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감로화 임금을 찾다

26. 감로화 임금을 찾다

1) 임금의 안에 대한 덕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안(普眼) 선지식에게서 보살이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들을 뵈옵고 환희케 하는 법문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훌륭한 방편으로 나를 거두어 주고 소중한 마음으로 나를 수호하며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는구나.’

이렇게 전념하여 깨끗이 믿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화창한 마음·유순한 마음·용맹한 마음·고요한 마음·넓고 큰 마음·장엄한 마음·고집하지 않는 마음·걸리지 않는 마음·얻은 마음·자재한 마음·늘 일하는 마음·선생이란 마음·잘 분별하는 마음·여러 행을 내는 마음·듣는 대로 법을 아는 마음·부처님 세계에 널리 가는 마음·부처님 장엄을 보는 마음·부처님을 여의지 않는 마음·십력을 구하는 마음·한결같이 물러나지 않는 마음들을 내면서, 점점 남쪽으로 나아가 무수한 나라·도시·시골들을 지나고 마침내 다라당성에 이르러 각처로 임금을 만날 방법을 물었다.

그러다가 지식이 풍부한 바라문들이 네거리에서 세상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만났다. 선재는 빨리 나아가 어찌하면 감모화 임금을 뵈올 수 있겠느냐고 어떤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로 우리 임금을 뵈오려 합니까?” “나는 등근국(藤根國)에서 왔는데 보안 장자가 나에게 즐거운[歡喜] 법문을 가르쳐 주면서 이 대왕을 찾아 뵈옵고 보살이 보살행을 닦는 법을 물으라고 하더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등근국은 태평하고 안락한 나라이고, 당신의 몸매는 덕과 지혜로 장엄하였는데, 저 나라를 떠나서 여기 오는 것은 반드시 이익을 얻을 것이니, 당신의 지혜로 우리 임금을 뵙는 것은 어렵지 아니하리다. 우선 앉아서 나의 말부터 들으시오. 우리 임금은 항상 보배로 잘 꾸민 궁전에서 좋은 마니 사자좌에 앉아서 바른 법을 선포하여 중생을 성취시킵니다.” “대왕의 이름을 ‘감로화’라 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우리 임금은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中道)로 교화하면서 나쁜 사람들을 벌주어 허물을 녹이는 일은 맹렬한 불과 같고, 선한 사람을 잘 거두어서 쾌락케 하는 일은 감로와 같으며, 자비심으로 평등하게 교화하여 오래살게 하기에 싫증이 없으시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왕의 위덕을 찬탄하고 왕의 법도를 노래하여 감로화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지도하면서 소송하는 일을 잘 판결하며, 어리고 연약한 이를 어루만지고, 외롭고 곤궁한 이를 구호하여 훌륭한 행을 성취시키며,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업을 행하게 하는 것이 마치 전륜성왕의 하는 일과 같소이다.”

선재는 바라문에게 다시 물었다.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를 교화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으시오. 일곱 가지란 것은, 첫째는 임금의 덕이 있어 온 나라가 떠받드는 것이 마치 사람의 머리와 같이 함이요, 둘째는 좌우의 신하들이 충성으로 보좌하는 것이 마치 사람의 두 팔과 같이 함이요, 셋째는 나라 국경이 넓고 풍부하여 널리 포용함이 마치 사람의 배와 같고,넷째는 국방(國防)이 견고하여 만민을 싸서 보호함이 마치 사람의 배꼽과 같고, 다섯째는 창고에 곡식과 재물이 가득하여 어디를 가더라도 어려울 것 없음이 마치 사람의 넓적다리와 같고, 여섯째는 군비가 충실하고 군사가 정예(精銳)하여 마음대로 제어(制御)할 수 있음이 마치 사람의 정강이와 같고, 일곱째는 이웃 나라에서 구실을 바치고 조공하며, 때를 따라 왕명을 받아 오고 감이 마치 사람의 발과 같은 것입니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어 일곱 가지를 유지하니, 하나는 위엄과 용맹이요, 다른 하나는 지혜와 꾀입니다. 두 가지 덕이 서로 도움이 사람의 눈과 발과 같고, 일곱 가지가 그것을 의지하여 머무르며, 교화가 퍼지어서 가는 데마다 복종하며 정치가 잘 시행됨이, 마치 산에서 구름이 나오고 땅이 만물을 싣고 있는 듯이, 단비가 초목을 축여 주고 덕을 백성에게 입히어서 사해 안이 모두 성인의 덕화를 따르는데, 일곱 가지 일과 두 가지 덕이 하나라도 모자라면, 날개 한 쭉지 부러진 새가 높이 날지 못하고, 바퀴 하나 깨어진 수레가 멀리 가지 못함과 같을 것이지마는, 우리 임금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 소문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당신은 또 이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임금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왕의 수레를 운전하나니, 아홉 가지란 하나는 위덕이 이웃 나라에 떨치어 조공을 바치게 되고, 둘째는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은혜와 위신으로 감동시키고, 셋째 감동시켜도 복종하지 아니하면 그 임금과 신하들을 설유하여 뉘우치게 하고, 넷째 저들이 마음을 고치거나 임금과 신하의 의논이 다르면 서로 화동하여 대왕의 덕화에 돌아오도록 설유하고, 다섯째 설유하여도 듣지 않으면 군대를 보내어 토벌하고, 여섯째 그들의 대장과 장병의 덕이 어떤가를 관찰하고, 일곱째 그의 덕이 부적함을 살피고는 성을 지킬 수 있는가 의논하고, 여덟째 그들이 성을 지키는 줄 알면 군대의 강약을 요량하고, 아홉째 나라 안 사람이 화목하고 군대가 정예한가를 헤아리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은 이 아홉 가지 법을 갖추어 지혜의 눈이 항상 밝아서 모든 것을 밝히 보는 까닭으로 팔방의 이웃들이 우리나라에 귀순하여 속국되기를 원하고 거역하지 아니 하나니, 마치 모든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서 한맛이 되듯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대왕은 여러 부처님들을 받드시니, 이는 큰 보살로서 자비심을 구족하고, 세간에 나타나 중생들을 어루만져 기르시며, 중생들이 점점 조복함을 알고는 먼저 국왕의 법을 펴서 몸에 배게 하고 필경에는 마음까지 해탈케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임금은 두 가지 성덕이 있으니, 하나는 안에 대한 덕으로서 혈통이 참으로 바르고 지혜와 인덕이 훌륭하며, 둘째는 밖에 대한 덕으로서 위에서 대강 말하였거니와 다음에 자세히 말하려 합니다.”

선재가 말하였다.

“무엇을 안에 대한 덕이라 하는지 말하여 주십시오.” “그대여, 우리 임금은 가문이 훌륭하고 적자로 대를 이어 여러 대를 전해 내려왔으며, 태에 처음 들 때와 있을 적에 하늘이 옹호하였고, 탄생한 뒤로부터 내지 왕위에 오를 때까지 복과 경사가 번갈아 생겼으며, 여러 나라가 모두 기뻐하고 거룩한 덕이 날로 높아 갔으며, 많이 듣고 잘 기억하며, 인자하고 슬기롭고 효순하고 우애하며, 공순하고 자비하고 온정 있고 화평하며, 듣고 보는 데 총명하고 부끄러워하는 덕을 갖추었으며, 구족한 힘이 있어 몸에 아무런 걱정이 없고,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마음이 급작스럽지 아니하며, 어진 이를 존경하고 덕을 소중히 여기어 여러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며, 자기의 재산과 지위에 항상 만족함을 알고, 다른 이의 위태하고 어려운 일에는 구호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근(五根)을 잘 거두어 방탕한 데 빠지지 아니하며, 변재가 무궁하여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師子吼)하며, 말이 진실하며 사랑하고 미워함이 없으며, 세간의 여러 가지 말과 음성을 모두 통달하며, 위의가 엄숙하여 사람들이 존경하며, 대신을 위로하여 달래고 백성을 어루만져 사랑하며,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평등하여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의 말과 기색을 살펴보고 그 마음을 알며, 코끼리나 말의 형상을 보고 사납고 순한 줄을 알며, 은혜 있는 사람은 반드시 덕을 갚고 원한이 맺힌 이는 방편으로 상대하며, 지방을 순시할 때에는 수레 안에 단정하게 앉아 스스로의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리저리 살피지 아니하며, 때를 따라 다니면서 백성들을 위문하고 혹 불순한 마음으로 왕명을 거역하고 백성들을 해치며 하는 짓이 법에 위반 되는 자가 있더라도 먼저 좋은 말로 법률을 일러 주어, 잘못을 뉘우치고 국법에 순종하면 반드시 용서하고, 관할 구역을 변경하거나 맡은 책임을 바꾸지 아니하며, 한 번 징계함을 받고도 고칠 줄을 모르면 할 수 없이 책벌을 하더라도 적당하게 조처하여 민심을 안정하는 데 힘을 쓰시므로, 임금의 칭송이 원근에 널리 퍼졌습니다.

또 그대여, 이 세상에서 하루 밤낮을 여덟 때로 나누어 밤과 낮이 각각 네 때씩이요, 한시 한시를 각각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1주야가 모두 32분이 되는데 물시계[水漏]로써 시분(時分)을 결정하였으니, 낮의 네 때는 닭이 운 뒤부터 진시(辰時) 전까지는 첫 시요, 진시 초분부터 오시(午時) 초분까지는 둘째 시요, 오시 중분부터 신시(申時) 전까지는 셋째 시요, 신시 초분부터 해지기 전까지는 넷째 시라 하며, 첫 시에서 해가 뜨기 전은 초이분(初二分)이 되고, 해가 뜬 뒤부터 아침이 다 되기까지는 후이분(後二分)이 되며, 이 네 분을 해뜨는 처음 시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은 부지런히 정진하느라고 잠을 자지 아니하고, 밤의 네 때에서 처음 두 때에는 고요하게 계시고, 셋째 시에 일어나서 마음을 삼매에 들게 하여 법의 희열함을 받고, 넷째 시에는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탐욕과 성내는 일을 하지 아니합니다. 낮의 첫 시에는 먼저 양치하고 조당에 제사지낼 적까지에 열 가지 일[十位]이 있으니, 첫째는 양치하고 둘째는 목욕하고 셋째는 새옷 입고 넷째는 향 바르고 다섯째는 관 쓰고 화만 차고 여섯째는 발에 기름 바르고 일곱째는 가죽신 신고 여덟째는 일산 받고 아홉째는 시종 거느리고 열째는 조당에 제사지내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새벽에 양치하고부터 조당에 제사지내는 일을 마치고야 조회에 나아갑니까?” “나라가 잘되는 것이 왕에게 달렸으니, 왕이 백성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기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이 화평하고 정신이 깨끗하고 신체가 화락하며 교화가 그릇되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임금께서 먼저 양치하고 나중에 조당에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 가지 일은 낱낱이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입니다.

양치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먹은 것이 잘 소화되고, 해소와 우울병이 없어지고, 여러 가지 독을 풀고, 이에 때가 없어지고, 입에서 향기가 나고, 눈이 밝고, 목구멍이 윤택하고, 입술이 트지 않고, 목소리가 웅장하고, 음식 맛이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밥먹은 뒤에 모두 양치하되 괴롭고 쓰라린 것으로 치목(齒木)을 만들어 조심조심 양치하면 이런 공덕을 갖추게 됩니다.

또 임금이 향수로 목욕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은, 풍을 제하고, 매귀(魅鬼)를 쫓고, 정기가 충실하고, 목숨이 길어지고, 피곤이 풀리고, 몸이 부드럽고, 때가 없어지고, 기력이 늘고, 담력(膽力)이 용맹하고, 번열(煩熱)을 덜게 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새옷을 입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상서가 더하고, 행보가 쾌활하고, 권속들이 좋아하고, 각각의 처소에 뭇 두려움이 없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목숨이 더해지고, 티끌이 없고, 소문이 멀리 퍼지고, 성현들이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찬탄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향을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정기가 더하고, 몸이 깨끗하고, 차고 더움이 알맞고, 목숨이 길고, 얼굴이 빛나고, 정신이 유쾌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고, 몸이 튼튼하고, 보는 이가 사랑하고, 위덕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또 관 쓰고 화만 차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복이 날로 더하고, 보배 구슬이 저절로 생기고, 얼굴 빛이 충실하고, 변재가 유창하고, 상서가 구족하고, 마음이 시끄럽지 않고, 경사가 항상 생기고, 수명이 늘어나고, 담력이 용맹하고, 우러르는 이가 환희하는 것입니다.

또 발에 향유를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풍병을 제하고, 몸과 마음이 가볍고, 이목이 총명하고, 정기가 늘고, 잊어 버리는 일이 없고, 졸음이 덜어지고, 꿈이 좋고, 수명이 늘고, 때가 없어지고, 병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가죽신 신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발등이 부드럽고, 몸의 촉각이 편안하고, 걸음이 힘이 있고, 정기가 더하고, 행동이 조용하고, 목숨이 늘고, 위의가 엄숙하고, 곁엣 사람이 기뻐하고, 형상이 단정하고, 하늘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의 시중이 일산을 받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엄으로 존중되고, 얼굴빛이 선명하고, 나다닐 적에 덥지 않고, 풍진이 침범하지 못하고, 비와 습기를 막고, 복덕이 없어 보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고, 몸이 편안하고, 수명과 기운이 늘고, 깨끗하고 화려한 것입니다.

또 대왕이 시종을 거느리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의가 엄숙하고, 사람이 공경하고, 용기가 더하고, 위풍을 돕고, 나쁜 사람을 굴복하고, 하늘 신장이 호위하고, 사나운 짐승을 방비하고, 왕의 의기가 화창하고, 삿된 매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왕의 명령이 잘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장엄하고 권속이 호위하므로, 대왕께서 거동하실 적에 앞뒤를 잘 살피어 자타를 조화하고, 너그럽고 용맹함이 법도에 알맞고 강하고 유함이 정도에 적당하며, 마치 큰 선주가 여러 배를 통솔할 적에 새거나 상한 것을 때맞춰 보수하듯이, 대왕을 모시는 내관이나 궁녀나 늙은이가 오랜 경험 있는 이는 왕궁을 보살피며 수호하고, 나이 젊고 얼굴이 잘난 이는 전후 좌우에서 모시며, 혹은 앞에서 인도하여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혹은 소라를 불고 북을 치고 풍류를 잡히고 노래하고 찬탄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혹은 대왕을 가까이 모시고 파초선을 받고 불자(拂子)를 들고 향기 풍기는 의복과 아름다운 도구를 구비하여 때를 따라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며, 이렇게 모시고 다니면서 임금의 마음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 때에 바라문들은 또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대왕께서 이러한 가지가지 법식과 깨끗한 위의를 원만히 갖추고는, 먼저 도량에 들어가서 성현들에게 예배하고, 위로는 복을 빌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혹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어 은덕을 갚고, 사람들에게 효도할 것을 가르치고 여러 지방을 이롭게 하기도 하며, 혹은 여러 곳으로 순행하면서 백성을 어루만지고 지방을 시찰도 하며, 여러 군신을 거느리고 소송을 해결하며, 수재 한재의 재앙으로 자기의 몸을 성찰하고 하늘의 도움을 구하여 제사를 지낼 적에는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공경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눈앞에 신령을 대한 듯이 그 모습을 생각하고 가르치던 것을 명상도 하며, 감격하여 눈물지며 정성을 받들어 사사일을 생각지 아니합니다. 나라 안에 유공한 대신이나 덕 있는 백성이나, 절개가 높고 행실이 어진 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출가한 사람으로서 도덕이 갸륵하고 학식이 높으며 연륜이 많아 여러 사람이 숭배하는 이들이 작고하였거든, 영을 그려 모시고 덕행과 사업을 따라 탑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날마다 이렇게 안으로는 정성을 극진히 하고, 밖으로는 공양을 정미롭게 하여 음식이나 재물이나 화촉이나 여러 가지를 훌륭하게 하여, 예배하고 공경하여 섬기기를 조금도 폐하거나 게으르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열 가지 행사의 양치로부터 제사지내는 데까지를 낮 첫 시 전이분 (前二分)까지에 모두 마치고, 해가 처음 뜬 뒤에는 먼저 의사를 불러서 건강을 진찰하고, 낮이나 밤이나 입고 먹는 것을 모두 적당히 하며, 그 다음에는 천문을 살피고 역수(曆數)를 헤아리는 책임 맡은 이를 불러서 날씨가 맑고 흐리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일월성신의 운행하는 도수가 정당하고 잘못됨을 측정하고, 천재지변이나 경사 있고 재앙 내릴 것을 자세히 살피고 적당하게 판단하여 조정과 지방에 반포하고 경계하여 기다리며, 이런 것을 이 때에 묻고 대답하여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조회에 나가 앉으면 십천의 대신이 앞뒤로 호위하고 둘러앉아, 나라일을 다스리며 법령을 반포하고, 조회가 끝나면 낮 첫 시의 후이분(後二分)이 됩니다.

둘째 시에는 수라상 받으시고 풍류를 잡히어 가지가지로 임금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셋째 시에는 목욕하고 노니는데 궁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동작이 아름답고 두루 돌면서 뜻을 받들고 자비심을 일으키며 깨끗한 숲과 동산을 군데군데 화려하게 꾸미어서 보는 이 듣는 이의 번뇌가 소멸하는 것입니다.

넷째 시에는 임금의 정전(正殿)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를 깔아 놓고, 나라 안에서 지혜 있는 사문과 바라문으로서 도통한 이들을 청하여 바른 교법을 연설하며 묘한 이치를 들을 적에, 합장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문안하며, 먼저 공순한 마음과 존중하는 뜻을 극진히 하며, 상좌에 편안히 모신 뒤에, 어떤 것은 착한 법이고 어떤 것은 나쁜 법이며, 어떤 것은 정당하고 어떤 것은 사특하며, 어떤 것은 손해되고 어떤 것은 이익함을 물어서, 행할 것은 행하고 그칠 것은 그치며, 또 지혜 있는 신하들과 도가 높은 학자들을 모아 부족한 것을 물어 총명을 도우며, 나라 정치의 잘되고 잘못된 것을 묻고 평론하므로, 대왕의 덕화가 점점 성하고 점점 원만하며, 백성들이 더욱 태평하여 세간의 교화로써 해탈할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의 하는 일이 불사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니, 마치 초승달이 나와 조금씩 밝은 빛이 더하다가, 보름이 되면 광명이 원만하여 온 세계를 환하게 비추며, 또 바다의 조수가 한무날[月初]에는 조금씩 일다가 한사리[十五日]가 되면 엄청나게 많아서 천리 만리를 뒤덮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의 선정도 그와 같이 점점 덕이 높아가는 것이니, 만일 국왕이나 대신· 원로들이 없으면 사공 없는 배와 같아서 바람에 불려 표류하거나 파선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가뭄이 심하여 제석천왕에게 비를 빌면, 제석이 보호하므로 설사 비는 오지 않고서 십년을 지난다고 죄다 죽는 것은 아니지마는, 만일 임금이 없으면 하루 동안에도 백성들이 질서가 없어지고 기강이 어지러워 서로 싸우고 해롭히는 것이니, 이것으로 보면 중생을 보호하는 데는 국왕이 제석보다도 나은 것입니다.

또 우리 임금은 훌륭한 법문을 듣고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여 백성을 교화하므로 조회에 앉으실 적에 위엄이 웅장하고, 덕화가 널리 퍼져 이웃 나라를 굴복하며, 조회를 받는 위의가 가지가지로 엄숙하고 화평한 음악으로 임금을 모시며, 내관과 권속들이 임금을 호위하고, 사자좌에 나아가 몸과 마음이 두려움이 없으며 마치 해가 구름에서 벗어나면 광채가 현란하고, 제석천왕이 도리천궁에 계실 적에 호위가 엄숙하듯 하며, 전각의 네 귀퉁이에 큰 장사들을 세우고 황금 갑옷을 입힌 것이 마치 사천왕이 전후 좌우에 모신 듯하며, 창검을 잡고 둘러섰는 의장병이 임금의 삼엄한 위덕을 나타내며, 대왕의 마음이 인자하여 만백성을 어루만지므로,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도 왕명에 복종하는 것이 마치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고 산이 모든 보배를 간직한 듯하며, 음악 소리가 고요히 쉬면 안팎이 일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 때에 대왕께서는 벼슬아치들을 두루 보면서 여러 가지 위의와 보배로 꾸민 것이 환술과 같은 줄을 아시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자비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게송을 말씀하십니다.

모이는 건 오래잖아 헤어지는 것 부귀영화
모두가 덧없는 것이네 사람의 목숨이란
번개 빛이요 장사라도 필경엔 죽고야 마네.



죽음에는 젊음도 자랑 못하고 덧없음은
보배 산도 허물어지고 끝끝내 견고한 건
바른 법이니 부지런히 닦아서 놀지 마세나.

대왕이 이러한 게송을 말씀한 뒤에 신하들로 하여금 맡은 자리에 돌아가, 제각기 맡은 일을 정리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 게으르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게 하시니, 그대여 이것을 임금의 안에 대한 덕이라 함을 알아야 합니다.”

2) 임금의 밖에 대한 덕

선재는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또 대왕의 밖에 대한 덕이란 무엇입니까?” “그대여, 모든 중생과 기세간(器世間)이 나란히 있어 유지되는 것은, 모두 중생들의 업보(業報)와 임금의 위덕으로 생겨져서 유지되는 것입니다. 세계가 처음 생길 적에는 이 기세간의 사람들이 변화로 생기어서 사지와 몸이 원만하고 의복과 음식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형상이 충실하고 몸에서 광명이 비치어 밤과 낮이 없었고, 지난 세상의 혹(惑)이 훌륭하여 지미(地味)가 따라 났으며, 그러다가 점점 벼가 자연히 자라났는데, 그 뒤에는 전주(田主)를 세워 먼 데 사람 가까운 데 사람이 모두 와서 섬기며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호하였으니, 그것이 찰제리로서 이로부터 지금까지 임금의 덕화가 끊이지 아니합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임금이 없으면 혼란하는 것인데, 나라에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편안히 살게 되므로, 국왕의 힘이 중생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대여, 세상에는 네 가지 계급[四姓]이 있으니, 첫째 바라문 종족은 흔히 입으로 하는 업을 닦고, 둘째 찰제리 종족은 흔히 손으로 하는 업을 닦고, 셋째 폐사(吠舍) 종족은 밭에서 하는 업을 닦고, 넷째 수다라 종족은 쫓고 달리는 업을 닦으며, 그 밖에 전다라 따위들은 율의(律儀)에 비추어 보아 나쁜 업을 닦는 것입니다. 이 네 계급과 나머지 잡일을 하는 이는 직업이 같지 아니하므로 사는 데도 각각 다르며, 어려서부터 늙도록 하는 일이 다른데, 직업은 비록 다르나 네 가지 일을 숭상함은 같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 일인가 하면, 첫째 기술을 가지는 것, 둘째 재산을 마련하는 것, 셋째 향락을 받는 것, 넷째 해탈을 구하는 것입니다.

기술을 가진다는 것은 아잇적부터 장정이 되도록 자기 신분의 테두리 안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니, 만일 바라문이면 지혜·학문·결인(結印)·글쓰기·천문·음양·관상·길흉·위타(圍陀)의 서적 따위를 배우고, 찰제리는 말타기·활쏘기·정치·백성 보호하기·폭행을 금하기·음악·전쟁 등을 익히고, 폐사는 밭 갈기·씨 뿌리기·김매기·곡식 거두기·창고에 저축하기 따위의 나라의 근본되는 일에 종사하고, 수다라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바꾸는 것, 물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 밑천을 늘이고 이익을 얻는 것 따위를 익히는 것입니다.

재산을 마련한다는 것은, 기술을 배운 뒤에는 제각기 자기 직업에 종사하며, 그들의 사회에서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요, 향락을 받는다는 것은 재산을 마련하여 풍족하여지면 살림할 데를 작정하고 결혼하고 아들 딸을 기르며, 구경도 다니고 오락도 즐기는 것입니다.

해탈을 구하는 것은 두 가지 부류가 있으니, 하나는 바라문이나 찰제리들은 나이 50이 넘어 머리가 반백이 되고 기력이 쇠약하여지면, 세속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티끌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여 참으로 옳게 닦는 것이라 하거니와, 배우는 것이 같지 아니하고 스승이 다르므로, 96종이 제각기 자기네 업을 닦으며, 천당에 나기를 구하기도 하고 해탈을 구하기도 함이요, 둘은 여래의 제자들은 삼승법을 배우면서 감로의 법 맛을 먹고 자비를 닦아 중생을 이익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지가지 정당한 종교, 사특한 종교들이 혹은 집에 있으면서 혹은 집을 떠나서 정성을 다하여 도를 닦거니와, 모두 임금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며, 우리 임금이 교화를 펴서 유포하는 것이므로, 여러 학자들은 옹기장이의 물레나 노끈과 같고, 기술을 배움은 흙을 파 오는 것과 같고, 임금이 교화를 행함은 옹기장이가 흙을 이기는 것 같고, 저와 남을 이익케 함은 여러 가지 옹기를 만드는 것과 같나니, 임금의 힘이 아니면 공을 이루지 못하며, 교법이 없으면 어떻게 저와 남을 이익케 하겠습니까? 또 그네들이 닦는 여러 가지 공덕의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복은 산과 같이 높고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으며, 그 밖에 임금의 덕화가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멋대로 나쁜 짓을 하게 되어 도를 닦는 이가 잠깐도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도 닦는 것을 방해하고 나쁜 짓을 짓는 죄업도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죄도 산과 같이 높고 험하여 깨뜨릴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대왕은 복덕과 지혜가 모두 훌륭합니다.”

때에 바라문은 또 선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땅 차지신[地神]의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땅 차지신은 항상 말합니다.

‘내가 땅덩이를 받들고 있는데, 땅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이나 수미산쯤은 무겁지도 않고 싫은 생각도 없지마는 오직 세 종류의 사람은 싫증이 나서 받들고 싶지 않다. 세 종류 사람이란 하나는 역적을 도모하면서 국왕을 살해하려는 것이요, 둘은 은혜 깊은 어버이를 버리고 불효하는 사람이요, 셋은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삼존(三尊)을 훼방하고 부처님의 법을 수행하는 스님들[法輪僧]을 파하고 선한 일 닦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니, 이런 세 사람은 내가 대단히 무겁게 생각하여 잠깐이라도 받들고 싶지 않다.’

또 우리 임금이 정당한 교화를 행함은 부처님들도 염려하여 구호하시거늘, 용왕이나 신장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바른 마음으로 나쁜 짓을 못하게 함은 쇠갈고리와 채찍을 잡고 있으면 나쁜 법이 생기지 못하는 것같고, 세간에서 이익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감화시키고 조복하여 바른 소견을 행하게 함은 마치 길잡이 큰 소가 앞설 때에 다른 소들이 따라가는 것같이, 임금의 정당한 교화가 유행 돌 적에는 모든 중생들이 따라가는 것이며, 쇠갈고리로 미친 코끼리를 억누르듯이, 임금의 바른 정치가 나쁜 사람을 굴복시켜 필경에 해탈에 돌아가게 합니다.

또 우리 임금이 나라를 세우고 사람을 보호함에 매양 세 가지 일을 주의하나니, 첫째는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세 가지 신하를 택함이요, 셋째는 임금의 식사를 정미롭게 함입니다. 그 까닭은 임금을 세우고 백성을 다스림에는 먼저 공포가 없어야 하고 신하의 덕이 구비하여야 임금을 도울 수 있고, 임금의 식사를 정밀하게 하여야 몸과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충성과 효도를 가르치어 부모와 어른을 존중히 섬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선재가 물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 공포며, 어째서 이 나라에만 없나이까?” “그대여, 첫째 국왕의 덕이 검박하고 재정과 세금이 고르니 나라에 빼앗길 공포가 없고, 둘째 왕족들이 점잖고 보배를 탐내지 아니하니 귀족들에게 침해당할 공포가 없고, 셋째 벼슬아치들이 직책을 꼭 지키고 은혜와 용서함이 많으므로 관리에게 착취당할 공포가 없고, 넷째 사람들이 예의가 있고 나라 안에 속이는 일이 없으므로 도둑 맞을 공포가 없고, 다섯째 이웃이 화평하고 덕화에 감복하므로 이웃 나라에게 노략질당할 공포가 없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다섯 가지 공포는 사람마다 두려워함이 말할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임금의 거룩한 덕화는 끝이 없습니다.” “어떠한 세 신하를 대왕이 택하십니까?” “그대여, 마치 해님이 일궁전에 있을 적에는 땅에서 거리가 4만 2천 유순이나 되어 사천하 사람들이 그 모양은 보지 못하나, 다만 비치는 광명에 의지하여 해를 쳐다보고 해가 있는 위치를 알듯이, 우리 임금의 거룩하신 덕도 해와 같아서 밝으신 총명으로 나라를 다스리매, 백성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시고 제각기 사업에 전력케 하며, 캄캄한 것을 없앨 적에 십천의 대신과 일억의 용맹한 장수가 임금의 명령을 받아 나라의 광명이 되므로 세 종류 신하를 잘 선택하여 그들을 통솔케 하는 것입니다.

세 종류 신하라 함은 첫째 정승, 둘째 대장, 셋째 사신입니다. 정승은 임금을 도와 정사를 베푸니, 위로는 임금의 덕화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벼슬아치들을 잘 살피어 어진 이를 뽑아 쓰고, 능력 있는 이에게 책임을 맡기되 청백한 마음으로 직책을 다하는 것이, 마치 해가 비치어 온갖 것을 분별하는 것 같습니다.

대장은 군대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로서 충성이 지극하고 마음이 결백하며, 인자하고 대의를 지키고 덕과 행이 겸전하고 용맹과 지략이 넉넉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나쁜 무리를 제거함이 마치 해가 비치어 어둠을 없애는 것 같으며, 7월부터 10월까지는 경비를 빈틈 없이 하고 군율을 엄숙케 하여 천지의 기운을 따르며, 지리를 살피고 부대를 주둔시키되, 편리하고 중요한 데를 점거하여야 하나니, 군권을 잡은 대장이 이러한 정신으로 전시에 임해 공격하고 방비하는 데 기회를 잘 살피면 싸울 적마다 승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성곽이 있습니다. 하나는 산성(山城)이니 높고 험한곳을 의지하여 사면이 절벽으로 둘린 것이요, 다음은 물성(水城)이니 강물을 의지하여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것이요, 셋째는 모래성[沙城]이니 모래와 자갈이 끝없이 넓은데 성 밖에는 물도 풀도 없는 것이요, 넷째는 흙성[土城]이니 성벽이 견고하고 높으며 안에는 병기와 군량이 충실한 것이요, 다섯째는 사람성[人城]이니 임금이 거룩하고 신하가 어질고 지모가 깊고 전략이 원대한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성으로 형편을 살피어 적병을 상대하는데, 사람성이 가장 으뜸으로 우리나라에서 소중하게 여기므로, 우리 대왕은 항상 헤아릴 수 없는 신통 변화에 머물러 있습니다.

셋째 사신은 어사[行人]나 사절[受使] 따위를 말함이니, 사방으로 다니면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복명(復命)하는 것으로서 마치 햇빛이 높은 산에나 넓은 들에나 깊은 골짜기까지 골고루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임금의 덕화가 비록 정미로우나 깊은 궁궐에만 있으므로 여러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건마는, 오고 가는 사신들이 임금의 은택을 널리 선전함으로 말미암아, 다른 지방들이 와서 귀순하기도 하고 사방 백성들이 덕화에 젖어 순량하여지기도 하여, 편안치 못하던 것이 태평하여지고 태평하던 데는 더욱 안정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임금은 원로 대신들과 함께 신중하게 의논하고 인재를 선택하여 사명을 맡길 적에 열 가지 덕[十德]이 구비한 사람을 택하나니, 나라에 충성하고 신의가 있는 이, 임금과 어버이를 공경하는 이, 학문과 지식이 넉넉한 이, 소견과 도량이 넓은 이, 변재가 능란한 이, 국내외의 사정을 잘 아는 이, 겸손하고 어진 이, 강직하고 하자가 없는 이, 위의와 행동이 보통보다 뛰어난 이, 임금의 깊은 속뜻을 잘 아는 이라야 합니다.

이 열 가지 덕을 갖춘 이라야 왕명을 받들고 나라의 위엄을 드날릴 것입니다. 또한 간 데마다 몸을 깨끗이 하고 혼자 있으면서 주색에 빠지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자지 아니하나니, 술에 취한 뒤에나 잠자는 때에 비밀을 누설할까 염려함이요,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면 임금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되, 이양을 위하여 변하지 않고 위엄에 눌리어 굽히지 아니하며, 가고 오고 머물고 물러감이 모두 시기를 놓치지 아니하고, 풍토와 습관에 맞추어 적당히 교화하며, 임금의 권변을 의심 없이 통달하여 나라의 권위를 드러내고 각 지방 풍속을 위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종류 신하가 임금의 덕화를 도와서 나쁜 풍속을 변화시켜 착하게 하며, 나라의 위엄이 여러 나라에 퍼지는 것이, 마치 해에서 나오는 광명이 만물에 비치어 어둠을 없애고 멀고 가까운 데가 한결같이 밝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임금의 덕화에 젖어서 착한 사람 좋은 풍속이 많고 온갖 행동이 사리에 적당하며, 어디서든지 나쁜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니, 이른바 인과가 없다고 하거나, 임금이나 부모를 배반하거나, 자비한 성품이 없거나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거나 용렬하고 더러운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욕심꾸러기·골 잘 내는 이·부끄럼 없고 남세스러운 줄 모르는 이·우악한 이·겁장이·시기하고 질투하는 이 따위를 친근하지 아니하며, 영악하고 길들지 않은 코끼리나 말을 타지 아니하며, 또한 쓸데없는 짐승을 기르지 아니하며, 깊은 산에나 큰 벌판·빈 동리·무덤 많은 데·넓은 들·사나운 짐승이나 비인(非人)들이 있을 만한 데에 가지 아니하며, 술집이나 도수장·음란하고 더러운 곳을 바로 보지도 아니하며, 만일 상서롭거나 좋은 일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돌아 예경하나니 복을 두호하는 까닭이며, 부처님이나 교법이나 스님들이나 부모나 선생이나 어른의 그림자나 발자국을 밟지 아니하며, 숭배할 만한 어른이 계신 데는 공경하고 예배하며 경솔히 여기는 마음이 없고, 부처님 탑이나 절이나 성현의 있는 데나 신선이 사는 데는 제가 앞장서고 남들을 권하여 존숭하며 중수하여 새롭게 합니다.

그리하여 하늘과 용왕이 기뻐하며 때를 따라 비 오고 바람 불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이 태평하며, 임금의 곁에 모시는 신하들이 모두 충성하고 어질므로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것이, 마치 전단숲에는 전단 나무만 있고 이란(伊蘭)은 섞이지 않듯, 무열지(無熱池)에는 팔공덕수만 흐르고 짠 맛이 없듯이, 임금이 나쁜 사람을 멀리 하심도 역시 그러하여, 맛나는 과실을 영악한 짐승이 가지는 것과는 같이 아니합니다.”

선재가 또 물었다.

“어떠한 사람이라야 임금의 음식을 맡게 됩니까?” “그대여, 임금의 음식을 맡는 이는 열 가지 덕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 덕인가. 문벌이 깨끗하고, 삼업이 유순하고, 충효(忠孝)를 갖추고, 미덥고 겸양하고 화순하고, 임금의 식성을 잘 알고, 음식에 금기(禁忌)하는 것을 잘 알고, 음식 솜씨가 있어 맛을 잘 맞추고, 임금의 잡수실 때를 알고, 식물이 독이 있고 없음을 잘 알며, 독기를 푸는 법을 알고, 낮과 밤과 철을 따라 먹을 만한 것을 알아야 하나니, 이 열 가지 덕을 구비한 이라야 임금의 음식을 맡으며, 거들어 줄 사람과 음식 마련할 처소를 잘 요량하여 항상 깨끗하게 하고 감독을 잘 하여야 합니다.”

바라문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또 알아 두십시오. 내가 생각건대, 천상에나 인간에서 듣고 보는 모든 훌륭한 무리의 온갖 공덕을 우리 임금님은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대여, 금수의 왕 사자는 한 가지 덕이 매우 훌륭하니, 곧 두 가지 마음이 없어 큰 코끼리를 죽일 적에 자기의 힘을 모두 쓰듯이, 작은 짐승을 죽일 적에도 기운을 모두 쓰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큰 일이라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작은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고, 한결같이 자비와 지혜의 힘을 다하여 끝까지 소홀함이 없습니다.

그대여, 여러 물새의 왕은 두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마음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니, 물고기를 잡을 적에 물 가운데 고요히 서서 일심으로 엿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물고기들을 고요히 살펴보고 그 욕망을 그대로 쫓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높은 궁전에서 굽어 보시고 여러 가지 정사를 펴실 적에,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하나 막히는 일 없이 두루 알아서 말씀이 헛됨이 없고 온갖 일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여, 우리 임금은 세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금륜왕 세상에 길 잘든 말의 왕이 세 가지 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성질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몇 천리라도 갈 수 있는 것이요, 둘은 춥거나 덥거나 가릴 것 없이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편안히 가는 것이요, 셋은 원수를 조복시키고 바꾸는 일에 항시 만족하지 아니함이 없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첫째는 말씀이 부드럽고 진실하여 법으로써 사람을 이롭게 하며,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성취케 하고, 둘째는 여러 가지 정사에 부지런하여 어렵고 쉽다는 생각이 없으며, 재물을 버리어 모든 사람을 구조하며, 셋째는 지혜와 용맹으로 원수와 대적을 굴복하고 세납을 적당히 하여 항상 만족한 줄 아나니, 이러한 세 가지 덕을 갖추고 평화로운 풍속으로 교화하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두려워하고 나라 안에서는 은혜에 감격합니다.”

바라문은 또 말하였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우리 임금은 네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미묘한 소리로 우는 닭의 왕이 네 가지 공덕이 있는 듯 합니다. 하나는 신의 있게 새벽 때를 잘 지키고, 둘은 의리 있게 모이를 잘 나누어 먹고, 셋은 대적하여 용감하고, 넷은 암탉을 따라가지 아니하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상주고 벌주는 일이 때에 알맞고, 둘은 여러 지방을 골고루 구제하고, 셋은 억센 지방을 의리로 조복하고 넷은 아내의 말을 좇지 아니하나니, 이 네 가지 덕을 갖추어서 덕화가 널리 퍼집니다.

우리 임금은 또 다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욕계천의 때를 잘 아는 거위왕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미하는 시기가 있고, 둘은 울음 우는 것이 두려움 없고, 셋은 양에 맞게 모이를 찾고, 넷은 마음이 방일(放逸)하지 않고, 다섯은 다른 새들의 아첨하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적어 내궁(內宮)에 때 없이 들지 아니하며, 둘은 말이 진실하고 정당하여 밖으로 명령을 어김이 없으며, 셋은 주고 받음에 차별이 없어 의식이 충족하며, 넷은 마음을 조화(調和)하고 옳게 검속(檢束)하여 허물 없이 부지런하며, 다섯은 바른 마음을 이룩하여 아첨하는 이를 가까이 하지 아니하나니, 이 다섯 가지 덕으로 은혜가 팔방에 미칩니다.

우리 임금은 또 여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훌륭한 개의 왕이 여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는 생기는 대로 먹고, 둘은 조금 먹고도 만족하고, 셋은 편안한 곳에 나아가 자고, 넷은 풀만 바삭 해도 깨고, 다섯은 가난하거나 넉넉하거나 마음이 한결같고, 여섯은 용감하게 도둑을 막습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여러 지방에서 바치는 공물(貢物)을 그 땅에서 나는 물건으로 하게 하고, 둘은 흉년든 때에는 조금만 바치게 하면서 항상 미안히 여기고, 셋은 하는 일이 모두 상서로워 편안히 잠자고, 넷은 바른 소견을 가졌으므로 다른 생각이 나면 곧 깨닫고, 다섯은 덕 있는 이를 존중하고 어버이를 높이 받들며 가난하고 미천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여섯은 모든 것을 마음에 두고 항상 보호하며 위엄이 용맹하여 도둑이나 난리가 없습니다. 이 여섯 가지 덕을 갖추었으므로 만백성이 마음을 함께하나니, 이런 것으로 생각하면 여러 방면으로 도덕을 구족하여 우리 임금의 덕망이 멀리까지 퍼지고, 중생들을 잘 거두어 주어 항상 부지런히 노력하십니다.

이렇게 하나씩 늘어서 21종의 훌륭한 공덕을 임금께서 잘 행하시므로 온갖 도둑들이 저절로 소멸되고 외국의 군대가 감히 들어오지 못합니다.

설사 이 21종 공덕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세 가지 덕만 있으면 정치와 덕화를 잘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는 재물을 흩어서 모든 백성을 구하는 것, 둘은 생명을 버릴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셋은 큰 용맹으로 대적을 막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세 가지 덕이 없더라도 한 가지 덕만 있으면 정사를 잘할 수 있나니, 그것은 큰 복덕입니다. 이렇게 인자한 임금이 가장 으뜸이니, 마치 팔만 사천 법문이 모두 열반의 진리에 귀납되는 것같이, 임금도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 훌륭한 지혜와 정책이 모두 복덕에 귀납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복덕이 있으면 나라가 태평하고 사방에 일이 없으며, 중생들이 복락을 누리고 덕화가 만방에 퍼지며, 가깝게는 몸과 마음이 이익하고 멀게는 모든 중생이 함께 해탈하는 것이, 모두 임금의 자비 복덕으로 생기는 것이며 착한 정사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임금의 공덕과 도행을 말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3) 게송을 듣고 법을 묻다

이 때에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감로화왕의 안팎 공덕을 이렇게 찬탄하여 흠모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그지없이 많은 중생이 세계에서 세 가지
독한 바람 불리어져서 애처롭게 나쁜
갈래 떨어질 것을 우리 임금 아니면 누가
건지리.


중생들이 오욕락에 애착이 되어 탐욕과
나쁜 짓이 생기는 것을 우리 임금 바른
법을 의지하여서 인도하여 참된 길에
들게 하시다.


재물에나 이성(異性)에게 빠지는 것은
교화하는 바른 법이 없는 탓이니 비유컨대
강물 속에 사는 고기들 기운 따라 서로서로
잡아 먹듯이


나랏 법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것 지금에도
다음에도 항상 안락해 임금의 착한 덕화
멀리 퍼지면 모두 다 해탈 얻는 원인
되오리.


백성은 임금에게 목숨 의지하고 임금은
법으로써 그 몸을 삼아 이리하여 이 세상이
평화할 때엔 부처님 바른 법도 이에 비롯하네.



정치가 잘못되면 인심이 혼란 형벌이 흐려지면
법도 흐려져 위엄이나 은혜가 분명해지면
그 때에야 나라마다 태평하리라.


여러 생에 많은 부처 모두 섬기고 복과
덕을 많이 쌓아 임금이 되니 자비도 훌륭하고
은혜도 깊어 억조창생 백성들이 즐거워하다.



우리 임금 큰 문중에 태어나시고 엄청나신
빛과 위엄 햇빛 같으사 이내 몸 잊으시고
중생 건지니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잘
사네.


이 몸은 본래부터 부정한 것이 덧없는
병과 죽음 침노하나니 마음을 조복 받는
대장부들아 다른 일 상관 말고 정법(正法)
지키라.


사람을 찌는 듯한 한창 가뭄에 고마운
구름이 비를 주듯이 임금의 자비한 맘
덕화 펴시어 중생들을 모두 다 윤택케
하네.


임금은 백성들의 마음을 따라 사랑하고
구호해야 사람이 소생 명령이 시행되면
나쁜 짓 없고 상과 벌이 분명하면 나라가
태평


어떤 임금 신수 좋고 음성 좋으나 마음이
독하여서 사랑치 않고 어떤 이는 총명하고
슬기롭지만 나쁜 욕심 마음을 가리웠다네.



우리 임금 단정하고 엄숙하여서 분한 일
참으시고 탐욕을 경계 마음이 맑고 밝은
거울 같아서 물건을 비출 제 사사로움
없네.


거울은 밝더라도 모양 비출 뿐 마음까지
비추지는 못하지마는 우리 임금 마음 거울
밝고 밝아서 남의 마음 속속들이 뚫어
보시니


좌우에는 나쁜 간신 하나도 없고 시중들고
모시는 이 모두 충신뿐 아첨하고 참소하고
포악한 사람 언제든지 임금 앞에 얼씬도
못해.


어떤 사람 간사한 마음을 품고 벼슬하는
좋은 신하 해치려 하면 임금은 미리부터
알아차리고 모두 다 좋은 사람 다시 되도록



고운 숲에 사나운 짐승 깃들여 있듯 바닷물이
맑은 강물 짜게 하듯이 나쁜 정책 양민들을
해롭게 하고 흉한 짓은 임금의 덕 더럽히나니



향물 강엔 팔공덕수 넘쳐 흐르고 단 과실은
좋은 나무에 열리느니라.


온 나라가 태평성대 누리는 것은 임금이
성스럽고 신하 어진 탓


임금이 근심 막는 계행 가지고 중생을
건너시며 근원 밝히니 백성들은 부귀하고
장수도 하여 탐욕 성냄 바다에서 벗어나더라.



사랑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넓고 바른 법을
먼 데까지 퍼뜨리시어 어린이나 늙은이나
외로운 이들 어루만져 길러 주어 편안케
하네.


도덕 있고 어진 이들 높이 받들고 어버이와
늙은이를 존경하시니 친척이나 권속이나
아낙네들과 안과 밖이 화목하게 즐거워하네.



좋은 말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부모 선생
화평하게 높여 모시고 제사 범절 조심조심
정성 들이니 천추 만세 자손들에 복이
넘치리.


옛날 임금 무도하여 사치만 부려 교만하여
일가친척 업신여기며 저만 알고 남의 걱정할
줄 모르니 지금까지 나쁜 소문 널리 퍼졌고



우리 임금 온갖 것이 헛된 줄 알고 내
몸을 잊어 버려 남을 위하며 중생들을
바른 길로 교화하시니 성군이란 좋은 소문
사방에 가득


욕심 많고 화 잘 내고 시기하는 일 필경에는
고통 받는 원인 되는 줄 사람들이 어리석어
모르지마는 받는 과보 메아리와 그림자
같네.


우리 임금 사람으로 근본 삼으니 나라
안에 있는 백성 모두 다 한몸 모든 사람
부리기를 손발과 같이 고달픈 일 즐거운
일 분에 알맞네.


우리 임금 옛날 일로 거울을 삼고 좋은
모범 드리워서 거울 되시며 행하시는 모든
일이 인심을 따라 나쁜 짓은 버리시고
선한 일만 해.


다른 사람 사랑함을 내 몸과 같이 내
몸부터 옳게 하고 남을 따르니 아홉 겨레
그 풍속을 모두들 순종 크고 작은 벼슬아치
덕화 따르네.


사면팔방 족속들이 모두들 귀화(歸化)
단엄한 위의로 함이 없으니[無爲] 그
공덕 어디 있나 마음 잘 쓴 것 마음이
고요하니 사방이 무사하네.


충성스런 신하들이 임금을 도와 모든 정사
돌보기를 팔다리같이 우리 임금 총명하심
만국 살피사 세계 각국 모든 나라 덕화를
찬송


부처님의 바른 교법 옳게 받들고 불법으로
중생들을 깨우쳐 주어 제각기 본 마음을
알게 하시니 햇빛 비추어 연꽃 피는 듯



국민들이 임금을 옹호하거든 임금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 큰 수풀이 금수의 왕 감추어
주고 금수의 왕 큰 수풀을 보호하는 듯



딴 나라엔 다섯 가지 공포 있으니 임금이
욕심 많고 대신의 세력 나쁜 관리가 어진
백성 못살게 굴고 대낮에 도둑들이 겁탈하는
일


나라 안에 이 네 가지 걱정 있으면 외국
군대 침노하여 들어오지만 우리 임금 안과
밖을 잘 다스리어 백성들은 다섯 공포
모두 모르네.


이 세상에 네 가지 업이 있으니 첫짼
지혜 둘째는 재물과 보배 셋째는 다섯
가지 쾌락 받는 일 넷째는 해탈함을 얻는
것이라.


여러 임금 흔히는 갖추지 못해 일평생이
다하여도 알 리 없나니 바람으로 허풍선이
불을 불다가 바람이 없어지면 생명 없는
듯


우리 임금 네 가지 법 갖추었으니 지혜와
덕 온 몸을 잘 꾸미었고 희귀한 보배
재물 많이 가져서 가난하고 곤궁한 이
구제하시며


다섯 가지 욕락이 그지없으나 물들지 아니함이
연꽃 같으니 이것으로 중생들을 끌어들이고
필경에는 불법에 들게 하는 것


환술 같은 해탈에 있으면서도 일부러 탐심
내고 성을 내나니 그것으로 나쁜 사람
교화하여서 모두 다 불법으로 가게 합니다.



오래잖아 당신도 보리다마는 우리 임금
가지가지 방편문들이 필경에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니 그러므로 큰 소문이 멀리
퍼지네.


지혜로써 풍속을 삼았으므로 항상 있는
생명이 다함 없나니 당신은 빨리 가서
찾아 뵈옵고 소홀하게 여기는 맘 내지
마시오.


큰 지혜 있는 이를 한 번만 봐도 천년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떤 사람
천년을 살긴 하지만 밥만 먹고 남에게
버림 받나니


삼세의 일 어찌 된 줄 알지 못하며 법
보배 재물들도 많지 못하고 양껏 먹고
욕심만 부리는 이들 모양은 사람이나 짐승만
못해


배운 것 별로 없이 마음만 큰 건 소
발자국 물을 부어 차기 쉽듯이 생쥐 손에
물건을 한 웅큼 쥐고 이만하면 썩 많다고
생각하듯이


지혜 바다 깊고 넓어 한량없거늘 헤아리지
못하고 비방만 하니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되듯이



지혜 있어 배우면 보리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나고 죽는 일 이런 이치 분명하게
알지 못함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탓이라.



그러므로 우리나라 여러 사람들 많이 배워
알면서도 싫증이 없어 우리 임금 도와주는
대신이 많고 나라 안에 성곽들이 모두
굳건해.


재정이 넉넉하고 군대도 많아 이웃 나라
평화롭게 사이 좋으며 이러하게 일곱 가지
구족하여서 지혜와 용맹한 힘 항상 의지해



인간이나 천상이나 다른 세계나 가지가지
훌륭한 공덕으로써 그지없는 중생들을 이익하는
일 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사옵니다.



지혜 있는 사람들은 하나 들어도 그를
따라 여러 가지 모두 아나니 요점 들어
말하자면 법왕이 되어 내 몸처럼 백성들을
편안케 하니


세상 영화 어느 때도 줄지를 않고 출세간
일 헤아릴 수 없이 묘하니 큰 바다가
여러 강물 받아들이매 받을수록 더욱더욱
깊어지는 듯.

바라문은 이렇게 게송으로 임금을 찬탄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중생들의 몸에 털과 털구멍이 각각 3구지(俱)씩 있는 줄을 아시지요. 우리 임금께서는 안으로 행하는 공덕이 3구지가 있고, 밖으로 행하는 공덕도 3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시는데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한 것은 겨우 임금의 한 터럭 공덕을 말하였을 뿐입니다. 이 밖에 있는 공덕은 한량없이 많아서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또 나의 지혜가 얕으니 어떻게 모두 생각하고 모두 말하겠습니까? 그리고 나의 일이 바빠서 오래 말할 겨를이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정전에 계시면서 정사를 하시는 터이오니, 당신은 그리로 가서 한결같은 정성으로 찾아 뵈십시오.”

이 때에 선재동자는 바라문의 말을 잘 듣고 나서 은근하게 경례하고 왕궁을 향하여 떠났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임금이 궁전에서 나라연(那羅延) 금강으로 된 대 연화장 사자좌에 앉았는데, 아승기 마니보배로 좌대가 되었고, 아승기 햇빛 보배로 다리가 되었으며, 아승기 보배 형상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황금 실로 그물을 짜서 위에 덮었으며, 아승기 마니주에서 광명이 찬란하게 비치고, 아승기 하늘 옷으로 좌대 위에 깔았고, 가지가지 하늘 향기가 두루 풍기고 가지가지 보배 꽃을 땅에 흩었으며, 수없는 보배 짐대가 사면에 줄을 지어 둘러 섰고, 수없는 보배 깃발이 두루 드리웠으며 공작의 꼬리빛 광명의 찬란한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위에 둘렀다.

감로화 임금은 젊은 나이에 체격이 건장하고 존엄한 위풍이 늠름하며, 상호를 구족하고 미묘하게 장엄되었는데, 여의 마니 보배 관을 머리에 쓰고 염부단금으로 반달을 만들어 이마에 장엄하고, 제청마니라는 때 없는 보배로 귀고리를 만들어 귀를 장식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마니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걸고, 때 없고 빛나는 하늘 마니 여의 보배로 팔찌를 만들어 팔에 끼었으며,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들었는데,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어서 살을 삼고 광미(光味) 마니로 꼭지를 만들고, 백천 가지 화만으로 훌륭하게 얽었고 깨끗한 보배로 만들어 단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끝없는 법문을 연설하며, 야광에서 솟아 뻗는 광명이 시방에 찬란하게 비치고, 구족하게 둥근 비유리보배로 대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받들고 서서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감로화 임금의 덕망이 어마어마하여 먼 나라에까지 퍼지어 이웃 나라 임금들이 공경하여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때 없는 비단으로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의 대신들이 앞뒤에 모시었으며, 십만의 군대가 좌우에 옹호하였는데, 형상이 우악하여 염라대왕의 사자 같은 장수들이 팔을 내두르며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악물고 눈썹을 곤두세우고 창검을 들고 둘러섰으니 보는 이들이 벌벌 떨게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로서 국법을 범하여 사람을 죽였거나 남의 재물을 훔치었거나 유부녀를 간통하였거나 허망한 말로 이간하였거나, 포악하게 의리를 어기었거나 탐욕과 진심과 나쁜 소견을 일으키는 따위의 가지가지 나쁜 짓을 지은 자들이 오랏줄에 묶이어 임금 앞에 끌려오며 죄를 따라서 형벌을 쓰는데, 혹 불에 태우고 물에 삶기도 하며 끓는 물에 담그며, 끓는 기름을 붓기도 하여 가지가지로 굽고 삶아서 온 몸이 는적거리게 하며, 혹은 높은 산에 끌고 올라가서 밀어뜨리기도 하고 목을 베기도 하고 허리를 찍기도 하며 귀 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자르며, 두 눈을 뽑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혹은 살을 바르고 각을 뜨기도 하는데, 뼈가 쌓여 산이 되고 피가 흘러 못이 되기도 했다.

그 핏속에는 사람의 머리와 손발과 해골이 그득하였고, 또 수많은 돼지와 개와 너구리들과 까마귀 독수리 따위가 그 못 속에 모여와서 피와 살을 먹으면서 흉악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이 듣고 무서워하며, 못 속에 있는 송장들은 가지가지 형색으로 혹은 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였고, 고름과 피와 추깃물이 흘러서 냄새가 고약하고, 살이 곪고 가죽이 부풀어 오르고 썩고 는적거려서 창자와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손톱 발톱과 머리털과 이빨과 썩은 살이 못 가운데 낭자하였다.

죄가 가벼운 죄인들은 곤장을 맞고 형문을 당하고 주리를 틀리며, 코를 잘리고 발꿈치를 끊기는 갖은 형벌을 받으면서, 고통을 참지 못하여 울고 불고 아우성치고 부르짖으며, 혹은 부모를 부르고 권속을 부르고 앙탈하는 소리가 우레 같아서,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고 뼈가 저리게 하는 따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소리와 형상이 마치 중합(衆合)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보살의 도를 닦으며 보살의 행을 구하느라고 선지식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보리의 선근을 닦고 어떻게 하면 모든 나쁜 일을 벗어날 것인가를 묻는 것인데, 지금 이 임금은 착한 일을 버리고 나쁜 짓만 하면서 중생을 못살게 굴고, 심지어 생명을 끊으면서도 오는 세상에 나쁜 과보도 두려운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앞날에 나쁜 과보가 닥쳐올 적에는 자기의 몸도 보전하지 못할 것인데, 이런 이에게 보살의 행이나 보살의 도를 물어서, 어떻게 대자대비한 마음을 갖추어 중생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여러 가지로 망설이고 생각할 적에 허공에서 하늘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남자여, 그대는 보안 장자 선지식의 가르친 말과 저 바라문들의 찬탄하던 이 임금의 여러 가지 공덕과 미묘한 법을 기억하지 못합니까?”

선재가 올려다 보며 말하였다.

“나는 그대로 잘 기억하고 조금도 잊지 아니하였습니다.”

하늘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만일 그 말을 기억하거든 조금도 의심하지 마시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씀을 싫어하지 마시오. 선지식은 항상 바른 법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어늘, 어찌 그대로 하여금 험악한 곳에 들어가게 하겠습니까? 선남자여, 보살의 공교한 방편의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염려하여 보호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다스리고 책벌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깨끗이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깊이 들어가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시기(時期)를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근성을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조복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임금에게 나아가서 간절한 마음으로 보살의 행을 배우는 일과 보살의 도를 닦는 일을 물으십시오.”

선재동자는 이 때에 하늘 사람의 말을 듣고, 감로화 임금에게 가서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마는,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에 감로화 임금은 정사를 마치고 선재의 손을 잡고 내궁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궁전과 모든 살림살이를 자세히 살펴보라.”

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다. 넓은 궁전은 비길 수 없는 여러 가지 마니보배로 이루었는데, 백천 가지 보배로 누각이 되었고, 적진주로 기둥을 삼았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로 섞어 꾸미었고, 부사의한 마니보배에서 광명을 내어 널리 비치며, 가지 가지 마니보배로 곳곳을 장엄하였는데 모살라얼마(牟薩羅孼磨) 미묘한 보배로 요를 깔아 자리를 장엄하고, 수없는 백천의 가지가지 빛나는 보배로 사자좌를 장엄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사자좌 위에 둘렀고, 여의 보배로 만든 가지가지 빛깔의 그물을 두루 드리웠으며, 사자왕광미(師子王光味) 마니로 만든 미묘한 보배 짐대를 세웠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못이 있으니, 물은 맑고 깨끗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마노 보배로 언덕에 층층대를 쌓았고, 여러 빛깔 보배로 난간을 둘렀으며, 곳곳에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장엄하고, 낱낱 보배로 쌓은 담이 주위에 둘리었으며, 시중하는 여인이 십억이나 되는데 용모가 얌전하여 보는 이를 기쁘게 하며, 거동이 아름답고 위의가 볼 만하며, 무릇 행동하는 것이 모두 교묘하여, 화순한 마음으로 임금의 뜻을 받들어 항상 인자한 마음을 나타내었다.

선재동자는 두루 살펴보고는 희유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가 본 것은 모두 훌륭한 과보로 생긴 것이니, 이런 물건과 이런 권속과 이런 영화와 이런 부귀와 이렇게 자재한 것이 나쁜 업으로 생겼겠는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술 같은[如幻] 해탈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우리나라에 있는 중생들은 나쁜 짓 하기를 전다라와 같이 하였나니, 내가 이 착한 교화를 받지 않는 나쁜 중생들에게 여타의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는 그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버리고 착한 길로 돌아오도록 할 수가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들을 굴복시켜 성숙시키고자 대비심을 선두잡이로 하여 포악한 사람으로 변하여서 저 나쁜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또 잔인하고 모진 사람으로 변화하여 저 사람들을 핍박하고 위협하며 여러 가지 혹독한 형벌을 썼노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있는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일을 보고 두려운 마음을 내고 겁약한 뜻을 품으며, 모든 욕락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과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나쁜 짓을 영원히 끊어 버리고 보리심을 내어 물러나지 않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그대가 아까 보던 것같이 지긋지긋한 형벌을 받는 나쁜 짓한 중생이나 형벌을 행하는 우악한 사람은 모두 변화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 중생들로 하여금 지은 바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도를 행하여 끝까지 즐겁고 끝까지 편안하고 끝까지 원만하여서, 영원히 고통스러운 일을 소멸하고 부처님의 일체지의 자리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한 번도 어떤 중생에게나 시끄럽게 하고 해롭게 한 일이 없노라. 선남자여, 나는 생각하기를, 차라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무간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을지언정 잠깐이라도 성내는 마음으로 파리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해치거나 괴롭게 할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러한 나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나의 기억으로는 비록 꿈속에서라도 방탕한 생각을 낸 적이 없거늘, 어찌 깬 정신으로 사람을 죽였겠는가. 왜냐 하면, 사람이란 복밭이 되어서 모든 선한 결과를 내는 까닭이니라. 마치 이 가운데 16대국으로부터, 내지 모든 땅에서 사는 중생들은 다 땅을 의지하여 나서 자라고 편안히 머물러 있는 것같이, 모든 성현의 보리 과보가 다 사람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고 증득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환술 같은 해탈로 변화하는 법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모든 갈래[有趣]가 환술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보살의 행이 변화로 된 것 같음을 알고, 모든 세간이 그림자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법이 꿈과 같은 줄을 알고, 고집하지 않는 진실한 법문에 들어가며, 법계에 따라서 여러 가지 미묘한 행을 닦음이 제석천왕의 보배 그물 같으며, 집착 없는 지혜로 모든 경계를 대하여 걸림이 없으며, 평등하게 삼매문에 들어가며, 자유자재한 선(旋)다라니를 얻어서 부처님 경계에 머물기를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묘광성(妙光城)이 있고, 그 성에 대광(大光) 임금이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감로화 임금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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