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큰 역사가 광야의 도적떼를 교화한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왕사성과 비사리국(毘舍離國) 중간에 5백 명의 도적떼가 있었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인자하고 너그러워 은혜로운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생물의 목숨을 해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광고를 내었다.
“만일 누구나 저 5백 명 도적 떼들에게 가서 그들을 교화하여 도둑질하지 않게 하면 벼슬로 상을 주리라.”
어떤 역사가 와서 왕의 모집에 응하고, 그 광야에 가서 도적 떼들을 교화하여 다시는 도둑질하지 않게 하였다.
그들이 이미 항복하자 그는 큰 성을 만들고 그들을 그 안에 두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와 그에게 붙어 마침내 큰 나라를 이루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저 큰 역사가 양육해 주는 은혜를 입고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다시 약속하였다.
“지금부터 우리가 새로 아내를 맞이할 때에는 먼저 저 역사에게 바치자.”
그들은 곧 역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새로 아내를 맞이하는 이는 먼저 그 아내를 역사님께 바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 일 때문이니, 첫째는 역사님과 같은 좋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요, 둘째는 역사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간청하였기 때문에 곧 그들의 뜻을 따라 그 법을 행하였다.
여러 날을 지나 어떤 여자는 그 일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서서 소변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꾸짖었다.
“너는 부끄러움도 없느냐. 어떻게 여자로서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소변을 보는가?”
그러자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여자가 여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소변을 보는데 무엇이 부끄러우냐? 이 나라에는 모두 여자뿐이요, 오직 저 역사만이 남자다. 만일 그의 앞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하겠지마는 너희들 앞인데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그 때부터 사람들은 서로 전해 말하였다.
“그 여자 말이 바로 도리이다.”
사리불과 목련은 함께 5백 제자를 데리고 그 광야를 지나갔다. 역사는 그것을 알고 두 존자와 5백 제자들을 청하여 편안히 쉬게 하고 의복과 음식을 이바지하였다.
사흘 뒤에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임을 열고는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하여 그 역사의 집을 에워싸고 불을 질렀다. 역사는 물었다.
“왜 이렇게 타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처음으로 시집오는 여자는 모두 너를 거친다. 우리도 사람인데 그 일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너를 태워 죽이려는 것이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나는 처음에 듣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억지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고 그를 태워 죽이려 하였다.
그는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 서원을 세웠다.
‘나는 사리불과 목련을 공양한 공덕의 인연으로 이 광야에 나되, 힘센 귀신이 되어 이 사람들을 죽이리라.’
이렇게 말하고 곧 숨이 졌다.
그리고 그는 그 광야에서 귀신으로 바꿔 나서 큰 독기를 뿜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 광야에 가서 그 귀신을 찾아 말하였다.
“너는 지금 한량없이 사람을 죽여 그 고기를 다 먹지 못하고 그저 썩히기만 하는구나. 원컨대 우리를 용서하고 저 소나 말을 죽여라. 그렇게 하면 하루에 한 사람씩을 너에게 대어 주리라.”
그리하여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제비를 뽑아 하루에 한 사람씩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발수타라(拔須陀羅)라는 장자에게 그 차례가 갔다.
그는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복덕이 있고 얼굴이 단정하였는데 그 귀신에게 먹히게 되었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셔서 괴로워하는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여 주십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제 아들을 오늘의 이 액난에서 건져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다가 그 장자의 마음을 아시고 곧 광야로 가서 그 귀신의 궁전 안에 앉아 계셨다. 귀신은 부처님을 와서 보고 매우 화를 내어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가라.”
부처님께서 곧 나오셨다. 귀신이 막 궁전 안에 들어가면 부처님도 도로 들어가셨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다가 네 번째에는 부처님께서 나가지 않으셨다.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나가지 않으면 네 마음을 미치게 하고, 네 다리를 잡아 황하 복판에 던져 버릴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법으로도 내 다리를 잡아 그렇게 하는 자를 보지 못했다.”
귀신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네 가지 일을 묻게 하라. 나는 말하리라.
첫째는 무엇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가는가? 둘째는 무엇이 큰 바다를 잘 건너가는가? 셋째는 무엇이 모든 고통을 잘 없애는가? 넷째는 무엇이 깨끗함을 잘 얻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믿음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고, 방일하지 않는 것이 큰 바다를 잘 건너며, 정신이 고통을 잘 없애고, 지혜가 깨끗함을 얻느니라.”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손에서 그 아이를 내어 부처님 발우 안에 두고 아이 이름을 광야수(曠野手)라 지었다.
아이가 점점 자라나자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우신 일입니다. 그 광야의 그런 나쁜 귀신을 항복받아 우바새(優婆塞)를 만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 가시국과 비제혜국 중간에 큰 광야가 있었고, 거기에 사타로(沙盧)라는 악귀가 있어 길을 끊었기 때문에 아무도 거기를 지나가지 못하였다.
사자(師子)라는 상인 우두머리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그 길을 지나가려 하였으나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는 말하였다.
‘부디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내 뒤를 따르라.’
이에 앞으로 나아가 그 귀신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귀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이름을 듣지 못하였는가?’
귀신은 대답하였다.
‘나는 네 이름을 알기 때문에 싸우러 온 것이다.’
‘너는 무엇이 능한가?’
그는 곧 활을 잡아 귀신을 쏘되 5백 발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활과 칼 따위의 무기를 썼으나 그것들도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나아가 주먹으로 치면 주먹도 그 뱃속으로 들어가고, 오른손으로 때리면 오른손이 그 몸에 붙고, 오른발로 차면 오른발이 그 몸에 붙으며, 왼발로 차면 왼발이 붙고, 머리로 치면 머리가 붙었다.
귀신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손과 발과 또 머리를 써도
모든 것은 다 내 몸에 붙거늘
다른 사람의 어떤 물건이 붙지 않으랴.
우두머리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금 내 손과 발과 또 머리와
모든 재물과 무기들은 붙어도
오직 정진만은 너에게 붙지 않나니.
만일 정진을 쉬지 않으면
너와의 싸움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요,
내가 지금 이 정진을 쉬지 않으면
마침내 너를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그 때 그 귀신은 말하였다.
‘지금 너를 위하여 저 5백 상인들을 모두 놓아 주어 가게 하리라.’
그 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사타로는 지금의 저 광야의 귀신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