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보안 장자를 찾다

25. 보안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계 장자에게서 이 해탈 법문을 듣고는, 부처님의 한량없는 알음알이에 들어가고, 보살의 한량없는 훌륭한 행에 머물고,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믿고 앎을 깨끗이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근기를 날카롭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욕락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수행의 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원력을 늘게 하고, 보살의 그지없는 훌륭한 짐대를 세우고, 보살의 그지없는 지혜를 일으키고, 보살의 그지없는 법 광명을 증득하고, 보살의 그지없는 대회에 들어가서 보살의 법에 의심이 없으며, 보살의 깨끗한 해탈을 나아가 구하며, 보살의 마음에 머물러 깊이 믿고 좋아하고 따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등근국에 이르러 곳곳으로 다니며 그 성이 있는 곳을 물어 찾았는데, 아무리 곤란하여도 수고를 생각지 아니하여, 몸에는 고달픈 기색이 없고 마음에도 싫증을 내지 아니하였다.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섬기기를 원하면서, 모든 기관을 가다듬고 게으른 생각이 없이 마음으로 선지식을 항상 사모하였다.

마침내 보변문성에 당도하니 백천 동리가 주위에 둘러 있고, 그 성이 크고 넓어서 가지가지로 잘 꾸몄으며, 성가퀴가 높고 장하고 거리가 넓으며, 시가에는 공장이 많고 상점이 즐비하고 희귀한 물화가 모여들고 팔려 가며, 오고 가는 사람들과 물건들이 번성하고 복잡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성중에서 이리저리 다니며 장자가 있는 데를 찾으니,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시가의 복판에 향과 약을 파는 곳에 있다고 하였다. 곧 그리로 찾아가서 향으로 만든 상좌에 앉은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장자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예전에 문수사리동자에게서 병이 생기는 근본과 훌륭한 약방문과 여러 가지 향을 만드는 법을 배워 익혔으므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병 나는 인연을 분명하게 알고 모두 치료하는 것이다. 풍병·황달·해소·열병·귀신의 침책이나 방자의 독과 내지 수재·화재로 상한 것과 이와 같이 가지가지로 안에서 생기고, 밖에서 얻는 여러 가지 병이 끝없지마는, 나는 잠깐 동안에 가지가지 방문과 가지가지 약으로 법대로 치료하여 모두 씻은 듯이 쾌차하여 편안케 하는 터이니, 이런 좋은 법문을 그대도 배우라.”

선재가 다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보살이 닦을 묘한 행을 물었사온데, 어찌하여 세속의 약방문을 배우라 하시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처음 발심하고 보리를 배우려면, 병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중생들이 몸에 병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할 것인데, 어떻게 바라밀 행을 닦아 익히겠는가. 그러므로 보살이 보리를 닦으려면, 먼저 몸에 있는 병을 치료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살은 모든 세계의 중생들이 사업을 경영하여 낙을 받는 것이나, 내지 출가하여서 도를 부지런히 닦아 성인의 과를 얻는 것이, 모두 나라 임금의 힘이며 임금의 다스림에는 병이 없는 것이 필요한 줄을 살필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임금은 중생들의 안락하는 근본인 까닭이다. 보살이 교화를 하려면 먼저 임금을 치료하고 다음에 중생을 치료하여 근심 걱정을 없앤 뒤에, 법을 말하여 마음을 조복하여야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병을 다스리려면 먼저 병이 생긴 원인을 잘 살펴야 하는데, 그 종류와 더하고 덜하는 것이 한량이 없고 끝이 없나니 이제 그대에게 한 부분을 말하리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사대가 화합하여 몸이 되었으므로, 사대로 된 몸에서 네 가지 병이 생긴다. 그것은 몸에 대한 병과 마음에 대한 병과 객으로 생기는 병과 본디부터 있는 병이다. 몸에 대한 병은 풍과 황달과 담과 열이 근본이 되고, 마음에 대한 병은 정신이 미치고 마음이 산란한 것이 근본이 되고, 객으로 생기는 병은 칼이나 몽둥이에 상하거나 동작을 너무 과도하게 한 것이 근본이 되고, 본디부터 있는 병은 시장하고 목마르고 춥고 덥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는 따위가 근본이 되는 것이며,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서로서로 인이 되어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병들이 빈천한 사람에게는 적으니 노동을 많이 하는 까닭이요, 부귀한 사람에게는 많으니 너무 놀기만 하는 탓이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은 한량없는 사대의 종자가 모여 몸이 된 것이, 마치 큰 바다가 수없는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 같으니라. 이와 같이 사람의 몸에 털과 털구멍이 각각 3구지(俱)이고 3구지의 벌레가 그것에 의지하여 있느니라. 그러므로 자세하게 살펴보면 가죽이 뚫린 데나 눈동자에나 손바닥 발바닥 기름이 모인 데는 털이 나지 않고 벌레가 없지마는 그 밖에는 온 몸에 없는 데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람의 몸을 살펴보면 다섯 가지 큰 성품으로 되었으니, 굳은 것, 축축한 것, 따뜻한 것, 움직이는 것, 공한 것의 다섯 가지니라. 몸의 3백 60골절과 단단하고 걸리는 부분은 모두 지대(地大)의 성품이요, 젖고 축축한 것은 모두 수대(水大)의 성품이요, 따뜻한 것은 모두 화대(火大)의 성품이요, 흔들리고 동작하는 것은 모두 풍대(風大)의 성품이요, 구멍 뚫리고 틈 있는 데는 모두 공대(空大)의 성품이다. 그 사대는 모두 수없이 많은 극히 작은 티끌들이 허공 속에서 서로 의지하여 있게 되는 것이며, 극히 작은 티끌의 그 성품이 본디 너무 작아서 인식하기 어려우므로 부처님과 보살이 아니고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오대(五大)가 화합하여 이 몸을 이룬 것이 마치 창고나 쌀 뒤주가 필경에 부서져 흩어지는 것과 같으며, 이 몸이라는 그릇은 업으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자재천이 만든 것도 아니고 제 성품으로 된 것도 아니고 시간이나 방위로 된 것도 아니니라. 마치 옹기장이가 흙을 이겨 옹기를 만들고 속에는 더러운 것을 담았으나 겉에 그림을 그려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듯하며, 또 독사 네 마리를 한 상자에 넣은 듯하여, 이와 같이 사대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이 몸이 한 대(大)가 고르지 못하면 백 한 가지 병이 생기나니, 그래서 지혜 있는 이는 이 몸을 볼 적에 독사를 기르는 듯, 굽지 않은 날그릇을 만지듯이 하느니라.

선남자여, 또 몸이나 바깥 세계가 모두 사대로 된 것이어서 처음부터 나중까지 다섯 시기(時期)로 변천하는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바깥 세계의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허공의 시방세계가 모두 중생들의 허망한 업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세계가 처음 생기는 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한량없고 자연으로 화생(化生)하여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었다가, 차차 음식을 먹으므로 탐욕과 성내는 따위가 있게 되었고, 다음에는 내 것이란 관념이 생겨서는 전주(田主)를 세워 통솔하게 되었고, 다음에 목숨이 점점 줄어서 열 살쯤 살게 될 적에는 중생들의 업보로 소삼재(小三災)가 일어나고, 다섯째 시기가 되어서는 세계가 부수어지게 되므로 화재(火災)가 일어나서 범천까지 파괴되며, 수재(水災)와 풍재도 역시 그러하니라.

선남자여, 이것은 바깥 세계가 다섯 시기로 변천하는 것이다. 이 몸이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는 것은, 젖먹이 때에는 아무 분별도 없는 것이 마치 세계가 처음 생길 때 사람들이 내 것이 없는 것과 같고, 소년 시절에 시비를 분별할 줄 아는 것은 마치 둘째 시기에 나와 남을 분별하는 것과 같고, 장정이 되어 탐욕과 성내는 일을 제멋대로 하는 것은 마치 셋째 시기에 전주(田主)를 세우는 것과 같고, 늙으막에 모든 병이 침노하는 것은 넷째 시기에 목숨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고, 죽게 되어 목숨이 마치는 것은 마치 다섯째 시기에 세계가 파괴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몸이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다섯 시기는 어찌하여 일어나나이까?” “선남자여, 시간이란 것은 자체가 없는 것인데 분별함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나니, 허망한 법의 바퀴를 따라 고리돌 듯 끝이 없느니라. 마치 사람이 잠을 깨는 것을 처음[初時]이라 하고, 첫 찰나로부터 달찰나(?刹那)가 되고, 또 납박(臘縛)·모호율다(牟呼栗多)·주야(晝夜)·1년·1겁의 여러 가지 차별이 있으며, 또 1년을 여섯 철로 나누기도 하니, 곧 봄철·더운철·비철·가을철·추운 철·눈철 등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병이 더하고 덜해지는 일과 지방의 여러 시절을 따라 생기는 일을 잘 아느니라. 봄철과 눈철에는 해소와 우울한 병이 생기고, 더운 철과 비철[雨時]에는 풍병이 생기고, 가을철과 추운 철에는 황달과 열병이 많이 생기고 여러 가지 겸한 병은 때를 따라 더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모든 병이 때를 따라 생기는 것을 말하였지마는, 몸에서 나는 병은 먹고 자는 데서도 생기는 것이니, 중생들이 음식을 먹을 적에 양을 알고 만족함을 알며, 또 늙고 젊고 기운이 강하고 약함을 요량하며, 시절이 춥고 더움과 바람과 비와 조갈하고 누습함과 몸이 피곤하고 편안함을 잘 살피어서 적당함을 잃지 아니하면 여러 가지 병이 일어날 원인이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여기에는 언제나 시방세계의 병 있는 중생들이 모여 와서 치료하기를 희망하므로, 나는 지혜로써 그 원인을 살펴보고 병에 따라 약을 주어 평등하게 치료하여 모두 쾌차케 하고, 다시 가지가지 향탕으로 목욕하고 훌륭한 의복과 영락으로 장엄하며, 좋은 음식과 여러 가지 보배와 훌륭한 도구를 골고루 주어 만족케 한 뒤에, 알맞게 법을 말하여 그들의 번뇌병을 영원히 끊게 하노라. 곧 탐욕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관을 가르치고, 성냄이 많은 이에게는 자비관을 가르치며, 가지가지 법을 분별케 하고, 세 가지가 평등한 이에게는 부정관·자비관과 간략하고 적당하고 자세한 법문을 일러 보이며, 이리하여 적당한 대로 번뇌를 끊게 하노라.

그들에게 보리심을 내게 하기 위하여는 여러 부처님의 공덕을 칭찬하고, 대비심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량없이 나고 죽는 고통을 보여 주고, 공덕을 늘게 하기 위해서는 한량없는 복덕 닦음을 찬탄하고, 큰 서원을 세우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중생 조복함을 칭찬하고, 보현행을 닦게 하기 위해서는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여러 겁 동안에 수행하는 일을 연설하고, 부처님처럼 잘 생긴 몸매를 구족하고 색신(色身)을 장엄하기 위해서는 보시[檀]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계행(戒行) 갖는[尸] 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몸을 얻게 하기 위하여는 욕됨을 참는[忍] 바라밀을 찬탄하고,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아가는[勤] 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청정하여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선정[禪]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끝끝내 평등한 법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널리 나타내는 차별한 색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방편바라밀을 찬탄하고, 모든 중생들로 온갖 겁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싫증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서원[願]바라밀을 찬탄하고, 모든 세계에 몸을 나타내어 국토를 장엄하기 위해서는 힘[力] 바라밀을 찬탄하고, 깨끗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지혜[智] 바라밀을 찬탄하며, 필경까지 훌륭하고 깨끗하고 물들지 않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불선법을 여의고 부처님들의 선한 법에 회향하는 일을 찬탄하며, 이렇게 여러 가지 재물과 법으로 중생들에게 널리 보시하여 소원을 만족케 하며, 각각 교화를 받고 즐거워서 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모든 향을 만드는 방법을 잘 아노니, 같을 이 없는 향왕향(香王香), 빈두살리다(頻頭薩?多) 향왕향[이 향 모양은 물방울 같다], 나을 이 없는 향왕향, 가지가지로 깨우치는 향왕향, 아루나말저(阿縷拏低) 향왕향[이 향의 빛깔은 아침 해 빛깔이고 나무 진이 흘러서 향이 된다], 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는 향왕향, 때를 따라 굳고 보드라운 전단 향왕향, 용의 훌륭하고 견고한 전단 향왕향[범음은 오락가바라 향이다], 굳고 검은 침수 향왕향, 모든 근(根)이 동하지 않는 향왕향 따위 향들의 나는 데와 그 공능(功能)과 세력과 값이 비싸고 헐함과 쓰는 법을 잘 아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향으로 공양하면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소원이 만족하게 되니,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원,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하는 원,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원들이다. 선남자여, 내가 공양하려고 이 향을 사르면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나와서 시방의 법계에 널리 퍼지고, 모든 여래의 도량에서는 가지가지 향 궁전·향 담·향 누각·향 난간·향 성문·향 문·향 창문·향 반달 모양·향 그물·향 형상·향 둥근 광명·향 장엄거리·향 광명·향 구름 비·향 짐대·향 휘장·향 깃발·향 일산들로 변화하여 시방의 법계를 장엄하고 곳곳에 가득하여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들을 뵈옵고 섬기고 공양하고 기뻐하는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큰 약왕(藥王)과 같아서 보는 이, 듣는 이, 생각하는 이, 함께 있는 이, 함께 다니는 이, 이름을 부른 이, 따라 기뻐한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고 그냥 지내는 이가 없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만 만나서도 온갖 번뇌가 소멸되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 고통 더미를 여의고, 모든 나고 죽는 두려움이 영원이 쉬고, 공포가 없는 일체지에 이르며, 모든 늙고 죽음의 산을 헐어 버리고 평등한 열반성에 머물게 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그 성에 임금이 있으니 이름이 감로화(甘露火)다. 그대는 그 곳에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보안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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