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가 대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서 바른 생각으로 저 법의 광명문을 살펴보고, 깨끗한 마음으로 깊이 믿고 나아가며, 법의 위력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행하시던 것을 따르며, 전일한 마음으로 삼보를 이을 것을 생각하며, 욕심을 떠난 성품을 찬탄하고 선지식을 생각하며, 두루 관찰하여 삼세를 밝게 비추며, 본래의 서원을 생각하고 따라서 행을 닦으며, 걸림없는 마음으로 중생계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마음을 써서 세상을 구호하며, 모든 하염 있는 것[有爲]에 마음을 의지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관찰하고 생각마다 일체지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불세계를 두루 깨끗하게 장엄하며, 여래들의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마음이 머물지 아니하며, 이렇게 관찰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향하여 갔다.
달라비타국에 이르러 금강층성에 들어가서 미가 대사를 두루두루 찾다가, 저잣거리에서 만났다. 대사는 높은 대 위의 사자좌에 앉아 1만 사람에게 호위되어 윤자장엄법문(輪字莊嚴法門)을 연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하며 합장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아직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어떻게 여러 갈래에 헤매면서도 보리심을 잊지 아니하며, 어떻게 견고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어떻게 깨뜨릴 사람이 없는 깨끗하고 겸손한 마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면 불쌍한 마음의 힘을 얻어 나고 죽는 데 있으면서도 수고를 생각지 아니하며, 어떻게 하면 다라니 힘을 얻어 마음대로 넓게 깨끗한 문을 거두어 가지며, 어떻게 하면 넓고 큰 지혜 빛을 얻어 여러 가지 장애를 여의며, 어떻게 하면 묘한 변재를 얻어 깊은 법장(法藏)을 잘 가리어 내며, 어떻게 하면 바르게 생각하는 힘을 얻어 부처님들의 온갖 법 수레를 기억하며,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나아가는 힘을 얻어 온갖 법을 연설하여 모든 갈래를 깨끗이 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두루 퍼지는 지혜를 이루어 온갖 법을 가지가지로 분별하며, 진실한 뜻을 결정코 아올는지를 알지 못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시옵소서.”
미가 대사는 선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는가?” “그러하옵니다. 대사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미가 대사는 곧 사자좌에서 내려와, 보리심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으로 선재의 앞에 오체(五體)를 엎드려 일심으로 예경하고는, 다시 일어나서 금과 은으로 만든 꽃과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진주와 훌륭한 전단 가루를 뿌렸다. 또 여러 가지 비단으로 만든 한량없는 옷으로 그 위에 덮었고, 또 훌륭하고 광택이 찬란하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무수한 향과 꽃과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흩어 공양한 뒤에 합장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 이는 곧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하여 부처님의 내림[佛種]이 끊이지 아니할 것이며, 모든 세간 범부의 종성(種性)을 영원히 여읠 것이며, 모든 부처님들의 세계를 깨끗이 할 것이며, 일체 중생들을 조복하여 성숙케 할 것이며, 모든 법의 성품을 깨달아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올 것이며, 모든 업의 종자를 비추어 알고 고집함이 없을 것이며, 모든 보살의 묘한 행을 부지런히 닦을 것이며, 이미 모든 큰 서원을 내어 끊임이 없을 것이며, 일체종지(一切種智)의 욕심을 여읜 행을 따를 것이며, 모든 보살의 견고한 성품을 얻을 것이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위력으로 가지(加持)함을 얻었을 것이며, 온갖 삼세에 있는 차별을 분명히 볼 것이며, 시방 모든 여래의 보호하고 염려함이 될 것이며, 법계의 여러 보살들과 좋아하는 뜻이 평등할 것이며, 모든 성현들의 함께 칭찬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범천왕이 일심으로 예경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천왕이 공경하고 공양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야차왕이 항상 수호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나찰왕이 따라다니며 호위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용왕들이 맞아들이고 받들어 섬김을 받을 것이며, 모든 긴나라왕의 노래하여 찬탄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세간 임금[世間主]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뻐함을 받을 것이며, 그리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편안케 할 것이다.
이른바 모든 나쁜 갈래에 헤매는 일을 끊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괴로운 곳을 버리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가난하고 곤궁한 근본을 쉬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인간과 천상의 쾌락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선지식을 가까이 하고 공양할 수 있게 하는 까닭이며, 부처님들의 크고 넓은 법을 얻어 듣고 받아 지니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 모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공덕인 선한 법의 백리와 싹을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샘이 없는 지혜 종자[無漏智種]를 익혀 내는 까닭이며, 지혜 빛으로 모든 차별한 지혜 길을 비추게 하는 까닭이며, 끝까지 보살의 진실한 지혜의 자리에 머물게 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보살이 세상에 나기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우며, 모든 하는 일을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중생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얻어 보기는 더욱 곱이나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보살이 세상에 나면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이 되나니, 부모와 같이 기르고 위로하여 성취케 하는 까닭이며, 영락과 같이 모든 인간·천상을 장엄하는 까닭이며, 뱃사공과 같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중생들을 건네주는 까닭이며, 집과 같이 모든 세간을 덮어 주는 까닭이며, 장사치의 물주와 같이 중생들을 인도하여 보물 있는 데로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찬란한 해와 같이 지혜의 광명이 널리 비치는 까닭이며, 임금과 같이 깨달음의 법성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는 까닭이며, 치성한 불과 같이 중생들의 (나라는 나무를 태우는 까닭이며, 큰 구름과 같이 끝이 없는 감로 비를 퍼붓는 까닭이며, 가물 때의 비와 같이 믿는 마음 등 선근의 움을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나룻배와 같이 중생들을 실어서 저 언덕에 가게 하는 까닭이며, 다리와 같이 중생들을 건네어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나루와 같이 모든 벗어나는 길[出要道]을 보이는 까닭이며, 바람둘레[風輪]와 같이 중생들을 유지하여 삼악취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까닭이며, 땅덩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선근을 모두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큰 바다와 같아서 모든 그지없는 복과 지혜의 공덕 광을 구족한 까닭이며, 보름달과 같이 지혜 광명으로 번뇌의 어둠을 깨뜨리고 서늘하게 하는 까닭이며, 용맹한 대장과 같이 모든 마군을 쳐부수어 물러가게 하는 까닭이며, 수미산과 같이 훌륭한 지혜의 선근이 깊고 넓은 나고 죽는 바다에 솟아난 까닭이다.”
미가 대사는 선재를 칭찬하며 보리심을 낸 큰 공덕을 나타내 보이어,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고 같은 목소리로 말하게 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지금 우리 대중들은 훌륭한 사람[勝人]을 보았고 보살의 공덕과 행과 서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몰랐다.
이 때에 미가는 도로 본래의 자리에 올라가서 입으로 가지가지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 때에 이 세계에 있는 대범왕·천룡·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 들의 모든 왕과 권속들이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고 모여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미가 대사는 대중들이 모두 공경하는 생각을 내어 아첨과 교만을 버리고 마음이 고요하여지고 뜻이 유순함을 관찰하고, 그들의 욕망을 따라 윤자의 구절[輪字句品]로 장엄한 법문을 널리 분별하고 해석하여 일러 주었다. 그래서 저 중생들은 이 법문을 듣고 믿고 깨달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다. 이렇게 할 일을 하여 마치고,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묘음(妙音) 다라니 광명 법문을 성취하였으므로 잠깐 동안에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욕계천·색계천들의 말이 차별한 것과 비밀을 모두 분별하여 알고, 또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말이 차별한 것과 비밀을 알고, 또 저 여러 중생들의 생각과 여러가지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모두 아노니, 이른바 색계천의 범천왕과 모든 범천 대중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욕계의 모든 천왕과 천동(天童)·천녀(天女)들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용과 사람과 사람 아닌 듯한 따위의 남녀 권속들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성문과 벽지불들의 사향(四向)·사과(四果)와 각각 닦아 익히는 모든 보살의 행과 서원과 지위와 각각 닦아 익히는 미세한 뜻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그들의 말과 분별하고 해설하고 분석하는 글과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또 삼세 부처님들이 중생을 위하여 온갖 법문을 연설하는 가지가지 말과 뜻과 비밀을 모두 분명히 알며, 잠깐 동안에 이 세계에 있는 중생들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가 각각 차별하고 미세하고 비밀한 것을 알며, 또한 동방에 있는 하나·열·백·천·만·억 나유타, 수없고, 한량없고, 가이없고, 같을 이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요량할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 중에 있는 중생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와 미세한 비밀을 알며, 또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로도 각각 하나·열로부터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데까지의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의 제각기 차별함과 미세한 비밀을 모두 분명히 알아 통달치 못하는 것이 없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묘음 다라니 광명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생각의 움직임과 권속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로 건립된 시설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들의 가지가지로 부르는 이름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풍속과 사투리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깊고 비밀한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은 끝간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한 가지 반연에 대하여 온갖 삼세에서 반연하는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모든 늘어가는[增上]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여러 가지 가장 높은 법문[上上法句]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넓고 크고 차별한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여러 가지 차별로 교묘하게 조복하는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세계에서 가지가지 주문과 말이 차별하고 비밀한 것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온갖 세계의 가지가지 중생들이 지껄이는 음성과 말의 짬까지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법 수레를 원만하게 장엄한 짬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온갖 세간의 가지가지 글자 바퀴[字輪]가 모두 법을 두루 내고 나타내어 보이는 짬에 모두 따라 들어가느니라. 이러한 보살의 행과 지혜의 공덕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는데 이름이 주림(住林)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주해탈(住解脫)이니라.
그대가 그 장자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 모으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덕을 내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성취하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법을 생각하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깊은 마음으로 가르쳐 줌을 받고 모든 지혜 법에 존중한 생각을 내며, 모든 선근에 믿고 좋아하는 생각을 더하며, 모든 부처님 법에 정진을 갑절 일으키며, 모든 선지식의 가르침에 더한층 따르면서 미가 대사의 발에 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한량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