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육아백상(六牙白象)의 인연

잡보장경(雜寶藏經) 제02권

010. 육아백상(六牙白象)의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큰 장자가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은 스스로 제 전생 일을 알고 나면서부터 능히 말을 하였다. 그래서 말하였다.

“선하지 않은 행동은 효도하지 않는 행동이요,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은 해치는 행동과

은혜를 배반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그 아이가 날 때에는 큰 복과 덕이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현(賢)이라고 지었다.

그 아이는 차츰 자라면서 가사(袈裟)를 매우 공경하였다.

가사를 공경하는 인연으로 집을 떠나 비구니가 되었지마는 부처님 곁에는 가지 않고,

혼자서 부지런히 닦아 익혀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처님 곁에 가지 않은 것을 뉘우치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 참회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이미 너의 참회를 받았느니라.”

비구들이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현 비구니는 무엇 때문에 집을 떠난 뒤에도 부처님을 뵙지 않다가,

이제 부처님을 뵙고 참회하는 것은 어떤 인연입니까?”

부처님께서 곧 그 인연을 말씀하셨다.

“옛날 여섯 개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가 많았다.

그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현(賢)이요 둘째는 이름이 선현(善賢)이었다.

그는 숲속에서 마침 연꽃을 얻어 현에게 그것을 주려고 하였는데, 선현이 먼저 뺏아갔다.

현은 연꽃을 빼앗기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저 코끼리는 선현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 그 산중에 부처탑이 있었다. 현은 항상 꽃을 꺾어

그 탑에 공양하면서 발원(發願)하였다.

‘나는 인간에 나서 스스로 내 전생 일을 알고 또 저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빼어 가지리라.’

그리하여 곧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 몸을 쳐 죽은 뒤에,

이내 비제혜왕(毘提醯王) 집에 태어나 그 딸이 되었고, 스스로 제 전생 일을 알았다.

그는 자라나 범마달왕(梵摩達王)의 아내가 되자,

전생의 원한을 생각하고 그 왕에게 말하였다.

‘코끼리 어금니로 상(床)을 만들어 주면 나는 살겠지마는,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고 말겠습니다.’

왕은 곧 사냥꾼을 불러 ‘만일 코끼리 어금니를 얻어 오면 백냥 금을 주리라’고 하였다.

그 때 사냥꾼은 거짓으로 가사를 입고 활과 독화살을 끼고 코끼리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그 코끼리 아내 선현이 사냥꾼을 보고 코끼리왕[象王]에게 말하였다.

‘저기 사람이 옵니다.’

코끼리 왕이 물었다.

‘어떤 옷을 입었는가?’

‘가사를 입었습니다.’

‘가사 속에는 반드시 선(善)이 있고 악은 없느니라.’

사냥꾼이 가까이 가서 독화살로 쏘자, 선현은 그 코끼리 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가사 속에는 선이 있고 악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습니까?’

코끼리왕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가사의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에 있는 번뇌의 허물이다.’

선현은 곧 그 사냥꾼을 해치려 하였으나, 코끼리왕은 여러 가지로 위로하고 타이르며

설법하여 해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또 5백 마리 코끼리 떼들이

그 사냥꾼을 죽일까 걱정하여, 그들을 산골짝으로 몰아 넣어 멀리 보내 버렸다.

그리고 사냥꾼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필요하여 나를 쏘았는가?’

사냥꾼은 대답하였다.

‘나는 필요한 것이 없다. 범마달왕이 네 어금니를 구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러 왔다.’

‘그러면 빨리 빼어 가라.’

‘감히 내 손으로 뺄 수 없다. 그러한 자비로 나를 보호해 주었는데,

만일 내 손으로 빼어 가진다면, 내 손은 반드시 썩어 떨어질 것이다.’

그러자 그 코끼리는 곧 큰 나무에 받아 스스로 어금니를 빼고는,

코로 그것을 집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이 어금니의 보시로 말미암아 나는 장래에

일체 중생들의 삼독(三毒)의 어금니를 제거하리라.’

사냥꾼은 곧 그 어금니를 가져다 범마달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그 때 부인은 그 어금니를 얻고는 곧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 말하였다.

‘지금 내가 어떻게 이 어질고 훌륭하며 깨끗한 계율을 가진 이의 어금니를 가지겠는가?

크게 공덕을 닦자.’

그리고 곧 서원을 세웠다.

‘원컨데 저이가 장래에 성불할 때에, 나는 그이의 법 안에서 중이 되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게 하소서.’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그 때의 그 흰 코끼리는 바로 이 나요,

그 사냥꾼은 바로 저 제바달다(提婆達多)이며, 현은 지금의 저 비구니요,

선현은 바로 저 야수타라(耶輸陀羅) 비구니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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