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옛날 왕자 형제 두 사람이 나라에서 쫓겨난 인연
엣날에 어떤 왕자 형제 두 사람이 나라에서 쫓겨나 어느 넓은 벌판에 이르러 양식이 모두 떨어졌다. 아우는 그 아내를 죽여 그 살을 베어 형과 형수에게 먹게 하였다. 형은 그 살을 받았으나 먹지 않고 모두 감추어 두고, 제 다리살을 베어 부부끼리 먹었다.
아우는 그 아내의 살이 다 되자 그 형수를 죽이려 하였다. 형은 죽이지 말라 하고, 전에 감추어 두었던 살을 내어 그 아우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
그들은 그 광야를 지나 신선들이 사는 곳에 이르러 과실을 따 먹으면서 살았다.
그 뒤에 아우는 병으로 죽고 형만이 혼자 남았다.
그 때 왕자는 형벌을 받아 수족이 없는 어떤 사람을 보고 자비심을 내어 과실을 따다 그에게 주어 그를 살렸다.
왕자는 사람됨이 탐욕이 적었다. 그가 과실을 따러 간 사이에 그 아내는 뒤에 남아 있으면서, 그 월인(?人)과 정을 통하였다. 정이 깊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남편을 따라 과실을 따러 나갔다가 강가에 이르자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저 나무 꼭대기 과실을 따 주십시오.”
남편이 말하였다.
“저 나무 밑에는 깊은 강이 있는데, 혹 떨어질는지 모르오.”
아내는 말하였다.
“밧줄로 허리를 묶으십시오. 제가 그 밧줄을 당기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벼랑가로 가까이 가자 아내는 그 남편을 밀쳐 강 가운데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자애롭고 착한 힘이 있기 때문에 물에 떨어졌으나 떠내려 가면서 빠져 죽지는 않았다.
그때 그 강 하류에 있는 어떤 나라의 왕이 죽었는데, 그 나라의 관상장이는 누가 왕이 될 만한지 온 나라 안을 두루 찾아 보았다.
마침 그는 멀리 물 위에 누런 구름 일산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관상쟁이는 점을 쳐 보고는 말하였다.
“저 누런 구름 일산 밑에는 반드시 신인(神人)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을 그 물 가운데 보내어 그를 맞이하여 왕으로 세웠다.
왕의 옛 아내는 그 월인을 업고 돌아다니면서 구걸하다가, 이 왕자의 나라에까지 왔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저기 어떤 선량한 여자가 월인이 된 그 남편을 업고 다니면서 공경하고 효순한다.”
이 소문은 왕에게까지 알려졌다. 왕이 그 말을 듣고 곧 사람을 보내어 부르니, 그녀가 왕 앞에 왔다.
왕은 그 여자에게 물었다.
“이 월인이 진실로 네 남편인가?”
그녀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나를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너는 아무개를 아는가?”
“압니다.”
그는 왕을 바라보다가 비로소 알아 차리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왕은 자비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보내어 생활하게 해 주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이 내 몸이요, 그 아내는 바로 저 나무 바리를 들고 나를 비방하던 전차(?遮)라는 바라문의 딸이며 손발을 베인 이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