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01권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과거현재인과경 제 1 권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이 [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대숲[竹林]에 머무르셨는데 이 여러 비구들은
아침에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여
머무르던 곳으로 돌아와서 먹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하고는
저마다 옷과 바루를 거두고 강당에 모여서 모두가 함께 과거의 인연을 말하고 싶어 하였다.

그 때 세존은 세간을 뛰어난 깨끗한 하늘 귀로써 여러 비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위에 이르시어 대중 가운데 앉으시면서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함께 모여서 무슨 법을 말하려고 하였느냐.”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밥을 먹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뒤에 일부러 함께 여기에 모여서
각각 과거의 인연을 말씀하심을 듣고 싶어하였나이다.”
이 때 세존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이 과거 인연을 듣고 싶으면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여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리라.”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들으려 하옵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과거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 겁에 그 때 선혜(善慧)라는 한 신선이 있었는데
깨끗이 밝은 행을 닦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고 이 큰 지혜를 성취하기 위하여
즐거이 나고 죽는 데에 있으면서 다섯 갈래[五道]에 두루 하며 한번의 몸이 죽고 무너지면

다시 한 몸을 받는등 나고 죽음이 한량 없었나니,
마치 천하의 초목을 다 베어서 산가지를 만들어
그의 옛날 몸을 헤아려도 다할 수 없음과 같았느니라.
대저 하늘과 땅이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다한 것을 一겁동안이라 하는데,
그런 천지가 이루어졌다가 무너짐을 겪는 것이야 말로 측량할 수 없었느니라.
그 까닭은 중생들이 애욕에 빠지고 헷갈려서 괴로움의 바다에서 잠기어
헤매고 있음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니 자비심을 일으키어 구제 하려하였느니라.
또 생각하기를, ‘지금 모든 중생들이 나고 죽는 데에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를 못하나니,
모두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탓이요,
빛깔[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닿임[觸], 법(法)에 좋아하고 집착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결정코 그의 이런 병을 끊어야겠다’하여 비록 여러 갈래에 나면서도 이런 생각을 잊지 않았다.
모든 중생들에게 원수거나 친한 이를 평등히 여기면서 보시로써 가난한 이를 거두어 주고
계율을 지님으로써 헐어뜨림을 거두어 주고 욕을 참음으로써 성냄을 거두어 주고
힘써 나아감으로써 게으름을 거두어 주고 선정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거두어 주며 지혜로써 어리석음을 거두어 주었다.

이렇게 하기를 오랫동안 하면서 더욱 중생들을 이롭히며 널리 일체를 위하여 귀의하게 하였노라.
모든 여래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즐거이 법을 듣고 싶어하고 또한 남에게 말하였으며,
언제나 네 가지 일로써 뭇 승가(僧伽)를 받들어 들이며,
부처님, 가르침, 승가를 존중하고 수호하였나니, 이렇게 한 모든 행이야말로 헤아릴 수가 없도다.

그 때 등조(燈照)라는 왕이 있었고 성의 이름은 제파바지(提播婆底)이었는데,
그 나라의 인민들은 수명이 八만 살이 었고 편안하고 고요하며 풍족하고
안락하여 극히 성왕하였으며, 하고 싶은 것은 자재로와서 마치 모든 천상과 같았느니라.

그때에 그 국왕은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어 인민을 그릇치지 않았고
살륙과 매를 치는 고통이 없었으며, 모든 인민 보기를 마치 외아들처럼 여겼느니라.
그때에 등조왕은 처음 태자를 탄생하였는데 단정 엄숙하기가 견줄 데 없고
거룩한 덕이 완전히 갖추어져서 서른 두 가지 몸매와 여든 가지의 잘생긴 모습이 있었으며
처음 탄생하는 날에는 四방이 다 밝아져서 해와 달과 구슬이며 불이 쓸데가 없어졌으므로
왕은 태자에게 이러한 상서로움이 있음을 보고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 함께 모여서 의논하였느니라.

‘태자가 처음 나자 이런 기특함이 있는데,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 주어야 겠는가.’
하자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기를, ‘태자의 이름을 보광(普光)이라 하여야 하오리다.’ 고 하였느니라.
또 관상장이를 불러서 관상을 보게 하자, 관상장이는 대답하기를,
‘이제 태자를 자세히 살피매, 만약 집에 계시면 전륜왕이 되어서 四천하를 거느리겠으며,
만약 집을 떠나면 천상과 인간의 어른이 되어서 사바즈냐[薩婆若]가 되겠나이다.’
고 하므로 왕과 부인이며 후궁 채녀들은 관상장이의 말을 듣고
이 태자에게 깊이 사랑하는 생각을 내었으며, 또한 그를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 들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면서 찬탄하였느니라.

이 때 태자는 후궁에 있으면서 부인과 채녀들에게 갖가지의 법을 말하였으며,
태자의 나이 二만 九천 살이 되자 전륜왕의 위를 버리고 그 부모에게 여쭈어 출가하기를 구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으므로 세 번까지 청하여도 오히려 허락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태자는 자비로 뜻이 구제에만 있었으므로 그 조그마한 위반을 참고 큰 것을 따르려고
즉시 산숲의 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은지 만 六천년이 되어서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고서
여러 하늘과 사람이며 八부중(部衆)들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렸으니
이 바퀴의 미묘함이야말로 일체 세간의 하늘, 사람, 악마, 범천으로서는 굴리지 못할 바이며,
三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되게 한 바는 헤아릴 수가 없었느니라.

그 때 부왕과 그 부인이며 후궁 채녀 들은 태자 보광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였다 함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 없이 하였느니라.
그 때 여러 신하와 국내 인민들이며 바라문들은 태자의 도가 이루어졌음을 듣고
마음에 저마다 생각하기를 ‘태자 보광께서 전륜왕위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한다.

우리들도 이제 집을 떠나야겠구나’라는 이런 생각을 한뒤에 모두가 다 보광불(普光佛)에게 나아갔느니라.
그 때 보광 여래께서는 곧 그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피고 그의 인연들을 따라서 그들에게 법을 말씀하시니,
대신과 바라문 등 四천 인이 아라한이 되었고 나라 안의 인민과
그 밖의 四방에서 와 모인 대중들 八만 인이 역시 집착이 없는 법의 지혜[無着法忍]를 얻었느니라.

그 때 보광 여래는 八만 四천의 아라한들과 함께 나라 지경에 나아가 노닐고 다니면서 교화하셨는데,
부왕은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나라 안에 칙령하여 도로를 편편히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여러 가지 비단 보배의 당기, 번기, 일산을 걸고 뭇 이름 있는 꽃을 흩게 하였나니
이렇게 장엄하기를 十二요자나까지 하고, 또 다시 북을 치며 나라 안에 명령하기를,
‘모든 꽃을 지닌 이는 사사로 팔 수 없으며 모두 왕에게 보낼 것이니라.’하고, 아울러서 인민들에게 칙령하기를,
‘나보다 먼저 부처님께 공양할 수 없느니라.’고 하고 곧 대신을 보내어서 풍악을 잡히고 향을 지피며
꽃을 흩으면서 가서 그 보광 여래를 칭하게 하였느니라.

그 때 선혜 선인(善慧仙人)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이한 꿈을 꾸었나니,
첫째 꿈은 큰 바다에서 누워 있음이요, 둘째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음이요,
세째 꿈은 바다 가운데의 일체 중생들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옴이요,
네째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고 있음이요, 다섯째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느니라.

이 꿈을 꾸고 나서 크게 놀라 깨어서는 생각하기를 ‘나의 이제 이 꿈이야말로 작은 일이 아니로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성 안에 들어가서 여러 지혜로운 이에게 물어야겠구나’하고,
사슴 갖옷을 입고 손에 물병과 지팡이며 우산을 가지고서 성읍으로 들어가는데,
지나가는 외도가 살고 있고 五백인에 우두머리가 있었으므로,
선혜는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꿈꾸었던 것을 묻고,
아울러 그들이 닦는 바의 일을 자세히 살펴야겠다’하고, 곧 여러 사람들과 같이 도의 이치를 강론하여
그 다른 소견을 깨뜨려 주자, 때에 五백인은 곧 굴복하고 제자되기를 바라며
선혜에게 깊은 공경을 내면서 저마다 은전(銀錢) 한푼씩을 올렸느니라.
다시 五백의 외도들은 선혜의 변재와 총명을 보고서 역시 따라 기뻐하였으며,

때의 여러 외도들을 함께 의존하기를, ‘지금 보광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고 하자, 선혜 선인은 이 말을 듣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 없이 하고는 곧 외도들과 작별하고 떠나가므로, 외도들은 물었느니라.

‘스승께서는 어디에 가십니까.’ 하자, 대답하기를,
‘나는 이제 보광불에게 가서 공양을 베풀어야 하겠노라.’
외도들이 말하기를, ‘스승께서 만약 가신다면 따라가게 하옵소서.’
하였으나, 선혜는 대답하기를, ‘나는 이제 일이 있어서 먼저가야 하겠다.’ 고 하였느니라.

그 때 선혜는 五백 은전을 가지고 길을 따라 떠나가자
여러 외도들은 슬피사모하고 괴로워하면서 사직하고 돌아왔느니라.
선혜는 앞으로 나아가자 왕가(王家)의 사람들이 도로를 편편하게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당기, 번기, 일산을 벌려 세우면서 갖가지로 장엄하는 것을 보고, 물었느니라.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십니까.’ 라고 하자, 왕자 사람은 대답하기를,
‘세상에 부처님이 나오셨는데 명호가 보광불이십니다. 이제 등조왕께서 청하셨으므로
성에 들어오시는데, 그 때문에 바쁘게 도로를 장엄하는 것입니다.’
하므로 선혜는 다시 거기 길에 있는 사람에게 묻기를,
‘당신은 어디에 유명한 꽃들이 있는 줄을 아십니까.’
하자, 대답하기를, ‘도사여, 등조 대왕께서 북을 치고 국내에 영을 내리면서,
<유명한 꽃은 모두 팔지를 말고 다 왕에게 보내라>고 하였었읍니다.’라고 하므로,
선혜는 듣고 마음에 크게 괴로워 하였으나 뜻에 오히려 그 만두지 않고
애를쓰며 꽃 있는 처소를 찾다가 얼마 안되어 왕가의 하인을 만났더니,
몰래 일곱송이의 푸른 연꽃을 가지고 지나는데 왕의 금령을 무서워하여
병 속에 감춰 둔 것이 선혜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그 연꽃이 병 밖으로 솟아나왔었느니라.

선혜는 멀리서 보고 곧 쫓아가며 부르면서 말하기를,
‘아가씨, 잠깐 멈추십시오. 이 꽃을 팔지는 않겠읍니까.’
하자, 하인은 듣고 마음에 크게 놀라면서 생각하기를,
‘꽃을 아주 은밀히 감추었는데, 이 무슨 남자이기에 나의 꽃을 보고 사기를 청할까’하고
그 병을 돌아봤더니 과연 꽃이 나와 보였으므로 이상한 생각을 내면서 대답하였느니라.

‘남자여, 이 푸른 연꽃은 궁전 안에 보내어야 하며, 부처님께 올리려 하는 것이므로 할 수가 없읍니다.’
하므로, 선혜는 또 말하기를, ‘청컨대, 五백 은전으로써 다섯 송이만을 사십시다.’하자, 하인은 의심을 하면서 다시 생각 하기를,
‘이 꽃의 값어치는 몇 전에 불과한데,
이 남자는 은전 五백으로써 다섯 송이를 사겠다고 하는구나’ 하고, 곧 묻기를,
‘이 꽃을 가져다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하자, 선혜는 대답하였느니라.
‘이제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등조 대왕이 청하여 성에 들어오신다 하기에
일부러 이 꽃을 구하여 공양을 하려 합니다.’
아가씨는 아셔야 하리다. ‘모든 부처님, 여래는 만나기 어려움이
마치 우둠바라 꽃[優曇鉢花]이 때에 한 번 나타남과 같습니다.’하므로, 하인은 또 물었느니라.

‘여래께서 공양을 하며 무엇을 구하기 위해서입니까.’
선혜는 대답하기를,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하여 한량 없이 고통하는 중생들음 제도 해탈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하인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이제 이 남자는 얼굴 모습은 단정하나
사슴 갖옷을 입어 겨우 몸을 가렸으면서 이렇게 지성스러우며 돈을 아끼지 않는구나’
하면서, 곧 말하기를,
‘제가 이제 이 꽃을 드릴 터이니, 원컨대 저와 날 적마다 언제나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하소서.’

하자, 선혜는 대답하기를, ‘나는 맑은 행을 닦고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구하는 터이므로
서로가 나고 죽는 인연은 허락 할 수 없읍니다.’
하므로, 하인은 바로 말하기를,
‘만약 나의 이 소원을 따르지 않겠다면 꽃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자, 선혜는 또 말하기를, ‘그대가 만약 결정코 나에게 꽃을 주지 않겠다면 그대의 소원은 따르겠거니와
나는 보시를 좋아하여 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므로,
만약 어떤 이가 와서 나에게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며 아내와 아들을 구한다 하면
당신은 못하게 하거나 나의 보시하려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하자, 하인은 대답하기를,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공경하며 하라는 명을 따르겠읍니다.
지금 저는 여자인지라 연약하여 나아가기를 못하므로 이 두 송이 꽃까지 맡기오니,
부처님께 바치시면서 저와 날 적마다 이 소원을 잃지 않게하며,
잘났거나 못났거나 간에 떨어지지 않으리니 반드시 마음 속에 간직하여 부처님께서 알게 하십시오.’ 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등조왕은 그 여러 아들들과 뭇 관속들이여,
바라문 들과 함께 좋은 향과 꽃이며 갖가지 공양 거리를 가지고 나가서
보광 여래를 받들어 영접하였으며, 온 나라 인민들도 모두가 따랐느니라.
이 때 선혜의 五백 제자들은 함께 서로가 말하기를,
‘오늘 국왕과 여러 신하며 백성들이 모두 다 보광불에게 나아가고 큰 스승께서도
지금쯤은 이미 가셨을 터이니 우리들도 거기에 가서 예배 공경하여야겠읍니다.
이런 말들을 하고서 모두가 함께 가다가 길에서 멀지 않은 데서 선혜를 만났으므로
스승과 제자들이 서로 만나자 기뻐하기를 한량 없이 하다가
같이 보광불에게 나아가서는 등조왕을 보았더니,

이미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서 맨 처음에 공양하고 예배를 하였으며
이렇게 차례로 여러 대신들까지 역시 저마다 예배 공경하면서
아울러 이름 있는 꽃을 흩었는데 꽃은 모두 땅에 떨어져 버렸느니라.

때에 선혜는 五백의 제자들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공양하여 마치는 것을
본 뒤에 여래의 상호를 자세히 살피면서, 또 여러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또한 일체 종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곧 다섯 송이를 뿌렸더니
모두가 공중에 머무르면서 꽃받침[花臺]으로 변화되었으며,
뒤에 두 송이를 흩뿌리자 역시 공중에 머무르면서 부처님의 양곁을 둘러 쌌느니라.

그 때 국왕과 권속 들이며 일체 신민과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들이 이 기이한 것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느니라.
이에 보광 여래는 걸림 없는 지혜로써 선혜를 칭찬하시되,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너는 이 행 때문에 한량 없는 아승지 겁을 지나면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샤아캬무니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하리라.’
고 하시며, 선혜에게 수기(授記)하실 적에 한량 없는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들이
뭇 아름다운 꽃을 흩뿌려서 공중에 가득 채우고도 서원을 세우기를,
‘선혜께서 장래 부처님의 도를 이루실때에 저희들 모두 그의 권속이 되게 하소서.’
라고 하자, 이 때에 보광 여래는 곧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모두 장차 그 나라에 나게 되리라.’ 고 하셨느니라.

그 때 여래는 수기를 하신 뒤에 아직도 선혜가 신선의 상투를 하고 사슴 갖옷을 입고 있음을 보시고,
여래는 이 옷과 거동을 버리게 하시려고 곧 땅을 변화시켜 진창을 만들으시자,
선헤는 부처님께서 여기를 가셔야 하는데 땅이 곤죽이었는지라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어떻게 천 개의 바퀴살이 계신 발로써 여기를 밟고 지나가게 하겠는가’하고,
곧 가죽 옷을 벗어서 땅에 깔았으나 진흙이 묻지 않도록 하는 데는 부족하였으므로
이에 또 머리칼을 풀어서 역시 덮자, 여래는 곧 밟으시고 건너시면서 그대로 수기를 하셨나니,
‘너는 뒤에 부처가 되어서 다섯 가지 흐림의 나쁜 세상[五濁惡世]에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시키는 데에 어렵게 여기지 않음이 반드시 나와 같으리라.’
고 하시니, 때에 선혜는 이 수기를 듣고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즉시 온갖 법이 <공> 함을 깨닫고 생사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를 얻고서는
몸이 허공에 오르며 땅에서 七타알라 나무를 떨어져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이제야 세간의 길잡이를 뵈었더니
저에게 지혜 눈이 열리게 하셨고
저를 위해 깨끗한 법 말씀하시니
일체의 집착을 떠났나이다

이제야 천상 인간의 어른을 만났더니
저에게 남[生]이 없음을 얻게 하셨나이다
원컨대 장래에 과위(果位) 얻어서
역시 양족존(兩足尊)과 같게 하소서

이 때 선혜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의 앞에 닿으면서 온 몸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니라.
‘오직 원하옵노니,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옵소서.’
하자, 보광 여래는 대답하기를, ‘장하도다. 잘 왔구나, 비구야.’
하시니,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바로 사문이 되었느니라.

그 때 둘의 가난한 노인이 저마다 친속 一백 인과 함께 부처님의 상호와 거룩한 덕이
엄숙하고 빛남을 보고서 스스로 가난하여 공양할 수 없음을 슬퍼하자,
이 때에 여래는 그 마음들의 지극함을 가엾이 여기시어
곧 앞의 땅을 변화로 여러 쓰레기가 있게 하여 두 가난한 사람에게 땅이 깨끗하지 못함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곧 뿌리고 쓸게 하시고는 보광 여래께서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한량 없는 아승지 겁을 지나서 샤아캬무니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면,
너희들은 그 때에 첫째가는 성문 제자가 되리라.’ 고 하셨느니라.

그 때 보광 여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기하신 뒤에 八만 四천의 비구들과 등조왕이며
아울러 바라문과 신민(臣民)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제파바지성으로 들어오셨느니라.
때에 등조왕은 그의 권속들과 함께 네 가지로써 보광 여래와 八만 四천 비구들에게 공양하기를
四만년 동안 하고서, 왕은 곧 자리를 버리고 그의 아들에게 맡기고
그의 권속과 부인의 권속들, 각 八만 四천 인과 함께 같이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다아라니이[陀羅尼]와 모든 법의 사마아디[三味]를 얻었느니라.
선혜 비구도 역시 보광 여래를 따라 가서 왕의 공양을 받기를 四만 년 동안을
모든 법중에서 깊은 사마아디를 얻고 중생들을 교화하였음이 헤아릴 수 없었느니라.

그 때 선혜 비구는 보광 여래에게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에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특한 꿈을 꾸었나이다.
첫째의 꿈은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이오며, 둘째의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이오며,
세째의 꿈은 바다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저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오며,
네째의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은 것이오며, 다섯재의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은 것이었나이다.
오직 원하옵노니, 세존이시여, 저에게 이 꿈의 형상을 풀이하여 주소서
라고 하자, 그 때에 보광 여래는 대답하시기를,

‘장하구나. 네가 만약 이 꿈의 이치를 알고자 하면 너에게 말을 하겠노라.
꿈에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은 너의 몸이 즉시 나고 죽는 큰 바다의 가운데에 있다 함이요,
꿈에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은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와 열반을 얻는다는 형상이요,
꿈에 큰 바다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몸안으로 들어온 것은 장차 나고 죽는 큰 바다에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귀의할 곳이 됨이요,

꿈에 손으로 해를 붙잡은 것은 지혜의 광명이 널리 법계를 비춤이요,
꿈에 손으로로 달을 붙잡은 것은 방편과 지혜로써 나고 죽는데에 들어서
맑고 시원한 법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뜨거운 번뇌를 여의게 하는 것이니라.
이 꿈의 인연이야말로 바로 너의 장래에 부처를 이루는 형상이니라.’
고 하시자, 선혜는 듣고 나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느니라.

그 때 보광 여래는 다시 얼마를 지나시다가 열반에 드셨는데,
선혜 비구는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니기를 二만년 동안이나 하면서
三승(乘)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였나니, 이익을 받은 이가 헤아릴 수 없었느니라.
그 때 선혜 비구는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자, 곧 올라가 나서 四천왕이 되어
三승의 법으로써 여러 하늘들을 교화하였으며, 그 하늘의 수명이 다하자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어 四천하를 다스리고 七보가 완전히 갖추었었나니,

첫째 금륜보(金輪寶)요, 둘째 백상보(白象寶)요, 세째 감마보(紺馬寶)요, 네째 신주보(神珠寶)요,
다섯째 옥녀보(玉女寶)요, 여섯째 주장신보(主藏臣寶)요, 일곱째 주병신보(主兵臣寶)가 그것이며,
천의 아들이 갖추 있어서 모두 다 용맹하고 씩씩하며 능히 적을 항복 받고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며
모든 근심 걱정이 없고 언제나 열 가지 선으로써 인민들을 교화하였느니라.

여기에서 목숨이 끝나자 도리천에 나서 거기의 천주가 되었다가 목숨이 끝나자 내려와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그 수명이 끝나자 내지 제七범천에 났나니,
올라가서는 천왕이 되고 내려와서는 성왕이 되기를 각각 서른 여섯번을 하였는데,
그 사이에 혹은 신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외도 六사(師)가 되기도 하고 혹은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작은 왕이 되기도 하면서 이렇게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 헤아릴 수 조차 없었느니라.

그 때 선혜보살은 공과 행이 가득차서 자리는 十지(地)에 올랐고 一생보처(生補處)에 있으면서
일체종지에 가까왔었는데, 도솔천에 나서 이름 성선백(聖善白)이었느니라.
여러 천주들을 위하여 一생보처의 행을 말하였고, 또한 시방 국토에 갖가지 몸을 나타내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따라 알맞게 법을 말하다가 때와 운수가 다가와서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하겠는지라, 곧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살폈느니라.

첫째는 모든 중생들이 성숙되었는가 아직 성숙되지 못하였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둘째는 때가 이르렀는가 아직 이르르지 않았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세째는 모든 국토에서 어느 나라가 중앙에 있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네째는 모든 성바지에서 어느 성바지가 귀하고 왕성하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다섯째는 과거의 인연에 누가 가장 참되고 바르며 부모가 되기에 알맞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었느니라.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살피기를 마치고 곧 생각하기를
‘이제 모든 중생들은 다 이는 내가 처음에 마음을 낸 이래로 성숙된 이들이라
깨끗하고 미묘한 법을 받아낼 수 있겠으며, 三천 대천 세계에서
이 잠부드비이파[閻浮提]의 카필라[迦毘羅施兜] 나라만이 가장 중앙에 있으며,

여러 성바지에서 샤아캬가 제일이요, 감자(甘蔗)의 자손이 전륜성왕의 후손이며,
백정왕(白淨王)의 과거 인연을 살피건대 부부가 참되고 발라서 부모가 될 만 하겠으며,
또 마아야아[摩耶] 부인의 수명이 길고 짧음을 살펴도 태자를 배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자가 탄생하면
태어난지 七일 만에 그 어머니의 목숨이 끝나겠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이렇게 자세히 살피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만약 문득 내려가서 태어나면,
여러 천인들을 널이 이롭힐 수는 없겠구나’하고 이에 하늘 궁전에서
다섯 가지의 형상을 나타내어 여려 천자들에게 모두가 다 보살은 때와 운수가 응당 내려가서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였나니,

첫째는 보살의 눈이 깜짝거림을 나타내는 것이요,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이울어지는 것이요,
세째는 옷에 먼지와 때가 끼는 것이요, 네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느니라.
때에 여러 하늘들은 갑자기 보살에게 이런 이상이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였는지라,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마치 비오듯 하였으므로 서로가 말하기를,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우리들을 버리겠구나.’ 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보살은 또 다섯 가지의 상서로움을 나타내었나니, 첫째는 큰 광명을 내쏟아서
三천 대천 세계를 널리 비추었음이요, 둘째는 대지를 열 여덟 가징 모양으로 움직였으므로
수미산과 바닷물과 모든 하늘 궁전들이 모두 다 몹시 흔들렸음이요,
세째는 악마의 궁전 집들이 숨고 가리워져서 나타나지 아니하였음이요,
네째는 해와 달이며 별들의 광명이 없어졌음이요,
다섯째는 하늘이며 용과 八부(部)들의 몸이 모두 진동하여 어찌 하지를 못한것들이었느니라.

이 때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보살의 몸에 이미 다섯 가지 형상이 있음을 보았고
또 다시 바깥의 다섯 가지 있기 드문 일들을 보고서 모두가 다 모여서는
보살에게 도착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기를,
‘존자여, 우리들은 오늘 이 여러 형상들을 보고 온 몸이 몹시 떨려서 자연히 편안하지를 못합니다.
오직 원컨대 우리들에게 이 인연을 풀이하소서.’
라고 하자, 보살은 곧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선남자들이여, 알아야 하시리다. 모든 행은 모두 다 무상한지라
나도 이제 오래지 않아서 이 하늘 궁전을 버리고 잠부드비이파에 태어날 것입니다.’
라고 하므로 때에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였으므로 온 몸에 피가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화(波羅奢花)와 같았으며,
어떤 이는 뒹굴며 땅에서 기절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무상의 고통을 깊이 한탄하는 이도 있었느니라.
그 때에 한 천자가 있다가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보살이야말로 여기에 계시면서
저희들의 법의 눈[法眼]을 열어 주시었는데
이제는 저희들을 멀리하여 버리시니
소경이 길잡이를 여읜 것과 같습니다.
또 마치 물을 건너려 할 제
갑자기 교량과 배를 잃음과 같으며
또한 젖먹이의 어린아이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저희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귀의할 바 처소를 잃게 됐나니
바야흐로 나고 죽는 흐름에 떠다니며
마침내 뛰어 나올 인연이 없으리다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을
어리석음의 화살을 맞게 될텐데
이미 크신 의왕(醫王)을 잃어버리면
누가 저희들을 구하오니까

무명의 평상에 머무러 누워서
길이 애욕의 바다에 빠질텐데
영원히 존자의 가르침이 끊어지면
뛰어 나올 기약을 만나지 못하리다

그 때 보살은 천자들이 슬피 울면서 괴로와함을 보고 또 그리움을 말하는 게송을 듣고는,
곧 인자한 음성으로써 말하였느니라.
‘선남자들이여, 무릇 사람이 남을 받고서 죽지 않는 이 없으며,
은혜와 사랑이 합하고 모였다가 반드시 이별이 있읍니다 .
위로 아가니타천에 이르고 아래로 아비지옥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은
무상이란 큰 불에 데이지 않는 이가 없나니,
그러므로 그대들은 나 혼자에게 그리움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그대들과 똑같이 모두가 다 나고 죽음의 훨훨 타는 불을 여의지 못했을 뿐더러
이에 온갖 가난과 가면과 귀함이며 천함까지라도 모두 면하거나 벗어나지를 못하였읍니다.’
라고 하고, 이에 보살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변천하는 모든 법 떳떳치 않아
모두가 났다가는 없어지는 법
났다 없다 하는 법 없어만지면
그 때가 고요하여 즐거우리라

그 때 보살은 천자들에게 말하기를,
‘이 게송은 바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말씀한 것으로서,
모든 변천하는 것의 성품과 모양인 법은 다 이와 같습니다.
그대들은 이제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나고 죽기를 한량 없는 겁 동안 하며 오다가 이제는 오직 이 한 번의 생(生)만이 있으므로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변천하는 것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그대들은 아셔야 하리다. 지금이야 말로 바로 중생들을 제도 해탈해야 할 때이므로,
나는 내려가서 잠부드비이파의 카필라국 감자 후손 샤아캬 성바지인
백정왕의 집에 태어나야 하겠읍니다 나는 거기에 태어났다가 부모를 멀리 떠나고
처자와 전륜의 왕위를 버리고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아서
악마를 항복 받고 일체 종지를 이룩하여 법 바퀴를 굴리리니
일체세간의 하늘, 사람, 악마와 범천으로서는 능히 굴리지 못할 바입니다.

또한 과거 부처님네의 행하신 법식에 의지하여 널리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히고
큰 법의 당기를 세워 악마의 당기를 거꾸러뜨리며 번뇌의 바다를 말리고
여덟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하며 모든 법의 도장으로써 중생들의 마음에 찍을 것이요,
큰 법의 모임을 베풀어서 여러 천인들을 청하리니 그대들은 그때에 역시 모두가 같이
이 모임에 있으면서 법의 음식을 받아 먹으리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와하지 말아야 합니다.’
라고 하고 그 때에 보살은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는 여기에서 오래지 않아
잠부드비이파에 내려가서는
카필라국의
백정왕의 궁전에 태어나야 하리라

아버지와 어머니며 친족을 작별하고
전륜왕의 자리를 버리고서는
집을 떠나 도를 행하고 베워서
일체종지를 이룩하리라

바른 법의 당기를 세워
번뇌의 바다를 능히 말리고
나쁜 길의 문을 닫고 막아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 열리라

널리 모든 천상, 인간을 이롭힘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리

그 때 보살은 온 못의 털구멍에서 온통 광명을 내쏘는데, 여러 천자들은 보살의 말을 들었고
또 다시 몸에서 큰 광명 내쏘음을 보고서 기뻐 날뛰며 모든 근심과 고통을 여의고
각자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겠구나’고 하였느니라.

그 때 보살은 내려가서 태 안에 들때가 다가왔음을 자세히 살피고는
곧 여섯 어금니인 흰 코끼리를 타고 도솔천궁을 출발하자,
한량 없는 하늘들은 여러 풍악을 잡히고 뭇 이름 있는 향을 지피며 하늘의 아름다운 꽃을 흩으면서
보살을 따르며 공중에 가득히 차서 큰 광명을 내었으므로 시방에 널리 비추었는데
四월 八일 샛별이 돋을 때에 내려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었느니라.

때에 마아야아 부인은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보살이 여섯 어금니의 흰 코끼리를 타고
허공을 날아 와서 오른 겨드랑이로 들어옴을 보았는데,
그림자가 밖으로 나타남이 마치 유리(琉璃)에 있는 것과 같고 부인의 몸이 편안하여 상쾌함이
마치 단 이슬을 먹은 것과 같았는지라, 자신을 돌아보매 해와 달이 비치는 것과 같았으므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 없이 하다가 이 형상을 보고 난 뒤에
와락 깨어나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즉시 백정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느니라.

‘제가 아까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그상태는 마치 꿈과 같사온데,
여러 상서로운 형상을 보고 매우 기이하게 여기옵니다.’
하자, 왕은 대답하였느니라.

‘나도 아까 역시 큰 광명이 있음을 보았고, 또 당신의 얼굴 모습이 이상해짐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보았던 상서로운 모양을 말씀하시오.’
라고 하자, 부인은 곧 자세히 위의 일들을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흰 코끼리를 타고 있음을 보았는데
사뜻하고 맑기가 해와 달과 같았으며
제석과 범왕의 여러 하늘들이
모두 다 보배 당기를 가졌나이다

향을 지피고 하늘 꽃을 흩으며
아울러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면서
허공의 가운데 가득히 차서
에워싸고서 내려오나이다

와서 나의 오른편의 겨드랑에 들었는데
마치 유리에 있는 것과 같나이다
지금 대왕께서 나타냈으니
이것이 어떠한 상서로운 상입니까

그 때 백정왕은 마야 부인에게서의 여러 가지 상서로운 형상을 보고 나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곧 보내어
관상 잘하는 바라문을 청하여 아름다운 향과 꽃이며 갖가지 음식으로써 공양하고 공양하기를 마치자
부인의 오른 겨드랑을 보이고 아울러 상서로운 형상을 말하면서 바라문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점을 쳐 주십시오. 어떠한 특이함이 있습니까?’
하자, 때에 바라문은 바로 점을 치고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부인께서 배신 태자야말로 여러 가지 좋고 미묘한 상(相)인지라 자세히 말씀할 수조차 없지만
이제 왕에게 대략만 말씀하겠습니다.

대왕은 아셔야 하리다. 지금 이 부인의 태 안의 아들은 반드시 석가 성바지를 빛나게 할 것이요, 태 안에 내려올 때에 큰 광명을 내쏘고 여러 하늘과 제석ㆍ범왕이 붙들어 모시면서 에워쌌으니 이 형상은 반드시 이는 바른 깨달음의 조짐입니다. 만약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의 왕이 되며 7보가 저절로 이르르고 천의 아들이 완전히 갖추겠습니다.’ 라고 하며,
때에 왕은 이 바라문의 말을 듣고 같이 스스로 요행히 얻은 경사로운 일로 여기면서 뛰놀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곧 금ㆍ은의 여러 보배와 코끼리ㆍ말과 수레며 마을까지 이 바라문에게 주었다.

때에 마야 부인은 그 채녀들이며 아울러 값진 보배로써 또한 받들어 베풀었고 보살을 배게 된 이래로부터 마야 부인은 날마다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닦았으며, 하늘에서 음식을 주어 저절로 이르렀으므로 다시는 인간의 맛을 좋아하지 않았다.
3천 대천 세계는 언제나 모두 크게 밝았으므로 그 세계 중간에 그윽하고 어두운 곳으로 해와 달의 거룩한 빛이 비출 수 없는 곳도 역시 환하여졌는지라 그 안의 중생들은 저마다 서로 보게 되어 같이 말하였다.

이 가운데서 어떻게 문득 중생들이 살았을까?’
보살이 태안에 내려올 때에 3천 대천 세계는 열여덟 가지로 서로 진동하였고 맑고 시원한 향기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면서
병든 이들을 모두 다 낫게 하였으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이들도 모두 쉬었다.
그 때 도술천궁에 어떤 천자들은 생각하였다. ‘보살이 이미 백정왕이 궁전에서 태어났으니 나도 또 인간에 내려가 태어났다가
보살이 부처님이 되면 나는 먼저 그의 권속이 되어서 공양을 하며 법을 들어야 하겠구나.’
하고 곧 내려가서 왕사성 안의 명월(明月) 성바지와 전다라(?陀羅)며 많은 왕가(王家)들에게 태어났다.
또 어떤 천자는 사위국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투라궐차국(倫羅厥叉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독자국(犢子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구라바국(拘羅婆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들은 장자ㆍ거사ㆍ비사(毘舍)ㆍ수다라(首陀羅) 등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였으며,
다시 5백의 천자들이 석가 성바지에 태어났었나니, 이렇게 된 여러 천자들은 그 숫자가 무릇 99억이어서 인간에 내려와
태어났다.
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서부터 사천왕의 처소에 이르기까지 내려와 태어난 이도 헤아릴 수조차 없었고,
또 형상 세계의 천왕도 그 권속돌과 함께 역시 다 내려와 태어나서 신선들이 되었다.
보살은 태 안에 있으면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방해되는 바가 없었으며,
또 어머니에게 여러 괴로움과 근심이 있지 않게 하였고, 보살은 새벽에는 어머니의 태안에서 형상 세계의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하고 한낮을 때에는 욕심 세계의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역시 모든 법을 말하고 저녁 때에는
또 다시 여러 귀신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고 밤의 세 때에는 역시 이렇게 한량없는 중생들을 성숙시키고 이익 되게 하였다.

보살이 태 안에 있자 부인의 채녀들은 와서 예배하고 공양을 하였으며, 혹은 또 와서 이런 서원을 세웠다.
‘장차 전륜성왕이 되게 하여지이다.’ 보살은 듣고 마음에 기뻐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다.
혹은 또 와서 이런 서원을 세웠다. ‘장차 일체종치를 이루게 되소서.’
그러면 보살(菩薩)은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보살이 태 안에 있으면서 열 달이 차려 할 적에는 몸의 모든 뼈마디와 상호가 모두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또한 그 어머니의 여러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게 하였으므로 동산이며 숲에서 계시기를 즐겼고
시끄러운 데를 기꺼워하지 않았다.

때에 백정왕은 생각하기를 ‘부인이 잉태하고서 날과 달이 찼는데도 해산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이런 생각을 할 때에, 마침 우연히 부인에게서 글월을 보내어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지금 동산 숲에 나가서 유람하고 싶습니다.’

때에 왕은 이를 듣고 더욱 기쁨을 품고서 곧 밖에 칙명하여 람비니(藍毘尼) 동산을 깨끗이 쓸고 뿌리게 하고
다시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심게 하며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을 다 깨끗하게 하였으며,
난간과 섬돌은 모두 7보로써 장엄하고 비취(翡翠)ㆍ원앙ㆍ난새ㆍ봉황이며 갈매기 등의 기이한 종류의 뭇 새들이
그 가운데서 모여 울게 하며 비단 번기ㆍ일산을 달고 꽃을 흩으며 향을 지피고 뭇 풍악을 잡히게 하였으므로
마치 제석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다.
또 중간이 지나갈 곳에 칙명하여 모두 엄숙하고 깨끗이 하여 갖가지로 장엄하게 하였으며,
또 칙명하여 10만의 7보 수레와 연(輦)을 차리어서 낱낱의 수레와 연마다 좋게 새겨서 자못 뛰어나게 하였으며
또 다시 밖에 칙명하여 네 가지 군사인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엄숙히 갖추게 하였으며,
또 다시 후궁의 채녀로서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아니하여 기운과 성품이 어울린 총명하고 슬기로운 이들을 선택하였나니 그 수야 말로 무릇 8만 4천이었는데 마야 부인을 모시게 하였다.

또 다시 8만 4천이나 되는 단정한 계집아이들을 골라다가 아름다운 영락과 몸을 장식하는 꾸미개를 입히고 향과 꽃을 가지고
먼저 가서 그 람비니 동산에 머물도록 하였고 왕은 또 여러 신하와 백관들에게 칙명하여 부인이 떠나가면
모두가 다 모시게 하였다. 이에 부인은 곧 보내 수레에 올라서 여러 관속과 채녀들에게 앞뒤에서 인도되고 둘러싸여
람비니 동산에 나아갔다.

그 때 또 하늘과 용이며 8부들도 모두 따르며 허공에 가득 찼었다.
그 때 부인은 동산에 들어가자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열 달이 다 찼었는지라.
2월 8일의 해가 처음 돋을 때에 부인은 그 동산 안에 있던 무우(無憂)라는 하나의 큰 나무가 꽃의 빛깔이 향기롭고 산뜻하며
가지와 잎이 널리 퍼지고 아주 무성한 것을 보고는 곧 오른 손을 들어서 끌어당겨 따려고 하는데,
보살은 점점 오른 겨드랑이로부터 나왔다.

때에 나무 아래에는 또한 7보로 된 일곱 송이의 연꽃이 나서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았는데 보살은 곧 연꽃위에 떨어지면서
붙들어 모신 이도 없이 스스로가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그의 오른 손을 올리면서 사자처럼 외치되,
나는 일체의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다니,
이생(生)에 일체의 사람과 하늘 들을 이익 되게 하리라.’

이런 말을 하여 마치니, 때에 사천왕은 곧 하늘의 비단으로써 태자의 몸을 감싸서 보배 책상 위에 놓자 석제 환인이
손에 보배 일산을 가지고 대범천왕이 또 흰 불자를 가지고서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난타(難陀) 용왕과 우바난타(優波難陀) 용왕이 공중에서 깨끗한 물을 뱉으면서 한 줄기는 따스하게 하고
한 줄기는 시원하게 하여 태자의 몸에 부었고 몸은 황금의 빛깔에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있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3천 대천 세계를 비추었으며, 하늘과 용이며 8부 역시 공중에서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노래하고 읊고 찬양하면서
뭇 이름 있는 향을 지피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뿌렸고, 또 하늘의 옷과 영락을 비 내리어 어지럽게 흩어져 떨어짐이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때 마야 부인이 태자를 탄생하기를 마치니, 몸이 편안하여 상쾌하고 고통과 근심이 없으므로 기뻐 날뛰면서
나무 아래 머물려 있는데, 앞뒤에서 저절로 갑자기 네 개의 우물이 솟아나서 그 물이 향기롭고 깨끗하여
여덟 가지의 공덕을 갖추었다. 그 때 마야 부인은 그 권속들과 함께 하고 싶은 대로 씻는데 다시 여러 야차왕들이
모두 다 에워싸고 태자와 마야 부인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에 염부제의 인민들과 아가니타천(阿迦?咤天)에 이르기까지 비록 기쁨과 즐거움을 떠났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역시 이에 기뻐하면서 찬탄하였다.
‘일체종지께서 이제 세상에 나오셨으니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빨리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셔서 법의 바퀴를 굴리며 널리 중생을 제도하소서’ 하였지만
오직 악마왕만은 혼자 근심과 괴로움을 품고서 본래 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그러할 때에 감응한 바의 상서로움이 서른네 가지였나니,
첫째 시방의 세계가 모두 다 밝아졌고,
둘째 3천 대천 세계가 열여덟 가지로 서로 움직여서 큰 언덕이 평탄하여졌고,
셋째 온갖 바짝 말랐던 나무가 다시 꽃이 피며 나라 지경에서는 저절로 기이한 나무가 났고,
넷째 동산에서는 기이하고 단 과일이 생겼고,
다섯째 육지에서 보배 연꽃이 났는데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았고,
여섯째 땅 속에 묻힌 광이 모두 저절로 튀어나왔고,
일곱째 모든 광에서 값진 보배가 큰 광명을 내쏘았고,
여덟째 여러 하늘에서 아름다운 옷이 저절로 내려왔고,
아홉째 뭇 시내의 만 갈래 흐름이 고요하며 맑디맑고,
열째 바람이 그치고 구름이 없어지며 공중이 밝고 깨끗하여졌다.
열한째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으로 부터 불어오면서 윤택한 가랑비가 나르는 먼지를 가라앉혔으며,
열둘째 나라 안에 병든 이들이 모두 다 나았으며,
열셋째 나라 안의 궁전이거나 집이 밝게 빛나지 않음이 없어서 등불 촛불의 광명은 다시 쓸 필요가 없어졌으며,
열넷째 해와 달이며 별들이 정지하고 가지를 아니했으며,
열다섯째 비사카성(毘舍?星)이 내려와 인간에 나타나서 태자의 탄생을 기다렸으며,
열여섯째 범천왕들이 흰 보배 일산을 가지고 궁전 위를 줄 지어 덮었으며,
열일곱째 八방에서 여러 신선의 스승들이 보배를 받들고 와서 바쳤으며,
열여덟째 하늘의 온갖 맛의 음식이 저절로 앞에 있어졌으며,
열아홉째 헤아릴 수 없는 보배 병에 여러 단이슬이 담겨졌으며,
스무째 여러 하늘의 아름다운 수레가 보배를 싣고 이르렀다.
스물한째 헤아릴 수 없는 흰 코끼리 새끼들이 머리에 연꽃을 이고서 궁전앞에 벌려 섰으며,
스물두째 하늘에서 감마보(紺馬寶)가 저절로 왔으며,
스물셋째 5백의 크고 흰 사자들이 설산으로부터 나와서 그의 나쁜 뜻을 쉬고서 마음에 기쁨을 품고 성문에 벌려 섰으며,
스물넷째 여러 하늘의 채녀들이 공중에서 미묘한 음악을 잡혔으며,
스물다섯째 여러 하늘의 옥녀들이 공작 불자를 붙잡고 궁전의 담 위에 나타났으며,
스물여섯째 여러 하늘의 옥녀들이 저마다 가진 금병에 향의 즙을 가득히 담아서는 공중에 벌려 섰으며,
스물일곱째 여러 하늘이 노래하고 읊으면서 태자의 덕을 찬양하였으며,
스물여덟째 지옥이 쉬어서 모진 고통이 행해지지 않았으며,
스물아홉째 독벌레가 숨고 나쁜 새가 착한 마음을 지녔으며,
서른째 모든 악한 율법이 한꺼번에 자비롭게 되었다.
서른한째 나라 안에 아니 밴 부인들이 낳으면 사내아이였고, 그 지녔던 백 가지의 병이 저절로 나았으며,
서른둘째 일체의 나무귀신이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되어 모두 와서 예배하고 모셨으며,
서른셋째 다른 나라의 왕들이 각지 이름 있는 보배를 가지고 같이 와서 신하로 복종하였으며
서른넷째 온갖 사람과 하늘들이 때에 알맞지 아니한 말이 없었다.

그 때 여러 채녀들은 이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 아주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들 말하였다.
‘태자께서 이제 탄생하시니, 이러한 아름답고 상서로운 일들이 있습니다.
오직 원컨대 오래 사시며 병의 괴로움이 없으시어 우리들에게 큰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소서.’
이 말을 마치고 하늘의 가는 모포로써 태자를 감싸 안고 부인에게 이르자, 때에 사천왕이 공중에서 있다가 공경하고 따랐으며,
석제환인은 일산을 가지고 와서 덮었고 28대(大) 귀신왕이 동산의 네 모퉁이에 있다가 지키며 받들고 호위하였다.
그 때 한 하인으로서 총명하고 슬기로운 이가 있었는데 람비니동산으로부터 궁중으로 돌아와 백정왕에게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거룩하신 덕은 점점 더욱 더 나아가리이다. 마야 부인께서 이미 태자를 탄생하였사온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서른두 가지 모습과 여든 가지 잘생김이 있었으며, 연꽃 위에 떨어지면서 스스로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그의 오른 손을 올리며 사자처럼 외치기를, (나는 일체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으니, 이생(生)에 온갖 사람과 하늘들을 이롭게 하리라.)고 하신 이러한 등의
여러 기특한 일이 있었사오나 자세히 다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라고 하자, 때에 백정왕은 그 하인이 하는 이런 말을 듣고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즉시 몸의 영락을 벗어서 그에게 하사하였다.

그 때 백정왕은 곧 네 가지 병사를 차리고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1억의 석가 성바지와 함께 앞뒤에서 인도되고 따르면서
람비니 동산에 들어가다가 그 동산 가운데에 하늘과 용이며 8부들이 모두 꽉 찼음을 보면서 부인에게 이르러
태자의 몸을 보았더니, 상호가 자못 특이한지라 기뻐서 뛰놀기를 마치 강과 바다에 큰 물결이 이는 것 같이 하였고,
그의 짧은 목숨을 염려하여 품에 안고 두려워함이 마치 큰 수미산이 동요하기 어렵되 대지가 동요될 때에는
이 산도 비로소 동요되는 것과 같이 하였나니, 그 백정왕이 평소의 성품이 편안하고 고요하여
언제나 기뻐하거나 근심함이 없었건만 이제 태자를 보고서는 한편으로 기뻐하고 한편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역시 그와 같았으며, 마야 부인의 성품 됨이 고르고 온화하였건만 이미 태자를 탄생하고서 여러 기이한 상서를 보고는 갑절이나 더 부드러워졌다.

그 때 백정왕은 손을 깍지 끼어 합장하고 여러 천신에게 예배하고서 나아가 태자를 안아서 7보의 코끼리 수레 위에 놓아두고
여러 신하와 후궁 채녀며 허공의 천신들과 함께 여러 풍악을 잡히면서 따르며 성으로 들어갔다.
때에 백정왕과 여러 석가의 아들들은 아직은 3보(寶)를 몰랐는지라, 곧 태자를 데리고 천사(天寺)에 나아갔는데 태자가 들어가자 범천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자의 발에 예배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이제 태자야말로 하늘과 인간 중에서 어른이십니다. 허공의 천신들도 모두 예배하고 공경하였거늘
대왕이 어찌 그러함을 보지 않으셨겠습니까? 어째서 이제 여기에 와서 우리들에게 예배합니까?’라고 하자.
때에 백정왕과 여러 석가 아들들과 여러 신하며 안팎이 이를 듣고 보고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즉시 태자를 데리고 천사에서 나와 후궁으로 돌아갔다.

그러할 때에 여러 석가 성바지에서는 역시 동일한 날에 5백의 사내아이가 태어났었고, 때에 왕의 마구 안에서는
코끼리가 흰 새끼를 낳고 말은 흰 망아지를 낳으며 소와 양은 역시 다섯 빛깔 지닌 양 새끼와 송아지를 낳았었나니,
이러한 종류들의 숫자는 각각 5백씩이었으며, 왕가에서는 하인들이 역시 5백의 종을 낳았다.
그 때 궁중에는 묻혀 있던 5백의 광이 저절로 튀어 나와서 하나하나의 묻혀 있던 광에서는 7보의 광으로 에워싸 있었으며,
또 큰 나라의 장사하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보배를 캐어 가비라국에 돌아와서는 그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기이한 보배를 가지고 와서 왕에게 바쳤다.

때에 백정왕은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이 바다에 들어가 여러 값진 보배를 캘 적에 모두가 다 길하고
이로왔으며 괴로움을 없습니까? 그리고 여러 벗들로서 뒤떨어져 남은 이는 없습니까?’
그 여러 장사하는 이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나온 길마다 아주 자연히 편안하고 고요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곧 바라문들을 청하도록 하였는데 바라문들이 다 모였으므로 여러 가지 공양을 베풀되, 혹은 코끼리와 말이며 7보와 밭ㆍ집ㆍ종 등을 주기도 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태자를 안고 나와서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장차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야 하겠습니까?’ 하자, 여러 바라문들은 함께 논의하다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께서 탄생할 적에 온갖 보배 광이 모두 다 튀어 나왔으니, 모든 상서로움이 길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태자를 이름 지어 살바 실달타(薩婆悉達多)라 하여야겠습니다.’
이 말을 할 때에 허공의 천신들은 곧 하늘의 북을 치면서 향을 지피고 꽃을 흩으며 부르짖었다.
장하십니다.’ 여러 하늘과 인민들은 즉시 일컬었다.
‘살바 실달타여.’ 그 때 여덟의 왕도 이 날에 백정왕과 같이 태자를 낳았으므로 그 나라의 왕들은 저마다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아들을 낳아서 여러 기이함이 있는데, 이는 살바 실달타의 상서(祥瑞)로운 조짐인 줄도 모르겠구나.’
모두가 바라문을 모아서 저마다 태자를 위하여 좋은 이름을 지었었는데, 왕사성 태자의 이름은 빈비사라(頻毘娑羅)요,
왕사성 태자의 이름은 바사닉(婆斯匿)이요, 투라구타국[倫羅拘?國] 태자의 이름은 구랍바(拘?婆)요,
독자국(犢子國) 태자의 이름은 우타연(優陀延)이요, 발라국(跋羅國) 태자의 이름은 울다라연(鬱陀羅延)이요,
노라국(盧羅國) 태자의 이름은 질광(疾光)이요,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 태자의 이름은 불가라사라(弗迦羅娑羅)요,
구라바국(拘羅婆國) 태자의 이름은 구라바(拘羅婆)였다.

그 때 백정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널리 칙명하여 총명하고 들음이 많고 슬기로워서 관상을 잘 아는 이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이를 찾게 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은 듣고서 사방으로 두루 찾았으며,
때에 왕은 곧 뒷동산 가운데에 하나의 큰 전각을 일으켜서 창문이며 난간을 7보로써 장식하였다.
그 때 여러 신하들은 5백의 바라문으로서 총명하고 관장할 줄 알며 여러 기이한 상서도 보는 이들을 만나서
왕에게 오려고 하는데 마침 왕이 글월을 보내며 빨리 도착하게 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관상할 줄 아는 바라문이 이제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칙명하여 앞으로 청하여
전국에 들어와 앉게 하고 여러 공양을 베푸니, 그 바라문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듣건대, 대왕께서 태자를 탄생하였으며 여러 가지 상호와 기특한 상서가 있었다 하온데,
원하노니 저희들이 다 볼 수 있게 하십시오.’ 이 때 왕은 즉시 태자를 안고 나오도록 칙명하니,
바라문들이 이미 태자의 상호가 거룩하고 엄숙함을 보고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왕은 곧 물었다. ‘이제 태자의 점을 치십시오. 그 관상이 어떠합니까?’
하자,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일체 중생들은 모두가 아들이 좋다하고 싶습니다.
대왕이시여, 이제 탄생하신 태자야말로 이는 크게 진기하오니,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또 아뢰었다. ‘탄생하신 태자를 대왕께서는 비록 이는 왕의 아들이라 말할 것이오나,
이에 바로 세간의 사람과 하늘들의 안목이십니다.’
그러자 왕은 또 물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태자를 자세히 살피매, 몸의 빛깔이 빛나서 마치 진금(眞金)과 같고 여러 상호를 지니어서
아주 밝고 맑으십니다. 만약 집을 떠나면 일체종지를 이룰 것이요,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를 거느리리다.
이를테면, 강물에서는 바다가 제일이요, 뭇 산 가운데서는 수미산이 가장 뛰어났으며 무릇 모든 빛에서 해보다 더 위가 없고
온갖 맑고 시원스런 것에서는 오직 밝은 담만이 있는 것처럼 하늘과 사람들의 세간에서는 태자가 어른이 되오리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여러 가지의 두려움을 떠났다.
그 바라문들은 또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阿私陀)라는 한 범선(梵仙)이 계신데 다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고
향산(香山)에 계십니다. 그는 능히 왕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의심과 헷갈림을 끊어 드릴 것입니다.’
여러 바라문들은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작별하며 떠나갔다.

그 때 백정왕은 생각하기를 ‘아사타 신선이 향산에 살고 계신다 한데, 길이 험하고 가파르므로 사람으로서는 이를 데가 아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 여기까지 청하여 올까’ 하였다. 왕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아사타 신선은 멀리서 왕의 뜻을 알고,
또 먼저의 여러 기이하고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서 ‘보살이 나고 죽음을 깨뜨리기 위하여 일부러 현재 생(生)을 받으셨구나’
함을 깊이 깨닫고 신통력으로써 허공을 날아 와 왕궁의 문에 이르렀다.
이 때 문지기는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 신선께서 허공을 날아 오셔서 지금 문 밖에 계십니다.’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칙명하여 나오게 하고는 왕은 문 위에 이르러서 스스로 받들며 영접하다가
신선을 만나자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물었다.
‘존자(尊者)께서 오셔서 문에 계시며 나오시지 않으셨음은 문지기가 나아가심을 허락하지 않으셨기에 그러하였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 이미 왔었으나 상대에게 나아감은 먼저 알려야 할 필요에서였습니다.’
그러자 왕은 곧 따라서 후궁에 들어가 공경히 청하여 앉게 하고는 문안하였다.
‘존자시여, 네 가지 요소가 는 편안하셨고 온화하셨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대왕의 은혜를 입어서 다행히 편안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백정왕은 신선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 오늘 내려오셨으니, 저희들 성바지는 바야흐로 크게 성왕하여
지금부터는 날은 길하고 상서로움만이 있겠습니다. 바로 지나시는 길에 일부러 여기를 오셨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내가 향산에 있으면서 큰 광명과 여러 가지 기특한 조짐을 보았고,
또 대왕께서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서 이런 일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나는 신통의 힘으로써 허공을 날아오다가 위의 여러 하늘들의 말함을 듣건대, 왕의 태자는 반드시
장차 일체 종지를 이루게 되어서 천상과 인간을 제도 해탈하겠습니다. 또 왕의 태자는 오른편 겨드랑이로부터 탄생하여
7보의 연꽃위에 떨어지면서 일곱 걸음을 걸어가 그의 오른 손을 들고서 사자처럼 외치기를,
(나는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났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으니,
이 생에 일체의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히리라)라고 하였으며, 또 여러 하늘들이 에워싸며 공경하였다고 하는
이러한 크고도 기특한 일들을 들었습니다. 좋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기뻐하시고 공경하여야 하겠습니다.
태자를 지금 만나볼 수 있습니까?’ 곧 신선을 데리고 태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왕과 부인이 태자를 안고 나와
신선에게 예배를 시키려 하자, 때에 그 신선은 바로 중지시키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 분은 바로 천상과 인간이며 삼계 중에서 어른이시거늘 어떻게 저에게 예배하게 하겠습니까?’
이 때 그 신선은 즉시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의 발에 예배를 하는지라, 왕과 부인은 신선에게 아뢰었다.
‘오직 원하노니 존자께서는 태자의 관상을 하여 주십시오.’
신선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관상을 하였다.
자세히 상을 보아 마치고서 갑자기 슬피 울며 어쩔 줄 모르므로, 왕과 부인은 그 신선이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림을 보고
온몸을 떨면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기를 마치 큰 물결에 작은 배가 움직이듯 하다가 신선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이 처음 태어나면서도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을 갖추었거늘 무엇이 상서롭지 못함이 있기에 슬피우십니까?’
그 때에 신선은 흐느끼면서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태자야말로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상서롭지 않음은 없습니다.’
그러자 왕은 또 물었다. ‘원컨대 저를 위하여 태자를 점쳐 주십시오. 오래 살상이 있습니까?
전륜왕의 위를 얻어서 사천하의 왕노릇을 하겠습니까? 저의 나의 벌써 다되었으므로 국토를 모두 맡기고 싶으며
장차 산숲에나 숨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소망은 오직 여기에만 있으니,
존자께서는 반드시 정해진 결과를 살펴 주시겠습니까?’

그 때 신선은 또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태자는 서른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셨습니다.’
첫째 발바닥이 판판하여 마치 향합 밑과 같으며,
둘째 발바닥에 천 개의 수레바퀴의 살 모양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셋째 손가락ㆍ발가락의 길이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길며,
넷째 손발이 부드러워서 다른 몸의 부분보다 부드러우며,
다섯째 발꿈치가 넓고 갖추어져서 원만하여 좋으며,
여섯째 발가락에 붙은 얇은 막(膜)이 다른 이의 것보다 훌륭하며,
일곱째 발등이 높고 평평하며, 좋아서 발꿈치와 서로 알맞으며,
여덟째 장딴지의 가늘고 좋음이 마치 큰 아니연 사슴[伊泥延鹿]의 것과 같으며,
아홉째 반드시 서면 두 손이 무릎을 어루만지며,
열째 남근(男根)의 숨어 있는 형상이 마치 말과 코끼리의 것과 같습니다.
열한째 몸의 세로와 넓이가 같아서 마치 니구류나무[尼拘類樹]와 같으며,
열둘째 낱낱의 구멍마다 하나의 털이 났는데 푸른 빛깔에 부드러운 것이 오른편으로 돌았으며,
열셋째 털이 위로 쏠리고 푸른 빛깔에 부드러운 것이 오른편으로 돌았으며,
열넷째 금빛 형상의 그 빛깔이 미묘하여 염부단금(閻浮檀金)보다 뛰어났으며,
열다섯째 몸 빛의 면(面)이 한길이며,
열여섯째 피부가 얇고 가늘며 미끄러워서 먼지나 때가 끼지 않고 모기가 앉지를 못하며,
열일곱째 일곱 처소의 만(滿)이니 두 발 아래와 두 손 가운데와 두 어깨 위와 목 가운데에 모두 만(滿)의 글자 형상이 분명하며, 열여덟째 두 겨드랑이 아래가 원만하여 마치 마니주(摩尼珠)와 같으며,
열아홉째 몸매가 사자와 같으며,
스무째 몸이 넓고 단정하며 똑바릅니다.
스물한째 어깨가 뚜렷하고 좋으며,
스물둘째 입에는 마흔 개의 이가 있으며,
스물셋째 이가 희고 촘촘하면서 뿌리가 깊으며,
스물넷째 네 개의 어금니가 가장 희면서 크며,
스물다섯째 네모진 뺨이 사자 것과 같으며,
스물여섯째 맛 중에서 으뜸가는 맛의 진액이 목구멍의 두 곳에서 흘러나오며,
스물일곱째 혀가 크고 부드럽고 엷어서 얼굴을 덮고 귀와 머리가 난 끝까지 이를 수 있으며,
스물여덟째 맑은 소리[梵音]가 깊고 멀어서 마치 가릉빈가의 소리와 같으며,
스물아홉째 눈의 빛깔이 마치 금의 정광(精光)과 같으며, 서른째 속눈썹이 큰 소의 것과 같으며,
서른한째 눈썹 사이의 흰 털의 형상이 부드럽고 희기가 마치 도라솜(兜羅綿)과 같으며,
서른두째 정수서에 살상투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호의 몸으로 갖추어졌는지라 만약 집에 있으면 나이 스물아홉에 전륜성왕이 되겠거니와
만일 집을 떠나면 일체종지를 이루어서 널리 천상과 인간들을 제도하겠습니다.
그러나 왕의 태자께서는 반드시 도를 배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어 오래지 않아서 깨끗한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이며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세간의 눈을 뜨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나이 많아서 이미 120살이므로 머지 않아 목숨이 끝나면 무상천(無想天)에 납니다.
부처님이 나오심도 보지 못하고 경전의 법도 듣지 못할 것이므로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할 따름입니다.’
또 신선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아까 점치면서 두 가지를 말씀하시되, 하나는 왕이 된다 하시고
하나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라 하셨는데 이제 어째서 틀림없이 일체 종지를 이루리라고 말씀하십니까?’
이 때 신선은 말하였다. ‘나의 관상하는 법에는 (만약 어떤 중생으로서 서른두 가지 모습을 갖추었으되,
혹은 잘못된 곳에 났거나 또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면 이 사람만 반드시 전륜성왕이 된다 하였거니와
만약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다 그 처소에 알맞고 또 분명히 나타나면 이 사람은 반드시 일체종지를 이루리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대왕의 태자 형상들을 자세히 살피건대 모두가 그 처소에 알맞은 뿐만 아니라,
또 극히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바른 깨달음 이라고 하면서,
신선은 왕에게 이 말을 하여 마치자 작별하고 떠나갔다.

그 때 백정왕은 신선에게서 결정적인 말을 듣고 마음에 근심 걱정을 품고 집을 떠날까 염려하여 곧 5백의 하인으로서
현명하고 슬기가 많은 이들을 선택하여 보모로 삼아 태자를 기르고 보살피게 하였나니,
그 중에 어떤 이는 젖 주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안아주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목욕시키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빨래하는 이가 되기도 하는 이러한 등류로 태자를 보살펴서 모두가 다 완전히 갖추었으며,
또 다시 따로 그를 위하여 세 철의 궁전을 일으켜서 다스하고ㆍ시원하고ㆍ춥고ㆍ더움에 저마다 처소를 달리하였고
그 전각에는 모두 7보로써 장엄하며 의복과 장식은 모두 때를 따르게 하였다.

왕은 태자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그 성문의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였고,
또 다시 5백의 기녀로서 형용이 단정하고 살지지도 파리하지도 않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
재능이 교묘하고 저마다 재주 지닌 이들을 골라다가 모두 이름 있는 보배로 그 몸을 꾸미고서 백 인씩을 한 차례로 하여
번갈아 자면서 지키게 하였다.
그 전각 앞에는 단 과일 나무를 벌려 실어서 가지와 잎이 우거지고 꽃과 열매가 번창하였으며,
또 목욕하는 못을 두어 맑고 깨끗이 하고 못 가의 향기로운 풀과 여려 빛깔의 연꽃은 아름답게 되고 깔려서 칭량할 수 없었으며 기이한 종류의 새들은 수백천 가지이어서 마음과 눈을 빛나게 하여 태자를 기쁘게 하였다.

태자가 탄생한지 7일 만에 그 어머니의 목숨은 끝났는데, 태자를 밴 공덕이 컸기 때문에 도리천에 올라가나서
봉록을 저절로 받았으며, 태자는 복과 덕이 거룩하고 지중하여 달리 예배를 받을 만한 여인은 없었기 때문에
곧 돌아가시려 한 이에게 의탁하여 태어난 줄을 스스로가 알았었다. 그 때 태자의 이모인 마하파사파제(摩訶波?波提)는
태자를 젖 먹여 길렀으므로 어머니와 같아서 다름이 없었다.
때에 백정왕은 칙명으로 7보의 천관(天冠)과 영락을 만들어서 태자에게 주었으며 태자의 나이 점차로 자라고 크자
그에게 코끼리ㆍ말ㆍ양의 수레를 마련하여 주었고 무릇 이 어린아이들의 장난감과 좋은 꾸미개들은 주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때 온 나라의 인민들은 모두가 어짊과 은혜로움을 행하였으며 오곡이 잘 익었고 바람과 비는 때에 알맞았으며,
또 도둑이 없어서 쾌락하고 편안하며 고요하였다. 이는 태자의 복과 덕의 힘 때문이었다.

이 때 왕은 또 하인으로서 태어난 차익(車匿) 등 5백의 종을 태자에게 주어 모시게 하였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부왕은 생각하기를 ‘태자가 벌써 컸으니, 글을 배우게 하여야겠구나’ 하고,
나라 안에서 총명한 바라문으로서 여러 가지 글과 재주를 잘하는 이를 찾아서 청해 오게 하여 태자를 가르치게 하였는데,
그때에 발다라니(跋陀羅尼)라는 한 바라문이 5백의 바라문과 함께 권속이 되어서 왕의 청을 받아 왔으므로
곧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존자에게 태자의 스승을 삼으려 한데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알고 있는 대로 태자를 가르쳐 주겠습니다.’
이 때 백정왕은 다시 태자를 위하여 큰 서당을 일으켜서 7보로 장엄하고 책상과 자리며 배우는 도구를 극히 곱게 하고
좋은 날을 가려서 태자를 바라문에게 주어 가르치게 하였다.

그 때 바라문은 마흔 아홉 글자가 써진 책으로 가르치며 읽게 하였더니 때에 태자는 이 일을 보고 나서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글입니까? 염부제 안에 모든 글들은 무릇 몇 가지나 있습니까?’
스승이 잠자코 있으면서 대답할 바를 몰라 하자 또 다시 물었다.
‘이 아(阿)의 한 글자에는 어떠한 이치가 있습니까?’
스승은 또 잠자코 있다가 역시 대답을 할 수 없는 지라 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태자께서 처음 탄생하여 일곱 걸음을 걸으셨을 때에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났도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이야말로 거짓이 아닙니다. 오직 원컨대 저에게 염부제의 글은 무릇 몇 가지가 있는가를 말씀하여 주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염부제 안에는 혹은 범서(梵書)가 있기도 하고 혹은 카루서(?樓書)며
혹은 연화서(蓮花書)도 있기도 하는데 이러한 따위가 예순네 가지가 있습니다.
이 아(阿)자는 바로 범음(梵音)의 소리이며, 또 이 글자의 뜻에는 바로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요,
또한 이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요, 또한 이는 더할 나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이라는 것인데,
무릇 이와 같은 뜻이 한량없고 그지없습니다.’

그 때 바라문은 깊이 부끄러워하며 왕에게 돌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태자는 바로 천상과 인간 중에서 첫째가는 스승이신데, 어찌 저더러 가르치게 하려 하십니까?’
그 때 부왕은 바라문의 말을 듣고 갑절이나 기쁨을 내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후히 그 바라문에게 공양을 하고 뜻대로
가게 하였었나니, 무릇 여러 재주와 전적(典籍)ㆍ의론ㆍ천문ㆍ지리ㆍ산수ㆍ활쏘기ㆍ말타기를 태자는 모두다 저절로 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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