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문수보살이 부처님을 떠나다

08. 문수보살이 부처님을 떠나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가 선주누각(善住樓閣)에서 나오면서 같이 수행하는 한량없는 큰 보살 대중과 항상 호위하는 금강신(金剛神)들과 온 세상을 위하여 위력을 나타내는 몸 많은 신[身衆神], 예전부터 굳은 서원을 세우고 부처님들에게 공양하는 발로 다니는 신[足行神], 예전 서원을 생각하고 법문 듣기를 좋아하여 쉬지 않는 땅 맡은 신[主地神], 깨끗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법계를 장엄하고 중생을 축여주는 물 맡은 신[主水神], 지혜와 위력과 광명이 널리 비치는 불 맡은 신[主火神], 마니보배 관을 머리에 쓴 바람 맡은 신[主風神], 광명이 시방을 비추고 의식이 제각기 다른 방위 맡은 신[主方神], 무명의 어둠을 부지런히 없애는 밤 맡은 신[主夜神], 여래의 지혜를 일심으로 나타내는 낮 맡은 신[主晝神], 허공 법계를 두루 장엄하는 허공 맡은 신[主空神], 나고 죽는 바다에서 중생들을 방편으로 부지런히 건지는 바다 맡은 신[主海神], 뛰어난 마음으로 일체지를 향하여 훌륭한 선근 짐대[幢]를 모아 쌓는 산 맡은 신[主山神], 큰 서원으로 중생을 건지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은 강 맡은 신[主河神], 중생들의 보리 마음의 성(城)을 부지런히 수호하는 성 맡은 신[主城神], 모든 중생을 항상 수호하는 용왕들, 일체지의 성을 항상 수호하는 야차왕, 중생들의 기쁨을 자라게 하는 건달바왕, 아귀들의 기갈을 부지런히 소멸시켜 주는 구반다왕,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나고 죽는 바다에서 건져내기를 항상 원하는 가루라왕, 중생들이 모두 세상을 벗어나서 여래의 힘을 성취하기 원하는 아수라왕, 허리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가지가지 공덕 뵈옵기를 좋아하는 마후라가왕, 나고 죽음을 매우 싫어하고 부처님의 훌륭한 몸매를 항상 우러르기 좋아하는 여러 천왕들, 부처님을 존중히 여기어 공경하고 공양하고 찬탄하는 대범천왕 들과 함께 있었다.

문수사리동자가 이러한 가지가지 모양과 위덕(威德)으로 장엄한 큰 보살들과 여러 세간 임금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던 곳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오른쪽으로 한량없이 여래를 돌았으며, 온갖 공양구로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정례하고 물러나 오른쪽으로 돌아 나와서 남쪽으로 향하였다.

이 때에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문수사리보살이 여러 보살들과 모든 세간 임금들의 가지가지 신통과 위력이 자재한 대중으로 장엄하여 서다림으로부터 조용하게 나가는 것을 보고는, 그도 문수보살과 함께 남쪽으로 가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사리불은 그의 권속 60명의 비구들과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 있던 곳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데로 와 예배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르면서 자기 생각을 여쭈었더니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그래서 부처님을 세 번 돌아 하직하고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로 갔다.

이 비구들은 사리불의 교화를 받고 출가한 지 오래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사리불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해각(海覺) 비구·묘덕(妙德) 비구·복광(福光) 비구·대비(大悲) 비구·전덕(電德) 비구·정행(淨行) 비구·천덕(天德) 비구·실혜(實慧) 비구·범승(梵勝) 비구·적혜(寂慧) 비구 등 60명이니, 모두 지난 세상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선근을 깊게 심었으며, 깊은 법을 모두 깨달았고 깊은 신심으로 가장 깨끗한 데에 들어갔으며, 뜻과 실행이 크고 넓어서 부처님 경계와 평등하며, 부처님의 교법을 올바르게 닦아 행하고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분명히 알며, 중생들을 크게 이익케 하여 성숙시키고, 부지런히 부처님의 공덕을 구하는 이들이니, 모두 문수사리동자가 교화한 것이었다.

이 때에 사리불 존자가 비구들을 데리고 길을 가다가 그들을 보며 해각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문수사리의 깨끗한 몸매로 장엄한 몸을 보라, 천상이나 세상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다. 너는 문수사리의 둥근 광명이 사무쳐 비침을 보라,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어 중생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너는 문수사리가 놓는 광명 그물이 미묘하게 장엄한 것을 보라, 중생들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없앴다. 너는 문수사리를 따르는 대중들의 위덕을 보라, 모두 보살의 지난 세상의 선근으로 섭수하는 것이다. 너는 문수사리의 걸어가는 길을 보라, 좌우로 여덟 보씩이 깨끗하고 평탄하여 여러 보배로 장엄하였다. 너는 문수사리의 머무르는 곳을 보라, 시방으로 주위에 항상 장엄한 도량이 있고 그를 따라 작용한다. 너는 문수사리의 다니는 길을 보라, 한량없는 복덕으로 장엄하였고 좌우에는 복장(伏藏)이 있어 가지가지 보배가 저절로 나온다.

너는 문수사리가 옛적에 부처님들께 공양한 선근으로 있는 데마다 여러 보배 나무가 있는 것을 보라, 그 나무들 사이에서 보배광[寶藏]이 열리어 장엄거리가 나온다.

너는 문수사리의 있는 데마다 모든 세간 임금들이 공양 구름을 일으키는 것을 보라, 모든 공양거리를 내리어서 두루두루 벌여 공양한다. 너는 문수사리를 보라, 시방 부처님들이 법문을 말씀하려 하실 때에는 모두 양미간의 흰 털로부터 광명이 솟아나와 문수사리의 몸을 비추고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 때에 사리불 존자가 비구들을 위하여 문수사리의 한량없는 공덕이 구족하고 장엄한 것을 찬탄하여 연설하였다.

비구들은 이 찬탄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깨끗하고 믿음이 견고하여 기쁘게 뛰놀아 어쩔 줄을 모르며, 몸이 부드럽고 얼굴이 화평하여 업장이 스러지고 근심이 없어졌으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바른 법문을 들으며 그것을 회향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하고, 보살의 걸림없는 선근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힘을 얻었고, 다함 없이 원만한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어 끝없는 큰 서원을 세우며, 모든 바라밀[度]에 들어가 구경의 저 언덕[彼岸]까지 이르렀으며, 시방의 부처 바다가 앞에 나타나 부처님의 경계를 깊이 냄을 대단히 좋아하였다. 그래서 사리불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우리들을 인도하여 저 훌륭한 대장부를 가까이 모시도록 하시옵소서.”

이 때에 사리불은 그 비구들을 데리고 문수사리동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이 비구들이 뵈옵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는 한량없는 자재한 신통을 얻은 보살들과 다른 대중과 가지가지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채 코끼리왕처럼 머리를 돌려 여러 비구들을 둘러보았다.

비구들은 문수사리의 발에 예배하며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문수사리 화상과 사리불과 세존 석가모니께서는 마땅히 다 아시리이다. 바라옵건대, 저희들이 오늘날 거룩한 문수사리보살을 받들어 뵈옵고 예배하고 공경하고 좋아하여 쌓인 선근과 또 저희들이 지난 세상에서 복과 지혜를 닦아 모은 선근으로써 우리들도 보살이 소유하신 그러한 몸과 그러한 상호, 그러한 음성, 그러한 자재 등 모든 공덕을 얻게 하여지이다.”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선여인들이여, 대승법에 나아가면서 싫증나지 않는 열 가지 마음을 성취하면, 여래의 끝가는 지위에까지도 빨리 들어갈 것인데, 하물며 보살의 지위랴. 그 열 가지 마음이란, 모든 여래를 뵈옵고는 큰 마음으로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온갖 선근을 쌓아 끝까지 물러가지 않으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구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보살의 훌륭한 바라밀을 부지런히 행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보살들의 깊고 깊은 삼매를 모두 닦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삼세에 변천[流轉]하는 모든 법에 차례로 들어가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시방의 모든 세계 바다를 장엄하여 모두 깨끗하게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중생을 교화 조복하여 모두 성숙케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온갖 세계에서 보살행을 행하면서 모든 겁(劫)을 지내어도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한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온갖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바라밀 문을 닦아서 여래의 십력을 성취하여 원만케 하며, 이렇게 차례차례로 온갖 중생을 위하여서 여래의 일체지의 힘을 성취케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라. 선남자·선여인이 깊은 신심을 이루려면 이 열 가지 싫증나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모든 선근(善根)을 자라게 하고, 나고 죽고 헤매는 데서 벗어날 것이며,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 성문(聲聞)이나 벽지불(?支佛)의 지위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여래의 모든 종성(種性)을 성취하며, 보살의 청정한 큰 서원을 만족하여 모든 여래의 공덕을 쌓으며, 모든 보살의 여러 가지 행을 닦아,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으며, 마군과 외도들을 굴복시켜 온갖 번뇌와 버릇을 없애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여래의 자리에 가까워지리라.”

이 때에 모든 비구가 이 법문을 듣고 즉시에 크고 넓은 삼매를 증득하였으니, 이름이 온갖 부처님 경계를 보는 데 걸림없는 눈[見一切佛境界無?眼]이다. 이 삼매를 얻은 위신력으로 시방의 모든 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 여래들과 그 도량에 있는 대중들을 모두 보며, 그러한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가지가지 종류가 각각 같지 않은 것도 보며, 또 저 모든 세계의 같은 것·다른 것·물든 것·깨끗한 것이 각각 차별한 것도 보며, 또 저 모든 세계에 있는 티끌의 모양이 다른 것도 보며, 여러 세계의 모든 중생의 거처하는 궁전들이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가지가지로 성취되고, 그들의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가 각각 차별한 것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음성으로 법문을 연설하는 갖가지 구절을 듣고, 말씀하는 뜻과 해석하는 말과 성질과 모양의 비밀한 것도 모두 이해하며, 또 저 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의 마음과 근성과 욕망이 각각 차별한 것도 살펴보며, 또 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의 지나간 세상과 오는 세상의 각각 열 세상 동안 일도 기억하며, 또 저 세계의 지나간 세상과 오는 세상의 각각 열 겁(劫) 동안 일도 모두 기억하며, 모든 여래의 열 생애[本生] 동안 지내던 일과 열 번 정각을 이루고 열 번 법 수레[法輪]를 굴리던 일과 열 가지 신통과 열 가지 마음에 기억함과 열 가지 가르친 경계와 열 가지 법문을 연설함과 열 가지 변재도 모두 기억하였다.

또 이 삼매의 힘을 얻었으므로 즉시 십천 가지 진실한 보리 마음을 얻고, 십천 가지 깊은 삼매를 성취하며, 십천 가지 바라밀을 구족하며, 십천 가지 지혜의 광명을 갖추며, 십천 가지 자재한 신통력을 일으켰다. 이러한 보살 삼매를 얻어 가지가지 위신과 걸림없는 세력으로 장엄되었기 때문에, 그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미묘하였으며, 믿는 마음이 늘고 보리에 머무른 마음이 굳어서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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