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정경
{금강정경}의 유래에 대해서는 금강지 삼장(金剛智 三藏)이 구술하고, 불공 삼장(不空三藏)이 필사한 {금강정경유가비밀심지법문의결(金剛頂經瑜伽秘密心地法門義訣)}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이 경에 백천송(百千頌)의 광본(廣本)이 있는데 이것은 제불대보살(諸佛大菩薩)등의 깊고 깊은 비밀의 세계로써 일찍이 성문이나 연각, 인천(人天)등이 문지(聞持)한 바 없다. 금강지삼장(金剛智三藏)에 의하면 이 경의 크기는 침상과 같고 두께가 사십오척으로 그 속에는 무량(無量)한 게송(偈頌)이 들어 있으며, 불멸 후(佛滅後) 수백 년 간 남천축철탑(南天竺鐵塔) 안에 보관되어 철문을 닫고 열쇄로 탑안을 봉인했었는데 천축국의 불법(佛法)이 점점 쇠퇴해졌을 때 용맹보살(勇猛菩薩)이 나타나서 처음으로 비로자나불의 진언을 지송했다고 한다. 그때 비로자나불은 자신의 몸을 나타내서 많은 변화신을 현현, 허공 중에서 법문 및 문자로 게송의 장구(章句)를 교설했고, 그것을 옮겨 적자마자 비로자나불은 사라졌다.
이것이 지금의 {비로자나염송법요(毘盧遮那念誦法要)}一卷이다. 그때 그 대덕(大德)은 지송 성취, 그 탑을 열기를 원했고 7일간 탑을 돌면서 염송한 후 백개자(白芥子) 칠입(七粒)을 가지고 그 탑문을 두드리자 곧 바로 열렸다고 한다.
탑 안의 신(神)들이 일시에 성내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탑 안을 들여다 보니 향등광명(香燈光明)이 일장이장(一丈二丈), 화보개(華寶蓋)가 안에 가득차 있었다.
그 대덕은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큰 서원을 발하여 후에 그 탑 속에 들어 갈 수 있었으며 거기에 들어 가자 그 탑은 닫혔다고 한다. 몇 일 지나서 그 경의 광본을 한 번 송하고, 잠시 지나서 제불보살의 가르침을 받은 다음, 기록해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으며, 다음에 탑을 나와서 탑문을 다시 닫았는데 그 때 서사(書寫)해서 기록한 법이 백천송(百千頌)이라고 한다.
이 백천송은 남천 철탑 내의 무량송 중의 약본이고, 십만송의 광본은 이 경을 가르키는 것이다. 앞의 내용은 어느 면에서 황당무계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후기 대승불교 특히 밀교계 경전의 특성상 이와 같이 신비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현재에는 남천축 철탑에 대해서 아마라바티대탑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어 금강정경의 남인도 성립설 및 그 전설은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금강정경}은 발전형태의 것과 완성형태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진실섭경(眞實攝經)}인데 {금강정경} 계통의 경전은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금강정경}이라고 하면 {금강정경} 계통의 경전 전체를 포함한다.
{금강정경}은 산스크리트 원문을 비롯하여 티베트본. 한역본 등 다섯 종류가 현존하고 있다. 먼저 산스크리트본의 경우, 인연분. 근본 탄트라. 속 탄트라. 유통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현존 근본 탄트라는 일백 오십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후기 굽타문자로 보이는 문자체의 패엽(貝葉)에 기록되어 있고, 9세기경 쓰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구성은 [금강계품] [항삼세품] [편조복품] [일체의성취품]으로 나뉘어 그 속에는 22장을 가지고 있다. 각 품은 공통적으로 여섯 종류의 만다라와 거기에 제자를 인도. 관정하는 의궤 및 사인(四印)등에 대해서 설한다. 또한 그 외에 [금강계품] 제일장에서는 오상성신관, [항삼세품] 제일장에서는 금강수에 의한 제천의 항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또한 이 품에서는 육만다라(六曼茶羅) 외에 네 종류의 교칙만다라(敎勅曼茶羅)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속 탄트라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만다라. 삼매야만다라. 법만다라. 갈마만다라의 순으로 설하고 있다. 또한 이 탄트라는 수습(修習)보다 외적인 소작(所作)을 좋아하는 유정을 위해서 설한 것이다.
티베트역은 슈라다카라바르마와 린첸상포가 번역했다고 전해지는 판본이 티베트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적으로는 현존하고 있는 산스크리트본과 일치한다.
세 종류의 한역 중 송나라 때 시호가 번역한 {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삼매대교왕경(一切如來眞實攝大乘現證三昧大敎王經)}은 산스크리트. 티베트본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리고 당나라 때 불공이 번역한 {금강정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대교왕경(金剛頂一切如來眞實攝大乘現證大敎王經)}은 [금강계품] 제1장에 해당하는 부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른 종류와도 대응하는 부분에서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불공역, 혹은 그의 찬술(撰述)로 일컬어지는 {금강정경유가십팔회지귀}에서 사대품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청래한 산스크리트본도 한 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근본 탄트라 전체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서 당나라 때 금강지가 번역한 {금강정유가중략출염송경(金剛頂瑜伽中略出念誦經)}은 {금강정경}에 따른 유가관법(瑜伽觀法)이나 관정(灌頂)등을 실수(實修)할 때 쓰기 위한 지침서로써 정리된 경전이다. 이것은 경전이라기 보다도 의궤에 가깝다. 내용적으로는 {금강계품}에 해당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만다라가 여섯 종류가 아니라 세 종류인 반면, 관정에 대해서 설하는 부분과 같이 다른 종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곳도 있다. 또한 그 명칭이 나타내는 것과 같이 단순히 {금강정경}의 약출본(略出本)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앞 부분을 보면 이것이 {백천송금강정대유가교(百千頌金剛頂大瑜伽敎)}에서 약출된 것이라는 뜻을 밝히고, {십팔회지귀}에 십팔회 십만송으로 이루어진 {금강정경}이 존재했으며, {진실섭경}은그것의 초회(初會)에 해당한다고 설한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불공(不空)시대에 십팔회의 독립된 경전이 완성 형태로 존재했고, 그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 가능성만으로 남아 있을 뿐, 십만송 광본의 존재도 전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존하고 있는 {금강정경} 중에서 가장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 {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삼매대교왕경(一切如來眞實攝大乘現證三昧大敎王經)}은 흔히 30권본 {초회금강정경}이라고 한다. 이 경은 크게 나누어 의궤분과 교리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의궤분은 금강계만다라의 세계를 체득하기 위한 관상법(觀想法)과 실수법(實修法)을 나타낸 것으로 이 경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의궤분은 다시 [금강계품]. [항삼세품]. [편조복품]. [일체의성취품]의 사품(四品)으로 나뉜다.
각 품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전체를 종합한 대만다라(大曼茶羅), 여래의 진수인 대비(大悲)를 발현시키는데 있다고 하여 그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삼매야만다라(三昧耶曼茶羅), 여래의 세계는 대지(大智)에 의해서 열린다고 하여 그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미세지만다라(微細智曼茶羅), 이것은 흔히 법만다라(法曼茶羅)라고 한다. 그리고 여래의 세계는 대비(大悲)와 대지(大智)로 감추어진 공양에 있다고 하여 그것을 나타낸 사업(事業), 즉 갈마만다라( 磨曼茶羅)의 사종 만다라를 중심으로 하여 그 네 종류의 만다라를 종합한 사인만다라(四印曼茶羅), 나아가서 이것을 하나의 존격으로 종합한 일인만다라(一印曼茶羅)의 육종만다라를 하나의 체계로 설하고 있다.
그리고 [항삼세품(降三世品)]에서는 네 종류의 교칙만다라에 대해서 설하고 있기 때문에 의궤분 중에서는 스물여덟 종류의 만다라가 각도를 달리하여 설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금강계품(金剛界品)] 중의 금강계대만다라(金剛界大曼茶羅)이다. 여기서 [금강계품] 중의 금강계대만다라장의 구성을 개괄해 보기로 한다.
먼저 금강계만다라 삼십칠존을 관상(觀想), 그 중심이 되는 비로자나(毘盧遮那). 아촉(阿 ). 보생(寶生). 무량수(無量壽). 불공성취(不空成就)의 다섯 존은 오부(五部). 오지(五智)를 나타낸다. 이 세계를 체득하는 것은 오상성신관이라고 하는 관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다음에 만다라의 화법이 설해지고, 입단관정(入壇灌頂)의 작법을 설한다.
그리고 만다라의 세계를 체득한 자는 실지를 성취할 수 있다고 하여 다섯 종류의 인지(印智)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에 만다라의 세계를 여실하게 체득하기 위한 사종인(四種印)의 실천법을 설한다. 그것은 먼저 존상(尊像)의 전체상을 파악해가는 대인(大印), 제존의 내적인 본성은 보리심에 있고, 두 손을 금강박(金剛縛)으로 하고, 월륜(月輪)을 근간으로 하여 여러가지 인을 결하는 삼매야인, 제존의 진실어(眞實語)를 지송해서 진실 세계를 증득하는 법인(法印), 제존의 활동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하여 두 손을 금강권(金剛拳)으로 해서 여러 가지 인을 결하고, 제존의 행동에 접근해 가는 갈마인( 磨印)이다. 이것이 대삼법갈(大三法 )의 사종인이다. 그리고 다음에 해인(解印)등의 작법을 나타내서 제1장을 끝낸다.
이상의 구성 내용은 [금강계품]의 만다라장 이하 [일체의성취품]의 각 장에 이르기까지 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단지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각 품에 통칭, 대삼법갈의 사종 만다라가 있다는 것과, 실수법으로써의 대삼법갈의 사종인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만다라의 성격을 전체. 대비. 대지. 공양실천의 입장에서 나타낸데 대하여 후자는 전체상(全體像)의 파악과 더불어 신구의의 실수를 통하여 각각의 만다라세계를 증득해가는 실천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 [항삼세품(降三世品)]의 기본 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항삼세품]은 세존의 가르침에 상반되는 자아심을 항복시키는데 금강분노의 활동을 나타내서 금강계의 세계를 증득시키는 것을 설한다. 여기서 대자재천(大自在天)을 비롯하여 오류제천(五類諸天)을 가지고, 근본번뇌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번뇌의 활동을 나타내 대자재천 및 오류제천을 항복, 만다라에 편입시키는 것에 대해서 설한다.
그것은 근본번뇌의 주체인 인간존재가 일전(一轉)해서 법신대일(法身大日)의 세계에 재생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항삼세품]도 앞의 [금강계품]과 마찬가지로 분노의 대만다라, 분노 속에 감추어진 대비(大悲)의 만다라, 분노미세지(忿怒微細智)의 만다라, 분노공양의 만다라와 그것을 통합하는 사인(四印). 일인(一印)의 육종만다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에 네 종류의 교칙 만다라가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항복된 대자재천 및 오류제천이 만다라의 주요 존에 편입되어 각 존은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해서 전개되는 금강계 만다라이다.
[변조복품(遍調伏品)]은 세계의 본성인 모든 청정한 것을 체득시키기 위해서 연화부(蓮華部)의 조복(調伏)활동을 나타낸다. 또한 일체번뇌를 조절, 인간생활의 근본번뇌를 위대한 종교적 생명으로 고양시켜가는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나타냈다.
[일체의성취품(一切義成就品)]은 [항삼세품]의 근본 번뇌의 항복과 만다라의 재생, [변조복품]의 번뇌 조절과 청정 세계의 개시, 그리고 대생명의 소생은 당연히 인간 본성을 시현시켜 가는 것이라고 설한다. 여기서 풍부한 인간 본성의 입장에서 금강계만다라를 보려고 하고, 앞의 품과 마찬가지로 대삼법갈과 육종만다라에 대해서 설했다.
이상에서와 같이 [금강계품]은 금강계의 전체적, 보편적인 특성을 나타낸데 대하여 [항삼세품]은 번뇌 항복과 재생 부활의 입장, [변조복품]은 일체의 정화와 대생명의 부여, [일체의성취품]은 하나의 보주가 현시되어 가는 입장을 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각 품은 각각 연관성이 있음과 동시에 대삼법갈과 육종만다라의 관계도 각각 관련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각 품에 나타난 만다라관상(曼茶羅觀想)의 진언문(眞言門)이나 각 만다라의 세계를 증득해서 얻은 실지성취의 관상인언(觀想印言)등은 모두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본서에 번역된 경궤 중 {십팔회금강정경}의 일부로 간주되는 경전과 의궤, 그리고 십팔회의 {금강정경}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내용적으로 {금강정경}의 수법차제를 상세히 제시한 {금강정유가약출염송경} 및 초회의 금강계품에 해당하는 {금강정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대교왕경}과 십오회에 해당하는 {불설일체여래금강삼업최상비밀대교왕경} 및 그와 관련된 몇몇 경전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차례로 소개한다. <한글대장경 대일경 금강정경>-법경/법장원 연구원
밀교란 무엇인가? 밀교는 비밀불교의 줄임말로서 비밀로 설해진 가르침이라는 뜻이니, 현교와 상대적 개념을 지닌 말로 간주되고 있다. 이 밀교는 비밀승(guhyayana)이라고 번역되었는데 그밖에 밀장·다라니교·금강승 등으로도 불렸고 근래 서양에서는 탄트라불교(Tantric Buddhism)로 부르고 있다.
탄트라 불교는 7, 8세기경 불교에 인도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서 오늘날 네팔이나 티베트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밀교를 위주로 한 말이다. 탄트라는 원래 주술적 신비적 의궤를 가르치는 전적(典籍)의 총칭으로서, 베다 이래의 인도 고대문화도 이어받고 있으나 베다 외의 문화체계도 가지고 있다. 또 탄트라교는 여성 에너지인 성력 숭배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남녀의 합일이 교리와 실천의 중심부분을 이루는 그러한 이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교적(異敎的)인 이 밀교가 불교의 정통적 지위를 주장하게 된 것은 인도에서 <大日經>, <金剛頂經>등의 경전이 편찬되고서부터이다. 인도에서의 밀교가 성립되기까지에는 교학적으로나 교단적으로 매우 복합적인 원인과 배경을 갖고 있다.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의 이론적이며 교학적인 쟁론의 불교에서 탈피하고자 일어난 새로운 불교로써 실천을 중시하며 보살사상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실천을 강조하였지만 그 일면에는 부파의 교리적 불교 처럼 교학적인 면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대승후기에는 실천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교학적으로는 더욱 진부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로 말미암아 대승불교는 교학적인 이론중심에 치중하게 되다보니 이에 또다시 고도의 실천불교가 표방되었는데, 이것이 밀교의 교학이며 실천체계였다.
소승불교의 교리적 체계와 대승불교의 실천적 교학을 더욱 발전시켜 체계화하고 상징화하여 강한 실천력을 내세운 것이 바로 밀교였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밀교는 대승의 교리를 실천적 교학으로 더욱 발전 체계화 하였다. 즉 성불의 경지를 상징화하여 불교교리와 실천을 구체적으로 도식화 상징화 의궤화하였다. 다양한 의궤작법이 산출되었으며 이것은 수행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구경성불의 수행방편이었다. <불교총지종 법장원 법경>
밀교의 분류와 시대구분
밀교는 인도에서 발달해서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 전해졌고, 티베트와 네팔에도 전래되어 각각 독자적으로 전개되었다. 현재 아시아 각지의 밀교는 제각기 그 지역의 기후·풍토 등의 특수성이나 민족성·고유종교·사상·풍속·습관의 영향 및 전래된 이후의 교리적 심화까지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한 마디로 밀교라 해도 같은 밀교라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중국에 전해진 것은 주로 인도의 초기와 중기밀교이며, 티베트와 히말라야 산간지역에는 인도의 후기밀교가 발전한 것이 전래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중국에서 밀교를 받아들여 그 나라의 특성상 진언종(眞言宗)이라는 독특한 종파를 형성하면서 일본적인 전개를 보인 것이 주류가 되고 있다. 인도땅에서 13세기 무렵 사라진 밀교가 일본과 티베트 등지에서 오랫동안 존속하면서 현재까지 변화해온 모습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밀교를 분류하는 것도 획일화된 분류란 처음부터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각각의 밀교를 분류하는 방법을 이하에 열거하기로 한다.
⑴ 밀교의 분류 (잡밀과 순밀)
일본에서 시작되어 동북아불교에서 국지적으로 사용되는 잡밀(雜密)과 순밀(純密)이라는 분류가 있다. 여기에서 잡밀이란 대승경전에 보이는 밀교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선행하는 것이 잡밀이며, 명칭 그대로 잡다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밀교이다. 잡(雜)이라는 말에는 정통이 아닌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일종의 낮춤말이다. 이 잡밀이 순밀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본존불이 대일여래가 아닌 석가여래, 약사여래 등의 전통적인 여래와 십일면, 천수천안, 불공견색 등의 특수한 형태를 취하는 변화관음 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삼밀중에서는 구밀(口密) 위주이며 신밀(身密)과 의밀(意密)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이 단계의 밀교에서는 치병(治病), 구아(求兒), 연명(延命) 등의 현세이익을 주목적으로 하며, 성불에 대해서는 그다지 강조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밀교적 세계를 표현한 만다라가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순밀의 특성을 들면 먼저 본존이 대일여래라는 우주적인 불격(佛格)이 등장하며, 신구의의 삼밀을 총합적으로 구사하는 전신적 행법으로 삼밀요가가 완성되었다. 또한 종래의 현실적인 목적에 더하여 자신의 내부에 숨어있는 불(佛)을 체현하는 성불의 사상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 있다. 이것은 현세적 이익에 출세간적인 성불사상을 추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한 만다라가 등장하여 중생인 우리들에게 성불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잡밀과 순밀의 분류법은 {대일경}이나 {금강정경} 등의 밀교경전까지만 취급하고, 그 이후에 성립된 여러 경전들을 포함하지 않는, 동북아시아에만 해당되는 분류이므로 전체적인 밀교의 분류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⑵ 인도의 밀교 시대구분(초기, 중기, 후기밀교)
인도의 밀교를 분류하는 방법의 하나는 시대적으로 구분하여 초기와 중기, 후기밀교의 셋으로 나누는 것이다. 초기밀교는 대승불교 내에 밀교적 요소가 증대되고 정비된 시기이며, 중기밀교는 정비된 밀교사상이 체계를 갖춘 때이고, 후기밀교는 신비체험이 극대화된 시기로서 일반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성적(性的)인 요소를 갖고 있는 밀교이다. 여기에서 대승불교 내에 포함된 밀교적 요소를 가지고 밀교의 기원으로 볼 수는 없으며, 밀교적 요소의 불교화의 시점이 밀교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이 분류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기준으로 하여 인도의 밀교 전개를 구분하는 분류이다. 대략 7세기 무렵 인도에서 성립했다고 보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의 두 경전은 내용면에서 또는 구성상에서도 그때까지의 다른 경전에 비하여 한층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체계적인 밀교의 근본경전을 중심으로 하여 두 경전이 성립하기 이전의 여러 경전에서 보이는 밀교적인 요소 즉, 역사적으로 인도 6세기 이전의 밀교를 초기밀교, 두 근본경전을 중심으로 한 7세기에서 8세기 전반까지를 중기밀교, 8세기 후반 이후를 후기밀교라고 구분하고 있다.
이를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초기밀교는 서기 500∼600년의 인도밀교를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4-6세기로 보기도 한다. 4세기 전반에 찬드라굽타에 의해 흥성한 굽타왕조는 인도의 거의 대부분을 점거하였으며, 이 때 농촌에 기반을 둔 사회기구가 성립되어 이전부터 있었던 바라문교는 다양한 신들과 민중의 일상의례를 내포하는 힌두교와 함께 다시 편성되며 급속히 인도 전체에 힌두교의 판도를 넓혀갔다. 이에 자극받은 불교도 신자들의 현실생활에 보다 가깝게 가기 위해 힌두교와 중복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민중종교의 요소를 취하였다. 내용은 다라니의 독송과 함께 의례의 집행에 의해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치병, 기우, 부귀, 연명 등 현세이익에 집중되었다. 이 시기의 밀교는 다라니를 중심으로 하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밀교로서 잡밀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승경전 가운데 밀교적인 요소가 첨가되어 중심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중기밀교는 서기600∼700년의 인도밀교이다. 7세기 중엽에서 후반에 걸쳐 성립하였다고 생각되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기반으로 하는 밀교로서 <대일경>과 <금강정경>의 성립은 인도 밀교 역사에서 초기와 중기 사이에 분명한 구분을 보인다. 이 두 가지 경전이 지닌 사상과 실천이 초기의 잡다한 밀교경전에 비하여 한층 정비되고, 게다가 질적인 전개가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중기의 밀교경전에서는 재난을 구호하고 복을 부르는 종교행위를 포함하여 성불문제가 중심이 되어 조직적인 의례와 수법의 체계가 구성되어 있다. 종래의 현세이익을 주목적으로 설한 밀교경전이 수법을 통하여 혹은 다라니나 진언을 송(誦)하는 것을 통하여 스스로 깨달음에의 길을 강조하게 된 것으로 한역경전에서 보면 당대(唐代), 즉 7세기 이후의 일이다. 중기밀교의 경전들은 당나라 때에 중국에 전래되었다.
초기밀교와 중기밀교의 서로 다른 점은 첫째 석존에서 대일여래로 설법주가 바뀐 점, 둘째 현세이익 목적의 기원에서 성불의 서원으로 변화한 점, 셋째, 신(身)구(口)의(意) 삼밀(三密)이 각각 단독으로 설해지다가 삼밀로 종합화한 점, 넷째 만다라가 완성에 가까워진 점, 그리고 다섯째 대승불교사상에 의해 수법과 의례가 정비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성불을 설하고 대승사상을 체계화함에 의해 {대일경}, {금강정경} 등 인도 중기의 밀교경전은 대승불교 가운데 위치하게 되었다. 중기의 밀교경전에는 대승불교의 유식, 중관, 여래장 등 주요사상이 실천법을 통하여 체현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서기700년 이후는 후기밀교에 속한다. 수법(修法)이 중심으로 인도에서 성립한 딴뜨리즘의 전개와 함께 성립한 밀교로서 딴뜨라불교라고도 한다. 딴뜨라불교의 교의 가운데에는 성적, 생리적인 행법을 도입한 부분이 있어서 중국에는 송나라 때에 한역되었으나 동양적 윤리관에 젖어있는 중국사회에 수용되지는 않았다. 이상이 인도의 밀교를 전기와 중기, 후기로 나누는 분류이다.
⑶ 티베트와 인도의 4종 딴뜨라의 분류
전체의 밀교경전을 네 가지 계통으로 분류하는 4종 분류법은 티베트와 인도에서 받아들여진다. 티베트불교계의 대학장 부톤(Bu-ston, 서기1290-1364)에 의한 이 방식은 경률부(經律部)만이 아니라 논소부(論疏部)에 속하는 성취법이나 주석서에도 적용되고 있다. 부톤은 그의 저작인 <불교사>의 후반부 <십만딴뜨라부목록>, <텐귤목록>에서 이 사분법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다라니와 경전, 의궤 등 일체의 밀교성전을 딴뜨라로 칭하고 그것을 내용상으로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첫째, 소작(所作)딴뜨라(Kriy -Tantra)는 초기밀교에 해당한다. 대승경전 가운데에 있는 초기의 것을 말하며, 부수가 가장 많다. 소작딴뜨라는 제존의 예배법, 공양법 등의 종교의례와, 진언·찬탄·다라니·주문의 독송 등 행자가 행하는 여러 가지 작법을 설한다. 그리고 신구의 삼밀이 형성과정에 있다. 밀교로서는 아직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단계이다. 밀교적인 대승경전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종류의 다라니경전과 <소실지경>, <소바호동자경>, <유희야경>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번째로 행(行)딴뜨라( Cary -Tantra)이다. 여기에 속하는 경전은 그리 많지 않다. 특정한 존격과 만다라의 제존에 대한 구체적인 예배법 및 몸과 마음의 합의가 행딴뜨라의 주요 내용으로 되어 있으나 초기밀교와 분명하게 경계를 나눌 수 없다. 행딴뜨라는 외면적인 작법과 내면적인 정신집중인 삼마지가 연휴되어 나타난다. 신[인계], 구[진언], 의[삼마지] 삼밀의 相卽을 의도한 행법을 설한 <대일경> 등이 이 분야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그 외에 <금강수관정대딴뜨라>· <팔왕녀딴뜨라> 등이 있다.
세번째로 유가(瑜伽)딴뜨라( Yoga-Tantra)에서는 삼밀행이 완전히 갖추어지고, 진언과 인계와 만다라를 사용해서 자기와 부처가 동일하다는 자각이 성립한다. 즉 부처와 수행자가 둘이 아님을 유가삼밀의 상즉에 의해서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강정경>이 대표적이다. 인도에서는 <대일경>을 <금강정경> 성립의 전 단계로 보고 있으며, <금강정경>을 더 중요시한다. 그밖에 <이취반야경>· <일체비밀최상명의대교왕의궤>· <최상근본대락금강불공삼매대교왕경> 등이 유가딴뜨라에 포함된다.
네번째로 무상유가(無上瑜伽)딴뜨라( Anuttarayoga-Tantra)는 최고의 딴뜨라로서 8세기 이후 인도와 티베트에서 크게 유행한 후기밀교이다. <금강정경>이 발전한 것이 여기에 들어간다. <대일경> 계통은 상실되고 <금강정경>이 이후 계속 발전되었다. 무상유가딴뜨라는 유가의 행법에 인간의 생리작용을 적용한 고도의 관법을 설한다. 무상유가딴뜨라는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비밀집회딴뜨라 등의 방편딴뜨라와 헤바즈라딴뜨라 등 힌두딴뜨라에 보다 더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반야딴뜨라, 그리고 부모 양딴뜨라의 쌍입을 설한 불이딴뜨라 등으로 세분되었다. 무상유가딴뜨라의 시대는 수백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계속되는데, 이 시대에 밀교는 몇 개의 유파로 갈라져 발전했다.
밀교의 분류법에는 이외에도 쉬라다까라바르마(sraddh karavarma)의 <무상유가딴뜨라의입>에 보이는 소작·행·유가·대유가의 사분법과, 아띠샤(Atisa)의 <보리도등난어석(菩提道燈難語釋)>에 설해진 소작·행·의궤·양·유가·대유가·무상유가의 칠분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