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묘주 비구를 찾다

12. 묘주 비구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생각하며, 전심으로 보안(普眼) 법문을 생각하며, 여래의 신통 변화와 위력을 오로지 생각하며, 미묘한 법문과 몸을 기억하며, 그지없는 교법 바다에 들어가며, 선지식의 위의와 법식을 관찰하며, 깊고 깊은 법 바다의 소용돌이에 헤엄치며, 허공 법계에 두루 들어가며, 법 눈을 가리운 것을 깨끗이 다스리며, 선지식의 모아 놓은 법보를 주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차차 남쪽으로 가서 능가(楞伽)로 가는 길 옆에 있는 해안 동리에 이르렀다. 거기서 시방을 살피면서 묘주(妙住) 비구를 두루 찾다가 그 비구가 허공 중에서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헤아릴 수 없는 정거천(淨居天) 사람들은 궁전과 함께 허공 중에서 공경히 합장하고 큰 서원으로 공양하며, 헤아릴 수 없는 범천왕들은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인간법으로 찬탄하여 공양하며, 무수 천만 욕계의 하늘과 천왕들은 공경히 둘러서서 허공에서 하늘 구름을 펴며 하늘꽃을 내리며 하늘 풍류를 잡히고 묘한 음성을 내며, 수없는 비단 깃발과 보배 짐대와 일산과 가지가지 장엄으로 허공에 가득하여 공양하며, 또 수없는 용왕들은 허공에서 생각할 수 없는 침향(沈香) 구름을 일으켜 허공에 두루한 뇌성과 번개로 공양하며,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야차왕들은 권속들과 함께 둘러 모시고 공경히 수호하여 공양하며,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나찰왕들은 권속과 함께 엄청나게 키가 커서 무서워할 만한 것들이 자비한 마음으로 가까이 모시고 우러러 공양하며, 한량없는 아수라왕들은 헤아릴 수 없는 마니 구름을 일으키고 큰 광명으로 허공에 가득하게 가지가지 보배를 내려 찬란한 장엄으로 공양하며, 무수한 가루라왕들은 동자의 모양으로 아름다운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어 살해할 마음이 없이 공경 합장하여 공양하며, 무수한 긴나라왕들은 모든 악기를 둥둥거리어 가지가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또 가지가지 법에 맞는 말로써 노래하고 찬탄하여 공양하며, 무수한 마후라가왕은 헤아릴 수 없는 가볍고 신기한 하늘 옷을 들고 가까이 모시고 두루두루 줄을 지어 공양하며, 한량없는 바다 맡은 신[主海神]은 여러 가지 풍류로 화창하고 아담한 소리를 내어서 공양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비구가 허공에서 자재하게 거니는데 이러한 공양이 허공에 가득함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오체를 땅에 대어 일심으로 예배하고 한참 있다가 일어나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법을 구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모으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만족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익히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깨끗이 다스리며, 어떻게 부처님이 행하시는 법을 따라가며, 어떻게 부처님의 셈하는 법을 통달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두루 펴진 법을 늘게 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구경법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공덕을 모두 거두며, 어떻게 부처님의 따르는 법[隨順法]에 들어가게 되오리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모든 보살의 선근과 같이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지혜로써 부처님들의 법을 증득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큰 서원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온갖 보살의 사업을 닦아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수없는 세월에 수행하면서 싫증이 없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세계 바다에 있으면서 두루 장엄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힘을 의지하여 부처님들의 신통 변화를 모두 알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여섯 갈래[六趣]에 마음대로 태어나 머물지 않는 도에 머물면서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바른 법의 구름 비를 받아 지니어 모두 기억하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부처님 광명을 내어 삼세 부처님들의 행하시는 곳을 두루 비추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이를 위해 연설하소서.”

이 때에 묘주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또 일체지의 법과 스스로 깨닫는 법을 구하려 하는구나. 선남자여, 그대가 마음을 내고 깊이 믿어 좋아하며 정성스럽게 버리지 아니함[不捨]을 나에게 물었으니, 자세히 들으라.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나는 널리 두루하여 빠르고 용맹하고 공하지 않게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성숙시키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고, 항상 이 문에서 다니고 앉고 익히고 생각하며, 혹 들어가고 혹 나오면서 따라서 관찰하고 즉시에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니, 이름은 모든 법을 널리 비치어 끝까지 막힘이 없음[普照諸法究竟無?]이다.

이러한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므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죽고 나는 것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지나간 세상에서 하던 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오는 세월의 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이 세상 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말소리가 세속을 따라 차별함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의혹 그물을 알고 분명하게 결정하여 막히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과 법을 받는 차별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교화 받을 때를 따라 모두 가서 조복하여 막힘이 없으며, 모든 시간의 찰나와 납박(臘縛)과 모호률다(牟呼栗多)와 밤과 낮과 해와 겁의 오래고 짧은 시간이 서로서로 넘나듦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삼세의 모든 법이 흘러 변하며, 서로 계속되는 차례를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 세계가 한량없이 차별한 데를 알고 이 몸으로 시방세계에 두루 다니되 막힘이 없으니, 왜냐 하면 머무름이 없고 지음이 없고 행함이 없는 신통의 힘을 얻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신통의 힘을 얻은 까닭으로 허공에서 다니고 서고 앉고 누우며, 이렇게 여러 가지 행동을 하면서 숨었다 나타났다 하기를 마음대로 하노라. 혹은 한 몸으로 여러 몸이 되기도 하고, 혹 여러 몸이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이 몸으로 가고 오고 들고 나고 돌과 벽을 뚫되 막힘이 없으며, 혹은 공중에서 결가부좌하고 앉아서 마음대로 가고 오기를 새처럼 하기도 하고, 땅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 하고, 물을 밟고 다니기를 땅과 같이 하며, 몸의 위와 아래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서 광명이 치성하기를 불더미같이 하며, 어떤 때는 땅덩이를 모두 진동시키며, 어떤 때는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며, 혹은 위덕을 나타냄이 자재천(自在天)보다 지나가며, 혹은 큰 몸을 나타냄이 범천보다 지나가며, 혹은 신통의 힘으로 이리저리 자재하게 변하며, 혹은 향 구름을 나타내어 일산처럼 시방세계를 덮으며, 혹은 불꽃 구름을 나타내어 광명이 찬란하게 모든 것을 비추며, 혹은 변화하는 구름을 나타내어 그 몸이 중생들의 종류와 같으며, 혹은 광명 그물을 나타내어 모든 빛깔을 갖추어 걸림없이 비추며, 혹은 그 몸이 잠깐 동안에 동방으로 한 세계·열 세계·백 세계·천 세계·백천 세계·억 세계·백억 세계·천억 세계·백천억 세계·백천억 나유타 세계를 지나가며, 내지 수없는 세계, 한량없는 세계, 가없는 세계, 같을 이 없는 세계, 생각할 수 없는 세계, 측량할 수 없는 세계, 일컬을 수 없는 세계, 말할 수 없는 세계,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가며, 내지 염부제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고,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부순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며, 이와 같이 모든 세계 바다에 있는 모든 세계가 생겨 나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방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돌아가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두루 널린 가운데, 모든 세계의 변화하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이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법문 가운데, 모든 세계의 시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미세한 가운데, 모든 세계의 보리도량 가운데, 모든 세계의 장엄거리 가운데, 모든 세계의 대중 가운데, 이러한 여러 가지 세계들 가운데 있는 모든 나라에 모두 여래께서 계시어 정각을 이루었다.

저 여래들이 낱낱이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각각 차별한 몸을 나타내었으며, 저 부처님들 계신 데마다 내가 몸을 나타내었고, 낱낱 몸마다 모든 부처 세계해의 티끌 수 공양 구름을 내리었으니, 이른바 온갖 꽃 구름·향 구름·화만 구름·일산 구름·짐대 구름·깃발 구름·휘장 구름·그물 구름·가루향 구름·바르는 향 구름·의복 구름 따위였다.

온갖 몸마다 각각 이러한 공양거리 구름을 가지고 공양하며, 낱낱 여래들이 법 수레를 운전하는 가지가지 말씀 중에 자세히 하는 말씀·간략히 하는 말씀·칭찬하는 말씀·꾸짖는 말씀·분명히 하는 말씀·비밀히 하는 말씀·남기고 하는 말씀·안 남기고 하는 말씀·결정치 않은 말씀·결정한 말씀 들을 내가 모두 깨달아 알고 기억하여 가지며, 낱낱 나라와 모든 부처 세계에 있는 장엄을 내가 모두 기억하여 잊어 버리지 아니하노니, 동방에서 이러함과 같이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위 아래도 역시 그러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러한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내 이름을 듣거나 내 몸을 보거나, 거닐거나 머물러 있는 데를 보고, 혹 일심으로 예배하고 공양하거나, 혹 산란한 마음으로 의심하고 믿지 않거나 한 중생들이 모두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저 모든 세계의 일체 중생들을 내가 분명하게 보고, 그들의 크고 작고 잘나고 못나고 괴롭고 즐거움을 따라서 그들과 같은 형상을 나타내어 제도할 수 있는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성숙하게 하며, 저 중생들로 나를 가까이 하는 이는 모두 이러한 법문에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널리 두루하여 빠르고 용맹하고 공하지 않게 부처님께 공양하여 중생을 성숙시키는 걸림없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크게 자비한 계율과 바라밀의 계율·대승에 머무는 계율·보살의 도를 여의지 않는 계율·온갖 법에 고집하지 않는 계율·보리심을 버리지 않는 계율·이승(二乘) 자리에 떨어지지 않는 계율·항상 부처님 법으로 반연할 바를 삼는 계율·항상 일체지를 기억하는 계율·좋아하는 생각 내는 것이 허공과 같은 계율·온갖 세간에 의지할 바 없는 계율·모자라고 새지 않는 계율·흐리게 하지 않는 계율·잃어 버리지 않는 계율·더럽게 물들지 않는 계율·뉘우치지 않는 계율·싫증나지 않는 계율·청정한 계율·티끌을 여읜 계율과 때가 없는 계율 들로서 보살의 계행과 공덕이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달라비타국(達邏比國)이 있고, 그 나라에 금강층(金剛層)이란 성이 있고, 그 성 안에 미가(彌伽) 대사(大士)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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