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토끼가 제 몸을 구워 큰 선인에게 공양한 인연

011. 토끼가 제 몸을 구워 큰 선인에게 공양한 인연

사위국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 법 안에서 중이 되었으나, 항상 속가의 권속들과 즐기고 도인들과 더불어

일을 같이 하기를 즐기지 않으며, 또 경전을 읽고 도를 닦기도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분부하여 아련야(阿練若:寂靜處)로 가서

부지런히 닦아 익혀 아라한이 되어 육통(六通)을 두루 갖추게 하셨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기이합니다.

그러한 장자의 아들도 마음을 잡고 아련야로 가서 아라한의 도를 얻고

육통을 갖추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만 그를 마음 잡게 한 것이 아니라, 옛날에도 일찍 마음을 잡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에도 마음을 잡게 하신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어떤 선인(仙人)이 숲속에 있었다. 그 때 세상에는 큰 가뭄이 들어

산중의 과실들은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가 모두 말라 버렸다.

그 선인은 어떤 토끼와 친하였는데, 토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을에 내려가 걸식하고자 한다.’

토끼가 말하였다.

‘가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먹을 것을 드리겠습니다.’

이에 토끼는 섶을 모아 놓고 그 선인에게 말하였다.

‘제 음식을 받으시면 반드시 비가 내리리니, 사흘만 지내면

꽃과 열매가 도로 살아나 캐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는 가지 마십시오.’

이렇게 말한 뒤에 큰 불을 피워 놓고 그 속에 뛰어들었다.

선인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토끼는 나의 좋은 동무다. 내 먹을 것을 위해 능히 제 목숨을 버렸으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로다.’

그 때 그 선인은 몹시 괴로워하면서 그것을 먹었다.

보살(토끼)의 이러한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 때문에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석제환인은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인연으로 내 궁전이 흔들리는가?’

그는 토끼가 그 어려운 일을 한 것을 관찰해 알고, 그 행에 감동되어 곧 비를 내렸다.

그래서 선인은 거기 머물러 과실을 먹으면서 부지런히 공부하여 오신통(五神通)을 얻었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오신통을 얻은 선인은 지금 저 비구요,

그 토끼는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

나는 그 때에도 내 몸을 버렸기 때문에, 그 선인으로 하여금 아련야에 머물러

오신통을 얻게 하였거늘, 하물며 지금 내가 그 비구로 하여금 권속들을 멀리 떠나고

아련야에 머무르면서,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을 얻게 하지 못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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