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천송반야경 09. 마하살의 의미
그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물었다.
“그러면 세존이시여, 앞에서 ‘보살대사’라고 말씀하신 중에서 보살은 왜 또 ‘대사’라고 불리어지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중생의 집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대(大)’라고 한다. 그리고 이 온갖 중생을 최고의 경지로 이끄는 ‘존재(土)’를 일컬어 보살 마하살이라고 하느니라.”
사리불 장로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자아와 생명과 인간이 고정된 실체로서 영원불멸의 존재라든가 또는 아니라는 허무적 견해를 타파하는 법을 설하기 때문에 대사(Mahasattva)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보리 장로가 말했다.
“세존시여, 보살을 ‘대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마음과 때묻지 않은 마음과 다툼이 없는 마음과 모든 성문과 독각의 경지를 넘어서 있는 고귀한 마음 등등, 이러한 마음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으며 구애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보살대사’라는 것입니다.”
그때 사리불 장로가 수보리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 수보리여, 어떠한 이유로 보살대사의 마음은 집착함이 없고, 구애됨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수보리 장로가 말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리불 장로여, 모든 법이 무심(無心 또는 非心)이기 때문에 집착이 없고, 구애됨이 없는 것이다.”
사리불 장로가 물었다.
“장로 수보리여, 그러면 무심(無心 또는 非心)은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입니까?”
수보리 장로께서 말했다.
“사리불 장로여, 이미 실체가 없는 마음(無心)인데, 그 마음을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과연 이 마음을 무슨 물건처럼 주거나 또는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리불 장로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수보리 장로가 말했다.
“사리불 장로여, 그렇다면 ‘무심의 마음이란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은 전혀 정확하지 않은 잘못된 질문이 아닐까요?”
그때 사리불 장로가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대가 옳으신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수보리 장로여, 참으로 그대는 ‘다툼이 없는 가장 뛰어난 자다’ 라고 세존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정말 부처님의 그 말씀에 적합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왜냐하면, 당신을 저와 다툼이 없는 방식으로 저에게 법을 설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때, 만자자(滿慈子)가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을 ‘대사’라고 부르는 것은 위대한 서원의 갑옷으로 몸을 무장하고, 대승의 진리에 뜻을 일으켜 이 대승을 타고 나아가는 자이기 때문에 ‘보살대사’라고 하옵니다.”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을 일러 위대한 서원의 갑옷으로 몸을 무장한 보살대사라고할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보살대사이니라. 보살대사는 ‘나는 한량없는 중생을 모두 완전한 열반으로 인도하여 구제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러나 나(自我)와 중생과 열반이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이것들은 모두 환상의 그림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제가 행해지면서도 구제하는 나와 구제 받는 중생이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수보리여, 모든 사람의 본성은 다 연기이므로 공이니, 마땅히 집착하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수보리여, 마술사가 신통력으로 커다란 사거리에 수많은 군중들을 만들어 내었다고 하자. 그리고 나서 곧 그 군중들을 없애 버렸다고 하자.
수보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기서 누군가가 누군가에 의해 죽거나 소멸하거나 없어진 것이 있는가?”
수보리 장로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와 같이 보살대사는 무량무수(無量無數)의 중생을 완전한 열반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 사람도, 열반으로 인도한 사람도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보살대사가 이와 같은 설법을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거나, 커다란 불안과 공포감에 빠지지 않는다면, 바로 이 사람이야 말로 위대한 서원의 갑옷으로 몸을 무장한 보살대사라고할 수 있느니라.”
그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이해한 바에 의하면, 앞에서 언급된 보살대사는 위대한 서원의 갑옷으로 무장해 있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렇다. 그렇다. 참으로 이 보살대사는 위대한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해되어야 하느니라.
그것은 왜냐하면 수보리여, 모든 것을 아는 지혜의 본성 조차도실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구제의 대상인 중생이라는 존재도 실체는 아니니라.”
수보리 장로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존재의 물질적 요소인 색·수·상·행·식은 모두 연기이므로 무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존재의 물질적 요소인 색·수·상·행·식은 모두 공(空)입니다. 그리고 진여(眞如)입니다.
진여는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박도 해탈도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왜 보살대사는 위대한 서원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어떤 서원의 갑옷으로도 무장해 있지 않은 사람인가에 대한 이유입니다.”
팔천송반야경