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陀)가 부처님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도를 얻은 인연

096.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陀)가 부처님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迦比羅衛國)에 계시면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다가 난타(難陀)의 집에 이르셨다.

마침 난타는 아내와 함께 있었는데 아내는 얼굴에 화장하면서 눈썹 사이에 향을 바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문 안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난타는 밖에 나와 보려 하였다. 그 아내는 약속하였다.

“나가서 부처님을 뵙고 내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들어오십시오.”

난타는 곧 나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발우를 받아 집에 들어가 밥을 담아 바쳤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 부처님을 지나서 아난에게 주었다. 아난도 그것을 받지 않고 말하였다.

“너는 누구에게서 그 발우를 받았는가? 주인에게 돌려드려라.”

이에 그는 발우를 받들고 부처님을 쫓아 니구루정사(尼拘屢精舍)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곧 이발사에게 명령하여 난타의 머리를 깎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난타는 듣지 않고 주먹을 쥐면서 화를 내어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 가비라(迦毘羅)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다 깎으려는가?”

부처님께서는 이발사에게 물으셨다.

“왜 그 머리를 깎지 않느냐?”

이발사는 대답하였다.

“무서워서 못 깎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몸소 난타 곁으로 가셨다. 난타는 두렵기 때문에 감히 머리를 깎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깎았지마는 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늘 그를 데리고 다니시기 때문에 그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방을 지키는 당번이 되어 못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좋은 기회를 얻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길어 저 물병을 채워 두고 돌아가라.”

그는 곧 물을 길었다. 한 병을 채우면 다른 병이 쓰러졌다. 이리하여 얼마를 지났으나 그 병을 모두 채울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다 채울 수가 없다. 비구들이 돌아오면 제각기 긷게 하고 지금은 병을 집안에 넣어 두고 돌아가자.’

그는 방문을 닫으려 하였다.

한 짝을 닫으면 한 짝이 열리고 한 문을 닫고 나면 한 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다 닫을 수가 없다. 우선 버려 두고 가자. 비구들의 옷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더라도 내게 재산이 많으니 보상하기에 넉넉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승방을 나가다가 가만히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반드시 이 길로 오실 것이다. 나는 저 다른 길로 가자.’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다른 길로 오셨다. 그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큰 나무 뒤에 숨었다. 나무신이 나무를 들어 허공에 두자 그는 드러난 데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절에 돌아가 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부인을 사모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사모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그를 데리고 아나파나산(阿那波那山) 위에 올라가 다시 물으셨다.

“네 부인은 아름다운가?”

“예, 아름답습니다.”

그 산에 어떤 늙은 애꾸눈의 원숭이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물으셨다.

“네 부인 손타리(孫陀利)의 아름다운 얼굴이 저 원숭이에 견주어 어떠한가?”

난타는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내 아내의 아름다움은 사람 중에서 짝할 이가 드문데, 부처님께서는 지금 왜 내 아내를 저 원숭이에 견주실까?’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가 그와 함께 여러 천궁을 돌아다니시면서 여러 천자들이 여러 천녀들과 함께 서로 즐기는 것을 보여 주셨다.

그 중의 어떤 궁중에는 5백 천녀만이 있고 천자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이유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거기 가서 물었다.

“다른 여러 궁전에는 모두 천자가 있는데 왜 여기만 천자가 없는가?”

천녀들은 대답하였다.

“염부제에 사는 부처님 아우 난타는 부처님의 핍박으로 집을 나갔습니다. 그는 집을 나간 인연으로 목숨을 마치고는 이 천궁에 나서 우리 천자가 될 것입니다.”

난타는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난타는 곧 거기서 살고 싶어하였다. 그러자 천녀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하늘이요, 당신은 지금 사람입니다. 돌아가서 인간의 수명을 마치고 여기 와서 나면 그 때에는 살 수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위의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아내의 아름다움이 저 천녀들과 어떠한가?”

난타는 아뢰었다.

“저 천녀들에게 비하면 제 아내는 애꾸눈 원숭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염부제로 돌아오셨다.

난타는 하늘에 나기 위해 더욱 정성껏 계율을 가졌다.

그 때 아난은 그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마치 숫양이 싸울 때에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물러나는 것처럼

네가 계율을 가지려 하는

그 일도 그와 같구나.

부처님께서는 다시 난타를 데리고 지옥으로 가셨다. 여러 끓는 가마들에다 사람을 삶는데, 한 가마솥에는 물만 끓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괴상히 여겨 부처님께 그 이유를 여쭈었더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곧 가서 옥졸에게 물었다.

“다른 여러 가마솥에서는 사람을 삶으면서 죄를 다스리는데, 왜 이 가마솥만은 사람을 삶지 않고 비어 있는가?”

옥졸은 대하였다.

“염부제 안에 부처님의 아우로서 난타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집을 떠난 공덕으로 장차 하늘에 나겠지마는 탐욕 때문에 도를 파한 인연으로 하늘 수명을 마치고는 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가마솥을 달구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타는 두려워하면서 옥졸이 붙들까 겁이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보호하고 염부제로 데리고 가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여, 너는 정성껏 계율을 가져 너의 하늘 복을 닦아라.”

난타는 대답하였다.

“하늘에 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직 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를 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이레 동안에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우신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다는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는 만면(滿面)이라는 왕이 있었고, 비제희국(比提希國)에는 얼굴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어떤 음녀가 있었다.

그 때 두 나라는 항상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였다.

가시국의 왕 곁에 어떤 간사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저 나라에 있는 음녀는 아름답기 세상에 드물다고 찬탄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혹하여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으나 그 나라에서 주지 않았다. 왕은 다시 사자를 보내어 말하였다.

‘4, 5일 동안 잠깐 만나고 곧 돌려보내리다.’

그 때 그 나라 왕은 음녀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아름다운 자태와 온갖 기능을 모두 다 갖추었으므로 가시국왕은 너에게 혹하여 잠깐 동안도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곧 가게 하였다. 그리고 4, 5일이 지난 뒤에 다시 불렀다.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데 그 여자가 있어야 하겠소. 잠깐 놓아 돌려보내 주면 뒤에 다시 보내리다.’

가시국왕은 곧 돌려보내 주었다. 제사가 끝난 뒤에 다시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을 때, 저쪽에서는 ‘내일 보내겠소’ 하고 답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이튿날이 되어도 보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거짓말로 여러 날을 지내자, 왕은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여 단 몇 사람만 데리고 가보려 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가지 말기를 권하고 충고하였지마는 왕은 그것을 듣지 않았다.

그 때 선인산에 사는 어떤 원숭이 왕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아는 것이 많았다. 마침 아내가 죽어 어떤 암컷을 차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내어 꾸짖었다.

‘이 음탕한 놈아, 그것은 우리의 공동 소유인데 왜 너 혼자만 차지하는가?’

그래서 원숭이 왕은 암컷을 데리고 가시국을 달아나 왕에게 의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그 뒤를 쫓아와 성 안에 들어와서는 집을 부수고 담을

헐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가시국 왕은 원숭이 왕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그 암컷을 저 여러 원숭이들에게 돌려 주지 않는가?’

원숭이왕은 말하였다.

‘나는 아내가 죽고 다시 아내가 없는데, 왕은 지금 왜 나를 돌려보내려 합니까?’

‘지금 너희 원숭이들이 우리 나라를 부수고 어지럽게 하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일(음행)이 좋지 않습니까?’

‘좋지 않다.’

이렇게 좋지 않다고 왕이 재삼 말하기 때문에 원숭이 왕은 말하였다.

‘왕은 지금 궁중에 8만 4천의 부인을 두고도 그것을 사랑하지 않고, 적국에 있는 음녀를 쫓아가려 하십니다. 나는 지금 아내가 없어 이 하나를 가졌는데 왕은 좋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모든 백성들은 당신을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왕은 어떻게 한 음녀를 위하여 저들을 버리십니까?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대개 음욕이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은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미련한 사람이 바람을 거슬러 횃불을 잡고 놓지 않다가 마침내 데이는 것과 같습니다.

애욕은 더럽기 저 똥무더기 같지마는 외형이 좋은 엷은 가죽에 덮이어 있습니다. 또 그것은 똥에 빠진 독사처럼 은혜를 모릅니다. 그것은 원수와 같아서 거짓으로 사람에 붙어 친하고, 그것은 빚과 같아서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뒷간에 난 꽃처럼 미워할 만하고, 그것은 옴과 같아서 불을 향해 긁으면 더욱 심하며, 그것은 개가 마른 뼈를 씹을 때 침이 한데 모이면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입술과 이가 모두 부숴져도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그것은 목 마른 사람이 짠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갈증은 더욱 심하며, 그것은 뭇 새들이 다투어 쫓는 썩은 고기와 같고, 그것은 고기와 짐승이 맛을 탐하여 죽게 되는 것처럼 그 재화는 매우 큰 것입니다.’

그 때의 원숭이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왕은 바로 지금의 난타이며, 그 음녀는 지금의 손타리이니라.

그 때 나는 저 난타를 애욕의 수렁에서 건져 내었고, 지금은 그를 생사의 고통에서 건져 내었느니라.”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