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재상이 법을 듣고 욕심을 떠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빈바사라왕에게 큰 재상이 있었다. 그는 왕과 함께 자주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욕심 떠나는 설법[離欲法]을 듣고, 그 뒤로는 그 부인에게 가지 않았다. 부인은 나쁜 마음을 품고 독약을 구하여 음식에 넣어 부처님을 청하여 드리려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부인에게 그 음식을 청하자, 부인은 그것을 주지 않고 다른 음식을 주었다.
부처님께서 오시자 남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음식은 자시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독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보다 더한 독은 없지마는 나는 그것을 벌써 없앴거늘 어떤 조그만 독이 나를 해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음식을 자셨으나 조금도 이상이 없었다.
그 때 재상의 부인은 믿는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그들 부부는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이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그를 교화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왕에게 비도혜(比圖醯)라는 지혜로운 신하가 있었다. 그는 항상 도법으로 국왕을 돕고 또 여러 신하들도 모두 선한 법을 닦게 하였다.
그 때 명상(明相)이라는 용왕이 비도혜에게 자주 오가면서 그 법의 말을 들어 받들고는, 아내에게 가는 걸음이 드물어졌다. 용의 아내는 성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저 비도혜의 심장을 얻어 불에 제사하고 그 피를 마셔야 살겠다.’
그 때 그 용왕과 그의 아내와 자주 오가면서 친히 지내는 야차 귀신이 있었다. 그는 용왕 아내의 말을 듣고 대답하였다.
‘내가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용의 아내 곁에 있던 여의주를 가지고 가서 이제 상인이 되어 가시국왕에게로 갔다. 그는 왕과 함께 저포(樗蒲) 놀이를 하였다. 그는 여의주를 걸고 왕은 그 나라의 창고를 걸고, 또 비도혜를 한몫으로 하여 여의주에 맞섰는데 야차가 이겼다. 그러나 야차는 그 나라의 창고는 취하지 않고 다만 비도혜만 요구하고서는 여의주를 왕에게 주었다.
왕은 비도혜에게 물었다.
‘그대는 가고 싶은가?’
그는 대답하였다.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야차는 비도혜를 데리고 갔다. 비도혜는 야차에게 물었다.
‘나를 찾아온 것은 무슨 뜻이었는가?’
야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간절히 묻기를 그치지 않으므로 마침내 말하였다.
‘용왕의 부인이 당신의 심장을 취하여 불에 제사하고 당신의 피를 취하여 마시고자 합니다.’
비도혜는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나를 죽여 심장과 피를 가지고 간다면 모든 사람의 심장과 피는 다 똑같은 것인데,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너는 나를 죽이지 말고 데리고 가라. 그가 내 심장을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지혜를 줄 것이요, 그가 내 피를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법을 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야차는 생각하였다.
‘이 분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를 데리고 용왕에게로 가자 용왕은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비도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용왕 부부와 그 권속들은 모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5계(戒)를 받았고, 또 야차 무리들도 5계를 받았다.
그 때 염부제 안에 있는 용과 야차들은 모두 많은 보물을 가지고 와서 비도혜에게 주었고, 비도혜는 그것을 왕에게 바치고, 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염부제의 사람과 용과 귀신들은 모두 5계를 받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았느니라.
그 때의 비도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명상 용왕은 지금의 선견(善見) 재상이며, 용왕의 아내는 바로 지금의 재상 부인이요, 왕은 저 사리불이며, 야차는 바로 지금의 목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