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해운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듣고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지혜의 광명문을 따라 생각하며, 깊고 깊은 해탈문을 따라 통달하며, 자재한 삼매문을 따라 기억하며, 깨끗하게 가르치는 문[敎誨門]을 따라 받들며, 부처님들의 위덕문을 따라 관찰하며, 부처님들의 계신 문을 따라 기뻐하며, 부처님들의 규범문을 따라 이해하며, 부처님들의 나타나시는 문을 따라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법계문에 따라 들어가며, 부처님들의 경계문에 따라 머물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서 해문국(海門國)에 이르러서는 해운 비구 있는 데 나아가 두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옵고, 깊고 높은 지혜 바다에 들어가려 하옵니다. 그러나 아직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도를 갖추어 지혜의 씨[菩提種]를 자라게 하오며, 어떻게 하면 범부의 집을 버리고 여래의 집에 태어나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가 부처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어리석은 범부의 지위를 떠나 부처님의 가장 좋은 자리[最勝地]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흐름을 끊고 부처님의 깨끗한 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바퀴를 깨뜨리고 큰 서원 바퀴를 이룩하며, 어떻게 하면 마군의 경계를 없애고 부처님의 경계를 나타내며, 어떻게 하면 애욕 바다를 말리고 불쌍히 여기는 바다[大悲海]를 늘게 하며, 어떻게 하면 삼도(三途) 팔난(八難)의 문을 막고 인간 천상의 열반문을 열며, 어떻게 하면 삼계의 속박된 성(城)을 나와 일체지의 해탈성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모든 귀중한 세간[資具]을 버리고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며 거두어 주는지 알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소서.”
해운 비구는 선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는가?” “그러합니다.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들을 수도 없는 일이거든, 하물며 스스로 깊은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랴.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일찍이 견고한 선근을 깊이 심지 아니하였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평등하여 걸림이 없는 경계를 얻으려 하나니 두루한 문[普門]의 선근 광명이 비치는 까닭이며, 진실하고 공교한 방편의 광을 얻으려 하나니 바른 도의 삼매 광명이 비치는 까닭이며, 쌓아 놓은 공덕 광을 얻으려 하나니 넓고 큰 복으로 몸을 장엄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선한 법[白法]이 자람을 얻으려 하나니 잠깐잠깐 동안에 생겨나서 쉬지 않는 까닭이며, 참된 선지식을 공양하여 섬기려 하나니 중요한 법[法要]을 묻되 고달픔이 없는 까닭이며, 간탐과 인색을 버리고 갈무려 두지 않으려 하나니 몸과 목숨과 재물에 애착이 없는 까닭이며, 교만한 마음을 여의고 높다 낮다 하는 생각을 없애려 하나니 편안히 머물러 동하지 않음이 땅과 같은 까닭이며, 항상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어 따르려 하나니 평등하게 이익케 하고 거스르지 않는 까닭이며, 나쁜 갈래에서 나고 죽고자 하나니 고통 받는 중생들을 건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까닭이며, 항상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려 하나니 부지런히 닦아서 끝간 데까지 이르고자 하는 까닭이며, 일체 중생을 항상 이익케 하려 하나니 모든 중생을 편안케 하려는 까닭이다. 이렇게 하여야 능히 보리심을 내는 것이니라.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이른바, 고통 받는 중생들을 건져내려 하므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大悲心]을 내고,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복주려 하므로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내고, 중생들의 고통 덩이[苦蘊]를 없애려 하므로 안락케 하려는 마음[安樂心]을 내고, 중생의 착하지 못한 마음을 쉬게 하려 하므로 이익케 하려는 마음[饒益心]을 내고, 두려워하는 중생들을 구호하려 하므로 민망한 마음[哀愍心]을 내고, 집착으로 법에 장애됨을 버리게 하려 하므로 집착 없는 마음[無著心]을 내고, 법계의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하려 하므로 넓고 큰 마음[廣大心]을 내고, 허공계에 안 가는 데가 없으므로 가이없는 마음[無邊心]을 내고, 부처님들의 묘한 몸매를 보려 하므로 때 없는 마음[無垢心]을 내고, 삼세 법을 아는 지혜가 그지없음을 관찰하므로 청정한 마음[淸淨心]을 내고, 일체지지의 깊은 바다에 들어가려 하므로 큰 지혜 마음[大智心]을 내나니, 이러한 가지가지 마음을 내는 것이므로 이것을 보살이 보리심을 내었다고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해문국에 와서 있는 지가 12년인데, 항상 열 가지 일[十事]로써 바다를 살펴보아 경계를 삼나니, 이른바, 바다가 넓어서 측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가 깊어서 바닥을 알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의 짠맛이 한결같음을 생각하며, 바다에서 여러 가지 보배가 나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의 물빛이 간 데마다 달라서 요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에 가지가지 중생이 의지하여 사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한량없는 큰 중생들을 받아 두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큰 구름에서 쏟아지는 비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는 언제든지 물이 가득하여 늘고 줄지 않는 것을 생각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생각하기를, ‘이 세상에 넓고 깊기가 바다보다 더한 것이 있는가. 내지 오는 것을 모두 받아 두면서도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이 바다보다 지나가는 것이 있는가’ 하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바다 가운데서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큰 연꽃이 솟아 나왔는데, 가장 좋은 제청 파지가(頗迦) 금강 마니왕 보배로 줄기가 되고, 비유리 마니왕 보배로 꽃판이 되고, 때 없이 깨끗한 염부단금으로 잎이 되어 때때로 향기가 진동하였으며, 백전단향과 침수향 따위 보배로 연밥이 되고, 누른 빛이 밝게 비치는 마노 보배로 꽃술이 되고, 백만 가지 마니보배로 장엄한 그물이 그 위에 덮였고, 여러 가지로 장식하여 꾸민 것이 그 둘레가 가이없되 광명이 퍼져 사방으로 빛나는 것이 큰 바다에 덮였는데, 백만의 욕계(欲界) 천왕들이 여러 가지 하늘 보배·하늘 꽃·하늘 화만·하늘 향·하늘 사르는 향하늘 바르는 향·가루향·하늘 의복·하늘 짐대·일산·깃발들을 뿌려 구름 같이 내려왔다.
또 백만 용왕은 큰 향 구름을 일으켜 향물 비를 내리고, 백만 야차왕은 가지가지 희귀한 보배광을 바치고, 백만 나찰왕은 제각기 자비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관찰하며, 백만 건달바왕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노래하며 찬탄하고, 백만 아수라왕은 연꽃 줄기를 잡고 허리를 굽히고 섰으며, 백만 가루라왕은 모든 영락을 물었는데 보배 띠가 사면으로 드리웠다. 백만 긴나라왕은 이익하려는 마음을 내어 기뻐 좋아하고, 백만 마후라가왕은 깨끗한 마음을 일으켜 공경하며 예배하고, 백만의 인간 왕들은 존중한 마음으로 합장하여 앙모하고, 백만 전륜성왕은 칠보 장엄으로 공양하고, 백만 범천왕은 머리 조아려 예경하고, 백만 정거천(淨居天)은 공경하여 합장하고, 백만의 바다 맡은 신[主海神]은 한꺼번에 나타나 공경 예배하고, 백만의 불 맡은 신[主火神]은 각각 묘한 보배를 가지고 장엄하였으니, 백만 미광(味光) 마니보배는 광명이 널리 비치고, 백만 정복(淨福) 마니보배는 널리 펴 장엄하고, 백만 변조(?照) 마니보배는 청정한 고방이 되고, 백만 이구장(離垢藏) 마니보배는 빛이 찬란하고, 백만 길상장(吉祥藏) 마니보배는 아름다운 광명을 놓고, 백만 묘장(妙藏) 마니보배는 빛이 끝없이 비치고, 백만 염부단(閻浮檀) 마니보배는 두루 항렬을 지었고, 백만 불가괴(不可壞) 금강 마니보배는 깨끗이 장엄하고, 백만 일장(日藏) 마니보배는 넓고 크고 맑은 광명이 널리 비치고, 백만 가애락(可愛樂) 마니보배는 여러 가지 빛을 나타내어 갖추 장엄하고, 백만 심왕(心王) 마니보배는 섞인 광명을 놓아 그지없는 보배를 내리었다.
이 큰 연꽃에 있는 장엄은 모두 여래께서 지나간 세상에서 세간에 뛰어나는 엄청난 선근을 쌓음으로부터 생긴 것이니, 보살들로 하여금 각기 이 꽃에 대하여 믿음과 서원이 이루어져서 시방의 모든 세계에 나타나지 않는 데가 없게 함이며, 환(幻)과 같이 관찰하여 향왕업(香王業)에서 생기었으니 남이 없는 법[無生法]으로 장엄한 까닭이며, 꿈과 같이 관찰하여 모양을 여읜 법에서 생기었으니 짓는 일이 없는 법[無作法]으로 인정(印定)한 까닭이며, 물들지 않고 다툼이 없는 법에서 생기었으니 경계를 따라 관찰하여 집착이 없는 까닭이다. 항상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여래의 크고 넓은 경계를 연설하되, 그 소리가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세계에 가득하니 설사 수없는 백천억겁 동안에 미묘한 변재로 이 꽃의 공덕을 칭찬하여도 끝낼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그 때에 이 연꽃 위에 여래께서 결가부좌하신 것을 뵈오니, 상호가 구족하고 형상이 크고 높아서 위로 유정천(有頂天)까지 이르렀는데, 여래의 앉으신 보배 연화좌를 헤아릴 수 없으며, 도량에 모인 대중도 헤아릴 수 없으며, 원만하신 지혜도 헤아릴 수 없으며, 두렷한 빛이 밝게 비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위의가 나타남도 헤아릴 수 없으며, 광명이 치성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어른다운 몸매와 잘 생긴 모양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변화가 자재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신통으로 조복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깨끗한 빛깔도 헤아릴 수 없으며, 정수리를 볼 수 없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혀가 넓고 긴 것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변재가 교묘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원만한 음성으로 두루 연설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한량없는 지혜도 헤아릴 수 없으며, 깨끗하여 두려움 없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걸림없는 알음알이도 헤아릴 수 없으며, 그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에 수행하던 일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보리(菩提)에 자재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법문 소리가 우레 같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두루한 문[普門]으로 나타내심도 헤아릴 수 없으며, 가지가지로 장엄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좌우로 보는 것이 각각 차별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널리 이익케 하여 모두 성숙시킴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그 여래께서 연꽃 위에서 팔을 펴서 내 정수리를 만지시면서 보안(普眼) 법문을 연설하시니, 모든 보살의 여러 가지 행을 드러내며, 모든 여래의 경계를 열어 보이며,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드날리며, 광명이 여러 부처님의 세계에 비치며, 모든 부처님의 상호를 원만하며, 모든 외도들의 잘못된 언론을 꺾어 부수며, 모든 악마의 군중을 헤쳐 없애어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며, 모든 중생의 번뇌를 항복 받으며, 모든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을 비추어 보며, 모든 중생의 근성을 분명히 알며, 큰 위력으로 법 수레를 널리 운전하며,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깨닫게 하였다.
내가 저 부처님에게서 이 보안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며 읽고 외우며, 기억하고 생각하였으니, 설사 어떤 사람이 바닷물로 먹을 삼고 수미산으로 붓을 만들어, 이 그지없는 넓고 크고 바다와 같은 보안 법문을 쓰더라도, 한 품(品) 속에 한 대문(門)이나 한 대문 속에 한 법이나, 한 법 속에 한 뜻이나, 한 뜻 속에 한 구절이나, 내지 털 끝만큼이라도 쓸 수 없을 것인데, 어떻게 전부를 쓸 수 있겠느냐.
선남자여, 내가 그 부처님께서 1천 2백 년 동안 이 보안 법문을 받아 지닐 적에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 하면서 날마다 열 가지 다라니문으로써 열 가지 수없는 품[無數品]을 받아 알고 기억하여 가지었으니, 이른바 듣고 지니는[聞持]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받아 지니었고, 고요한 문[寂靜門]의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나아갔고, 가이없이 도는 다라니[旋陀羅尼]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두루 들어갔고, 땅을 따라 살펴보고 널리 비치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분별하고, 위력을 구족한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널리 거두었고, 연꽃 장엄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끌어 내었고, 미묘한 음성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열어 연설하고, 허공장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나타내어 보이고, 빛덩어리 산[光聚山]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더하게 하고, 바다처럼 널리 지니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분석하였노라.
선남자여, 이 때에 시방의 온갖 세계에 각각 한량없는 중생들이 있어서 법문을 듣기 위하여 나에게로 모여 왔었다. 이른바 천왕·용왕·야차왕·건달바왕·아수라왕·가루라왕·긴나라왕·마후라가왕·인간세계의 왕·범천왕 따위의 모든 왕과 그 권속들이 내게 와서 법을 물음으로, 내가 그들에게 차례차례로 연설하고 분별하고 해석하여 주어 그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깊이 믿고 나아가 행하며, 깨달아 알고 성취하며, 이 부처님과 보살들의 광명과 묘한 행인 보안 법문에 머물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안 법문을 알 뿐이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은 모든 보살의 수행 바다에 들어갔으니 그 원력을 따라 모두 청정한 까닭이며, 모든 크고 넓은 서원 바다에 들어갔으니 모든 겁 동안 세간에 머무르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 바다에 들어갔으니 그 마음을 따라 널리 이익케 하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에 들어 갔으니 걸림없는 십력의 지혜를 내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에 들어갔으니 때를 따라 조복하여 성숙시키는 까닭이며, 모든 같고 다른 세계 바다에 들어갔으니 본래 서원을 만족하여 모두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며, 다하지 않는 부처님 바다에 들어갔으니 항상 받들어 섬기기 위하여 공양을 일으키는 까닭이며, 모든 정각의 법 바다에 들어갔으니 지혜로써 깨달아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갔으니 진실한 도를 구족하게 닦는 까닭이며, 모든 말하는 바다에 들어갔으니 온갖 세계에서 법 수레를 운전하는 까닭이니, 이러한 공덕과 행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60 유순을 가면 능가산(楞伽山)으로 가는 길 옆에 동리가 있으니 이름이 해안(海岸)이요, 거기 한 비구가 있으니 이름이 묘주(妙住)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빨리 깨끗하게 하겠는가를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