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선재동자가 길상운 비구를 찾다

10. 선재동자가 길상운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승락국에 이르러 묘봉산에 올라갔다. 산 위에서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을 두루 찾았 으나, 이레가 지나도록 길상운 비구를 만나지 못하였다. 선지식을 만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잊어 버리고 배고픈 생각도 없이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며 조금도 낙심하지 아니하였다. 이레가 지난 뒤에 그 비구가 다른 산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걸어 그 앞에 나아가서 두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행하며, 내지 어떻게 해야 보현의 행을 빨리 갖출 것인가를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해 주소서. 어찌하오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성취하겠나이까?”

이 때에 길상운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것도 진실로 어려운 일인데, 다시 보살의 행을 행하려고 물으니 이는 어려운 일 중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른바 보살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경계를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엄청나고 깨끗한 행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나타내는 신통 변화를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나타내는 여러 가지 해탈문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일부러 세간에서 가지가지 짓는 업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중생들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을 따르는 일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일부러 나고 죽는 데와 열반에 드나드는 일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하염없는 법에나 하염 있는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중생들의 갖가지 번뇌와 미세한 허물까지 끊어 없애는 일을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자재하고 결정한 알음알이 힘을 얻어서 믿음의 눈[信眼]이 깨끗해서 지혜 빛이 밝게 비치며, 널리 보는 눈[普眼]이 밝고 사무치어 청정한 행을 갖추었으며, 지혜의 눈[慧眼]으로 온갖 경계를 두루 보며 공교한 방편으로 온갖 장애를 여의었으며, 깨끗한 몸으로 시방의 일체 국토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께 공경하고 공양하며, 믿고 이해하는 힘으로 시방 부처님 들을 항상 생각하며, 잘 기억하는 힘[摠持力]으로 시방의 여러 부처님 법을 받아 지니며, 지혜 눈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을 항상 보노라.

이른바, 동방에서 한 부처님·두 부처님·열 부처님·백 부처님·천 부처님·백천 부처님·억 부처님·백억 부처님·천억 부처님·백천억 부처님·나유타억 부처님·백 나유타억 부처님·천 나유타억 부처님·백천 나유타억 부처님을 보며, 내지 수없고, 한량없고, 가없고, 같을 이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염부제 티끌 수 같은 부처님, 사천하 티끌 수 부처님, 소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중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대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열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천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천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천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천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나유타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을 보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불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보는 것이다.

동방에서 일체 부처님들을 보는 것처럼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에서 부처님 보는 것도 역시 그러하며, 그 보는 바를 따라 낱낱 방위에 있는 부처님들이 가지가지 몸매와 형상과 신통과 수용함과 유희와 대중으로 장엄한 도량과 광명이 끝없이 비침과 궁전으로 장엄한 국토와 가지가지 수명이 장수하고 단명함을 보이는 것과 중생들의 갖가지로 좋아함을 따라 가지가지로 정각을 이루는 문을 나타내심으로, 대중 가운데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며, 사자후로써 중생 건지시는 것을 보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부처님들의 평등한 경계를 기억하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 널리 보는 법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한량없는 지혜가 구족하고 원만하고 청정한 수행의 문이야 어떻게 그 끝간 데를 알 수 있으랴. 이른바, 지혜 빛으로 차별 경계를 두루 비추는 염불문이니 항상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국토와 궁전의 장엄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늘어나는 뜻[意樂]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중생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부처님을 뵈옵고 깨끗함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구경의 부처님의 힘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십종력(十種力)에 들어가 따라서 행하게 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여래의 구경법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들의 법문 말씀하심을 보고 모두 듣는 까닭이며, 시방을 두루 비추되 차별 없는 광[藏]인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 중에 차별 없는 모든 부처님 바다를 널리 보는 까닭이며,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한 곳에 들어가는 염불문이니 온갖 미세한 경계에서 여래의 신통 변화에 자재한 일을 보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겁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겁에서 불사를 이루는 부처님들을 항상 보고 모두 가까이 모시는 까닭이며, 온갖 시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시간에 부처님을 뵈옵고 함께 있어서 여의지 않는 까닭이며, 온갖 세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에서 부처님 몸이 세상에 뛰어나 비길 데 없음을 보는 까닭이다.

그리고 온갖 세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 삼세의 모든 여래를 널리 뵈옵는 까닭이며, 온갖 경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경계에서 부처님들이 계속하여 세상에 나오심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성품이 고요함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의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드심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때와 모든 곳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하루 동안에도 많은 부처님들이 계시는 처소로부터 떠나가서 교화함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경계가 넓고 큰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면 낱낱 부처님 몸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는 까닭이다.

온갖 법이 미세한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한 털구멍 속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님들이 나시는 것을 보고 모두 그 곳에 나아가 가까이 섬기는 까닭이며, 찰나의 짬까지 장엄한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잠깐 사이에도 모든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이 정각을 이루고 신통을 나타내는 것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법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어 지혜 광명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는 것을 보는 까닭이며, 자재한 마음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자기 마음의 욕망을 따라 모든 여래가 나타내는 영상(影像)을 모두 보는 까닭이며, 온갖 업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법계의 온갖 중생들이 짓는 업을 따라서 그 몸을 나타내어 깨닫게 하는 까닭이며, 온갖 신통 변화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넓은 향물 바다 속에서 연화대에 앉아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에 가득 차는 까닭이며, 평등한 허공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나타내시는 몸 구름이 법계와 허공계에 장엄함을 보는 까닭이다.

이와 같이 한량없고 수없는 염불문을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해문국(海門國)이 있고 그 나라에 해운(海雲)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느냐고 물으라. 해운 비구는 넓고 큰 선근의 인연을 잘 분별하고 열어 보이어서, 그대로 하여금 엄청난 도를 돕는 자리에 들어가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선근의 힘을 이루게 하며, 그대를 위하여 보리심 내는 원인을 말하며, 그대로 하여금 큰 법의 광명을 내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바라밀을 얻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수행 바다에 들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서원을 운전케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장엄문을 깨끗하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자비를 일으키게 하리라.”

선재동자는 길상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고 사모하면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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