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대광 임금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그 임금이 얻은 환술 같은 지혜 법문을 따라 생각하며, 그 임금의 환술 같은 해탈을 관찰하며, 그 임금의 환술 같은 법의 성품을 생각하면서 환술 같은 서원을 내고, 환술같은 법을 깨끗이 하고, 환술 같은 업을 깨닫고, 환술 같이 성취하는 법을 순종하여 환술 같아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내고, 환술 같은 삼세의 성품과 모양을 깨끗이 하고, 환술 같은 지혜로 가지가지 환술 같은 변화를 일으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도시를 지나기도 하고, 혹은 넓은 들, 험악한 골짜기, 높은 산, 흐르는 물, 높은 데 낮은 데를 두루 돌면서 찾아다니어도 조금도 고달픈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묘광성(妙光城)에 이르러 문 앞에서 서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성은 무슨 성이며 어느 왕이 통치합니까?”
사람들이 함께 대답했다.
“이 성은 묘광성으로 대광(大光)왕이 계시는 곳입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모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선지식이 이 성 안에 계시니, 나는 이제 찾아 뵈옵고 보살들의 닦는 행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생사에서 벗어나는 문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증득한 법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평등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용맹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를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법의 성품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삼매를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해탈에서 유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넓고 크게 청정함을 들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묘광성에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이 큰 성은 여러 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며졌으니, 금·은·유리·파리·적진주·자거·마노 등 칠보로 이루어졌고, 일곱 겹 해자[]가 겹겹으로 둘러 있는데 팔공덕수가 가득 차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서 빛이 찬란하며, 우발라화·파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가 위에 두루 덮이었고, 물은 맑고 깨끗하고 때를 따라 덥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며, 백전단 앙금이 밑바닥에 가라앉았으므로 물이 앙금을 따라 전단빛이 되었고, 보배로운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줄지어 섰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우거지고, 일곱 가지 금강으로 된 일곱 겹 담이 있으니, 사자 광명 금강담·이길 수 없는 금강담·무너뜨릴 수 없는 금강담·굴복할 수 없이 정진하는 금강담·견고하고 고집할 수 없는 금강담·하늘 옷 그물 금강담·때 없고 빛난 금강담이 일곱 겹으로 낱낱이 둘리었는데, 모두 수없는 마니보배로 사이사이에 섞이어 장엄하였으며, 염부단금과 여러 가지 보배로 성가퀴가 되었고, 금·은·유리·적진주·마노·파리·바다 속 진주 따위로 훌륭하게 꾸며졌다.
이 성은 가로 세로가 10 유순인데, 팔방에 여덟 문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두루두루 장엄하고, 제청 유리로 땅이 되고 여러 빛깔 섞인 보배로 군데군데 장엄하였으며, 가지가지로 훌륭하고 귀중하여 그지없이 사랑스러웠다. 성 안에는 가로(街路)가 십억인데 낱낱 가로마다 보배로 깔아서 훌륭하게 장엄하였으니, 천상의 제석천왕 다니는 길보다 더 좋으며, 가로와 가로 사이에는 수없는 억만 중생들이 사는데, 수없는 백천의 넓고 큰 궁정들이 낱낱이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염부단금으로 된 누각이 있으니 제청 유리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은 누각에는 적진주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유리 누각에는 넓고 묘한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파리 누각에는 일장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마니보배 누각에는 길상 광장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제청 마니보배 누각에는 미묘한 광명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해장(衆生海藏) 마니보배 누각에는 불꽃 광명 마니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금강보배 누각에는 이길 이 없는 짐대 마니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단향 누각에는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같을 이 없는 향 누각에는 가지가지 꽃 그물로 위를 덮었다.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지가지로 장엄한 보배 누각에 가지가지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였으며, 낱낱의 누각마다 많은 보배 난간이 둘리어 있고, 보배로 된 다라 나무가 줄을 지어 벌여 있으며, 보배 줄로 길가에 매었고, 낱낱의 보배 줄마다 금으로 만든 풍경을 달았고, 낱낱의 풍경마다 여러 보배 영락으로 만든 화만으로 얽은 것이 마치 공작의 꼬리처럼 여러 가지 빛깔로 꾸며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듣기에 마음이 즐거웠다.
또 그 성에는 아승기 마니 그물과 아승기 보배 풍경 그물과 아승기 하늘 향 그물과 아승기 하늘 꽃 그물과 아승기 보배 형상 그물이 있고, 또 그 성은 아승기 금강 휘장과 아승기 보배 옷 휘장과 아승기 보배 일산 휘장과 아승기 보배 깃발 휘장과 아승기 보배 산 휘장과 아승기 보배 화만 휘장과 아승기 보배 누각 휘장으로 덮이었고, 간 데마다 보배로 된 일산과 짐대와 깃발이 벌여 있었다.
또 그 성중에 있는 보배로 된 못에는 팔공덕수가 가득히 넘치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리어 안팎이 찬란하였으며, 훌륭한 하늘 꽃들이 물 위에 보기 좋게 피었는데, 하늘 새들이 그 속으로 떠다니면서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며, 못 언덕은 칠보로 층층대를 쌓아 장엄하였으니 제석천왕의 못으로는 비길 수도 없었다.
성중 복판에 훌륭한 누각이 있으니 이름은 묘법장(妙法藏)이요, 가지각색 빛깔을 가진 아승기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광명이 찬란하여 가장 훌륭하며, 중생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그지없는데, 대광왕이 항상 그 가운데 거처하였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 큰 성중에서 보배 누각·보배 못·보배 해자·보배 나무·보배 담·보배 일산·보배 짐대·보배 풍경·보배 그물 따위의 훌륭한 물건과 사용하는 기구와 남녀와 육진(六塵) 경계에 대하여는 아무 애착도 없고, 오직 바른 법 동산에만 깊은 마음으로 앙모하며 올바른 뜻으로 끝가는[究竟] 법만을 생각하면서, 일심으로 선지식 만나기를 고대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두루두루 살펴보다가 문득 대광 임금이 그가 있던 누각에서 얼마 멀지 아니한 곳에 네거리 가운데 마니보배로 만든 넓고 크게 장엄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검붉은 유리 보배로 다리를 만들었고, 금 비단으로 휘장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로 그물이 되고, 염부단금 노끈으로 얽어 단장하고, 훌륭한 하늘 옷으로 사방에 자리를 깔았으며, 아승기 보배 형상이 간 데마다 장엄되었다.
그 임금은 서른두 가지 어른다운 몸매[三十二種大人之相]를 갖추었고 여든 가지 잘 생긴 모양[八十隨好]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니, 진금산(眞金山)과 같이 빛이 찬란하고 맑은 허공의 해와도 같이 광명이 휘황하며, 보름달과 같아서 보는 이의 마음이 시원하여 싫증이 나지 아니하며, 대범천왕이 하늘 대중 속에 있듯이 위엄과 공덕이 훨씬 뛰어나며, 큰 바다의 보배처럼 공덕 보배가 그지없으며, 큰 구름처럼 법의 성품이 허공에 두루하여 법문 우레가 진동하며, 맑은 허공처럼 가지가지 법문의 별들이 나타나며, 설산과 같이 무성한 숲으로 장엄하였으며, 수미산과 같이 네 가지 빛이 중생의 마음 바다에 나타나며, 보배 많은 섬과 같아서 가지가지 지혜 보배가 속에 가득하였다.
또 임금의 사자좌 앞에는 한량없는 금·은·유리·진주·마니·산호·호박·자거·옥·온갖 보석 따위의 보배들과 가지가지 보배 옷과 화만과 온갖 음식들이 그지없이 가득 쌓였으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말과 수레와 백천만억 풍류와 백언만억 하늘의 훌륭한 향과 백천만억 병에 닿는 탕약이 있으며, 수없는 젖소의 굽과 뿔이 금빛이며, 수없는 억천의 잘 생긴 아가씨들이 좋은 전단향을 몸에 바르고, 하늘 옷과 영락으로 가지가지 장엄하고, 64종의 능란한 기능을 알지 못함이 없으며, 예의 범절과 모든 규모를 두루 잘 알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행동으로 보여 주며, 또 도시나 시골에나 큰 길거리에 차례차례로 차려 놓고 복락을 나누어 주는 집과 창고가 20억이 있고, 그 속에는 모든 보배와 이상한 물건과 재물과 음식이 가득가득하였으며, 길거리마다 20억 보살들이 있어서 이 집 안에 쌓여 있는 모든 물건으로 중생에게 보시하여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거두어 들이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의 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이 기뻐서 뛰노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의 바르게 믿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시원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탐애의 뜨거움을 덜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를 소멸케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한 이치를 알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種智]에 들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원수를 버리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여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잘못된 소견을 뽑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업을 깨끗이 하려 함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리어 임금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도를 닦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때에 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큰 자비 짐대의 행을 깨끗하게 닦는[淨修菩薩大慈幢行] 해탈문을 얻어 청정하고 만족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으로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이 법을 묻고 들어왔으며, 따라서 생각하고 자세히 관찰하고 깨끗하게 깨닫고 닦아 익혀 장엄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으로 왕이 되었고, 이 법으로 가르치고, 이 법으로 거두어 들이고, 이 법으로 세간을 따르고, 이 법으로 정사를 행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인도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고, 이 법으로 중생을 위로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실어 옮기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나아가 들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행을 닦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에게 방편을 주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끝끝내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생각하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큰 사랑에 머물러서 사랑으로 으뜸을 삼고 사랑의 힘을 구족하게 하였노라.
이렇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익케 하는 마음·안락케 하는 마음·어여삐 여기는 마음·거두어 주는 마음·중생을 보호하는 마음·항상 버리지 않는 마음·중생의 고통을 없애 주면서 쉬지 않는 마음·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늘 고통을 받는 마음에 머물게 하며, 중생으로 하여금 안락한 마음에 머물게 하노니, 그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장애와 속박을 여의고 자재함을 얻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끝까지 안락하여 모든 중생에게 자재함을 얻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덩굴처럼 무성하게 나고 죽는 마음을 영원히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강물처럼 잇따라 흐르는 번뇌의 마음을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와 습기의 마음을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법의 성품인 고요한 마음에 머물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착하지 못한 법을 쉬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흐름을 끊고 법의 흐름에 들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법계에 들어가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고, 지혜의 불로 번뇌의 나무를 태워서 다섯 갈래의 태어날 곳을 끊어 버리고 보살의 행을 구족하여, 일체지로 향하여 마음 바다가 깨끗하여 흐리지 아니하고, 믿는 힘이 견고하여 하늘이나 마군이나 범천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것들이 흔들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큰 자비 짐대 행의 해탈문에 머물렀으므로 올바른 법으로 세간 사람을 교화하나니, 선남자여, 우리나라 안 모든 중생이 내게 대하여 공포를 품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가난한 중생들로서 헐벗고 굶주리고 여윈 이들이 나에게 와서 의복을 구하고 음식을 구하고 여러 가지로 필요하게 사용할 물건을 구하면, 나는 고방을 열어 놓고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노라.
‘너희들이 지나간 옛적부터 이런 재물을 위하여 열 가지 착하지 못한 가지가지 나쁜 업을 지었으므로, 오늘날에 가난하고 곤궁하고 헐벗고 굶주리게 된 것이니라. 내가 지금 너희에게 보시하는 터이니, 마음대로 가져다가 의식을 넉넉케 하고 힘을 따라 행을 닦으며,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생을 해치지 말고 잘못된 소견을 일으키지 말고, 고집을 내지 말라. 너희들이 매우 가난하니, 만일 필요하여 소용할 것이 있으면 나에게 오거나 혹 네거리에 차려 놓은 20억 곳 복락을 나누어 주는 집과 창고에 가면, 거기에는 모든 재물과 보배가 가지가지로 구족하게 있으니, 너희들은 마음대로 가져 가고, 조금도 어려운 생각을 내지 말라.’
선남자여,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들로서 대승의 마음을 내었고 대승의 행을 행하면서, 중생에게 대하여 자비한 마음을 일으켜 두루 청정하였건마는 마음에 하고자 함을 따라 보는 것이 같지 아니하니라.
어떤 이는 이 성이 대단히 좁은 줄로 보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대단히 넓은 줄로 보며, 혹은 이 성이 흙으로 땅이 되었다 보고, 혹은 이 성이 유리와 마니보배로 땅이 되었다 보며, 혹은 담이 모두 흙으로 쌓여 세워졌다 하고, 혹은 이길 이 없는 금강으로 이루었다 하며, 혹은 땅이 울퉁불퉁하여 평탄치 못하다 하고, 혹은 땅이 반듯하기가 손바닥 같다 하며, 혹은 흙과 나무로 집을 지었다 하고, 혹은 여러 전당이 보배로 되었다 하며, 모든 누각과 섬돌과 창과 문과 난간들이 모두 훌륭한 보배로 이루어졌다고 보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마음이 깨끗하고, 선근을 많이 심었으며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뜻한 마음을 내어 일체지의 길에서 일체지로 돌아가 의지할 데를 삼는 사람이거나, 내가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네 가지 거두어 주는 일[四攝事]로 거두어 줌을 받은 이들은, 이 성이 여러 가지 보배를 구족하여 청정하게 장엄한 줄로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더러운 것으로 보느니라.
선남자여,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중생들이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익히던 버릇을 따라, 나쁜 짓 하기를 좋아하므로 내가 어여삐 여기는 생각으로 저들의 마음을 거두어서 구호하려고, 보살의 큰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에 들어가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는 저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워하는 마음·남을 해치려는 마음·원수로 대적하는 마음·다투는 마음 따위가 모두 소멸하나니, 왜냐 하면 보살의 큰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에 들어가면 근본 성품으로 생기는 공능이 으레 그런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대가 보게 되리라.”
그리고는 대광왕이 그 삼매에 들어갔다.
이 때에 성 안과 성 밖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보배 땅·보배 담·보배 전당·보배 궁전·대(臺)·관(觀)·누각·축대·섬돌·창·문 따위들이 서로 부딪치며, 모두 임금을 향하여 경례하는 모양을 지으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임금의 덕을 찬탄하였다. 성의 안팎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들 기뻐 뛰놀면서, 임금 있는 데 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대궐 가까이 있는 새와 짐승 따위들도 서로 쳐다보면서 자비한 마음으로 임금을 향하여 공경하며 예배하였다. 모든 산과 들과 초목들도 빙글빙글 돌면서 임금을 향하여 예경하는 모양을 하고, 못과 샘물과 강과 바닷물이 넘쳐서 임금의 앞으로 흘렀다.
또 십천의 용왕은 향기로운 구름을 일으키어 번개치고 천둥하면서 단비를 뿌리고, 십천의 육욕천왕(六欲天王)이 있으니 사천왕·도리천왕·야마천왕·도솔타천왕·화락천왕·타화자재천왕 들이 으뜸이 되어 공중에서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며, 아승기 하늘 아가씨들은 노래하고 찬탄하며, 아승기 하늘 꽃 구름과 아승기 하늘 화만 구름과 아승기 하늘 가루향 구름과 아승기 하늘 옷 구름과 아승기 하늘 일산 구름과 아승기 하늘 짐대 구름과 아승기 하늘 깃발 구름들이 허공에 가득하게 장엄하여 임금에게 공양하였다.
또 예라발나(羅鉢那) 코끼리는 자재한 힘으로 공중에서 아승기 보배 연꽃을 흩으며, 아승기 보배 영락과 아승기 보배 띠를 드리우며, 아승기 보배 장엄거리, 아승기 보배 의복, 아승기 보배 화만, 아승기 보배 꽃, 아승기 보배 향, 아승기 사르는 향, 아승기 바르는 향 따위의 가지가지 기기묘묘한 것으로 장엄하며, 아승기 하늘 아가씨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찬탄 하였다.
염부제 안에 있는 아승기 백천만억 나찰왕·야차왕·구반다왕·비사자왕·귀왕 따위들이, 혹 육지에 살고 허공에 살고 산간에 살고 바다에 살면서 피를 빨아먹고 살을 씹어 먹고 중생을 해치는 것들이 모두 자비한 마음을 내어 이익을 행하며, 이 다음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할 줄을 알고서 공경하고 합장하여 임금에게 예배하고 두려운 생각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모두 그지없는 쾌락을 얻었다. 이 염부제에서와 같이 다른 세 천하와 내지 삼천대천세계와 아울러 시방 백천만억 나유타 세계에 있는 악독한 중생들도 모두들 이렇게 예배하고 공경하였으니, 이것은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의 법력으로 이렇게 된 것이었다.
이 때에 대광 임금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짐대 수행으로 세간을 따르는 삼매의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가리어 주기 위하여 높은 일산 노릇을 하는 일과 평등하게 구호하고 차별이 없기 위하여 원만하게 하는 일과 하·중·상행을 골고루 행하는 일과 자비한 마음으로 온갖 중생들을 맡아 가지기 위하여 땅덩이 노릇을 하는 일과, 복덕의 광명을 평등하게 여러 세간에 나타내기 위하여 보름달 노릇을 하는 일과 지혜의 광명으로 알아야 할 온갖 경계를 밝게 비추기 위하여 밝은 해 노릇을 하는 일과 세상의 밝은 등불이 되어서 중생들의 어둠을 깨뜨리는 일과 물 맑히는 구슬이 되어서 중생들의 아첨하는 흐림을 맑히는 일과 여의주가 되어서 중생들의 소원하는 마음을 만족케 하는 일과 맹렬한 바람이 되어서 중생들과 삼매의 궁전과 온갖 것을 모두 아는 지혜[一切智智]의 큰 법성을 맡아 가지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그 행동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복덕의 산을 측량하며, 그 공덕의 별을 쳐다보며, 그 큰 서원 바람을 관찰하며, 그 평등한 법력을 짐작하며, 그 크게 수행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그 장엄한 바다를 나타내어 보이며, 그 보현의 행하는 문을 열며, 그 삼매의 굴에 들어가며, 그 자비한 구름을 찬탄하며, 그 감로의 비를 내리어 주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안주(安住)요, 거기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부동(不動)이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대광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