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경

대일경

1. 대일경(大日經) 해제(解題)

약칭해서 대일경(大日經)이라고 한다. 갖추어서 말하면,『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이다. 금강정경과 함께 진언밀교의 2대 경전으로 태장계의 교리근저를 이루고 있는 경이다. 경의 제목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이 가지는 뜻은 ‘끝도 없는 최상승으로써 법계를 두루 비추어 불멸(不滅) 견고(堅固) 청정(淸淨) 무시무종(無始無終)의 부처님께서 능히 알며 능히 작용하여 여래자증(如來自證)의 경계(境界)를 입아아입(入我我入)케 하는 말씀’ 이란 뜻이다. 다시말해서 ‘중생을 불(佛)의 경지에 다다르게 하는 경’이란 뜻이다.

이 경의 산스크리트본은 현존하지 않지만 9세기 초에 번역된 티베트역과 8세기 초의 한역(漢譯)이 각각 한 종류씩 남아 있을 뿐이다. 본 경에 대한 주석서(註釋書)로는 8세기 경 인도의 학승 붓다구히야가 저술한 주석서가 티베트어로 번역되어 전해지고 있고, 중국에서는 선무외 삼장이 구술(口述)하고 일행(一行) 선사(禪師)가 받아 적은 『대일경소(大日經疏)』가 현존하고 있다.

대일경은 인도밀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전이다. 사상적(事相的)인 면과 실천적(實踐的)인 면에서 6세기 까지 인도의 전반기 밀교를 총괄했던 경전이었다. 전반기 밀교경전에서 다라니를 독송, 각종 밀교의례를 집행하는 목적은 주로 제재초복과 현세이익이었으나, 중기밀교로 대표되는 대일경에서는 경전의 교의와 실천의 목적을 성불에 두고 있었다. 본 경은 일반적으로 기원 후 7세기 중엽에 성립되었다고 보고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본 경의 각 품들이 보이는 내용들을 보았을 때, 처음부터 통일된 구상 아래 한꺼번에 편찬된 경전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실천수행법이나 만다라에 관한 내용들이 각 품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일경은 『다라니집경』 『소바호동자경』 『소실지경』 『저리삼매야경』 『금강최쇄다라니』 『상선정품』등의 선구경전에서 영향을 받아 각 품들이 각기 만들어졌고, 나중에 하나의 단일경전을 이루게 되었다.

2. 경의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 7권 36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31품은 1권에서 6권까지의 품이며, 나머지 5품은 마지막 7권의 품이다. 전 6권은 중국 장안(長安)의 화엄사에 소장되어 있던 산스크리트본(本) 중에서 선무외(善無畏) 삼장이 찾아 내어 번역한 것이며, 제7권은 선무외 삼장이 북인도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 6권의 내용 중 수행차제법(修行次第法)을 별도로 기술한 것이다. 본 경의 근본사상은 정보리심(淨菩提心)으로 집약된다. 보리심은 본래 본성(本性) 청정한 것이나 160의 망심(妄心)에 덮여 있으므로 출세간(出世間)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망심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1)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

주심품은 『대일경』의 서품(序品)에 해당하며, 이 경의 대의(大義)를 총론한 것으로 경전 전체의 기본원리로 되어있는 정보리심을 밝히고 있다. 먼저 대비로자나여래(大毘盧庶那如來)의 설처(說處)를 여래가지(如來加持)의 광대금강법계궁(廣大金剛法界宮)이라고 설한다. 이 궁전은 석가모니의 주된 설처인 왕사성과 같이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대비로자나여래, 즉 대일여래가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며, 현상적이거나 비현상적인 모든 곳에서 신밀(身密) 구밀(口密) 의밀(意密)로서 존재하는 여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설처도 역사성을 가지지 않는 시공을 초월한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청문중(聽聞衆)도 가섭이나 아난과 같은 실존인물이 아니라 허공무구금강(虛空無垢金剛) 허공유보금강(虛空遊步金剛) 등의 십구집금강(十九執金剛)이다. 이 품의 주된 내용은 삼구(三句) 팔심(八心) 육십심(六十心) 삼겁(三劫) 육무외(六無畏) 십지(十地) 십유(十喩) 등이다.이들은 모두 정보리심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문제들로서, 이들의 문제를 통합 일괄함으로써 보리심의 실상을 이해하게 된다.

2) 입만다라구연진언품(入曼茶羅具緣眞言品)

이 품에서는 여래(如來)의 궁극적인 세계를 만다라를 통하여 표상화하고 있다. 여기서는 일체지자(一切智者)인 대일여래가 대비심(大悲心)을 가지고 제불보살을 생하여 수행자의 근기에 맞추어 제도하고, 그들을 불보살의 세계로 이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품은 사승(師僧)과 제자와 수행도량(만다라)에 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먼저 사승에 관해서는 보리심을 발해서 지혜와 자비를 갖추고, 반야바라밀을 행하며 3승(三乘)에 통달한 후 진언의 실체와 중생의 마음을 이해, 제불보살을 믿음과 동시에 관정을 받고, 만다라를 이해하고 집착을 여의어야 한다고 설한다. 다음에 제자에 관해서 훌륭한 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번뇌를 버리고 깊은 신심을 가지며, 항상 타인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자이어야 한다고 설한다. 이어서 수행도량에 관해서는 만다라를 건립하는 순서에 대해서 설하는데, 먼저 만다라의 건립장소를 선택하는 법 결계법(結界法) 수행자의 마음가짐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최초로 행해야 할 덕목으로는 대일여래에 대한 관상법(觀想法)이다. 그것은 만다라를 건립하기 전에 수행자가 행하는 관상법(觀想法)을 의미한다. 즉 대비태장생만다라는 대일여래의 심(心)으로부터 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행자는 관상을 통하여 대일여래와 일체가 되고 이어서 자신의 심(心)으로부터 만다라를 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상태의 만다라를 관상만다라(觀想曼茶羅)라고 한다. 이와 같이 만다라를 중심으로 한 실천수행법이 강조되고 있는 이 품의 내용은 『대일경』을 밀교경전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태장만다라 조단법(造壇法)은 이 품의 내용을 중요한 기준으로 한 것이며, 만다라의 기초지식은 이 품의 경(經)과 그에 대한 소(疏)의 양설(兩說)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3) 식장품(息障品)

이 품에서는 수행자가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설하고 있다. 즉 마음의 제어에 의해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장애의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리심을 항상 억지(憶持)해야 한다고 한다. 선무외는 그 방법으로 부동명왕(不動明王)의 인(印)을 결(結)하고, 마음속에 진언의 근본이 되는 아자(阿字)와 수미산을 관상(觀想)하여 일체의 공성(空性)을 체득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붓다구히야는 이 부분에 대해서 수행자는 보리심을 배우고, 부동명왕신(身)으로 변하여 진언과 인과 만다라를 상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4) 보통진언장품(普通眞言藏品)

이 품에서는 다양한 진언을 가지고 행자를 공(空)의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이것은 공으로 이끄는 진언이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진언이 각각 널리 통할 수 있고, 또한 아자(阿字)가 가지는 종자의 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진언장’이라고 지칭한다. 이 품에서는 다양한 존격들이 등장하는데 집금강의 무리 중에서는 금강수가 상수(上首), 보살의 무리중에서는 보현이 상수가 되어 대일여래로부터 대비태장생만다라의 청정한 법문을 청문한다. 여기서는 이 품에 등장하는 보살들이 나타낸 진언을 지송하면 무진법계의 대만다라의 체(體) 중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한다. 이 품에는 일체 수행에 해당하는 모든 진언을 거의 망라하고 있으며, 만약 진언행자가 이 품에 통달한다면 스스로 태장법을 수행함에 크게 유익할 것이다.

5) 세간성취품(世間成就品)

출세간의 성취란 불과(佛果)를 깨닫는 것이다. 이 품에서는 진언의 실천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과(果)의 세계를 설하는데, 그 세부적인 항목으로는 자(字)와 성(聲)과 구(句)를 상응(相應)시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 품에서는 실천방법으로 수행자와 본존의 3업(三業) 3밀(三密)을 상응시키는 것과 수행자가 본존이 될 수 있게 하는 요가행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선무외는 진언을 나타내는 자(字)는 본질적으로 보리심을 나타내고, 진언의 독송소리는 제법(諸法)의 실상을 표출하는 것이며, 진언의 구(句)는 청정한 자신의 본존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했다.

6) 실지출현품(悉地出現品)

실지(悉地)란 염원성취(念願成就)의 뜻이다. 실지에는 세간실지와 출세간실지의 두 가지가 있으며, 앞의 「세간성취품」에서는 세간의 염원성취의 방법을 밝히고, 이 품과 다음 품에서는 출세간의 염원성취의 방법이 명시되어 있다. 이 품에서는 진언의 독송소리가 널리 확산되어 법계에 편만하고 모든 것을 정화한다고 설한다. 즉 진언은 아자에서 시작하여 아자에서 끝나는 것으로 일체공(一切空)을 체득(體得)하는 지름길이 되며, 무소부지(無所不至)인 진언의 본체를 체득할 때 수행자의 마음과 여래의 마음은 하나가 되어 망분별(妄分別)을 여읜 적정(寂靜)의 상태가 된다고 한다. 또한 그때 수행자가 일체중생의 원망(願望)을 성취시킬 수 있는 출세간의 실지(悉地)를 성취한다고 한다. 붓다구히야는 여기에서 말하는 아자를 보리(菩提) 행(行) 각(覺) 삼마지(三摩地)의 4종으로 분류하였다.

7) 성취실지품(成就悉地品)

이 품은 한역본과 티베트본 사이에 분류상 서로 다른 점이 있다. 한역에서는 한품으로 독립되어 있으나 티베트본에서는 「실지를 성취하는 진실광대(眞實廣大)의 장」중에 포함되어 있다. 이 품에서도 진언의 근간은 아자에 있다고 설하며 아자는 모든 세계를 전개시키는 기본이 된다고 한다.이 품의 중요한 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이 있다. ① 앞의 두 품은 세간 출세간의 과를 밝히고, 이 품은 수입(修入)의 방법을 명시한 것이다. ② 앞의 두 품은 실지의 공덕을 설하고, 이 품은 실지를 출생하는 마음을 명시한 것이다. ③ 앞의 품에는 오자엄신(五字嚴身)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색신(色身)의 성취를 밝힌 것이며, 이 품에는 보살의 의처(意處)를 만다라로 뜻이 밝혀져 있으므로 심왕(心王)의 성취를 명시한 것이다.

8) 전자륜만다라행품(轉字輪漫茶羅行品)

한역에서 「전자륜만다라행품(轉字輪曼茶羅行品)」이라는 제명(題名)을 가지고 있는 이 품은 티베트역에서 자륜(字輪, Yigeh.i h.khor lo) 장(章)으로 분류하고 있다. 자륜이라는 의미는 비크라마실라 출신의 학승 붓다구히야가 그의 저작 『대일경광석』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문자로 나타낸 만다라를 의미한다. 전자륜 만다라행이란 다라니를 순서에 따라 빙글빙글 돌리면서 관송(觀誦)하는 만다라행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품의 요점은 마하비로자나여래가 깨달은 공(空)의 체험을 근간으로 하여 신(身) 구(口) 의(意)의 삼만다라중에서 구(口 혹은 語) 만다라에 대해서 설한 것이다. 이 품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먼저 대일여래가 「전자륜만다라행품」을 설하게 된 동기를 설하고, 다음에 자륜만다라(字輪曼茶羅) 건립의 의의(意義) 및 만다라의 건립에 의해서 얻을 수 있는 공덕, 아자(阿字)의 출생과 만다라의 도상법(圖像法), 색상이 가지는 의미 등에 관해서 설하고 있다. 앞의 품에서는 내심성취(內心成就)의 상(相)으로서 아자(阿字)를 관하고, 이 품에서는 아자를 백광변조왕으로서 관한다. 즉 아자의 광명이 백천만덕의 자문(字門)으로 나타나고, 또 이들 백천만덕의 자문은 아자의 일자(一字)에 귀입(歸入)하는 뜻을 밝힌 것이다.

9) 밀인품(密印品)

이 품에서는 다수의 존명(尊名)을 들고 있으며 그들에 관한 인(印)과 진언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또한 선무외의 주석에 나타난 것과 같이 삼밀(三密) 중에서 여래가 가지고 있는 신밀(身密)의 인(印)에 대해서 설했다. 이 품에 나타난 밀인의 수는 139가지이며, 밀인은 법신의 삼매야형이다. 행자는 이것으로 자신을 가지하며 장엄하므로 법신과 다름이 없고 팔부중(八部衆) 등에게 공경 추앙을 받으며, 그들은 행자의 교명(敎命)에 따라서 기쁘게 사역(使役)한다. 여기서는 밀인(密印)에 대한 내용을 전수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즉 이 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자는 첫째 관정을 받은 자, 둘째 비밀법을 따를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자, 셋째 법에 정진하는 자, 넷째 견고한 서원을 가지고 있는 자, 다섯째 사승(師僧)을 공경할 줄 아는 자, 여섯째 은덕에 감사할 줄 아는 자, 일곱째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청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자이다. 이것은 비밀법의 상승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부분으로 사실상 수행자가 아니면 법을 전수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0) 자륜품(字輪品)

「자륜품」은 문자의 전개를 통하여 불보살(佛菩薩)의 세계를 나타내는 내용이 주(主)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어느 면에서 「전자륜만다라행품」과도 유사성을 띠고 있어 『대일경』의 주석서들간에 견해의 차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 품에서는 「전자륜만다라행품」과는 달리 문자(종자)를 아(a) 사(sa) 바(va)의 3자를 통하여 불(佛) 연(蓮) 금(金)의 3부로 분류하고, 아자(阿字)를 근간으로 한 삼십이문자를 설정하여 그 32문자를 단음(短音) 장음(長音)과 비음(鼻音) 등으로 나타내 발보리심(發菩提心) 수행(修行) 보리(菩提) 열반(涅槃)에 배당하고 있다. 여기서 32자란 아(阿)음이 들어있는 32개의 문자를 의미하는데 산스끄리뜨의 까(Ka)에서 시작하여 끄샤(Ks.a)로 끝나는 32개의 문자가 기본이 된다. 이것들은 물론 대일여래의 덕을 나타내는 아(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위의 32문자는 어느 형태로 전개되든 항상 대일여래와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아자(阿字)는 수많은 자문(字門)의 자모(字母)이므로, 모든 문자는 아자의 변형이며, 경에서는 이것을 변일체처(遍一切處)의 법문(法門)이라 부르고 있다. 여래의 눈으로 제불찰토(諸佛刹土)를 보면, 일사일물(一事一物)이 변일체처의 법문이 아님이 없는 것이다. 또한 이 품에서는 수행자의 발심(發心)에서 불지(佛地)에 이르기 까지의 단계를 문자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설하고 있다.

11) 비밀만다라품(秘密曼茶羅品)

비밀만다라란 자륜삼매(字輪三昧)를 가리킨다. 대일여래는 이 삼매 중에서 법계만다라를 나타내어 무진무여(無盡無餘)의 중생계를 이익케 한다. 이 「비밀만다라품」에서는 『대일경』에서 설하는 삼종(三種)의 만다라, 곧 구연품에 설해진 신(身)만다라[대비태장생만다라], 전자륜품에 설해진 구(口)만다라[종자만다라]와 더불어 의(意)만다라[삼매야만다라]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이 품의 내용은 의만다라를 통하여 법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이 만다라가 나타내는 비로자나불의 광대한 세계를 스스로 체득하고 나서 수행자 자신이 아자(阿字)의 주체가 비로자나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품은 어떤 형태로 나타내든 만다라와 수행자의 본체는 지 수 화 풍 공의 오륜(五輪)으로 이루어진 법계탑(法界塔)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곧 상징적 표현방식인 3종 만다라 중 삼매야형으로 이루어진 삼매야만다라는 오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행자는 관상을 통하여 그것을 체득하고, 점점 그 깊이를 더해간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품에서는 의(意)만다라를 체득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곧 아사리의 자질 수행자의 마음 가짐 제존(諸尊)에 대한 공양 내외 2종호마의 중요성 의만다라(秘密曼茶羅)의 구성 등이다.

12) 입비밀만다라법품(入秘密曼茶羅法品)

앞의 품에서는 所入의 法體, 곧 자륜만다라를 밝히고, 이 품에서는 진언행보살이 비밀만다라에 통달하여 깨달음에 들어가는 방법을 밝히고 있다. 곧 이 품에서는 수행자가 비밀만다라법에 통달하여 깨달음의 길에 이르는 방편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아사리는 법을 전수받는 제자에게 이 비밀만다라에 들어가도록 하여 자문(字門)을 가지고 제자가 지은 업장(業障)을 소멸시키고, 비밀만다라에 들어가서 행자와 열가 하나로 되는 삼매야평등(三昧耶平等)을 체득하도록 한다.

13) 입비밀만다라위품(入秘密曼茶羅位品)

비밀만다라위란 의생(意生)인 팔엽대연화왕(八葉大蓮華王)을 의미한다. 이곳은 소입(所入)의 위치이며, 능입(能入)이 되는 것은 진언행보살의 금강의 지체(智體)이다. 이 품에는 팔단관정 후에 법신불과 평등일여가 되는 아자(阿字)의 대공(大空) 위치에 안주하는 요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말해서 이 품은 제자가 입단한 후에 법불평등의 경지에 안주한 것을 찬탄하는 것이 이 품의 요지인 것이다. 여기서 만다라위는 의(意)에서 생한 자성청정의 세계를 팔엽연화에 주하는 9존으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14)비밀팔인품(秘密八印品)

비밀팔인이란 대위덕인(大威德印) 금강불괴인(金剛不壞印) 연화장인(蓮華藏印) 만덕장엄인(萬德莊嚴印) 일체지분생인(一切支分生印) 세존다라니인(世尊多羅尼印) 여래법주인(如來法住印) 신속지인(迅速持印)의 팔인(八印)의 가지에 의해서 본존은 그 본서(本誓)를 어기는 일이 없이 도량에 강림하시어 행자의 의원(意願)을 만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수행자가 비밀만다라를 체득하고 마음에 팔엽의 청정만다라를 나타냈지만, 그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여기서 팔인(八印)의 진언과 인을 나타내서 비밀만다라의 진수를 설하는 것이다.

15) 지명금계품(지명금계품)

진언지송 기간에는 제계(制戒)를 시비(是非)하여 모두 호지(護持)하는데 그 계법(戒法)을 명시한 것이 이 품이다. 여기서 지명은 여섯 단계의 지명을 말하며, 금계는 그 기간 내에 지켜야 할 계(戒)를 의미한다. 원래 계에는 제계(制戒)와 본성계(本性戒)가 있는데, 이 품에서는 보리심을 근간으로 하여 전개되어 가는 본성계를 중시한다. 각 단계별 지송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단계에서 출입식(出入息)을 조절하며 금강인을 결하고, 행자는 스스로 아자가 되어간다고 관상하며 행자와 진언과 본존이 하나로 되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수륜(水輪) 중에 있다고 관상하며 연화인을 결하고 청정한 수륜속으로 융화되어 간다. 세 번째 단계에서 화륜(火輪) 중에 있다고 관상하며 대혜도인(大慧刀印)을 결하고, 일체의 죄장을 소멸해서 화륜속으로 융화되어 간다. 네 번째 단계에서 풍륜(風輪) 중에 있다고 관상하며 전법륜인(傳法輪印)을 결하고, 마음을 모아서 지송하며 풍륜속으로 융화되어 간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 금강수륜(金剛水輪), 즉 견고한 보리심과 청정한 마음속에 있다고 관상하며 유가를 체험한다. 여섯 번째 단계에서 풍화륜(風火輪)을 화합해서 일체의 집착을 여의고, 정각(正覺)에 들어간다. 이 품의 주요내용은 바로 오륜행(五輪行)을 견지하도록 하는 지명금계(持明禁戒)이다. 또한 이것은 자리이타의 대승보살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16) 아사리진실지품(阿斤梨眞實智品)

진실지(眞實智)란 아자제법본불생제불가득(阿字諸法本不生際不可得)의 지(智)로서 아사리의 본유무루(本有無漏)의 진지(眞智)를 의미한다. 이 진지와 변일체처(遍一切處)의 법문과 상(相)이 일치하는 곳에 법계만다라가 건립되어지는 것이다. 이 진실지는 아자에서 출생한 지(智)로서 본유의 묘지(妙智)를 가리키며, 이것은 자성청정한 내증진실심(內證眞實心)이다. 이 품에서는 아자(阿字)에서 생한 마음을 아사리의 진실지라고 하며, 아자를 만다라의 진언종자로 간주하고 있다.

17) 포자품(布字品)

행자의 육신의 상중하 각지분(各支分)에 범자(梵字)의 종자를 포관(布觀)하는 것이 이 품에서 밝혀져 있다. 변일체처의 범문종자를 몸의 각지분에 안포(案布)하는 것은 행자의 육신이 곧 법계만다라가 되며 법계솔도파(法界率都婆)가 되는 뜻으로, 아즉대일(我卽大日)의 자신(自信)은 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품에서는 아자로부터 전개되어가는 종자들을 몸에 포치해 가는데 대해서 설하고 있다. 먼저 수행자는 자신의 몸을 상중하로 나누어 종자를 포치해간다. 이것은 제불보살의 만덕(萬德)을 자신의 몸에 갖추기 위한 것이다. 또한 수행자가 아자의 정보리심에 주(住)해서 일체의 자문을 몸에 포치하는 것은 그 자신이 법계만다라로 되었음을 의미한다.

18) 수방편학처품(受方便學處品)

밀교의 계(戒)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계(制戒)로서 지명금계품(持明禁戒品)에서 밝힌 것이 그것이다. 둘째는 방편학처(方便學處)이며 진언행보살로서 마땅히 배워야 할 처(處)의 일이며, 범어(梵語)로는 쉭샤까라니(式沙迦羅尼)라 한다. 그 계상(戒相)은 십선계(十善戒) 오계(五戒) 사중계(四重戒) 등이 있으며, 이 품에서는 그 방편학처가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방편은 지혜방편(智慧方便)의 구비, 학처는 계법(戒法)의 학습을 의미한다. 곧 이 품은 지혜의 방편을 갖추고, 계법을 실천해 가는데 대해서 설한다. 여기서 먼저 불탈생명계(不奪生命戒) 불여취계(不與取戒) 불사음계(不邪淫戒) 불망어계(不妄語戒) 등의 십선업도(十善業道)를 설한다. 이것은 성문승(聲聞乘)의 그것과는 달리 대승을 수행하여 일체의 법평등에 들어가서 지혜방편을 섭수하고, 자타가 제소작(諸所作)을 행하는 것이다.

19) 설백자생품(說百字生品)

암자(暗字)로부터 25자를 생하며, 그 25자에서 4를 곱하면 100자가 된다. 암자를 백광변조왕이라 하는 것은 곧 이들 백자문도(百字門道)의 광명을 의미한다. 암자는 성불의 요체로서 시방삼세의 제불은 암자를 관하므로 해서만이 정각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라 한다. 이 품에서는 백광변조왕(百光遍照王)으로 불리는 암자(暗字)가 스물 다섯 자 내지 백 자로 전성되어 가는 과정과 암자백광(暗字百光)의 도화만다라(圖畵曼茶羅)를 설하며, 암자 자체를 성불의 요체(要諦)로 본다. 암자는 일체 진언의 심(心)으로서 모든 진언종자 중에서 가장 수승한 것으로 간주하여 이것을 불공교진언(不空敎眞言)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는 시방삼세의 제불이 이 자문을 관함으로써 정각을 이룬 것과 같이 일체의 중생도 보고 느끼는 것이 이와 같아질 때 무상보리의 연(緣)을 만난다고 한다.

20) 백자과상응품(百字果相應品)

이 품에는 大日尊이 다라니形으로 불사(佛事)를 올리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앞 품에는 백광변조왕법(百光遍照王法)의 수행의식을 설하였으며, 이 품에는 백광변조왕의 과지(果地)의 만덕이 명시되어 있다. 경에 대지관정(大智灌頂)이라 함은 제11지 등각의 위에서 금강살타가 시방삼세의 제불로부터 관정을 받아 삼계법왕자(三界法王子)의 자격을 얻은 위치를 의미한다. 또 이 품에서는 도화만다라(圖畵曼茶羅)를 가지고 수행한 결과 삼밀(三密)과 자문(字門)이 상응하는 내용에 대해서 설한다. 아자에서 출생한 진실어는 어륜(語輪)이 되어 무량의 세계로 이끈다. 진실어는 일체를 정화시키기 때문에 정각을 이루게 한다. 여기서 마음의 무량함을 알고, 신(身)의 무량함을 알며, 허공계의 무량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품은 여래가 다라니형(陀羅尼形)으로 불사(佛事)를 나타내고, 일체중생 앞에서 불사를 베푸시며, 삼삼매야구(三三昧耶句)를 연설하신 것이라고 설한다.

21) 백자위성품(百字位成品)

진언행보살이 암자의 가지에 의해서 의생(意生)의 팔엽연대上에 있어서 삼삼매야(三三昧耶)에 안주하여 금강미묘의 극위를 증득하는 것을 이 품에서는 밝히고 있다. [설백자생품]제19에서는 암자의 자체(字體)를 밝히고, [백자과상응품]제20에서는 암자문과 삼밀이 상응한 공덕을 나타내고, 이 품에서는 백자성취의 상(相)을 설하고 있다. 곧 이 품에서는 백자성취(百字成就)의 상(相)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자의 가지에 의한 것이다. 아자에서 생한 제진언은 원만하게 두루 편만하여 무량의 세계를 각지(覺知)시킨다. 여기서는 의생(意生)의 팔엽연대(八葉蓮臺)에 삼삼매야(三三昧耶)로 안주하여 금강미묘(金剛微妙)의 극위(極位)를 증득한다. 이것은 또한 수행자와 비밀만다라가 일체로 되는 것이며, 제진언(諸眞言)의 정신을 체득하는 것이다.

22) 백자성취지송품(百字成就持誦品)

이 품에서는 암자문을 지송하는 법칙이 명시되어 있다. 백광변조왕을 지송하므로 평등법계를 체달(體達)하고 널리 시방세계에 유통해서 항상 대불사를 성취하여도 의원만족(意願滿足)하게 된다. 다시말해 이 품은 백광변조왕의 자문에서 지송해야할 법칙에 대해서 설하고 있는 것이다. 백자성취지송력(百字成就持誦力)에 의해서 구신(垢身)과 정신(淨身)이 평등해지고 차별이 없으며, 염심(染心)과 정심(淨心)이 평등해져서 무이(無二)가 되는 것을 증득한다. 또한 이것에 의해서 정견(情見)의 암흑을 제거하고, 지혜의 광명을 생해서 시방세계에 편만하여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23) 백자진언법품(百字眞言法品)

이 품에서는 암자(暗字)의 자체(字體)인 아자(阿字)의 덕을 밝힌 것이다. 진언행보살은 아자로써 일체법을 가지해서 아자의 대공에 동귀(同歸)하고, 이것에 의해서 보살은 법체에 오입(悟入)해서 무상정각을 이루게 된다. 일체법의 실상을 개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자의 체득에 있다. 따라서 아자는 본존이다. 또한 아자는 본불생불가득공(本不生不可得空)의 제일구(第一句)이다. 단 아자는 상(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견(諸見)의 상(相)을 떠나 있다. 본래는 무상(無相)이지만 상을 나타내서 안에서 나온다고 설한다. 아자에서 나오는 소리는 소리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 성질은 공이다. 그러므로 진언독송을 듣고, 그 본성이 공함을 깨달았을 때 무량진언의 심오한 뜻을 이해하고, 제법무자성(諸法無自性)의 세계를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수행자의 마음이 아자와 상응하면 일체의 불법(佛法)을 통달할 수 있다.

24) 설보리성품(說菩提性品)

이 품에서는 대일경종(大日經宗)의 요의(要義)를 밝히고 있다. 이른바 요의란 법으로서는 정보리심, 인으로서는 태장계회의 중대심왕(中臺心王)인 대일존(大日尊)을 가리킨다. 보리의 성(性)은 허공의 상(相)과 같이 항상 일체처에 두루하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의(所依)함이 없이 진언구세자(眞言救世者)인 대일존(大日尊)도 무소의(無所依)로서 허공과 같다. 진언은 허공계에 편만해서 궁극적으로 제법의 무자성을 체득하고, 실지를 성취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일체의 진언이나 자(字)를 출생하는 아자도 일체법에 의지하는 것이 없고, 시간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해 있다. 또한 아자와 하나로 된 수행자는 삼세와 시방의 시간 공간적 속박을 초월해 있다. 이 품에서는 여기에 진정한 보리가 있다고 설한다.

25) 삼삼매야품(三三昧耶品)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설하신 3삼매야(三昧耶)112)는 어떻게 해서 이 법을 3삼매야라 고 합니까?” 111) 여래가 내증한 지(智)이다. 112) 발심(發心)·진지(眞智)·대비(大悲)의 3평등(平等)을 말한다. 아울러 법신·보신·응신의 3평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세존께서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가 지금 연설하리라.” 금강수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종류의 법을 상속하는 것이 있는데, 장애를 제거하고 상응하여 생하는 것을 3삼매야라 이름하느니라. 어떻게 해서 그 법이 상속하여 생하는가? 이른바 초심(初心)113)에서 자성을 관하지 못하면 이로부터 혜를 일으켜 여실지(如實智)를 생하며, 다함 없는 분별의 그물을 떠난다. 이것을 제2심114)이라 이름하느니라. 보리는 무분별의 정등각구(正等覺句)이다. 비밀주여, 그것을 여실하게 관하고 나서 다함 없는 중생계를 관찰하면 비(悲)가 자재하게 전성하며 115)무연(無緣)116)의 관으로 보리심을 생하느니라. 말하자면 온갖 희론을 떠나서 중생을 안치(安置)하며 모두 무상(無相)의 보리에 머물게 한다. 이것을 3삼매야구(三昧耶句)라 하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3삼매야(三昧耶)가 있느니라. 최초의 것은 정각심(正覺心)이며 두 번째는 법이라고 이름하느니라.

26) 설여래품(說如來品)118)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어떻게 해서 여래가 되고 어떻게 해서 사람 가운데 존경 받는 자가 됩니까? 어째서 보살이라 하며 왜 정각이라고 합니까? 도사이신 대모니(大牟尼)시여. 원컨대 저의 의심을 끊게 해 주십시오. 보살이라는 대명칭은 의심과 걱정하는 마음을 버리고 마땅히 마하연(摩訶衍)119)을 닦는 것으로 행 가운데 왕으로서 그 이상 가는 것이 없는 것입니까? 이 때에 박가범비로자나(薄伽梵毘盧遮那)께서는 모든 큰 모임의 대중들을 관찰하시고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금강수여, 능히 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가 지금 마하연도(摩訶衍道)를 설하리라.” 게송으로 읊으셨다. 118) 이 품에서는 보살 및 여래의 의의(意義)를 밝힌다. 119) 산스크리트로 mah y na. 대승(大乘), 특히 후기 대승불교인 밀교를 가리킨다.

보리는 허공의 상으로써 온갖 분별을 여의었느니라. 보리를 즐겨 구하는 자를 보리살타(菩提薩?)라 이름하느니라. 10지(地) 등을 성취하여 자재하게 잘 통달하면 제법은 공으로서 마치 환상과 같으며 모두가 이와 같다고 알아 모든 세간의 종류를 이해하니 그래서 바른 깨달음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니라. 법은 허공의 상과 같아 둘이 아닌 오직 하나의 상이며 부처님의 10지력(智力)을 성취하기에 이름하여 삼보리(三菩提)라 하느니라. 오직 혜(慧)로써 무명을 제거하며 자성120)은 언설을 떠나 있고 스스로 증득하는 지혜이기에 이름하여 여래라고 하느니라. 120) 지혜의 본성(本性)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13) 제1의 삼매야이다. 114) 제2의 삼매야이다. 115) 제3의 삼매야이다. 116) 타연(他緣)과 같은 뜻으로 다른 중생을 비념(悲念)으로 관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상속해서 생하는 것은 이른바 화합승(和合僧)이니라. 이 3삼매야는 모든 도사(導師)이신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으로 만약 이 3삼매야 등에 머물러 보리행을 수행하면 모든 도문(導門)의 대표가 되어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할 것이고 마땅히 보리를 이룰 수 있으며 3신(身)을 자재하게 굴릴 수 있으리라. 비밀주여, 삼먁삼불타(三?三佛陀)는 가르침을 안립하시고자 하나의 몸으로써 가지하신다. 이른바 처음의 변화신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다음에 한 몸에서 세 종류를 시현하니, 이른바 불법승(佛法僧)이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이로부터 성립한 세 종류의 승(乘)을 설하시고, 널리 불사를 지으며, 반열반(般涅槃)을 나타내시어 중생을 성숙하게 하신다. 비밀주여, 저 모든 진언문에서 보리행을 닦는 모든 보살들을 관찰하라. 만약 3삼매야 등을 이해하고 진언법칙에서 성취하며, 온갖 망집에 집착하지 않으면 장애될 것이 없으리라. 불락욕(不樂欲)117)과 게으른 것, 이롭지 않은 담화와 신심을 생하지 않는 것과 자재를 쌓아 모으는 자는 제외한다. 또한 두 가지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술 마시는 것과 침상에서 자는 것이니라.” 117) 이것은 법성취(法成就)를 원하지 않는 자를 가리킨다.

27) 세출세호마법품(世出世護摩法品)121)

“또다시 비밀주여, 옛적에 어느 한때에 나는 보살이 되어 보살행을 닦으며, 범천의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 때에 범천이 와서 나에게 물었다. ‘대범(大梵)이시여, 저희들은 불[火]에 몇 가지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때에 나는 이와 같이 답하였다. 이른바 대범천(大梵天)을 아만자연(我慢自然)이라 하느니라. 다음에 대범천자(大梵天子)는 그 이름을 파바구(??句)122)라 하는데 세간의 불[火]의 시초이고 그 아들의 이름은 범반(梵飯)123)이라 하며 그 아들은 필달라(畢??)124)와 폐습바날라(吠濕婆捺羅)125)라고 하느니라. 다시 하바노(訶?奴)126)와 합비바하나(合毘?訶那)127)와 파설삼비도(?說三鼻睹)128)와 121) 여기서 세간의 호마법이란 베다 가운데 등장하는 것으로 44종류의 화법(火法)이 있다. 이것은 화사바라문(火事婆羅門)이 행한다. 다음에 출세간의 호마법은 내호마와 외호마로 분류된다. 외호마에 12종류의 화법(火法)이 있다. 이 품에서 설하는 화(火)의 명칭은 화를 가지하는 신주(神呪)의 명칭이자 화사(火事)의 명칭이기도 하다. 122) 산스크리트로 P vaka. 정화(淨火)의 뜻이다. 123) 산스크리트로 Brahmad naputra. 화천(火天)의 이름으로 범왕의 아들이다. 124) 산스크리트로 Pitira. 125) 산스크리트로 Vi vadh ra. 126) 산스크리트로 Havana. 127) 산스크리트로 Havyav hana. 128) 산스크리트로 P sisavyato.

그리고 아달말나(阿?末拏)129)를 낳았느니라. 그 아들은 발체다(鉢體多)130)와 보색가로도(補色迦路陶)131)이니라. 이와 같은 모든 화천(火天)이 차례대로 모습이 생하였느니라. 다음에 태장(胎藏)을 안치하는데 망로다화(忙路多火)132)를 사용하라. 나중에 몸을 씻으려면 바하망나화(?訶忙囊火)133)를 쓰고 아내를 목욕시키는 데에는 맹아로화(?蘖盧火)134)를 쓰며, 자식을 낳은 뒤에는 발가포화(鉢伽蒲火)를 사용하라. 자식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지을 때에는 파체무화(?體無火)135)를 쓰며 음식 먹일 때 쓰는 것은 수지화(戍脂火)136)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129) 산스크리트로 Atharva a. 130) 산스크리트로 Pothita. 131) 산스크리트로 Pu karodsa. 132) 산스크리트로 Maruta. 부인을 얻어 수태(受胎)되었을 때에 이 불을 쓴다. 133) 산스크리트로 Vahamana. 수태해서 6개월이 지난 뒤에 남편이 부인의 머리를 감아줄 때 이 불을 쓴다. 134) 산스크리트로 Ma gaha. 남편이 처를 목욕시킬 때 이 불을 쓴다. 135) 산스크리트로 P th na. 자식을 낳고 음식을 먹을 때 부모는 이 화신주(火神呪)를 가지고 소유(蘇油)를 가지해서 삼킨다. 136) 산스크리트로 uci.

자식에게 머리를 올려줄 때에는 마땅히 살비화(殺毘火)137)를 써야 하며 다음에 금계(禁戒)를 받을 때에는 삼모파바화(三謨婆?火)138)를 써야 하며 금계를 채우고 소[牛]를 바칠 때에는 소리야화(素?耶火)139)를 쓰고 동자(童子)가 혼인할 때에는 유자가화(瑜?迦火)140)를 쓰느니라. 온갖 사업을 하는 데에는 발나이가화(跋那易迦火)141)를 쓰며 모든 천신을 공양하는 데에는 파바구화(??句火)142)를 쓰느니라. 방을 만드는 데에는 범화(梵火)를, 혜시(惠施)에는 선도화(扇都火)143)를 양을 매어 두는 데에는 아바하녜화(阿縛賀寧火)144)를, 더러운 것을 접하는 데 쓰는 것은 미폐지화(微吠脂火)145)이며, 137) 산스크리트로 abhi. 138) 산스크리트로 samobh va. 139) 산스크리트로 s rya. 140) 산스크리트로 yojaka. 141) 산스크리트로 Upand yika. 142) 산스크리트로 P vaka. 143) 산스크리트로 a ta. 144) 산스크리트로 Avahana. 145) 산스크리트로 viveci.

먹을 것을 익힐 때에 쓰는 것은 바하사화(婆訶娑火)146)이니라. 일천(日天)을 예배할 때에는 합미서야화(合微誓耶火)147)를 쓰고 월천(月天)을 예배할 때에는 이른바 이지화(爾地火)148)를 쓰며 완전히 태우는 데 쓰는 것은 아미리다화(阿密栗多火)149)이며, 식재(息災)할 때에는 나로나화(那?拏火)150)를 쓰느니라. 증익법(增益法)을 할 때에는 흘률단다화(訖栗旦多火)151)를 쓰며, 원수와 대치하여 항복(降伏)시킬 때에는 마땅히 분노화(忿怒火)를 써야 하고 온갖 자재(資財)를 구소(鉤召)152)하여 146) 산스크리트로 Sahas . 147) 산스크리트로 Havi ya. 148) 산스크리트로 Didhi. 149) 산스크리트로 Am ta. 감로(甘露)를 말한다. 음역하여 아미리다(阿密?多)·아미리다(阿蜜■多)라 한다. 의역하여 불사(不死)·불사액(不死液)·천주(天酒)라 한다. 곧 불사의 신약(神藥)으로, 천상의 영주(靈酒)이다. 베다에서는 소마주(蘇摩酒)를 신들이 언제나 마시는 음식이라 하며, 이를 마시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 맛은 단 것이 꿀과 같아서 감로(甘露)라 한다. 이 감로를 불법(佛法)의 법미(法味)와 중생의 몸과 마음을 장양하게 하는 묘미(妙味)로 비유한다. 밀교에서는 관정수(灌頂水)를 불사의 감로라 한다.(『대일경소』 13권) 150) 산스크리트로 Garu a. 151) 산스크리트로 K t nta. 152) 산스크리트로 kar a a. 경애하는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이다. 밀교의 4종수법, 또는 5종수법, 6종수법의 하나로서 섭소(攝召)·청소(請召)·초소(招召)라고도 한다. 이 법은 경애법의 부속법이다. 이 법을 닦으면 사람이든 물질이든 마음대로 희망하는 것을 얻게 된다.

모을 때에는 가마노화(迦摩奴火)153)를 쓰며 숲과 나무를 태우는 데에는 마땅히 사자화(使者火)를 써야 하느니라.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데에는 사타로화(社咤路火)154)를 쓰고 모든 불[火]을 수여하려고 할 때에는 이른바 바차화(薄叉火)155)를 쓰며 바다 속에 있는 불은 바나바목카(縛拏婆目?)156)라 이름하고, 겁(劫)을 소진할 때의 불[火]은 유건다(瑜乾多)157)라 이름하느니라. 그대들 모든 어진 이들을 위하여 이미 모든 불158)에 대하여 설하였느니라. 위타(韋陀 : 베다)159)를 닦아 익히는 자는 전수 받고 외운 대로 범행(梵行)을 하라. 153) 산스크리트로 Kamana. 154) 산스크리트로 J hara. 155) 산스크리트로 Bh k a. 156) 산스크리트로 Va avamukha. 157) 산스크리트로 Yuganta. 158) 이상에서 열거한 것은 불을 섬기는 바라문들의 삿된 호마법이다. 159) 산스크리트 Veda의 음역. 네 종류의 베다 성전의 뜻이다. 고대 인도 바라문교의 근본 성전인 종교 문헌으로 베다는 제식(祭式)의 실시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서 발달한 관계로 각각 그 직능을 달리하는 제관(祭官)에게 제각기 소속되어 네 종류의 구별이 생겼다. 즉,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쥬르베다, 아타르바베다이다.

이 마흔네 종류는 그 때에 내가 널리 설할 것이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내가 옛적에 모든 불의 성품을 알지 못하고 온갖 호마를 행하였으나 그것은 호마행이 아니었기에 능히 결과를 얻을 수도 없었느니라. 나는 다시 보리를 성취하고 열두 종류의 불[火]을 연설하였노라. 지화(智火)160)가 가장 처음이 되니 이름을 대인다라(大因陀羅)라 하느니라. 단엄하고 깨끗한 금색의 모습이며 증익(增益)의 위력161)을 베풀어 염만(焰?)으로 삼매에 머무느니라. 마땅히 지(智)의 원만을 알아야 하느니라. 160) 이하에서 12화(火)를 밝힌다. 12화란 12종의 화법(火法)을 가리킨다. 혹은 이 12종 화법의 본존을 가리키며, 12화천(火天)이라고도 한다. 즉, 밀교에서 외도가 설하는 44종 삿된 호마가 호마의 참뜻에 계합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진실한 12종의 화법을 설한 것이다. 첫 번째 지화(智火)는 제석(帝釋)의 내증, 즉 보리심의 혜광(慧光)이 무명을 태워 부수는 뜻을 나타낸다. 식재법(息災法)과 상응한다. 제석은 제천(諸天)의 왕이므로 이로써 모든 여래공덕을 갖춘 대일여래의 지광(智光)을 뜻한다. 본존은 황색이고 둥근 광채가 둘러싸고 있으며, 정수삼매(正受三昧)에 머무는 모습이다. 이 법을 닦는 자는 방단(方壇)을 만들고 관한다. 제석(帝釋)의 내증, 즉 보리심의 혜광(慧光)이 무명을 태워 부수는 뜻을 나타낸다. 식재법(息災法)과 상응한다. 제석은 제천(諸天)의 왕이므로 이로써 일체여래공덕을 갖춘 대일여래의 지광(智光)을 뜻한다. 본존은 황색이고 둥근 광채가 둘러싸고 있으며, 정수삼매(正受三昧)에 머무는 모습이다. 이 법을 닦는 자는 방단(方壇)을 만들고 관한다. 161) 10지력(地力)을 가리킨다.

두 번째는 행만(行滿)162)이라 하는데 두루 비추는 것이 가을 달빛과 같고 길상원륜(吉祥圓輪) 가운데에 주만(珠?)이 달린 아주 흰옷이 있느니라. 세 번째는 마로다(摩?多)163)로서 흑색이며 풍조형(風燥形)이고 네 번째는 노혜다(盧醯多)164)로서 그 색은 아침 햇살과 같으니라. 다섯 번째는 모리다(沒■拏)165)로서 수염이 많으며 옅은 황색이고 목이 길고 큰 위광이 있으며 두루 모두를 애민하느니라. 여섯 번째는 분노(忿怒)166)라 이름하는데 애꾸눈에 연기에 그을린 색으로 162) 대비행(大悲行)을 나타낸다. 또한 식재법과 상응한다. 그 모습은 가을달과 같고, 몸에 선명한 흰옷을 입었으며, 오른손에는 수주(數珠)를 지니고, 왼손에는 군지(軍持)를 들었다. 163) 산스크리트로 Maruta. 번역하여 풍조(風燥)라 한다. 바람이 능히 구름을 흩어 버리듯이 온갖 장애를 산괴시킨다는 뜻을 나타낸다. 조복법(調伏法)과 상응한다. 반달 가운데 단아하게 앉아 있으며, 흑색으로 손에는 비단을 들고 있는데, 천의(天衣)의 모습과 같다. 164) 산스크리트로 Rohita. 번역하여 적색(赤色)이라 하며, 이혜(利慧)의 뜻을 나타낸다. 그 형상은 삼각(三角) 가운데에 단좌하며 오른손에 도(刀)를 쥐고 가벼운 노여움을 띤 모습이다. 165) 산스크리트로 M a. 자비와 지혜가 화합한 뜻을 나타낸다. 그 형상은 좌반신은 적색으로 분노한 모습이며, 우반신은 황색으로 미소하고 있다. 왼손에는 도(刀)를 쥐었고, 오른손에는 금강저를 쥐었다. 166) 항복과 식재법에 상응한다. 그 몸은 그을린 색으로 아주 검으며, 한쪽 눈을 감은 것이 부동존과 같다. 화발(火髮)과 크게 벌린 입으로 크게 우는 모습이며, 네 어금니가 나와 있다.

치켜 솟은 머리카락과 벼락처럼 큰 소리에 큰 힘으로 네 개의 어금니를 드러내느니라. 일곱 번째는 자타라(??羅)167)로서 신속하게 온갖 색채를 갖추며, 여덟 번째 흘려야(?灑耶)168)는 마치 번갯불이 뭉친 것과 같으니라. 아홉 번째는 의생(意生)169)으로 큰 세력이 있으며 교묘한 색신을 갖추고 있고 열 번째는 가라미(?■微)170)로서 적흑색에 옴자인(唵字印)을 지니고 있느니라. 열한 번째는 화신(火神)171)이니라.[범본(梵本)에 그 이름이 빠져 있다.] 열두 번째는 모하나(謨賀那)172)로서 중생을 미혹에서 건져 주느니라. 비밀주여, 이들 화(火)가 색깔173)을 지니는 것은 167) 산스크리트로 J hara. 번역하여 온복(溫腹)이라 한다. 그 모습은 5색을 갖추었으며, 극히 분노한 모습이다. 168) 산스크리트로 Kr aya. 번역하여 비모(費耗)이다. 업장을 제거하여 없애는 뜻을 나타낸다. 그 형상은 수많은 번갯불이 생기는 것과 같아서 바라볼 수가 없다. 169) 자재한 혜를 나타낸다. 법계에 두루하게 훌륭한 몸과 말과 뜻으로써 중생에 응하여 뜻대로 대불사를 성취한다. 170) 번역하여 수식화(受食火)라 한다. 3신(身)의 과를 받음을 나타낸다. 그 형상은 손에 옴자인(唵字印)을 지니고 있다. 171) 『대일경소』에도 그 설명이 누락되어 있다. 172) 번역하여 실성(悉成)이라 한다. 온갖 마군을 항복시킴을 나타낸다. 해야 할 일을 끝낸 뜻이다. 이상의 12화(火)에서 제11존을 빼고는 다른 존의 형상은 모두 『대일경소』 20권에 수록되어 있으며, 동권에는 또한 이 가운데 지화·행만과 몰률다 등의 수행작법이 있다. 173) 여기서 색깔이란 화신(火神)의 색이다.

그 자체의 형색에 따르며 약물(藥物)들도 그와 같아야 하느니라. 이렇게 외호마(外護摩)를 행하면 뜻대로 실지를 성취하리라. 또한 다음에 내심(內心)에서 하나의 성질이 세 가지174)를 갖춘다. 세 곳을 합해 하나로 하는 것은 유기(瑜祇)의 내호마(內護摩)175)이니라. 대자대비심(大慈大悲心)을 식재법이라 하며 그것과 겸하여 기쁨을 갖추는 것을 증익법이라고 하느니라. 분노176)는 태장(胎藏)177)에 따라서 온갖 사업을 이룬다. 또다시 비밀주여, 그 설하는 것과 같이 상응하는 사업에 따르고 신해(信解)에 따라서 분소(焚燒)하라.” 이 때에 금강수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화로삼마지(火爐三摩地)이며, 무엇을 가지고 뿌리는 데에 쓰며, 어떠한 순서로 길상초(吉祥草)를 깔고, 어떠한 소용되는 물건들 을 갖추어야 합니까?” 이와 같은 말씀을 드렸다. 174) 화(火)·본존(本尊)·행자(行者)를 가리킨다. 본존은 대일여래이며, 이것은 법이자연(法爾自然)의 지화(智火)이다. 혜화(慧火)는 자기 자신의 진심(眞心)이다. 혜화와 본존, 그리고 행자의 3화합(和合)을 내호마(內護摩)라 한다. 175) 내호마는 정보리심(淨菩提心)의 혜화(慧火)를 가지고 무명번뇌의 장작을 태워 없애 버린다는 뜻이다. 176) 여기서 분노는 번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애호하는 대비심에서 일어나는 분노이다. 177) 여기에서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 때 금강수가 부처님께 말씀드리길 세존이시여, 무엇이 화로정(火爐定)이며 무엇을 가지고 뿌리는 데에 쓰며 어떤 순서대로 길상초를 깔며 필요한 물건들을 갖추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비밀주 지금강자에게 말씀하셨다. 화로는 1주(?)의 크기로 하는데 사방이 서로 균등하게 해야 하며 네 마디를 가장자리의 경계로 하고 금강인(金剛印)을 두루 두르라. 그 위에 까는 것은 생띠[生茅]로써 하고 화로를 감싸 오른쪽으로 두르는데 끝을 가지고 본체에 겹치지 말라. 마땅히 본체로써 끝을 겹쳐야 한다. 다음에 길상초를 가지고 법답게 오른쪽에 뿌려라. 바르는 향과 꽃과 등으로써 다음에 화천(火天)에게 바쳐라. 수행자는 하나의 꽃으로써

28) 설본존삼매품(說本尊三昧品)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존의 색상과 위력 있는 증험이 현전하는 것에 대해 설해 주십시오.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본존의 형상을 관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즉 본존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하여 의혹을 없애고 실지를 얻기 위함입니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훌륭하구나, 잘 듣고 아주 잘 생각하거라. 내가 지금 설하리라.” 금강수가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즐겨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제존에 세 가지의 몸이 있으니, 이른바 자(字)와 인(印)180)과 형상(形像)181)이다. 그 자(字)에 두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성(聲)과 보리심(菩提心)이다. 인에 두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유형(有形)과 무형(無 180) 손으로 가질 수 있는 인(印)을 의미한다. 즉 도(刀)·윤(輪)·금강저 등이다. 181) 신(身)을 가리킨다.

形)182)이다. 본존의 몸에도 역시 두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청정(淸淨)과 비청정(非淸淨)183)이다. 그 정신(淨身)을 증득하면 온갖 상(相)184)을 떠난다. 비청정은 유상(有想)의 몸으로 모습을 나타내며 온갖 색이 있다. 그 두 종류의 존형은 두 가지의 사업을 성취한다. 유상(有想)이면 유상실지(有相悉地)를 성취하고, 무상(無想)이면 무상실지(無相悉地)를 따라 생하느니라. 게송으로 읊는다. 부처님께서는 유상(有想)을 설하시기에 즐겨 유상(有相)을 성취하고 무상(無想)에 머무시기에 무상실지(無相悉地)를 획득하시느니라. 이 까닭에 모든 종류에서 마땅히 비상(非想)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29) 설무상삼매품(說無相三昧品)185)

또다시 박가범비로자나께서는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그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보살이 무상삼매(無相三昧)를 성취하려면 마땅히 이와 같이 사유해야 하느니라. 상(想)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나의 몸인가, 나의 마음인가? 만일 몸에서 생긴다면, 몸은 풀이나 나무·기와·돌과 같은데, 자성(自性)이 이와 같은 조작을 떠나서 인식하며 아는 것이 없고, 업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니 마땅히 바깥의 사물들과 동등하다고 평등하게 관하여야 한다. 또한 조립한 형상과 같아서 불이나 물이나 칼이나 독이나 금강 등으로도 손상시키지 못한다. 혹은 성을 내어 거친 말을 182) 본존은 마음에서 나타나 다른 외연(外緣)이 없기에 이와 같이 말한다. 183) 유상(有相)을 가리킨다. 유상은 인(因)이고, 무상은 과(果)이다. 즉 유상으로 들어가서 무상에 이른다는 뜻이다. 184) 상(相)은 곧 색(色)을 말한다. 185) 여기서 무상삼매란 유상삼매와 상대되는 말로 무염청정(無染淸淨)한 진실의(眞實義)를 가리킨다. 무상(無相)은 성공무아(性空無我)의 뜻이다.

하여도 능히 조금도 그것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 만약 음식이나 의복이나 향을 바른 화만(華?)이나, 바르는 향이나 전단(?檀)이나 용뇌(龍腦)의 이와 같은 갖가지 뛰어난 도구를 가지고 모든 천과 세상 사람들이 받들고 섬기고 공급할지라도 기쁨을 생기게 할 수 없다. 어찌한 까닭인가? 어리석은 범부는 자성이 공한 형상에서 스스로 나라는 생각을 하고 전도(顚倒)하여 실답지 않게 온갖 분별을 일으키기 때문이니라. 그는 다시 공양하거나 또는 손상시킨다. 비밀주여, 마땅히 이와 같은 신념(身念)을 닦아 성품이 공함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마음은 자성이 없고 온갖 생각을 여의었느니라. 마땅히 성품이 공함을 사유하라. 비밀주여, 마음은 3시(時)186)에 구하여도 얻을 수 없느니라. 3세를 초월하였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자성은 온갖 상을 멀리 떠나 있다. 비밀주여, 심상(心想)이 있다는 것은 바로 어리석은 범부가 분별하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기에 이와 같은 허망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실답지 않고 생겨나지 않는 것처럼 마땅히 이와 같이 사념하라. 비밀주여, 이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모든 보살들은 무상삼매를 증득하고 무상삼매에 머물기에 여래께서 말씀하신 진실어는 그 사람에게 가까이 언제나 나타나리라.”

30) 세출세지송품(世出世持誦品)187)

“또다시 비밀주여, 지금 비밀지진언법(秘密持眞言法)을 설하겠노라. 낱낱의 모든 진언을 마음속으로 염송[心意念誦]188)하라. 출입식(出入息)은 두 번째로 하더라도 186) 초야(初夜)·중야(中夜)·후야(後夜)를 말한다. 187) 여기서 세간염송이란 자(字)와 본존, 행자의 인(印)이 별개의 것임을 말한다. 그리고 출세간염송은 3인(印)이 평등무상(平等無相)임을 말한다. 188) 마음속으로 염송하고 밖으로 소리내지 않는 것이다.

항상 첫 번째189)와 상응하는 것이니라. 이것과 달리 받아 지니면 진언에서 지분을 빠뜨리는 것이다.190) 내(內)와 외(外)191)가 상응하매 나는 네 종류192)가 있다고 설하느니라. 저 세간의 염송은 연(緣)에 따라서 상속하고 종자(種子)의 자구(字句)에 안주하여 마음이 본존을 따르게 되므로 반연(攀緣)이 있다고 설하며 출입식(出入息)193)을 최상으로 여기느니라. 마땅히 알라. 출세간의 마음은 모든 자(字)를 멀리 여의어 자신과 본존이 일상(一相)으로 되고 무이(無二)로써 취하거나 집착함도 없고 의(意)와 색상(色像)을 189) 심의염송과 출입식염송을 모든 염송 중에서 제1위(位)로 한다. 190) 구족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염송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보인다. 191) 한 자(字)를 취해서 그것을 관하고, 구(句)를 취해서 심상(心上)에 있다고 관하는 것이 외염송(外念誦)이고,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들어가는 염송이 내염송(內念誦)이다. 192) 네 종류의 염송이란, 황·적·백·흑의 사색염송(四色念誦)을 말한다. 네 가지 색 가운데 황색은 출세간의 지(地)를 나타내며, 삼마지염송이다. 적색은 금강의 화색(火色)으로 사염송(事念誦)을 말하며, 백색은 연화의 수색(水色)으로 기식염송(氣息念誦)이고, 흑색은 지심(持心)의 풍색(風色)으로 심염송(心念誦)을 나타낸다. 193) 세간염송에서는 출입식의 염송을 최상으로 한다.

무너뜨리지도 않느니라. 법칙과 다르게 하지 말라. 설하신 바 3락차(落叉)194)의 수많은 종류의 지진언(持眞言)이 온갖 죄를 제거하기에 진언자는 청정하니라. 염송은 수량대로 하며 이러한 가르침과 다르게 하지 말라.”

31) 촉루품(囑累品)

이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마땅히 방일(放逸)하지 말아야 한다. 이 법문에서 만약 근성(根性)195)을 알지 못하면 다른 이에게 수여할 수 없으나 나의 제자 중에서 표상(標相)을 갖춘 자196)는 제외한다. 내가 지금 그대들을 위하여 설하리라. 마땅히 일심으로 잘 듣거라. 만약 길상한 별자리가 있을 때에 태어나 뛰어난 불사에 뜻을 두어 구하며 미세한 혜(慧)가 있고, 언제나 은덕을 생각하며 간절하게 믿는 마음을 일으켜서 법을 듣고 환희에 머물며, 그 모습이 청백색이거나 백색이며, 머리는 크고 목은 길며, 이마는 넓고 평평하며, 코는 수직으로 얼굴이 원만하며 단엄한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불자라면 마땅히 은근하게 이를 교수해야 하느니라.” 194) 산스크리트로 rak a. 고대 인도에서 사용하던 수량의 단위이다. 락차(落叉)·락사(洛沙)라고도 한다. 1락차는 10만에 해당하며, 혹은 억(億)이라고도 한다. 1구지(俱?)의 백분의 1이다. rak a에는 이외에 상(相)의 뜻도 있기에 세간염송은 10만 번 혹은 백만 번의 수이다. 진언승의 염송은 상(相)의 뜻을 취한다. 195) 진언행에 들어간 보살이 제자의 성품과 능력을 깊이 알지 못하고 전법하면 도리어 천(天)의 재앙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196) 스승의 가르침을 몸에 익히고 그의 법을 온전하게 받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이 때에 모든 위덕을 갖춘 이들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듣고 나서 정수리에 받들며 일심으로 받아 지니었다. 이 모든 대중들이 갖가지 장엄으로써 광대하게 공양하고 난 뒤에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 합장하고 이렇 게 말씀드렸다. “오직 바라오니 이 가르침에서 세상을 구하는 가지구(加持句)를 연설하시고, 법안도(法眼道)로써 모든 장소에 두루하시며 세간에 오래 머무소서.” 이 때에 세존께서는 이 법문에서 가지구(加持句)의 진언을 송하신다.

나마사만다 못다남 살발타 승승 다릉 다릉 옹옹 다린다린 사타 바야사타 바야 못다살댜 바 달마살댜 바 싱가살댜 바 훔훔 볘나미볘 사바하. 이 때에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고 나자 모든 지금강자와 보현 등의 상수보살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가 크게 환희하여 믿고 받으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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