 부동 우바이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지나간 세상에 무구광(無垢光)겁이 있었고, 그 때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수비(脩臂)요, 열 가지 명호가 원만하였으며, 그 나라 임금은 전수왕(電授王)이요, 외딸 하나를 두었으니 곧 내 몸이었소, 어느 날 밤중 음악을 그치었을 무렵에, 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잠이 들고 5백 동녀도 곤하게 자고 있는데, 나는 누각 위에서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소. 바로 그 때에 공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오니, 여래 몸은 보배 산왕 같으사 한량이 없었고, 하늘 사람과 용왕과 팔부 신장들과 헤아릴 수 없는 보살 대중이 둘러 모셨으며, 부처님 몸에서 광명 그물을 놓는데 시방에 가득하여 걸림이 없었소.
부처님 몸의 털구멍으로는 묘한 향기가 풍기는데, 내가 그 향기를 맡으니 몸이 부드럽고 마음이 즐거워져서, 곧 누각에 내려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나서, 부처님을 자세히 뵈었으나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몸의 좌우를 뵈었으나 끝닿은 데를 알 수 없었으며, 부처님의 아름다운 몸매와 잘 생긴 모양을 생각하여 만족한 줄을 알지 못하였소.
선남자여, 그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소.
‘부처님께서는 무슨 업을 지으셨길래 이러한 훌륭한 몸을 얻으셨으며, 상호(相好)가 원만하고 광명이 구족하고 권속이 많고 궁전이 장엄하고 복덕과 지혜와 다라니와 삼매와 신통과 변재가 모두 헤아릴 수 없으실까?’
선남자여, 그 때에 부처님은 나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마땅히 꺾을 수 없는 마음을 내어 번뇌를 끊으며, 너는 이길 이 없는 마음을 내어 잘못된 고집을 깨뜨리며, 너는 겁을 먹고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내어 깊은 법문에 들어가며, 너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내어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며, 너는 미혹하지 않는 마음을 내어 여러 갈래에 태어나며, 너는 싫증이 나지 않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뵈오려 함을 쉬지 말며, 너는 만족한 줄 모르는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받으며, 너는 바르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부처님 법의 광명을 널리 비치며, 너는 크게 머물러 가지는 마음을 내어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며, 너는 불법을 널리 유통하려는 마음을 내어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법보를 베풀어 주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에게서 이러한 법문을 듣고, 따라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느라고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였소. 그리하여 부처님의 십력을 구하고, 부처님의 변재를 구하고, 부처님의 광명을 구하고, 부처님의 색신을 구하고, 부처님의 몸매와 잘생긴 모양을 구하고, 부처님에게 모인 대중을 구하고, 부처님의 깨끗한 세계를 구하고, 부처님의 위의를 구하고, 부처님의 수명을 구하였소. 이런 마음을 내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앙모하기를 목마른 이가 물을 찾듯이 하며, 그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아서 모든 번뇌가 이승(二乘)으로는 깨뜨릴 수 없을 만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처음 이러한 마음을 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염부제를 부순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에 한 번도 욕심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실제로 그런 일을 행하였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나의 친속으로 허물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도 성을 낸 일이 없는데, 하물며 허물이 없는 다른 중생에게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 나의 몸에 대하여 나라는 견해를 내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모든 기구에 대하여 내 것이란 생각[計]을 내었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죽을 때나 날 때나 태 속에 들 때, 머물 때, 나올 때나 내지 꿈속에서도, 일찍이 미혹하여 중생이라는 생각[衆生想]이나 무기심(無記心)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다른 때에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심지어 꿈에서 부처님 한 분 뵈온 것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보살의 열 가지 눈으로 뵈온 것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 법을 한 마디 한 구절도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세속에서 하던 말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여래의 말씀하신 미묘한 법문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래의 법 바다에서 한 마디 한 구절도 자세히 생각하고 이치답게 관찰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속의 법도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였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참되고 제일가는 법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부처님의 법 바다에서 한 가지 법에서도 삼매를 얻지 못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간의 모든 공교한 기능이나 예술에서도 낱낱이 그러하였소.
또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머물러 지닌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간 데마다 맡아 지니고, 한 마디 한 구절도 폐하거나 그르친 일이 없으며, 세속의 지혜를 내지도 아니하였는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서 한 일은 제외합니다.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여러 부처님을 뵈온 가운데, 한 부처님에게서라도 깨끗한 서원을 이루지 못한 일이 없으며, 내지 여러 변화로 된 부처님에게서도 모두 그러하였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보살들의 수행하는 묘한 행을 보고, 한 가지 행이라도 내가 성취하지 못하거나 청정하지 못한 적이 없었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만나 본 중생 가운데, 한 중생도 내가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한 중생에게라도, 내지 잠깐이라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내도록 권한 적이 없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부처님에게서 들은 법문에 대하여 한 마디 한 구절에도 의심을 내지 아니하고,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분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고집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높다 낮다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낫다[勝] 못하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잠깐 동안도 이러한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뵈옵는 여러 부처님을 항상 가까이 모시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들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진실한 큰 선지식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부처님께 들은 깨끗한 서원을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닦는 행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바라밀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지의 지혜 광명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다라니와 삼매의 무진장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지의 끝없는 세계 그물에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끝없는 중생계에 두루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지혜 광명으로 모든 중생의 번뇌를 소멸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모든 중생의 선근을 자라게 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중생을 따라 법계에 두루 그 몸을 나타냄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미묘한 말씀으로 온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굴복할 수 없는 보살의 지혜장 해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을 얻고, 보살의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을 얻고,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한 신통 변화 나타내는 것을 그대가 보려 합니까?”
선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보고자 하나이다.”
이 때에 부동 우바이는 용장(龍藏) 사자좌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과 비지 않고[不空] 원만한 장엄 삼매문과 십력의 지혜 바퀴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 등 10억의 삼매문에 들어갔다. 이러한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 시방에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들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낱낱 세계가 모두 깨끗한 유리로 이루어졌고, 낱낱 세계에 백억 사천하가 있고, 낱낱 사천하에 모두 여래가 계신데, 혹은 도솔타천에 오르고, 혹은 내려와 태에 들고, 처음 탄생하고, 집을 떠나고, 고행하기도 하며, 혹 보리 나무 아래 앉고, 마군을 항복 받고, 보리를 증득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혹은 범천왕의 청을 받고 바라나에 나아가 사제법문(四諦法門)을 연설하며, 혹은 도리천에 올라갔다가 염부제에 내려올 적에 세 줄기 보배 층층대로 내려오기도 하며, 어떤 때는 여섯 곳 큰 성에 두루 계시면서 신통을 나타내어 외도들을 부수며, 어떤 때는 비야리성의 원숭이못[??池] 가에 계시면서 계율을 마련하며, 어떤 때는 왕사성 영취산에서 반야바라밀문을 말씀하며, 어떤 때에는 구시나성의 사라숲 속에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짓는 모든 불사가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낱낱 여래께서 광명 그물을 놓아 법계에 두루하며, 온갖 도량의 청정한 대중에게 둘러싸이어 미묘한 법문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그 때에 부동 우바이는 삼매에서 일어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것을 보았고, 이것을 들었고, 이것을 이해하는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보고 듣고 이해하옵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닦는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과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 지혜 광명문과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과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었고, 모든 중생을 위하는 좋은 방편으로써 여러 곳에서 미묘한 음성으로 묘한 법문을 말하여 모두들 기쁘게 할 뿐이오. 저 보살마하살은 오쇄파(烏灑婆)새와 같이 걸림없이 허공으로 다니면서 모든 중생의 바다에 들어가 자재하게 살펴보다가, 선근이 성숙된 중생이 있으면 곧 물어다가 보리 언덕에 두는 것이라든지, 또 장사치들처럼 일체지의 보배섬에 들어가서 여래의 십력의 지혜 보배를 찾는 일이라든지, 또 고기잡이처럼 온갖 힘을 갖추어 정법의 그물을 가지고 나고 죽는 바다에 들어가서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든지, 마치 아수라왕처럼 삼계 안의 모든 번뇌 바다를 뒤흔들고 중생들로 하여금 필경에 고요하게 하는 일이라든지, 해가 허공에 뜨는 것처럼 탐애의 흙탕물에 비치어 마르게 하는 일이라든지, 보름달이 허공에 뜨듯이 교화 받을 이로 하여금 마음 꽃이 피게 하는 일이라든지, 땅덩이가 평등한 것처럼 한량없는 중생이 그 위에 살면서 밤낮 밟아도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 모든 선근의 싹을 기르는 일이라든지, 맹렬한 바람이 향하는 곳에 걸림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견의 큰 나무를 뽑아 버리고 모든 생사의 동산을 부서뜨리는 일이라든지, 전륜왕과 같이 세간에 다니면서 사섭(四攝)의 일로 중생들을 거두는 일 따위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을 말하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도살라(都薩羅)성이 있고, 그 성중에 출가한 외도가 있으니 이름이 변행(?行)이요.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